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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사생활 아이의 사생활 시리즈 1
EBS 아이의 사생활 제작팀 지음 / 지식채널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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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의 사생활>  이 책은 트위터를 통해 우연히 알게 되어 자녀 문제로 자주 상담을 하던 한 아이 아빠가 보내주신 책이다.  내가 뭐라고 아이 아빠와 자녀에 대해 상담을 할 수 있겠느냐마는 십 여년 간 유치원 교사로 근무한 덕인지 나의 조언들이 아이 아빠에게는 꽤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다.  물론 제아무리 유능한 유아교사라 한들 아이 하나와 살 부대끼며 사는 아이의 엄마 이상이 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미혼이거나 혹은 자녀가 없기에 이 땅의 엄마들보다 아이에 대해 더 모른다고 할 수는 또 없다.  그간의 교사생활을 돌아보면 생각외로 자신의 아이에 대해 모르는 부모들이 많았다.  그래서 지금 하고 싶은 말은 자녀를 잘 알고 오랜 시간 적극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부모와 객관적으로 아이를 보고 도와줄 수 있는 교사가 함께한다면 아이 양육이 좀 더 쉽지 않을까 싶다. 

  위와 같은 말을 한 이유가 바로 이 책의 필요성이 되겠다.  자기 배로 낳은 자식이지만 때로는 참 모를 때가 많다.  그런데 전문가의 실험이나 연구를 통한 이러한 책이 때로는 자녀를 객관적으로 보게 하고 도움을 줄 수도 있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다.  그렇기에 부모는 내 아이만 보고 '얘는 이래서 이런가 봐' 하는 것보다 '아이들이 이렇기에 우리 아이가 이런 거였구나' 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렇기에 오로지 육아는 실전이자 체험이라고만 고집해서는 안 될 일이다. 

  각설하고, 요즘 EBS에서 출간하는 책들을 보면 내용이 참 좋다.  무엇보다 연구와 실험을 통한 실례들을 다루고 또 국내외 여러 전문가의 도움을 얻어 집필되고 있어 개개인의 사사로운 해석이나 견해가 가급적 배제되어 객관적이고 신뢰도 높은 정보를 담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에서 해보는 실험들 역시 특수한 장치나(간혹 그렇기도 하지만) 약품 등을 사용하는 실험들이 아니라 특수한 상황을 연출하여 준비하고 그에 대한 인간들의 반응을 관찰하고 이러한 반응은 왜 그런 것인지에 대해 비슷한 사전 연구를 찾아 소개하거나 다른 전문가의 고견을 싣고 있다.  이 책 역시 최근 보았던 여러 책들과 비슷한 맥락으로 쓰여 있었다. 

  이 중에서는 방송으로 본 내용이 있기도 했는데 그 내용을 거의 완벽하게 활자로 옮겨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또한 방송에서 다룰 수 없는 분량의 이야기들을 이 책은 담고 있기에 단지 방송을 글로 옮겨놓은 것이 전부인 책이 아니라는 점 역시 이 책의 장점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은 '나는 누구인가', '남과 여, 그들의 차이', '다중지능, 나만의 프로파일을 찾아서', '도덕성, 작지만 위대한 출발', '또 하나의 경쟁력, 자아존중감' 이렇게 5가지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아이의 생물학적이고 해부학적인 부분들과 표준 발달 과정에 대해 알아보고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차이점과 그에 맞는 다른 양육 관점을 소개하고 있다.  남과 여의 차이는 굉장히 흥미있게 읽었던 파트이기도 했다.  단지 아이들뿐 아니라 성인 남, 여 간에 보이는 차이에 대해서도 일부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흥미로웠던 것은 검지와 약지의 길이가 성호르몬과 관련이 있는데 검지는 에스트로겐에 민감하고 약지는 테스토스테론에 민감하단다.  그래서 여성은 검지가 약지보다 길고 남성은 검지보다 약지가 길단다.  검지와 약지의 손가락 길이비교로 뇌의 성별을 알 수 있는데 검지가 긴 경우 여성적인 뇌, 약지가 긴 경우 남성적인 뇌를 가지고 있단다.  그런데 나는 약지가 검지보다 더 길다.  여자가 남성적인 뇌를 가지고 있거나 남자가 여성적인 뇌를 가지고 있을 확률은 전체 인구의 17% 정도라고 한다.  다시말해, 나는 이 17%에 포함되는 남성적인 뇌를 가진 여자란다.  이게 단순한 속설이 아니라 연구 결과라니 신기하다.   

