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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이라고 말해
우웸 아크판 지음, 김명신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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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 아이가 맨발로 흙길 위를 달린다.  너풀너풀 옷자락이 휘날린다.  이 표지를 보는 순간 두 가지 생각이 일었다.  하나는 '아, 정말 자유롭고 천진해 보이는걸'이였고 또 하나는 '왜 이렇게 달려가나? 무슨 일이 있기라도 한걸까?' 싶었다.  그런데 책을 읽고야 알았다.  후자쪽에 가까우리라는 것을. 

  아프리카 소설은 처음이었다.  참 가슴 아픈 이야기들이었다.  이 책은 단편소설 모음집인데 '크리스마스 성찬' '가봉에 가기 위해 살찌우기' '이건 무슨 언어지?' '럭셔리 영구차' '부모님의 침실' 이렇게 다섯 편이다.  

  '크리스마스 성찬' 처음 만난 이야기부터 너무 마음이 아팠다.  허기를 잊기 위해 본드를 흡입하는 가족들, 홍등가에서 일하는 큰 누나, 어린 아기를 데리고 구걸을 나가는 작은 누나, 그리고 학교 입학을 앞 둔 남자아이 지가나.  딸 아이의 몸을 사준 무숭구(외국인)들에게 감사인사라도 하고 싶어하는 부모, 아이에게 본드를 주고 약에 취한 아이는 엄마를 물며 싸우고.  그러나 이들 부모를 욕할 수가 없었다.  너무나도 가난하기에.  감당할 수 없는 허기에 늘 직면해 있기에.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했다.  너무 아픈 이야기들, 그러나 담담한 필치로 그려진, 그래서 더 아프게 와닿는 이야기들이었다.  

  '가봉에 가기 위해 살찌우기' NGO 봉사자들의 구호로 오토바이도 생기고 먹을 것도 여유가 생긴 코칙파 그리고 예와.  그러나 그것은 꿈이었다.  그들은 NGO 봉사단도 아니고 삼촌은 두 아이를 팔아넘기기로 계약을 했고 그 보상을 받았던 것이다.  삼촌이 마음을 돌이키게 되기야 했지만 이 이야기는 정말 끔찍했다.  그리고 NGO 봉사자들이라고 믿었던 인자한 양부모들이 인신매매단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아이가 느끼는 충격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얼마전 양석일씨의 <어둠의 아이들>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그 책에 아동매매, 아동매춘이 아주 잘 나와있다.  이 책 역시 그런 이야기들이었다.  거짓말이기 바라는 이야기들.  코칙파와 예와가 가봉으로 팔려갔다면 그들은 무슨 일을 했을까?  책에서는 '노예' 라고만 표현했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그들이 성매매를 하게 될 아이라는 것을.  가봉으로 가기 전 마지막 교육의 밤에 삼촌이 했던 행동을 보면 할 수 있다. (그는 나체로 아이들 앞에서 만지라는 등 저속한 말들을 한다.  가봉에 가기 위한 준비라면서)  삼촌은 한 순간의 실수로 조카들을 궁지에 내몰게 되지만 이 삼촌에게 역시 분노가 일지는 않았다.  이 두 조카에게 한 몹쓸 짓을 내내 후회하고 괴로워 하는 모습이 역력했기 때문이다.  거래를 깨기로 마음먹고 두 조카와 삼촌은 도주한다. 결국 삼촌은 죽고 예와는 울부짖으며 집에 남고 코칙파만이 탈출을 하게 된다.  어쩌면 코칙파가 한 달음에 도망쳐 나가는 길, 이 책으로 표지처럼 이렇게 아이는 달렸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무슨 언어지?'는 종교로 인해 단짝 친구가 서로 만나지도 함께 놀지도 못하게 되는 이야기다.  두 가정은 서로 종교가 달랐고 이교도 가정의 아이와 더 이상 놀지 못하도록 한다.  이 아이들이 서로를 내다볼 수 있는 창문을 통해 입만 벙긋거리며 나누는 따스하지만 안스러운 대화를 담은 이야기다.  한 편의 동화처럼 예쁜 이야기였지만 이 이야기의 배경에는 이교도라는 이유만으로 서로를 등져야 하는 두 아이의 우정이 담긴 안타까운 이야기였다.   

  '럭셔리 영구차'는 역시 종교가 다른 사람들이 한 버스를 타고 가면서 일어나는 일인데 종교로 인한 갈등이 아주 잘 다뤄진 이야기다.  얼마전 <세계와 나 W 2>에서 이슬람과 기독교의 대립으로 인해 기독교인 마을에 학살이 일어난 일 있으며 서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책은 그 이야기를 이야기로 잘 풀어놓은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닮아있었다.  그리고 이 버스 안에 탄 무슬림 주브릴의 갈등상황이 담겨있다.  또한 경찰, 족장, 군인 등이 시민들에게 굉장히 권위적인 태도로 군림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보면 아프리카가 가난한 이유 중 하나가 비옥하지 못한 땅 문제도 있지만 '정부와 고위층의 부폐'도 큰 부분을 차지한단다.  이 역시 그런 모습들, 그들의 삶의 현장을 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다. 

