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아기 탄생의 순간 - 어떻게 낳을까 고민하는 예비 엄마를 위한 임신 출산 포토 에세이
오오노 아키코 지음, 이명주 옮김, 미야자키 마사코 사진 / 브렌즈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놀라운 아기 탄생의 순간> 이 신간은 표지만 보고 선뜻 담은 책이다.  신생아의 분만 직후를 담은 사진이 너무나도 놀라웠고 출산의 순간을 두려움이 아닌 감동과 아름다움으로 변화시켜줄 책이라는데 망설임없이 이 책을 주문했다.    

  이 책의 저자는 일본에서 '탄생의 집 - 아스카 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산과의사다.  그러나 아스카 의원은 우리가 익히 아는 산부인과와는 조금 달랐다.  쉽게 말하자면 산부인과+조산원이 믹스된 곳이라고 해야 옳을까?  그곳에서 출생한 아기와 산모들의 감동의 순간을 사진과 글로 담고 있는 책이다.   

  이변이 없다면 나는 꼭 석 달 뒤 내 생애 첫 출산을 하게 될 예정이다.  출산은 참 기다려지는 순간이기도 하지만 정말 두려운 순간이기도 하다.  결혼을 하기 전, 임신을 하기 전에는 출산은 '엄청난 고통이며 자칫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 이상이라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간혹 인터넷에서 접하게 되는 출산의 경험들은 막연히 나의 공포를 더한 것 같다.  '콧구멍으로 수박이 나온다면 상상이 가니?' '허리를 도끼로 내려찍는 기분이었어요' '맨살인 회음을 절개해도 진통 때문에 아프지 않았어요. 슥 하고 살리 잘리는 소리가 들리는데도 말이죠' '제가 세상에서 경험해 본 최고의 고통이었어요'  생각만해도 무시무시하다.  그러나 뱃속 아가의 존재를 알고, 내 아기가 내 뱃속에서 하루가 달리 커가는 모습을 상상하고 초음파 검진으로 살아 꿈틀대는 그 모습을 보고 나서는 조금 생각이 달라졌다.  '까짓거, 어찌 되었건 참고 견디면 아기는 만나지 않겠어?' '죽을 만큼 참아볼 테야' 하는 마음이 들었으니 말이다.   

  이 책은 저자가 자연분만과 모유 수유를 권장하기 위해 출판한다고 했다.  나는 물론 자연분만과 모유 수유를 할 것이다.  이것은 나의 완고한 결심이기도 하다.  물론, 아기와 내 상태가 자연분만을 하기에 위험이 없다면.  또 나의 젖이 아기가 먹을 만큼 충분히 나와준다면.   

  나는 이 책을 읽다가 울고 말았다.  두려워서가 아니었다.  갓 아기를 낳은 산모의 평온한 표정에 내 얼굴이 오버랩되면서 그 품에 안긴 아기가 내 아기인 듯 보였다.  그동안 두려움으로 피치 못할 순간을 기다려 온 내게 이 사진은 내가 보지 못하는 나의 출산의 풍경을 유체이탈이라도 하여 내려다보는 듯한 기분이었다고나 할까?  모르겠다.  그 기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를 생각할수록 그때의 기분을 과장되게 표현하게나 신비하게 표현할 것만 같다.   

  물론 모든 사진이 내게 감동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의 사진들은 대부분 끔찍했고 무서웠다.  특히나 산도의 입구를 간신히 비집고 나와 있는 아기의 머리는, 바로 볼 수 없었다.  그리고 신음하며 일그러진 산모의 표정을 보고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라는데는 절대 동의할 수 없었다.  그것을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은 출산의 순간이 아닌 생명 잉태의 숭고한 순간이라기에 그리 표현한 것이 아닐까?       

  정말 출산의 순간이 감동적일까?  언니는 "햇살이(조카 태명)을 낳자마자 울더라고.  그래서 햇살아~하고 부르며 안으니 울음을 뚝 그치더라.  아, 내 목소리를 아는구나 싶었어" 또 한 친구는 "감동? 아무 생각 없었어.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어서 순간 아무 기분도 안 들더라" 고 말했다.  겪어보지 않고는 그 순간이 감동의 순간일지, 어안이 벙벙한 순간일지는 모를 것 같다.   

  이 책은 출산의 두려움을 사라지게 해주지는 못했다.  그러나 출산의 그 순간을 좀 더 잘 겪어내겠다는 용기를 준 책임에는 분명하다.  내게 다가오는 D-day를 담담하게 맞아보련다.  부디 아가야, 너도 나도 너무 고생하지는 말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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