  그리고 하워드 가드너가 말한 다중지능이론에 대해 다루고 있다.  하워드 가드너는 7가지의 지능영역이 있으며 개개인에 따라 이 영역 중 발달 영역이 다르다고 한다.  그래서 자녀의 강점지능을 발견하여 그것을 살리면 성공할 확률이 크다는 것이었다.  6명의 각계 인사(성공했다고 사료되는)의 다중지능을 분석한 결과, 모두 자신의 분야와 자신의 강점지능이 동일했다.  결국 자신이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하는 자들이기에 성공의 궤도를 걷고 있다고 보아도 무관하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우리 같은 소시민이 어떤 검사없이 이 다중지능을 분석하고 식별해내기는 쉽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    

  그리고 끝으로 도덕적이고 자존감이 높은 아이가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했다.  참 다행스러운 이야기로 마무리되는 것 같아 내심 흐뭇했다.  오늘날은 남보다 도덕적이고 양심적인 사람들이 간혹 손해를 보는 것 같기도 한 상황들이 일상생활 곳곳에서 연출되고 있다.  그러나 결론은 도덕적인 아이가 성공할 확률이 높으며 이는 모방을 통하고 학습을 통해서 강화될 수 있기에 부모가 도덕적으로 아이를 길러야 하고 자녀가 부모의 도덕성을 의심할 만한 일은 결코 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권선징악이 동화 속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자존감이 높은 아이가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했는데 이는 당연히 그럴 듯 싶다.  자신의 가치를 알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진 아이가 당연히 더 열등감을 가진 아이보다 모든 일에 앞서리라는 것은 당연한 것 같다.  그러니 우리는 자존감을 가진 아이로 길러야 할 것이다. 

  위 모든 내용은 비단 아이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렇기에 꼭 아이를 위해서가 아닌 인간 자체에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도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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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이렇게 크고 있어요! - 감동 280일의 태아일기
크리스틴 해리스 지음, 조용균 옮김 / 열린생각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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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의 임신기간 280일.  그야말로 하루하루 변화가 일어나는 기간이다.  다시 말해 잠잠할 날이 하루도 없다고 보면 된다.  입덧, 소화불량, 감정 기복이 극심해지기도 하고, 태동, 진통 등.  여자의 배뿐 아니라 신체 곳곳의 변화들이 관찰되는 시기다.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들도 많이 일어난다.  그 중 가장 큰 변화이자 모든 산모들이 체험하는 변화는 무엇일까?  바로 태아의 성장이다.  혹자는 입덧이 없을 수도 있고 임신선이 생기지 않을 수도 있고 식욕에도 변화가 없을는지 모른다.  그러나 아기를 가진 그 순간부터 출산까지 뱃속 아기의 급격한 성장은 어느 산모에게든 예외가 없다. 

  이 책은 그 임신 280여 일 동안의 태아의 변화와 산모에게 일어날 수 있는 증상을 매일매일 기록해둔 책이다.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기에 이 책에서의 내용과 우리 아이의 성장은 약간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불투명한 피부로 감싸여진 자궁 내에서의 아기 성장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신기한 일이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산모들이 정기검진 때 초음파를 통해 태아의 움직임과 모습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하고 기다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  뱃 속 280일 동안 하나의 세포에서 완벽한 인간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귀한 일이다.   

  이 책을 읽으려면 임신을 확인한 직후부터 읽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임신을 확인한 초기부터 매일매일 하루하루 읽으며 임신 기간 내내 옆에 두면 좋을 책인 것 같다.  내 경우는 이 책을 인제야 읽게 된 터라 초기부터 200여 일은 한꺼번에 읽게 되었다.  '아, 이래서 그랬구나' '이렇게 컸구나'  그리고 앞으로는 뱃속 아기가 또 어떻게 자랄지, 얼마나 더 완전해질지를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다. 