  마지막 '부모님의 침실' 마지막 이야기는 르완다 내전에 대한 내용인데 후치족과 투치족의 싸움을 담고 있다.  <호텔 르완다(2004)> 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이 영화는 종족을 나누지 않고 사람들을 보호해주는 한 후투족 남자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부모님의 침실' 역시 같은 내용이었다.  이 이야기와 영화는 정말 닮았다.  두 편다 남자는 후투족, 아내는 투치족이다.  엔딩이 조금 다르긴 했지만 무모한 종족간의 전쟁이 대학살로 이어진 끔찍한 사건들 말하는 이야기였다. 

  이 책의 제목 '한편이라고 말해'는 참 가슴 아픈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같은편이라고 말해' 다시 말해 '종교가 같다고 말해' '같은 종족이라고 말해' 하는 의미를 담은 문장이다.  그들은 왜 같은편이라고 말해야 할까?  죽임을 당하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서다.  참으로 안타깝고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프리카의 실상에 대해 이처럼 잘 말하고 있는 소설이 또 있을까?  시에라리온의 소년병을 지냈던 아이가 담은 에세이 이스마엘 베아의 <집으로 가는 길>이라는 책도 떠오른다.  하나가 되어 기아문제와 가난을 극복해도 모자랄 판에 그들은 서로 다르다는 이유로 총칼을 세우고 있다.  아프리카의 그 자유롭던 초원과 초목이 피로 물들고 있다.  너무 가슴 아프고 끔찍한 사건들, 온 세계가 관심을 가지고 국제보호기구의 지속적인 구조활동이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제 그들도 그만 '우리는 다르지만 결국 같아' 라는 것을 인정하며 더불어 공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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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 개정판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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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비야씨 책을 줄줄이 읽고 있다.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그건, 사랑이었네> <한비야의 중국견문록> 그리고 이어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를 읽었다.  아, 자꾸 여행기에 손이 가는 것은 어디론가 가고 싶어서일까? 

  땅끝마을 해남에서 통일전망대까지의 도보 국토종단이다.  정말 대단하다.  이 말 밖에는.  예전 모 자양강장제 회사에서 희망 대학생들을 모아 국토대장정이라는 것을 하는 것을 본 일이 있다. (지금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루 종일 걷고 텐트를 짊어지고 다니다 괜찮은 곳에 텐트를 치고 또 이동하고 마치 유목민처럼 야영을 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불볕 더위에 하루 종일 걸은 발은 그야말로 만신창이에 피부는 죄다 그을러 있었지만  나는 정말 그것이 너무 하고 싶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새로운 일 같았다.  불행하게도 그것은 대학생만 신청이 가능했다는 사실.  그렇게 열망했던 일이라면 홀로라도 했으면 되지 않았겠냐고?  물론 여러가지 핑계거리가 있다.  여름, 겨울 휴가 해봐야 기껏 며칠이었고 또 여자 혼자는 '박'자가 들어가는 여행은 절대 금기인 가풍때문이었다.  아니, 하고 싶지는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막연히 하고 싶었던 것이고 실천이 뒤따를 만큼 열망했던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고. 

  그런데 한비야씨는 그런 국토대장정을 홀로 해냈다.  당시 세계여행가로 알려진 한비야씨가 우리나라 여행을 했다는 것은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는 일이었다.  솔직히 지금이라도 당장 '우리나라 전국 일주 여행권 줄까?' 아니면 '유럽에 저기 저 나라 3박 4일 여행권 줄까?' 하고 누가 내게 묻는다면 나는 후자쪽을 택할테니 말이다.  생경함, 이국적, 낯선 것은 이토록 좋아하면서 편안함, 익숙함, 친근함은 이리도 나 몰라라 할 수 있다니.  모르긴 몰라도 이 책으로 인해 해외여행을 갈망하던 몇 몇 사람들에게 '그래 국내 여행도 좋을 것 같다' 하고 눈을 돌리게 하지 않았을까 싶다. 

  도보 국토 종단에 대한 체험기와 부록으로는 한비야씨의 여행 노선과 경비가 정리되어 있다.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한비야씨 말로는 국토종단기(더욱이 도보 국토종단기는)는 선출간된 책들이 없었단다.  그렇다면 이 책이 거의 시초가 될 만한 책일테다.   

