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세부.보라카이로 소풍가자!
스모코 지음 / 파랑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이제 일주일도 안 남았다.  세부로 떠나는 날이.  3박 4일의 짧은 일정인데다가 완전 휴양지로 떠나는 여행이라 신혼여행처럼 그냥 맘 편히 다녀오면 될 것 같았지만 예의상(?) 몇 권의 책은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 읽게 된 이 책.  사실 이 책, 굉장한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도리어 세부로 다녀온 사람들의 정성스러운 블로그 포스트가 더욱 구체적으로 소개되어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여행서적은 뭐랄까?  떠나는 곳에 대한 설렘을 고조시키는 것 같다.  이미 내 눈앞에는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다.  맛난 망고도.  

  매일 가계부를 쓰면서 한 푼 한 푼 가급적 아낄 것은 아껴보려고 최대한 노력하는 남편과 나지만 우리 두 사람이 과감하게 돈을 투자하는데 망설임없는 합의를 보는 것이 바로 여행이다!  그렇다고 여행에 많은 돈을 쓰는 것은 물론 아니다.  목돈이 드는 해외여행은 1년에 한두 번 정도인데다 비교적 알뜰한 여행을 다닌다고 자부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 둘의 여행스타일은 딱 맞다.  가만 생각해보면 이 역시 참 복 받은 일이다.  무엇보다 여행은, 정말 마음이 맞아야 한다.  이건 정말이다.  행복하게 여행을 잘 다녀올 수 있는 사람은 평생 함께 지내도 될 사람이라고 나는 믿는다. 

  "또 걸어야 돼?" 라는 말이 필요 없고 침대만 덜렁 놓인 방이라도 "숙소가 왜 이래?" 하지 않으며 어떤 음식 앞에서도 "맛이 정말 희한하다" 하면서도 끝내 다 먹고 마는, 생존형 여행스타일이 나는 딱이다.  되도록이면 많이 걷고 숙소는 겨우 잠을 청할 정도면 되고 음식은 허기를 채워주고 탈 안 나면 그걸로 만족이다.  호화로운 여행과는 거리가 멀다.  남편과 내가 함께한 해외여행은 그리 많지 않다.  첫 여행이었던 신혼여행, 두 번째였던 오스트리아 빈&짤츠부르크, 체코 프라하 여행, 세 번째였던 중국 상해 여행, 그리고 이번이 네 번째다.  신혼여행은 여행의 성격상 잘 먹고 잘 자고 비교적 호화롭게 보냈다.  여행다운 여행은 유럽여행이었는데 그때 남편은 내게 말했다.  "이번 여행,  니가 너무 힘들어하고 지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정말 잘 걷고 투정을 부리지 않는구나" 라는 칭찬을 받은 튼튼한 내 다리와 다 잘 먹는 내 입은 남편의 삶의 동반자이자 여행에서도 좋은 동반자가 될 수 있는 다분한 기질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우리 여행이 경제적인 이유는 면세점을 동네 슈퍼 지나치는 하는 것도 큰 비중을 차지할 것 같다.  명품 가방과 수입 화장품 같은 것에는 둘 다 도통 관심이 없다.  도리어 현지 노점에서 쓸데없어 보이는 조악한 기념품들을 꽤 많이 사는 편이다.  그래서 태국에서 산 코끼리 열쇠고리는 아직도 한 가득 남아 있고 상해에서 산 엑스포 열쇠고리도 그대로 있다.  어쩌면 기념품을 사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념품을 고를 때의 그 기분을 즐기는 게 아닌가 싶다.  기념품 중에서도 수공예 토산품들은 꽤나 값이 나간다.  그러나 통이 넓지 못한 우리는 그야말로 자질구레한 기념품들만 들추어보다 몇 가지를 사는 편이다.  그렇다보니 선물 값도 무리하게 지출하는 편은 아니다.  그렇지만 쓸데없는 기념품을 끌어 담는 일은 이제 그만 해야 하겠어. 흐흐. 

  그런데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이렇게 장황하고 난잡하게 우리 부부의 여행스타일을 쓰고 있는 것인가?  (본론에서 벗어나서 한참을 지껄였다.  그렇다고 모두 delete를 하기에는 시간이 아까우니 어서 정신을 차리고 이번 세부 여행으로 가보자!!) 