  매번 병원을 다녀오며 느끼는 사실이지만, 참 의학의 발전과 기술이 놀랍다.  예전 할머니 때에는 밭을 갈다가 아기를 낳고, 달거리가 끊기면 임신인 줄 알았고 임신 기간 중 선호하는 음식에 따라 태아의 성별을 짐작하기도 했단다.  내 뱃속 아이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몰랐음은 물론 어떤 문제가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에 반해, 요즘은 너무나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  태아의 성별은 물론 손가락, 발가락 개수도 알 수 있고 신체의 각 기관이 잘 성장하고 있는지도 알 수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내 머리 둘레도 모르고 사는 마당에 태아의 머리 직경이 얼마나 되는지 심지어 허벅다리의 뼈 길이는 어느 정도 되는지도 알 수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뱃속 태아에 대해 알 수 있다는 것은 산모에게 큰 위안이 된다.  또한 이로 인해 280일 내내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임신 기간 아기의 성장과 산모의 변화를 잘 알려주는 책 한 권은 임신이라는 여정 동안을 밝히 비춰줄 등불이 되는 것 같다.  이 책의 장점은 무엇보다 매일매일 하루 하루의 변화에 따른 코멘트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다시말해, 누군가가 써둔 임신 다이어리같은 것이다.  그리고 아기의 성장에 관한 코멘트, 산모의 변화에 관한 코멘트 또 영양정보나 임신에 관한 여러 가지 정보들을 담고 있다.  그래서 '아, 우리 아기가 지금은 이렇게 자라고 있구나' 하며 이해하기에 좋은 책이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은 <엄마, 나 이렇게 크고 있어요!>라는 표제와 초음파 사진을 담은 표지를 보았을 때는 이 책은 엄마와 아기의 교감과 감성적인 부분에 포커스가 맞춰진 책이 아닐까 싶었다.  감동 280일의 태아일기라는 부제만 보더라도 그렇다.  그러나 내용이 그렇지는 않다.  임신에 대한 객관적인 사실과 정보를 다룬 책이라 뱃속 아기를 더 사랑스러운 존재로 바라볼 수 있도록 시선을 끌어주는 책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  이런 표제와 표지, 그리고 디자인 등으로 독자는 책이 말하고자 하는 늬앙스와 이미지, 느낌을 갖게 되는데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디자인과 편집의도와는 조금 다른 내용을 수록한 책이 아닌가 싶다. 

  아무튼 임신기간 280일을 잘 알고 잘 준비하고자 한다면 이런 책 한 권쯤은 참 유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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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할매 서란희의 자연 그대로 아기 낳는 법
서란희 지음 / 갤리온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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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다니는 병원 임산부 교실 추천도서라 읽어보게 되었다.  임신, 출산, 육아 대백과처럼 꽤 두꺼운 책이라 '출산전까지 다 읽을 수 있을까?' 했는데 뜻밖에 쉽게 읽은 것 같다.  내용도 이해하기 쉽게 되어 있어 큰 어려움이 없었다. 

  저자 서란희씨는 조산원장이다.  솔직히 그동안은 임신, 출산 전 과정은 당연히 산부인과에서 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조산원이라는 곳은 전혀 생각지도 않았다.  뭐랄까?  왠지 모르게 '위험할 수도 있는 곳이고 이상한 곳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저자가 원장으로 있는 이곳 조산원도 그랬고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조산원도 그렇고 그리 '이상한(?) 곳' 같지는 않았다.  오히려 출산 모습만 보자면 훨씬 더 자연스럽고 편안하다는 생각마저 들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조산원에서의 출산을 고려하게 된 것도 아니고 둘째를 조산원에서 출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 역시 아니다.  단지, 조산원에 대한 편견을 약간 해소할 수 있었을 뿐이다. 