  먼저 여행 곳곳에서 찾아본 우리 말 지명들이 얼마나 예쁘고 앙증맞은 뜻들이 많던지.  참 정겨웠다.  일제시대 창씨개명을 시작으로 마을 이름까지 죄다 한자로 바뀌었단다.  그냥 자연스럽게 여겼던 것인데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전혀 생각지 않았던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유일하게 순 우리말 지명을 갖고 있는 도시가 '서울' 이란다. 대전, 대구, 부산, 인천, 광주, 울산 6대 광역시는 물론 모든 시 도를 뒤적여 봐도 순 우리말 도시명은 서울 뿐이라는 사실.  단 한 번도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우리 나라 섬이 천여개가 넘는단다.  그 중 백 몇십개가 유인도이고.  인도네시아 발리, 필리핀의 세부.... 잘도 알면서 내 나라 섬의 갯수가 이리 많은지는 정말 몰랐다. 책을 읽기 전에는 생각해 본 일도 없었지만 이 사실을 알기 전 누군가가 내게 물었다면 "많아봐야 몇 십개 아닐까요?" 했을 것이다. 

  800.49.150  무슨 숫자일까?  약 800킬로미터를 49일간 걸었고 경비는 총 150만원선이었단다.  일수로 계산을 하면 하루 3만원 정도 된다.  그런데 야영을 하거나 정해진 숙소가 있지 않고는 하루 3만원도 여행자의 입장에서는 많지 않은 돈이다.  매일 밤 묶어야 할 숙소값, 세끼 밥값 그리고 약간의 비상금(오로지 도보 여행이었기에 이 이상 들것은 없다)만 해도 3만원은 족히 넘는다.  그런데 한비야씨는 주로 시골 마을 혼자 사는 할머니 댁에 얹혀 자는 날이 많았단다.  아무리 시골 인심, 시골 인심하지만 정말 그럴 수 있을까?  왠 배낭 하나 짊어지고 온 여자가 하룻밤 묶어가자면 선뜻 응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다.  그런데 책에서 꽤 많은 시골 어르신들이 그렇게 해주고 있었다.  그에 모자라 아침에는 따뜻한 밥까지 차려줬다니 정말 놀랍다.  혼자 사는 어르신들의 시골집이 방이 많은 것도 아닐테고 말이다.  도시에 사는 우리가 체감하지 못해서 그렇지 아직까지 정말 우리네 시골에는 인심이 살아있을까?   

  도보 국토종단.  의미있긴 하다.  그러나 나는 이것이 하나의 수행처럼 여겨지는 것이 사실이다.  '반드시 걸어서' 라는 것은 자신과의 약속이고 결단이 따라야 할 일이다.  그런데 사실 여행을 '반드시 걸어서' 해야 할 이유는 없다.  덜컹이는 버스도 타보고 기차도 타고 그렇게 떠나는 여행이 어쩌면 더 로맨틱하다.  그런데 굳이 이렇게 '반드시 도보로만' 이라는 규칙은 수없이 고된 상황 속에 자신을 몰게 될 것이며 이는 '어떠한 극한에도 맞서겠다' 는 결의 아닐까?  그렇다면 '주로 도보'가 아닌 '반드시 도보'로 여행했는지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순전히 내 다리로만 여행한 것에 대한 자기 만족을 위해?  아니면 걸어서 여행하는 것이 산과 자연, 나무, 풀들을 더 자세히 볼 수 있어서?  그도 아니면 여행경비 때문에?  내가 이런 이야기를 굳이 하는 이유는, 자칫 잘못하면 '반드시 도보'로 하는 여행은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 쉽게 말해 내세우기 위한 여행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여행의 방식과 루트의 설계는 자기 마음이지만 이것이 진정 나를 위한 여행이라면 그런 방식과 루트를 정함에 있어 나름의 이유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하는 말이다. 

  여행을 하다보면 산전수전을 겪을 수 있다.  그러나 그를 위해 불법을 행하거나 도의에 맞지 않는 일을 하고도 무용담이 되어 들려지는 이야기는 영 마음이 불편하다.  일전에 읽은 <한비야의 중국견문록>에서도 느꼈지만, 나는 최소한 공인은 도덕적이어야 한다고 본다.  아니 그렇게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공인이 아니더라도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킬 것은 지키며 살자' 를 지향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한비야씨는 산불의 우려로 인해 입산 금지(등산객의 안전을 위한 권유가 아니라 발각시 처벌한다는 경고문이다)라는 팻말이 버젓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입산을 하여 산을 넘어 여행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만약 그럴 수 밖에 없었다면 최소한 '그러그러해서 그러했지만 절대 그렇게 하지 않아야 겠으며 여러분도 그렇게 하지 않길 바란다' 정도는 명시를 해줘야 할 것 같은데 말이다.  그런데 '나 좋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말할 수 없이 아쉽다.  한비야씨는 대다수 젊은이들에게 하나의 코드로 떠오르며 젊은이들이 그것을 표방하고 싶어한다.  그렇다면 열기 왕성한 젊은이들이 보기에 불법을 행하는 것을 보고도 결과만 괜찮았다면  '와~ 겁없네? 용기있어. 도전정신이 강한걸' 하고 오해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에서는 밀입국하는 장면도 쓰여 있단다.  불법, 그것을 행했다면 그냥 혼자 알고 말일이지 '나는 이렇게 이렇게 했어. 그렇게 하면 안되는데 나는 그렇게 했어. 어때? 나 용감하지?' 하는 것은 정말 아니라고 본다.  솔직히 내리 읽은 읽은 한비야씨의 두 권의 책을 통해서는 이런 부분에서는 굉장히 아쉬움이 크다.  독자 또한 선망하는 모델이라고 무조건 맹신하지 말아야 겠으며 분별력을 갖고 독서를 해야 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다. 