  이번 여행은 정말 뜻깊은 여행이 될 것 같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우리 가족 구성원을 증식(?)한 채 떠나는 여행이기 때문이다.  남편과 나뿐이던 가정에 보석 같은 아기가 찾아왔다.  물론 아직 뱃속에 있지만.  그런데 어린왕자에서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보고 (보아뱀의 뱃속 코끼리의 존재를 확실히 아는 누군가라면) "이건 단순히 뱀이야" 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여행은 단순히 남편과 나만이 떠나는 여행이 아닌게다.  구태여 말하자면 "이건 한 가정을 이룬 남자와 그의 아기를 가진 여자가 함께 떠나는 여행이야" 라고 할 수 있겠지.  그래, 이번 여행은 뱃속 우리 아기와 함께 떠나는 여행이기에 더욱 특별하다.  그 곳에서 찍게 될 나의 배부른 사진들 역시 훗날 우리 아가에게 보여줄 수 있는 재미난 이야깃거리가 될 것 같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우리 어머님과 함께 떠나는 여행이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지인들은 그랬다.  "야~ 태교여행에 시어머니 모시고 가니까 좋냐?  나는 그런 여행이라면 안가고 만다"  절대 아니다.  도리어 내가 남편에게 어머님을 모시고 가자고 말했다.  어머님께서는 여태껏 해외여행을 한 번도 못해보셨다.  작년 도련님 내외가 신혼여행을 다녀왔을 때 "어머님, 내년엔 저희가 해외여행 시켜드릴게요" 라며 제법 맏며느리다운 말을 했었다.  그리고 우리는 꽤 멀리 산다.  멀어봤자 대한민국 안이라지만 명절이나 생신 정도에만 만나게 될 거리이기에 결코 가깝지는 않다.  이렇게 먼 거리를 두고 있지만 마음만큼은 그 누구보다 가까워지고 싶고 명절이나 어떤 행사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같이 놀면서 또 하나의 추억과 이야깃거리를 갖고 싶기 때문이었다.  물론 어머님께도 손주를 배에 넣은 며느리와 아들과 함께 하는 여행은 여느 여행과 다르리라 생각된다.  이 역시 태어날 우리 아기와 할머니를 더욱 친근감 있게 엮어줄 여행이 되리라 생각한다.   

  그건 그렇고(그나저나 나 오늘 왜 이러는거야.  자꾸 딴소리를 늘어놓는다.) 이 책은 앞서 말한 것처럼 특별할 것은 없는 책이다.  세부에 대한 여행서적은 그리 많지 않았다.  어쩌면 그리 많은 정보를 담지 않아도 될 만큼 여행 목적이 분명한 곳이 아닌가 싶다.  휴양 혹은 수상스포츠.  그리고 그리 크지 않은 섬이고 고급 리조트와 호텔들이 주류를 이룬다는 세부를 색다르게 소개할 방도는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시내에 있다는 스페인의 잔재가 남아 있는 성당의 역사와 사연들을 알 수 있어 좋았던 책이다.  책의 절반은 보라카이에 대한 내용이다.  보라카이는 우리 열쇠가 태어나고 나서 다음 여행지로 삼아보면 어떨까 싶다.  그런데 여행서적은 어떤 여행지를 보건 간에 그 자체만으로도 신난다.  그렇기에 나와는 상관없는 보라카이에 대한 페이지도 꽤 열심히 보았다.

  이 책에서는 초특가 프로모션을 많이 하는 필리핀 국적기인 세부 퍼시픽 항공사에 대해 잘 소개하고 있었다.  세부 퍼시픽 항공사의 탑승권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우리는 필리핀항공으로 오가게 되는데 여러 나라의 국적기들을 이용해보는 것도 참 재미있는 경험이 되는 것 같다.  세부 여행에 대한 서적으로는 이것 한 권만으로 족할 것 같고(다른 책이라고 특별한 것은 없으이라 생각된다) 필리핀이라는 나라와 국민들 그리고 그들의 문화에 대해 알 수 있을 책 한 권 더 읽어보아야 겠다.  모쪼록 즐거운 여행이 되기를....  여행이란 항상 즐겁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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