  <자연 그대로 아기 낳는 법>을 읽기 전에는 '자연분만에 관한 책인가 보다' 했다.  그런데 그것은 아니었고 임신의 전 과정과 출산, 산후조리까지 안내된 책이었다.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임신, 출산, 육아 대백과처럼 전과두께의 책이다.  단지 다른 점은 서란희 원장이 단독으로 집필했고 대부분의 내용이 당신과 당신의 조산원에서의 경험을 담고 있었다.  그래서 다른 사전 같은 정보서적과는 달리 에세이와 같은 느낌도 들었고 편안하게 이야기 나누는 듯 읽어갈 수 있는 책이었다. 

  궁금한 것이 있다면 이 책에서는 산모들이 '임신 중 왼쪽으로 누워 잠자는 것이 좋다'은 설이 '외국의 것을 우리 것으로 번역하며 오른쪽-왼쪽을 혼동하게 되어 국내에 잘못 알려진 정보이며 아직도 오역된 채 사용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 역시 기존의 서적 및 임산부 교실에서도 왼쪽으로 누워 자는 것이 태반에 산소와 혈류 공급을 원활하게 한다고 들었다.  단지 이 책에서만 '그것은 잘못된 것이며 도리어 오른쪽으로 누워 자는 것이 좋다' 라고 소개하고 있어 혼란스러웠다.  어느 쪽으로 누워 자는 게 좋고 아니고를 떠나서 정확한 정보 전달이 중요하고 오역된 것이 사실이라면 저자뿐 아니라 다른 전문의 및 관계자들도 그 사실을 알 텐데 그것이 여태껏 수정되지 않았다는 것은 믿기 힘들었다.  무엇이 사실인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그 밖의 이 책은 정말 제목처럼 인위적이지 않고 임신 중 자연의 상태의 모든 것을 굉장히 강조하고 있었다.  그 예로 임신을 하고 대부분의 산모가 복용하는 엽산제를 저자는 복용하도록 권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오로지 자연 이외의 것을 힘이 필요한 것은 철분제라고 했다.  엽산 복용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게 사실이나 자연적인 것을 강조한다고 해서 모든 의약제들의 사용을 의도적으로 거부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뿐만 아니라 임신에 관한 여러 속설들에 대해 극과 극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 부분 역시 많았다.  그 예로, 산모의 극장출입에 대해 다른 책들에서는 '태아는 빛과 소리에 민감하므로 좋지 않다' 고 한 반면 이 책에서는 '그런 것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며 산모가 좋으면 태아도 좋은 것이다'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상반되는 의견들이 꼭 임신에 대해서만 그런 것은 아니다.  우리 주변의 다양한 분야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한담거리가 아니라 책에 수록하고자 하는 내용이라면 좀 더 설득력 있게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들을 제시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이 부분은 굳이 이 책에 대한 아쉬움이라기보다는 여러 책을 읽다가 서로 상반되는 주장이나 학설을 접하게 될 때를 말하는 것이며 그 모든 책들이 이런 점들을 좀 더 신경 썼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다.  독자 역시 정보서의 내용을 맹신하기보다는 때로는 사실이 아닌 정보들도 있으며 또 개인 견해에 따라 서로 입장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 같다. 

  이처럼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들과 서로 다른 내용들에 '그럼 과연 뭐가 옳다는거지?' 하고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기는 했지만 여러모로 유익한 책이었다.  이 책을 읽는다면 나처럼 출산에 즈음하여 읽기보다는 임신사실을 확인함과 동시에 읽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건강한 임신기간을 위한 길라잡이가 되어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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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함께하는 태교 데이트
김창규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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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임신 직후 읽었어야 했다.  내가 먼저 읽고 남편에게 권했어야 했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아직 출산까지 두 달이 남았다.   김창규 박사의 책은 <뇌 태교동화>를 우리 열쇠에게 꾸준히 들려주며 접했는데 그 책 주 수별 동화의 하단에 보면 태아의 성장과 발달에 관한 짤막한 글과 남편이 아내를 위해 해주면 좋을 글들이 짤막하게 실려있다.  남편이 뱃속 아기에게 동화를 읽어줄 때면 일부러 "이번 주는 아내에게 화분을 선물해 보라고 되어 있네?" 등등의 말을 하며 남편이 눈여겨 봐주기를 내심 바랐다.  근데 이 책은 온통 그런 내용들이다.  이 책을 남편에게 전했으면 부담을 느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남편이 큰돈을 들이거나 큰 노력을 해야 할 만큼 버거운 것들은 없었다.  일상에서 소소하게 임신한 아내를 위해 도와줄 수 있는 것들이었다. 