  이런 아쉬운 면도 있지만 역시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새로운 사실과 우리나라 국토에 대한 애정, 아직 살아있는 시골 인심을 발견하게 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앞으로 나도 우리 나라 곳곳을 더 많이 돌아보는 여행을 계획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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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야의 중국견문록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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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비야씨의 책은 역주행하며 읽고 있다.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그건 사랑이었네>를 먼저 읽었고 <한비야의 중국 견문록>을 읽었다.  그리고 바로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를 읽을 예정이다.  <개인적으로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는 정말 감동적으로 읽었다.  그리고 <그건 사랑이었네>는 선물용 도서로 딱 좋겠다는 느낌이 들었었다. 

  이 책은 한비야씨가 중국에서 중국어를 공부하는 이야기가 주된 골자다.  당연히 중국에서의 유학이니 중국 이야기들이 곁들어진다.  그러나 '중국견문록' 은 조금 거창한 제목 같다는 생각도 든다.  머무르는 도시에 베이징에 국한되어 있고 한비야씨 개인의 이야기가 중국이라는 나라보다는 비교적 많이 다루어져 있는 것 같다.  그렇기에 더 즐겁게 읽었다는 것이 사실이겠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중국은 왠지 비호감이었다.  인터넷에 나도든 기상천외한 사건들은 죄다 그 발원지가 중국이고 짝퉁은 세계 제일로 만들어 내는 나라, 청결하지 못하고 거짓말을 잘하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는 국민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작년 유럽 여행을 하면서 베이징에서 환승을 해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당연히 베이징 발이라 승객의 대다수가 중국인이었다.  그런데 앞자리에 앉은 승객이 큰소리로 떠들고 의자를 쾅쾅 발로 차는 등 전혀 상식 밖의 행동을 계속하던터라 나도 조금 심기가 불편해져 있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옆에 유럽인이 앉아있었는데 그는 오죽했으랴.  그 역시 그 중국인이 알만큼 쳐다보며 눈치를 줘도 전혀 모르는 것이었다.  급기야 그 유럽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찡그린 얼굴로 통로로 나가버렸다.  잠시 후에 다시 돌아와서 자리에 앉는데 나 역시 그 유럽인에게 '정말 저 분이 왜 저럴까요. 님의 심정을 알겠어요' 하며 찡그린 표정을 보였다.  그는 순간 표정을 고치며 냉큼 자리에 앉는 것이었다.  결국, 그의 눈에는 나도 중국인으로 보인다는 사실. (꽈당) 

  자꾸 중국 헐뜯기를 하는 것 같은데, 몇 가지 더 이야기하자면, 외국인에게는 바가지도 그런 바가지가 없다.  혹자는 우리나라도 그렇지 않겠냐 하지만 중국의 바가지는 정말 심했다.  거의 10는 더 비싸게 부른다는 사실.  그래서 그 나라 사람도, 그들 물건의 가격도 믿지 못하겠다.  게다가 국제적인 행사들을 많이 치르며 이제는 좀 선진화 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떡진 머리를 하고 다니는 평범한 중국인들을 아주 쉽게 볼 수 있다.  나는 정말이지 궁금했다.  아니, 머리를 왜 저렇게 안감는거야?  머리를 감으면 복이 씻겨 나가기라도 한다는건지.  이렇게 장황하거 열거했듯이 나는 중국이라는 나라에는 그다지 매력을 못 갖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올 봄 상해 여행을 하고는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내 나라에서 듣고 보는 그들은 정말 '오~노~'였는데 그 곳에서 보니 다 그런 것은 아니었다.  나는 얼마나 지독한 편견을 갖고 있었던지.  먼저 놀랐던 것은 영어를 하는 자들의 발음이었다.  영어를 못하는 사람은 아주 못하지만 좀 한다는 사람은 아주 유창했다!(물론 이 역시 다 그런것은 아니겠지만)  그리고 굉장히 부드럽게 감기는 그 발음과 억양에 완전 놀랐다.  그리고 무엇보다 신과 구가 조화를 이루는 상해는 정말 멋졌다.  서양의 것을 수용했지만 그 나라의 문화색까지 완전히 떨쳐지지 않은 그 도시에 나는 반했다.  그리고 '아, 내가 너무 단면을 보고 이 나라를 함부로 평가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론이 너무(그것도 너무 너무) 길었다.  이 책은 한비야씨의 중국어 유학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담고 있다.  나 역시 외국어에 많은 호시김을 갖고 있고 유창한 외국어를 서너가지 하는게 내 꿈이다.  이 책은 중국에서의 한비야씨의 중국어 정복을 위한 고군분투가 상세히 그려진 책이었다.  이런 것만 봐도 그녀는 참 도전정신이 강하다.  그리고 깡이 있다.  이런 것을 보면 나랑 조금 닮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도 깡다구라면 한 깡다구 하고 도전(희괴한 음식을 먹는 도전은 절대 제외) 역시 왠만한 것은 겁내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그녀와 나의 차이는 뭘까?  그녀는 꾸준히 노력했고 중국어를 '꽤 한다'는 경지에까지 이르렀단다.  그런데 나는?  한참 전 태국어를 공부한다며 한동안 설쳤고 최근에는 영어공부를 매일 하겠노라 다짐하기도 했다.  결론은?  잘 안되었고 잘 안되고 있다.  왜 그럴까?  그녀의 끈기가 내게 없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리고 나는 자발적인 인간은 못되는지 약간의 강압 상태에서 좋은 성과를 내곤한다.  자주적인 민주시민은 글렀나보다.  매일 누가 내 영어공부를 체크하고 살핀다면 좀 나아진다는 얘기다.  이런 몹쓸 습관은 어서 고치도록 해야겠다. 

