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함께하는 태교 데이트
김창규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임신 직후 읽었어야 했다.  내가 먼저 읽고 남편에게 권했어야 했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아직 출산까지 두 달이 남았다.   김창규 박사의 책은 <뇌 태교동화>를 우리 열쇠에게 꾸준히 들려주며 접했는데 그 책 주 수별 동화의 하단에 보면 태아의 성장과 발달에 관한 짤막한 글과 남편이 아내를 위해 해주면 좋을 글들이 짤막하게 실려있다.  남편이 뱃속 아기에게 동화를 읽어줄 때면 일부러 "이번 주는 아내에게 화분을 선물해 보라고 되어 있네?" 등등의 말을 하며 남편이 눈여겨 봐주기를 내심 바랐다.  근데 이 책은 온통 그런 내용들이다.  이 책을 남편에게 전했으면 부담을 느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남편이 큰돈을 들이거나 큰 노력을 해야 할 만큼 버거운 것들은 없었다.  일상에서 소소하게 임신한 아내를 위해 도와줄 수 있는 것들이었다. 

   참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그래.  나도 임신 기간 중 남편의 행동 중 가장 섭섭했던 것은 종종 술을 마시고 들어오는 것이었다.  많은 임산부들이 1위로 대답했다는 이 답이 내게도 가장 그랬다.  그래봐야 한 달에 한 두번이었지만.  더군다나 입덧 기간에는 정말 힘들었다.  특히 강한 소주냄새는 정말 참기 힘들었다.  더구나 술을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취기에 잠든 남편을 바로 보고 잘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머피의 법칙인지 이상하게도 입덧으로 심하게 토한 날에는 퇴근 시간 즈음에 "나 오늘 회식이야" 라는 남편의 엄포를 듣는 일이 종종 있었다.  무슨 연유에서인지.  두어번 "나 남편 간혹 마시는 술도 못 마시게 하는 그런 팍팍한 와이프는 아닌데 임신을 해서 그런지 소주 냄새는 정말 죽겠어" 라고 몇 차례 말했더니 그다음부터는 조심하는 것 같았다.  남편이 나를 위해 술을 줄이는 노력을 하는 동안 나의 입덧도 거의 끝이 났다. 

  한 번은 남편이 그랬다.  "와~  우리 와이프 허벅지가 양준혁만하네~ 우와!!  대단해요!!"  흐음.  원래 내 하체가 그다지 축복받지 못한지라 통통했지만 임신을 하니 이건 뭐, 하체에만 살이 찌는 것 같았다.  (나의 상체를 보고 소곤댈 사람들이 떠올라 첨언하자면, "상체도 쪘지만 하체가 훨씬 더 많이 찌더라구")  "나 임신하니까 완전 아줌마 된 것 같아.  어쩜 이러냐?  이거 다 빠지겠지?" 하며 거울에 몸을 비춰보고 있는데 "넌 살이 쪄도 정말 이뻐.  완전 내 스타일이야.  넌 뭘해도 이뻐" 라고 얘기를 해주는데....  참 말로 천 냥 빚을 갚는다고.  그 말이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요즘도 종종 "넌 어쩜 이렇게 알뜰하니?  나 마누라를 정말 잘 만난 것 같아" "우리 와이프가 최고야" 하며 입바른 말을 해도 그게 또 좋아서 배시시 웃고 마는 나는 단순한 아내고 그야말로 감정의 동요가 쉽게 일어나는 임산부다.  이렇게 아내를 위해 따뜻한 말 한마디, 포근한 포옹이 참 힘이 되는 것 같다.   

  이 책에서도 이런 내용들을 다루고 있다.  그래서 2세를 계획하는 부부가 함께 읽었으면 참 좋겠다.  그리고 임신을 하면 모든 것이 걱정스럽고 염려스러워지기 마련이다.  그러다보니 이러 저러한 속설이 많은데 그런 속설들에 대해서도 잘 설명해주고 있어서 부부 태교뿐 아니라 임신에 관한 상식을 위해서 읽기에도 좋은 책 같다.   

  건강한 부부에게서 건강한 아기가 탄생한다.  이 건강이라는 것은 정신적인 건강도 포함될진대, 임신한 아내를 사랑해주고 배려해주고 도와준다면 열 달 임신 기간은 그야말로 여왕과 같은 시기가 될 것이며 아내는 자신과 태아를 사랑해주는 남편에게 더 강한 결속력을 느끼게 될 것이다.  출산까지 2개월이 남기는 했지만 지금에서 이 책을 읽어도 참 좋았다.  아직 60여 일이 더 남았기 때문에 우리 부부가 뱃속 우리 아가를 사랑해줄 수 있는 시간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남은 날까지 더 많이 우리 아가를 사랑해주고 내 남편을 사랑해주어야겠다.  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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