   참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그래.  나도 임신 기간 중 남편의 행동 중 가장 섭섭했던 것은 종종 술을 마시고 들어오는 것이었다.  많은 임산부들이 1위로 대답했다는 이 답이 내게도 가장 그랬다.  그래봐야 한 달에 한 두번이었지만.  더군다나 입덧 기간에는 정말 힘들었다.  특히 강한 소주냄새는 정말 참기 힘들었다.  더구나 술을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취기에 잠든 남편을 바로 보고 잘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머피의 법칙인지 이상하게도 입덧으로 심하게 토한 날에는 퇴근 시간 즈음에 "나 오늘 회식이야" 라는 남편의 엄포를 듣는 일이 종종 있었다.  무슨 연유에서인지.  두어번 "나 남편 간혹 마시는 술도 못 마시게 하는 그런 팍팍한 와이프는 아닌데 임신을 해서 그런지 소주 냄새는 정말 죽겠어" 라고 몇 차례 말했더니 그다음부터는 조심하는 것 같았다.  남편이 나를 위해 술을 줄이는 노력을 하는 동안 나의 입덧도 거의 끝이 났다. 

  한 번은 남편이 그랬다.  "와~  우리 와이프 허벅지가 양준혁만하네~ 우와!!  대단해요!!"  흐음.  원래 내 하체가 그다지 축복받지 못한지라 통통했지만 임신을 하니 이건 뭐, 하체에만 살이 찌는 것 같았다.  (나의 상체를 보고 소곤댈 사람들이 떠올라 첨언하자면, "상체도 쪘지만 하체가 훨씬 더 많이 찌더라구")  "나 임신하니까 완전 아줌마 된 것 같아.  어쩜 이러냐?  이거 다 빠지겠지?" 하며 거울에 몸을 비춰보고 있는데 "넌 살이 쪄도 정말 이뻐.  완전 내 스타일이야.  넌 뭘해도 이뻐" 라고 얘기를 해주는데....  참 말로 천 냥 빚을 갚는다고.  그 말이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요즘도 종종 "넌 어쩜 이렇게 알뜰하니?  나 마누라를 정말 잘 만난 것 같아" "우리 와이프가 최고야" 하며 입바른 말을 해도 그게 또 좋아서 배시시 웃고 마는 나는 단순한 아내고 그야말로 감정의 동요가 쉽게 일어나는 임산부다.  이렇게 아내를 위해 따뜻한 말 한마디, 포근한 포옹이 참 힘이 되는 것 같다.   

  이 책에서도 이런 내용들을 다루고 있다.  그래서 2세를 계획하는 부부가 함께 읽었으면 참 좋겠다.  그리고 임신을 하면 모든 것이 걱정스럽고 염려스러워지기 마련이다.  그러다보니 이러 저러한 속설이 많은데 그런 속설들에 대해서도 잘 설명해주고 있어서 부부 태교뿐 아니라 임신에 관한 상식을 위해서 읽기에도 좋은 책 같다.   

  건강한 부부에게서 건강한 아기가 탄생한다.  이 건강이라는 것은 정신적인 건강도 포함될진대, 임신한 아내를 사랑해주고 배려해주고 도와준다면 열 달 임신 기간은 그야말로 여왕과 같은 시기가 될 것이며 아내는 자신과 태아를 사랑해주는 남편에게 더 강한 결속력을 느끼게 될 것이다.  출산까지 2개월이 남기는 했지만 지금에서 이 책을 읽어도 참 좋았다.  아직 60여 일이 더 남았기 때문에 우리 부부가 뱃속 우리 아가를 사랑해줄 수 있는 시간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남은 날까지 더 많이 우리 아가를 사랑해주고 내 남편을 사랑해주어야겠다.  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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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고로야, 고마워
오타니 준코 지음, 오타니 에이지 사진, 구혜영 옮김 / 오늘의책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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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과 마음을 나눠본 누군가라면 그들을 단순히 '동물' 로만 보지는 않을 것이다.  때로는 가족이기도 하고, 또 친구나 동생이기도 하다.  여기에 다이고로라는 장애를 가진 새끼 원숭이도 마찬가지다.  다이고로는 사지장애를 갖고 태어나 숲 속에서 가사상태로 저자에게 발견된 새끼 원숭이다.  이 책은 이 원숭이와 가족 간의 사랑을 담은 책인데 글과 사진이 함께 어우러져 있어 귀엽고 앙증맞은 다이고로에게 더욱 사랑을 느끼게 되었다. 

