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할매 서란희의 자연 그대로 아기 낳는 법
서란희 지음 / 갤리온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내가 다니는 병원 임산부 교실 추천도서라 읽어보게 되었다.  임신, 출산, 육아 대백과처럼 꽤 두꺼운 책이라 '출산전까지 다 읽을 수 있을까?' 했는데 뜻밖에 쉽게 읽은 것 같다.  내용도 이해하기 쉽게 되어 있어 큰 어려움이 없었다. 

  저자 서란희씨는 조산원장이다.  솔직히 그동안은 임신, 출산 전 과정은 당연히 산부인과에서 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조산원이라는 곳은 전혀 생각지도 않았다.  뭐랄까?  왠지 모르게 '위험할 수도 있는 곳이고 이상한 곳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저자가 원장으로 있는 이곳 조산원도 그랬고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조산원도 그렇고 그리 '이상한(?) 곳' 같지는 않았다.  오히려 출산 모습만 보자면 훨씬 더 자연스럽고 편안하다는 생각마저 들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조산원에서의 출산을 고려하게 된 것도 아니고 둘째를 조산원에서 출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 역시 아니다.  단지, 조산원에 대한 편견을 약간 해소할 수 있었을 뿐이다. 

  <자연 그대로 아기 낳는 법>을 읽기 전에는 '자연분만에 관한 책인가 보다' 했다.  그런데 그것은 아니었고 임신의 전 과정과 출산, 산후조리까지 안내된 책이었다.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임신, 출산, 육아 대백과처럼 전과두께의 책이다.  단지 다른 점은 서란희 원장이 단독으로 집필했고 대부분의 내용이 당신과 당신의 조산원에서의 경험을 담고 있었다.  그래서 다른 사전 같은 정보서적과는 달리 에세이와 같은 느낌도 들었고 편안하게 이야기 나누는 듯 읽어갈 수 있는 책이었다. 

  궁금한 것이 있다면 이 책에서는 산모들이 '임신 중 왼쪽으로 누워 잠자는 것이 좋다'은 설이 '외국의 것을 우리 것으로 번역하며 오른쪽-왼쪽을 혼동하게 되어 국내에 잘못 알려진 정보이며 아직도 오역된 채 사용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 역시 기존의 서적 및 임산부 교실에서도 왼쪽으로 누워 자는 것이 태반에 산소와 혈류 공급을 원활하게 한다고 들었다.  단지 이 책에서만 '그것은 잘못된 것이며 도리어 오른쪽으로 누워 자는 것이 좋다' 라고 소개하고 있어 혼란스러웠다.  어느 쪽으로 누워 자는 게 좋고 아니고를 떠나서 정확한 정보 전달이 중요하고 오역된 것이 사실이라면 저자뿐 아니라 다른 전문의 및 관계자들도 그 사실을 알 텐데 그것이 여태껏 수정되지 않았다는 것은 믿기 힘들었다.  무엇이 사실인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그 밖의 이 책은 정말 제목처럼 인위적이지 않고 임신 중 자연의 상태의 모든 것을 굉장히 강조하고 있었다.  그 예로 임신을 하고 대부분의 산모가 복용하는 엽산제를 저자는 복용하도록 권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오로지 자연 이외의 것을 힘이 필요한 것은 철분제라고 했다.  엽산 복용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게 사실이나 자연적인 것을 강조한다고 해서 모든 의약제들의 사용을 의도적으로 거부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뿐만 아니라 임신에 관한 여러 속설들에 대해 극과 극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 부분 역시 많았다.  그 예로, 산모의 극장출입에 대해 다른 책들에서는 '태아는 빛과 소리에 민감하므로 좋지 않다' 고 한 반면 이 책에서는 '그런 것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며 산모가 좋으면 태아도 좋은 것이다'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상반되는 의견들이 꼭 임신에 대해서만 그런 것은 아니다.  우리 주변의 다양한 분야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한담거리가 아니라 책에 수록하고자 하는 내용이라면 좀 더 설득력 있게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들을 제시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이 부분은 굳이 이 책에 대한 아쉬움이라기보다는 여러 책을 읽다가 서로 상반되는 주장이나 학설을 접하게 될 때를 말하는 것이며 그 모든 책들이 이런 점들을 좀 더 신경 썼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다.  독자 역시 정보서의 내용을 맹신하기보다는 때로는 사실이 아닌 정보들도 있으며 또 개인 견해에 따라 서로 입장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 같다. 

  이처럼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들과 서로 다른 내용들에 '그럼 과연 뭐가 옳다는거지?' 하고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기는 했지만 여러모로 유익한 책이었다.  이 책을 읽는다면 나처럼 출산에 즈음하여 읽기보다는 임신사실을 확인함과 동시에 읽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건강한 임신기간을 위한 길라잡이가 되어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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