  그녀의 중국어에 대한 학구열은 참 본받을만 했지만 이 책에서는 그녀에게 조금 실망했던 것도 사실이다.  2가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중국에서 자전거를 훔친 일(자신의 자전거를 잃어버려 남의 자전거의 보호줄을 끊고 취한 일.  물론 중국인이 그녀에게 '괜찮다'며 도왔다.  근데 책에서는 마치 수박서리처럼 가볍게 묘사되고 있다.), 거스름돈으로 우연히 위조지폐를 받고 그것이 위조지폐인지 알고도 사용한 일이다.  정말 솔직히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내 경우 같은 상황에서 한 가지를 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뭐냐면. 위조화폐를 그냥 사용하는 일일 것이다.  일부러 위조화폐를 만들어 내지는 못하겠지만 100위안을 내고 10위안짜리 위조 지폐를 네다섯장 받았다면 나는 들키지 않게 이것을 사용하려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한 장도 아니고 네다섯장인데다가 이것을 사용하지 않으면 경비가 줄어드는 것은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전거를 훔치는 일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건 절대 맹세코!  어찌되었건 나 역시 이런 인간이면서 나는 왜 그녀에게 실망했을까?  음....  그것은 일종의 공인에 대한 환상이기도 하고 완전성을 기대하는 것이기도 할 것 같다.  '그녀는 유명한 사람이니까 그렇지 않을 것이며 그러지 말아야 해' 라고 하는.  마치 인간들에게 사소로이 존재할 못된 습성이 그녀에게는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는 억지?  그렇지만, 그렇지만 그녀는 그렇게 하지 말아야 했다.  책을 읽으며 때로는 저자가 잘못 알고 있다고 생각되는 점과 편견들을 드물게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책과 작가를 무조건 맹신하는 일은 어리석인 일이라는 지론이다.  이런 것들을 통해 역시 배운다.  '이것은 보기 좋지 않은 일이군. 나는 그러지 않겠어' 정도의 생각을 한 순간 하게 되니 말이다.

  또 나는 외국여행을 한답시고 우리나라를 천시하고 업신여기는 한국인들은 정말 밥맛이다.  그럴려면 그 나라로 아예 귀화를 하지 그래?  그런데 이 책의 앞부분 지도상의 한국을 표현하는 부분에서는 조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우리나라가 작은 땅덩어리를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은 베이스 캠프일 뿐이며 세계를 무대로 삼아야 한다는 그녀의 설명은 그녀의 의도대로 되지 않은 것 같다.  '마음을 푸근하게 하고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곳은 클 필요가 없(p.24)'다는 말에 조금 의기소침해진게 사실이다.  이것은 주객전도가 아닐까?  세계야 말로 마음을 푸근하게 하고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곳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는 그저 꿈을 향한 발판 쯤 여기는 그녀의 설명은 정말 아쉬웠다.  (그나저나 난 왜 갑자기 애국심이 발동한게지? ^^;;)  오늘 날은 세계가 하나고 글로벌하게 사는 것이 맞다.  그러나 내가 있는 조국, 내 나라가 그 어떤 것보다 정신적 지주여야 할 것이다.  단지 세계를 보고 살것이기에 내 나라가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나는 분명 이 부분이 한비야씨의 설명이 잘못되었으리라 믿는다.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새삼 중국어는 아니더라도 한자를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상해여행을 하며 왠만한 간판이나 경고판에 적힌 중문은 몇 개의 아는 한자로 어림짐작 읽을 수 있었다.  그것이 반갑기도 했고 신기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요즘은 어린 아이들도 한자 급수시험을 많이 치른다.  예전에는 신문에서도 적지 않은 한자들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소개해 둔 것으로 보니 우리 나라 말에도 생각보다 많은 한자들이 섞여 있었다.  '한자로 표기가 가능하겠어' 할 법 하지 않은 단어들이나 표현에도 한자들이 굉장히 많이 사용되고 있었다.  그리고 한자의 뜻을 알면 우리나라 말도 좀 더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게다가 한 자 한 자 한자를 적어나가는 것은 수양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역시 공부라는 것은 해서 해가 될 일이 없고 내서 남 주는게 아니다. (공부해서 남 주는 사람이 된다면 더 없이 좋겠지만)  한비야씨를 보며 다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끊임없이 배우는 삶보다 행복한게 또 있을까?  이 세상에 내가 모르다 죽는게 더 많다는 사실은 너무 아쉽다.  생각해보면 이렇게 비통한 일이 또 없다.  우리에게 주어진 100년이 안되는 인생, 이 안에서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못하는 것은 정말 애석한 일이다.  그런데 공부라는 것은 알고보면 가장 경제적인 자기만족이다.  물론 석사, 박사 이런 학위를 따기까지는 많은 비용이 들지만 마음만 먹는다면 해당 학위를 가진 경지에 까지는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 충분히 가능하다. 

