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는 엄마의 행동을 따라해요
박순경 지음 / 시간과공간사 / 2000년 10월
평점 :
품절


  '태아는 엄마의 행동을 따라한다.'  뱃속 아기가 엄마의 행동을 따라 한다니 참 신기하고 사랑스럽다.  반면 아주 무서운 말이기도 하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왜 어째서?  그 이야기는 잠시 뒤에 하기로 하자. 

  아기가 부모의 외모를 닮아 태어나는 것도 참 신기하지만 그 부모의 행동과 성향까지 너무나도 닮아 놀라운 경우를 우리는 주변에서 많이 목격하게 된다.  내가 보았던 것은, 고등학교때 교회 목사님과 그 어린 아들을 보고 나는 아주 깜짝 놀랐다.  예배를 마치고 주방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데 목사님은 늘 왼손을 테이블 위에 얹어두고 무언가를 하시거나 식사를 하시는 버릇이 있었다.  (사실 이건 이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날 이후 관찰해서 알게된 것이다.)  그날은 어린 아들과 나란히 앉아 식사를 하는데....  세상에....  목사님의 어린 아들도 목사님처럼 똑같이 왼손을 식탁 위에 얹어두고 밥을 먹고 있었다.  그게 그저 우연히 왼손이 걸쳐져 있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은 손을 걸친 모양과 각도가 판박이라 할 만큼 똑 같았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행동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며 맛있게 식사를 하고 있었고 나는 그저 신기하고 놀란 눈빛으로 그 두 손을 예의주시한 일이 있다.   

  어쩌면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이보다 더 많은 순간, 더 경이로운 장면을 보게 될 것이다.  '꼭 자기 아빠를 닮았군'  '엄마랑 똑같구나' 할 것이다.  그러나 부모와 아이의 행동을 자세히 관찰할 기회가 적었던 내게 그건 정말 재미난 모습이었고 '이래서 부전자전, 모전자전이라는 말이 있구나'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은 이렇듯 태아가 부모의 행동과 성향, 취향 등 많은 부분을 닮아서 태어난단다.  어찌보면 너무나도 지당한 사실이고 별스럽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부모의 양육방식과 생활방식에서 학습하고 무의식중에 부모를 닮는 경우가 아닌 뱃속에서부터 엄마의 행동을 따라하고 닮는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내 뱃속 우리 아이는 지금도 나처럼 행동하고 있을 것이다.  태아가 엄마의 식성을 기억하고 그 식성을 닮는다는 것은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보다 더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들려주고 있었다.  단순히 자연적으로 닮는 것뿐 아니라 아이의 행동을 엄마가 길들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이 책은 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 속 예를 들자면, 한 엄마는 새생명을 가지고 이 아이를 위해 올바른 마음가짐과 생활태도를 갖고 실천하려고 부단히도 애를 썼다.  평소에는 주변에 널브러진 물건들도 손대지 않던 이 엄마는 아기를 가진 내내 정리하고 청소하고 부지런한 생활을 실천했다.  그리고 엄마는 출산을 했고 다시 예전처럼 게을러지고 정리와 청소는 번거롭게 여겨져 잘 하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아이는 웬걸, 임신 때의 그녀처럼 정리와 청소를 좋아하고 부지런한 게 아닌가.  이 대목을 보니 뭔가 느껴지는 게 없는가?  맞다.  이래서 태교라는 것을 하는 것이다.  물론 아이의 행동과 성향은 지속적인 생활 환경과 교육으로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뱃속 열 달의 엄마의 행동을 닮아 아이가 태어난다는 것은 태교의 필요성을 보여줌과 동시에 엄마 자신이 자신의 행동과 생활을 가꾸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뱃속 아이를 위해 영어동요를 듣고 평소에는 듣지 않던 모차르트를 줄곧 틀어놓고 좋은 동화를 들려주고 맛난 음식과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으며 의식적으로 이상적인 아이를 만들기 위한 노력보다 엄마 자신이 본인의 행동과 생각을 올바르게 해야 할 것이다. 

  나는 그래서 '태아는 엄마의 행동을 따라해요' 라는 이 말이 사랑스럽고 신기함과 동시에 (좀 과장하자면) 위협처럼 들리기도 했다.  '엄마, 난 엄마의 행동 모두를 익히고 있고 그것이 내게 자연스러워져서 몸에 배게 될거야.  나 계속 엄마를 닮고 따라 해도 괜찮은 거지?' 하는 물음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이때 '그럼~  엄마를 쏙 빼닮으렴.  엄마처럼만 태어난다면 넌 훌륭한 아가가 될거야' 라고 자신 있게 말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뿐 아니라 이렇게 답할 수 있는 엄마는 얼마나 될까?  내가 조급해하고 걱정하고 불안해하고 욕심을 부리고 관심 없는 것들에는 무심하리만치 게으른 내 행동을 고스란히 닮아가고 있다니.  맙소사.  이대로 하다가는 우리 아이는 "엄마~ 밥줘 밥!!  난 못기다려....  엄마~ 나 내일 유치원 가서 잘 할 수 있을까?  난 너무 무서워.  걱정이 돼서 잠이 안와....  엄마, 나는 다 잘할거야.  뭐든 내가 최고가 될거란 말이야!  난 다 가질거라구!!.... 난 그거 재미없고 관심 없어.  제발 나한테 그런 거 하라고 하지마.  나는 관심 없는데 왜 그래~" 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면서 '아니 우리 딸 왜 이리 못 기다리고 조급하게 굴지?  어린 애가 왜 이렇게 걱정이 많을까?  욕심꾸러기에 자기 기분대로만 하려고 해.  도대체 누굴 닮은거야?  내가 아이를 잘못 양육하고 있는 건가?' 하며 한숨으로 밤을 지새울지도 모를 일이다.  너무 극단적인가?  물론 내가 아주 결점만 갖고 있는 사람은 아니며 단점만큼이나 장점을 갖고 있다.  그것은 너나할 것 없이 그럴게다.  누구나 단점과 장점을 함께 갖고 있다.  그러나 내 아이가 따라 하고 닮을 수도 있는 단점이라면 가급적 조심하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래서 생후 10년 교육보다 뱃속 10달 교육이 중요하다는 말들을 하는가보다.               

  이 책은 진정한 태교란 아기를 위해 무언가를 하려 하는 것 이상으로 엄마 스스로를 자신을 단정히 하고 올바르게 살려고 노력하는 것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이제 임신 6개월이 되었다.  3, 4개월때는 입덧에 컨디션도 꽝이었고 5개월째는 어떻게 하다 보니 그냥 지나왔고 이제 6개월째를 보내고 있다.  나는 그동안 생각지 못했던 나의 모습과 행동들을 한 번 더 돌아보고 바른 엄마이자 바른 나로 살 수 있도록 조금씩 노력해야겠다.   

  사랑하는 열쇠야, 너는 참 엄마에게 많은 것을 일깨워 주는구나.  생명의 경이와 신비를 몸소 체험하게 하고 또 니가 뱃속에서 자라는 것에 감동하게 하고 기쁨을 주고 '아, 이런 게 엄마의 마음일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기도 하고.  또 이렇게 책을 통해서 니가 어떤 존재인지 알 수 있게 해주는구나.  앞으로 엄마도 우리 열쇠에게 좋은 엄마가 되도록 더욱 노력할게.  우리 잘해보자!! 아자 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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