  대개 부모는 아이들에게 완전한 것을 주고자 한다.  예쁜 것, 바른 것, 건강한 것, 신선한 것....  그런데 앞서 말한 것처럼 다이고로는 사지가 없다.  솔직히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이런 장애를 가진 동물을 품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아이가 있는 집에 이런 동물을 들이기란 쉽지 않은 결정일 것이다.  그런데 오타니네 부부는 이런 중증 장애를 가진 원숭이를 가족으로 맞았고 아이들 역시 다이고로를 가족으로 받아들였다. 

  최근 뉴스에서 늑대소년에 관한 소식을 본 일이 있다.  '인간이 고립되어 야생에서 자라게 되면 요즘도 저럴 수가 있나?' 싶었다.  우리는 학창시절 늑대소년에 대한 이야기를 익히 들은 일이 있다.  인간이 인간의 양육도 보호 속에서 인간답게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볼 수 있는 단적인 예였다.  그런데 여기 반대의 사례가 있다고 해도 될까?  다이고로는 아주 어렸을 때 숲 속에서 가사상태로 발견되었고 오타니 가족과 함께 지내며 다른 생명과 교류를 하게 된 셈인데, 이 원숭이는 신기하리만치 인간을 닮았으니 말이다.  토라지기도 하고, 위로하기도 하고, 오타니 부부의 자녀들과 다투기도 하고.  참 신기했다.  또 이토록 자유로운 감정을 표출 할 수 있었던 것도 진정 가족으로 받아들여 준 오타니 가족들의 사랑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동물을 기르는 것은 아이들 정서에 정말 좋다.  이것은 동물을 길러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수긍할 것이다.  (물론 건강상의 문제에 있어서는 여전히 찬반이 거센 것이 사실이다.)  컴퓨터 게임이 아닌 따뜻한 온기를 가진 생명을 돌보며 보호하고 그들과 웃음을 나누고 사랑을 나누는 경험은 오늘날 우리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하지 않나 싶다.  몇해전 나는 아주 충격적인 장면을 보았다.  아파트 단지에 아이들이 둥글게 원을 만들어 모여있었다.  나는 무슨 일인가 싶어 기웃거리고 그 아이들이 만든 원의 한가운데를 보고 정말 경악했다.  그들이 만든 원 안에는 병아리가 있었다.  죽어가는 병아리.  단지 죽어가는 동물을 봤기에 참담했던 것이 아니었다.  사연인즉, 아이 중 몇은 아파트 고층으로 올라가 베란다에서 이 병아리를 던졌고 죽음을 맞으며 온몸을 뻗는 병아리를 보기 위해 황급히 엘리베이터를 다시 타고 내려와 이 무리에 합류했으며 나머지 아이들은 아래에서 기다리며 추락의 장면을 감상했다는 것이었다.  '엘리베이터가 빨리 안 올라와서 짜증났어'  '땅에 떨어지기 전에 몇 번 날개짓했어.  봤어?' 라는 말과 함께.  이들에게 생명은 없었다.  병아리는 노란색이 아니었다.  현란한 색으로 물들여져 있었고 이 병아리는 학교 앞에서 싸게 살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정말 이게 순수하고 때 묻지 않았다는 아이들의 모습일까?  생명은 소중한 것이고 이런 행동은 나쁘다는 일장 연설도 그들에겐 먹히지 않았다.  한 아이가 비로소 완전히 죽은 병아리의 다리 한쪽을 붙잡는가 싶더니 원반던지기라도 하듯 화단으로 던져 버리자 일제히 만족스러운 웃음과 환호로 아이들이 흩어졌다.   