  한비야씨의 글은 참 읽기가 쉽다.  그리고 그녀가 약간 이 세상을 쉽게 볼 정도로의 자신감과 도전정신은 반드시 필요할 것 같다.  무언가를 위한 공부 그리고 도전은 숨이 붙어있는 한은 계속해야 할 것이다.  그게 살아가는 재미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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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쇼크 - 부모들이 몰랐던 아이들에 대한 새로운 생각 자녀 양육 시리즈 1
애쉴리 메리먼 외 지음, 이주혜 옮김 / 물푸레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접하게 된 계기는 책 내용 중에 내가 다니고 있는 교육대학원 유아교육과 지도 교수님의 연구내용이 소개되어있기 때문이었다.  교수님의 수업이 내게는 아주 인상적이었고 유익했기에 책에 소개되어 있다는 연구 내용도 궁금했다.  그 이유로 이 책을 구입하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지 않아 이 책을 또 얻게 되었다.  알고보니 이 책은 자녀교육서 부문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남은 한 권의 책은 우리 유치원 원장님께 선물로 드렸던 일이 있다. 

  사실 이 책을 구입하고 읽게 되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렸다.  세 달 전에 구입한 책을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이유는 다른 읽을 책들이 그 사이에 많이 있었는데 '양육쇼크'는 왠지 적당한 시간을 잡아 천천히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마 지도 교수님의 연구 내용이 들어있다는 것이 이 책을 특별하게 했고 이왕이면 그것을 진지하게 읽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내용은 그야말로 쇼킹하다.  나는 솔직히 아직도 이 모든 사실이 사실이 아닐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말이다.  내 스스로 직접 연구해보고 결과를 들여다 보지 않는 한 믿지 못할 사실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책의 내용은 칭찬의 역효과, 앓어버린 시간(수면 문제), 아이들은 왜 거짓말을 하는가, 영재 유치원 지능생활 탐구, 형제자매의 영향력, 청소년기 반항에 관한 과학, 자제심은 학습이 가능한가, 다른 아이들과 잘 놀기, 왜 한나는 말을 하는데 알리사는 못 하는 걸까, 왜 백인 부모들은 인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 걸까 이렇게 10chapter로 구성되어 있다. 

  칭찬.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다' 그리고 '칭찬 속에서 자란 아이는 ~를 배우고.....' 하는 류의 시구도 떠오른다.  그렇다면 칭찬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게 아닐까?  이 책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과학적 근거를 들고 연구내용을 들어 반박하고 있다.  나 역시 학부모의 상담 요청에 "우리 아이는 자신감이 없어요" 하면 망설이지 않고 "칭찬을 많이 해주세요" 라고 대답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은 과도한 칭찬, 잘못된 칭찬이 아이에게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다루고 있었다.  '아니, 칭찬이 아이에게 끼치는 악영향이 있어?  지나치면 그 아이가 약간 교만해진다는 것 외에 악영향이 있다는거야?' 그랬다.  아이들이 칭찬중독에 걸리기도 하고 칭찬을 많이 받아온 아이들이 문제해결에 있어 더욱 주춤하고 피하려 한다는 연구결과를 증거처럼 내세웠다.  그리고 칭찬은 타고난 특성이나 기질을 향해서는 안되고 아이의 행위와 노력을 위해서 행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받아왔다고 하자  그러면 부모의 아이의 기를 살려줄 양, "우리 아들 정말 똑똑하구나. 역시 내 아들이야." 하고 오버하기 일쑤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그 보다는 "열심히 공부를 하는 것 같았는데 노력한 보람이 있구나" 하는 식으로 칭찬하기를 권하고 있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지나침은 아니함만 못하다' 이는 칭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고 또 칭찬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문제였다. 

