악으로 깡으로 - 싸이미니의 방랑기
차승민 지음 / 여름솔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국악을 전공하는 세 소녀의 '국악전파 여행기'이다.  참 대단하다.  어린 나이에 외국으로 나가 그저 예쁜 옷 입고 사진이나 찍고 예쁘고 맛있는 음식들만 먹으며 고급스러운 호텔에서 묶고 돌아올 때는 면세점에서 한가득 뭔가를 쟁겨 오고 싶을 나이인데 이 소녀들이 들고 떠난 건 다름 아닌 대금, 가야금, 장구다.  

  우리는 말로는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이국적인 것들에 더욱 호감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서양고전음악(클래식)은 간간이 들으면서 국악은 찾아 듣는 이들이 적다.  이렇게 단언하는 이유는 평범한 보통사람인 나부터도 그렇기 때문이다.  국악을 내 스스로 찾아 들은 일이 얼마나 있을까?  아니 있기는 있을까?  반성 또 반성.  '우리 것이니 무조건 즐겨 들어야잖겠어?' 하고 싶진 않다.  단지 우리 것에 이토록 무관심한 것이 멋져 보이지 않는 것은 확실하다. 

  그런데 세 소녀는 자신들이 전공하는 악기를 들고 세계로 나갔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악기를 연주하고 그 소녀들이 가슴 벅차하는 감격들이 담겨 있었다.  무엇보다 한 편의 일기같이 읽기 편했다.  그냥 내 친구의 일기장을 가져다 읽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또 중간 중간에 나오는 카툰은 왠지 익살스러웠고 재미있었다.  또 십 대 소녀들의 재기 발랄함을 잘 표현한 것 같다.   

  악기를 들고 떠나는 여행은 참 부럽다.  유럽에서는 거리의 악사들을 자주 볼 수 있었는데 누군가에게 들려주기 위한 것인지 자기 자신을 위한 연주인지 모를 그 연주에 심취한 음악가들을 볼 때는 나는 그들이 연주하는 음악 그것보다 더 감동하곤 했다.  보지는 못했지만 이 세 소녀가 거리에서 우리 가락을 연주하는 그 순간을 나도 보았다면 비슷한 감동과 벅찬 느낌이 들었을 것 같다.  음악은 만인의 공용어인지 이러쿵저러쿵 설명하지 않아도 서로 동화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 

  이들의 우리 음악 연주뿐 아니라 여행 중 우여곡절에 대한 에피소드들이 많았다.  젊고 어리기에 완전하지 못하고 완벽하지 않고 미숙하기에 생길 수 있는 많은 일들.  재미있었다.  여행은 언제나 즐거운 것이다.  설레는 것임은 물론.  이들처럼 이렇게 내가 잘할 수 있는 재능과 함께하는 여행은 자신에게나 이들을 바라보는 많은 이들에게 더욱 멋진 여행이 되는 것 같다.  참 신나는 여행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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