  조금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당시 유치원 교사로 근무하던 나는 그런 아이들의 모습에 너무 놀랐고 인간의 잔혹함에 치가 떨렸다.  당시에도 그랬지만 나의 교육 철학은 '생명을 존중하며 자연 사랑하는 아이로 양육하는 것'이다.  이것은 단 한 순간도 변한 적이 없다.  생명을 존중한다면 누군가에게 해코지 할 수 없다.  아무리 작은 생명이라 할지라도 해를 입히는 것이 아닌 이상 의도적으로 죽일 수 없다.  생명과 자연은 어찌 보면 같은 맥락일지도 모른다.  자연을 사랑하는 아이라면 파괴할 수 없으며 훼손할 수 없는 것이다.  보존하고 가꾸어갈 것이다.  이 이야기는 그만 하도록 하자.  아무튼 이런 아이들에게 생명의 귀함과 신비로움을 체험하고 목격할 수 있는 순간이나 경험이 있었다면 그렇게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 많은 무리의 누군가는 그것을 말렸을 것이고 그에 실패했다 하더라도 그의 표정은 어두웠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모두 하나가 되어 생명을 죽였다.  숨을 거두기 전 마지막 호흡과 떨림을 보고 즐거워했다.  그 아이들은 병아리가 아니라 급기야 친구에게 해를 입일지도 모른다.  너무 지나친 비약일까? 

  오타니네 부부의 아이들이 다이고로를 돌보고 사랑하며 짓던 미소와 병아리를 죽이던 아이들의 미소가 서로 오버랩됐다.  너무나도 달랐다.  물론 생명 사랑을 반드시 동물 사육을 통해 길러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동물을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  나는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동물을 좋아하세요" 라고 강요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더구나 사지장애를 가진 다이고로를 거둔 이 가족들은 선하고 무심히 지나쳤을 누군가는 악하다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  단지,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  자신의 신변에 위협을 느끼지 않는 상황임에 불구하고 의도적으로 해악을 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책으로 돌아가 보자면,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며 내내 감동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아내인 에이지씨는 다이고로에게 자신의 젖을 물리기까지 했다.  개인적으로 이것은 참 의문이 들었다.  동물을 가족처럼 대하고 사랑하는 것은 지당하지만 인간의 관점으로, 또한 인간의 양육방식을 그대로 동물에게 적용하는 것은, 글쎄다.  이것도 동물 사랑의 일환이며 서로 다른 관점의 차이라면 그냥 그렇다고 하자.  그래, 솔직히 말해 나는 동물에게 내 젖을 물릴 생각은 결코 없다.  단지 그것이 좀 비위가 상했다고 할까?  아무튼 나로서는 그랬다.  그리고 아이들은 다이고로를 사랑했지만 간혹 에이지의 관심이 다이고로에게 빼앗겼다는 기분이 든 것인지 서운해하는 고백들이 있었고 다이고로의 죽음 앞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혼절하는 엄마 에이지의 모습에 공감하지 못하는 모습들도 보였다.  개인적으로는 반려동물과 동거하며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 하나가 동물이 인간을 우습게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인간이 동물을 떠받들어서는 안된다.  둘은 생명을 가진 별개의 개체고 서로 공존하며 함께하는 것이지 동물이 인간의 응석받이가 되고 사람을 지배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에이지가 다이고로를 대하는 태도는 조금 더 절제되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년간의 시간 동안 다이고로는 가족들에게 많은 것을 남겼다.  사랑, 생명에 대한 신비, 가족애, 즐거움, 기쁨 그리고 그리움.  아마 이 가족들에게 다이고로와 함께 했던 경험은 두고 두고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며 이로 인해 아이들은 어떠한 동물도 사랑하며 어떤 장애를 가진 대상도 편견없이 바라볼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그 가족들과 다이고로의 사랑을 지켜보는 나도 참 흐뭇한 기분으로 읽었던 것 같다.  약하고 불완전한 몸으로 인간들에게 사랑과 생명의 감동을 준 다이고로.  다이고로야,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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