  그리고 수면 문제.  세상에.  참 재미난 연구들을 많이 한 책이다.  만약 나에게 자녀가 생기고 그 아이가 중대한 시험을 앞두고 있다고 가정하자.  나는 그 아이의 방에 늦도록 불이 환히 켜져 있기를 바랄 것이다.  물론 좋은 결과를 얻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시험이 내일인데 초저녁 저녁을 먹는가 싶더니 슬그머니 누울 채비를 한다면 "넌 내일이 시험인데 책을 보지 않아도 되겠니? 지금 벌써 자려는거야?" 하며 못마땅해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수면이 얼마나 중요한지 여러 실험을 통해 증명해 보이고 있다.  A학점을 받은 학생은 B학점을 받은 학생보다 평균 15분을 더 자고 B학점을 받은 학생은 C학점을 받은 학생보다 15분을 더 자고 있다는 연구 결과이다.  또 학생들의 아침 등교시간을 한 시간 늦추자 성적이 향상되는 그야말로 기이한 연구들을 소개하고 있었다.  왜냐면 잠을 자는 동안 그 날의 학습 내용을 더욱 안전한 창고로 옮기는 작업이 진행된다고 한다.  역시 뇌과학을 모르고는 아무도 알 수 없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연구가 진행된 곳은 대다수 학생들의 아침 등교시간을 늦추었다고 한다.  또 비만과도 관련이 있단다.  잠을 잘 자는 사람은 잠을 덜 자는 사람들보다 날씬할 확률이 높았다.  이런 수면과의 관계들은 놀라웠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이상, 나는 적어도 미래의 내 아이가 잠을 조금 더 잔다고 해서 '잠만 자는군' 하며 혀를 차지는 않을 것 같다. 

  또 아이들의 거짓말 문제.  아이들의 거짓말.  어떻게 여기는가?  대다수 어른들이 '애들이 그럴 수도 있지 뭐. 좀 크면 나아지지' 라고 여긴다.  나 역시 아주 큰(?) 거짓말이 아니고야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이런 아이들의 거짓말이 결코 시간이 지나며 더 나아지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다시 말해, 아이들의 사소한 거짓말에라도 부모나 교사는 적절하게 반응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이가 거짓말을 했다고 여겨질 때 "어째서 그런 거짓말을 한거지?" 하고 바로 묻기 보다는 "사실 그대로를 이야기 할거라도 약속할 수 있니?" 라고 한 후 아이에게 거짓말 문제를 이야기 하였을 때 훨씬 많은 아이들이 사실을 이야기 했다.  이것은 바로 문제에 직면함으로 인해 아이들이 거짓말로 스스로를 더 방어하도록 하느냐 아니면 사실을 말하기로 하며 한 숨 돌리느냐에 있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영재를 판별하는 일.  이 chapter의 주된 내용은 바로 교수님의 연구 내용을 토대로 하고 있다.  대다수 국가가 영재를 하루 빨리 선별해 이들에게 적절한 교육으로 그 영재성을 개발하고자 한다.  그런 중에 영재를 식별하는 과정에서 치러지는 테스트들이 신뢰도가 굉장히 낮다는 내용이다.  이 내용에 관해서는 수업 중에도 굉장히 많이 언급해준 사실이었다.  지능검사라든가 영재검사 등 이런 목적을 갖고 만들어진 도구들이 대다수 신뢰도가 낮으나 이상하리만치 맹신하고 있는 것에 대해 여러 차례 말씀 하셨다.  이 책 역시 교수님의 그런 연구 결과가 타당하다고 증명하고 있었으면 비슷한 연구들에서 도출된 결과 역시 다르지 않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기존에 만들어진 도구들의 불완전성이 문제일까, 유아들이 발달하며 시시때때로 다른 모습을 보이기 때문일까?  둘 다에 약간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생각되지만 흥미로운 연구를 계속하는데 포커스를 맞춰보자면 보다 더 신뢰도 있는 완전성이 높은 테스트 도구를 구상해 보는 일도 재미있을 것 같다. 

  이 밖에도 형제자매의 영향력, 청소년기 반항, 자제심, 사교성, 언어습득능력, 인종문제에 따른 편견들을 뒤엎는 연구 보고들이 이어지고 있다.  모두 흥미로운 연구 내용이었고 또 그 가운데 좀 더 재미난 연구를 할 수 있는 부분들이 보여지기도 했다.  이 책을 읽으며 놀라면 놀랄수록 우리는 그동안 큰 편견에 사로잡혀 아이들을 대해 왔다는 사실이 여실히 증명되는 셈이다.  과학의 힘을 앞서는 인간들의 맹신이 자칫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여러 주제와 연구 결과를 들어 소개하고 있는 책이었다. 

  자녀교육서를 읽다보면 늘 드는 생각 '다 같은 얘기야.  누가 몰라서 못 해? 안되니 못하는거지' 하는 탄식이 터져나온 일이 많다.  그러나 이 책은 '이렇게 하세요, 저렇게 하세요' 하는 지침서가 아니다.  보고서이다.  그렇기에 당장에 내 아이를 위해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보다는 이러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시스템을 개편한다던지 삶의 방식을 바꿔본다던지 하는 비교적 큰 변화를 꾀할 수 있는 소스를 얻을 수 있는 책이다.  우리가 그 동안 가져온 아이들에 대한 편견, 이것이 어떤 것이며 어떤 편견에 지배당하고 있는지를 알고자 한다면 이 책이 가장 적합할 것 같다.  아니, 이런 내용의 연구 보고는 거의 유일무이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유아교육자로서도 굉장히 유익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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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몽
황석영 지음 / 창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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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이 책은 읽기가 굉장히 힘들었다는 고백을 해야 할 것 같다.  정권, 세력, 빨갱이, 군사정변....  이런 류의 소재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할 것 같다.  그렇다면 나는 왜 이 책을 집어 들었는가?  황석영이라는 작가의 신간이라는 것이 나를 솔깃하게 했고 어떤 내용인지 확인하는 작업이 없이 선택한 책이다.  이렇게 책을 선택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여하튼 나는 그렇게 이 책을 선택했고 관심사가 전혀 다른 이야기였지만 어렵게 또 흥미롭게 읽었다.  

  고등학교 1학년 즈음으로 기억한다.  그 때 서울의 삼풍 백화점이라는 곳이 무너졌다.  수많은 사상자를 낳았고 매몰된 한 여성이 오랜 기간 버티다가 구출되던 그녀의 모습이 뽀얀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지금의 이삼십대라면 모두가 그 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이 책에서 역시 '대성백화점' 이라는 곳이 삼풍백화점처럼 무너지고 박선녀라는 여자가 그 곳에 갇히게된다.  작가는 '대성'백화점이라고 하지만 이것이 '삼풍백화점'이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할 독자는 없을 것이다.

  뿐 만 아니라 광복 이후의 강남이 형성된 배경들이 담겨있다.  삼풍 백화점 붕괴, 일제시대부터 권력의 힘으로 부를 형성한 정권 세력들의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어디까지가 실화이고 어디까지가 픽션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왠지 작가가 말한대로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읽게 되었다.  이것이 소설의 힘이 아닐까?     

  책은 5장이고 주요 등장인물 역시 5명이다.  강남 룸싸롱 출신의 거물급 여사 박선녀, 친일과 미군정보부와 여타 정권의 힘으로 세력을 확장한 김진, 강남이 형성되면서부터 부동산에 열을 올렸던 심남수, 클럽과 범죄조직의 권위자 홍양태, 어려운 가정 형편의 임정아.  이렇게 다섯 사람이 등장한다.  이 이야기들은 어딘가 같은 연결고리를 갖고 있지만 독립된 이야기로도 존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쉬운 점은 작가가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한 꺼번에 늘어놓지 않았나 싶다.  숨가쁘고 바쁘게 이 다섯 인물들을 쫓가야 했다.  그러나 어쩌면 이 모든 것을 한 권에 집약했다는 사실이 조금 놀랍기도 하고 시대상이라는게 인물에 대한 묘사와 이러한 이야기 위에 '강남 형성사' 라는 큰 주제가 우뚝 세워진 것은 훌륭했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가 소설 속 부유층의 인물들을 조명했듯(김진, 이희철 등) 우리나라의 부자는 사실 존경받지 못한다. 평범한 소시민인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들에게 뭔가 꼼수가 있었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소설 속 인물들 역시 그러했다.  정권에 빌어 힘을 얻고 권력을 얻고 돈을 얻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적나라하게 그려져 있다.  책에서는 '그들은 한달 생활비와 접대비에 당시 돈으로 삼억 오천만원, 하루 평균 천 이백만원을 썼다. 사십평대 아파트 한 채가 오륙천만원 하던 시절이었다. (p. 184) 라고 말하고 있다.  정말 어마어마하다.   

  또 오늘날까지 문제로 남아있는 친일파 문제.  어쩌면 이승만 정권때 친일파 척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기에 그것이 가지지 못했지만 올곧다 할 자들로부터 버리지 못할 미련과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친일파 몰아내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 밖에도 제주 양민 학살 사건, 광주 진압사건 등을 다루고 있다.  이것만 봐도 이 소설이 얼마나 끔찍했던 우리 역사를 담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스스로 이렇게 말했다.  '서서히 몰락해가는 상류가족의 일상을 보여주면서 현실세계가 어째서 변해야 하는가를 드러내준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지금 여기서 벌어지고 있는 사람살이가 어쩌면 꿈과 같이 덧없는 가상의 현실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 소설의 제목을 강남몽이라고 정했다.' 라고. 

  그러나 이 책은 작가의 통찰력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당대의 사회적 분위기와 사건 사고들을 '강남' 이라는 이 시대 제일 잘 나간다는 땅덩어리 위해 떡 하나 세워놨기 때문이다.  그것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하나의 이야기가 되었다는 사실이 참 인상적이었다.  또 작가가 당시대 인물들을 신랄하게 꼬집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만하다.  꿈과 같이 비현실적인 현실.  이것이 바로 강남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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