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으로 본 조선시대 이야기 1
정연식 지음 / 청년사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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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조선시대의 생생한 생활을 알아보고자 하는 생각에서 이 책 저 책을 두리번거리고 있다. 가람 기획에서 나온 몇 권의 책들을 읽어가면서 실망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무슨 특별한 지식이랄 것도 없는 내용을 선생처럼 들먹거리고 있질 않나, 불필요한 이야기를 지리하게 전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저자의 정성이 들어있질 않았다. 마치 중요한 얘기는 논문에서 하니까 이런 책에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쉽게 일어준다는 오만한 생각이 그대로 보인다.


  이에 비해 정연식님의 이 책은 저자의 정성과 노력이 여실하게 녹아 있고 내용도 퍽 알차며 다른 책에서 알기 어려운 새로운 내용도 들어 있다. 저자가 서문에서 소개한 자신의 지론은 나의 생각과도 같아 깊은 인상을 남긴다.
  "논문은 잡문처럼, 잡문은 논문처럼..."
뒤에 부기한 참고문헌을 꼭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 책을 읽어보면 저자가 많은 노력을 기울여 쓴 글이란 것을 대번에 알 수 있다. 그리고 글솜씨도 만만치 않아 전혀 지루하지 않고 흥미롭게 책의 내용을 따라 가다보면 마지막 장이 손에 잡히게 된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조선시대 고급문화를 창도한 왕과 양반의 일상이라든가, 그렇게 공부를 열심히 한 선비들의나 부녀자의 시집살이 이야기, 교육환경, 농사일이나 어업 등 본격적인 부분이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고 이목을 끄는 볼거리 위주로 쓰여졌다는 것인데, 조선시대의 일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부족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아하니 2권이 곧 나올 모양인데 2권에서도 소품(小品) 위주로 다루고 있어 더욱 아쉽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잡문을 논문처럼 쓰고자 한다면 그 내용의 치밀한 조사와 고증만이 아니라 그 내용이 갖는 시대적인 의미, 그리고 한 시대를 이해하는 비중 등도 아울러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당한 독서인이나 전문가가 읽어도 아하, 하는 감탄이 우러나오는 그런 글을 써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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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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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서재가 그리 작은 것은 아니나 꼭 있어야 할 책들과 중요한 책들을 우선하다 보니 비교적 덜 중요한 책들은, 그리고 내가 눈길를 돌리면 당장 눈에 띄지 않아도 되는 책들은 책을 보관하는 작은 방으로 보내지곤 한다.

  어떤 아르바이트 대학생이 권해준 이 책은 유감스럽게도 그런 운명에 처해지게 되었다. 현재 알라딘에 서평이 몇 백 개가 있다 하더라도 나의 기준으로 볼 때는 그리 대단한 책이 아니라는 판단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 책에서 상상력을 보고, 기발하다고 놀라며, 공상과학 소설이나 추리 소설처럼 결말을 예측하기 어려워 짜릿하다고도 한다. 나도 어느 정도 수긍한다. 그리고 사실 재미가 있으니까 끝까지 읽었겠지. 이 책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가지고 있는 나 같은 사람이 서평을 쓰는 것은 퍽 곤혹스러운 일이다.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이 책을 홍보하는데 일조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글을 쓰는 이유가 있다. 나는 인간의 재능은 항상 인격의 뒷받침 위에서만 그 진정한 빛을 발산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여기에 실린 여러편의 이야기들은 분 명 우리를 돌아보게 하는 점도 있고 미래 세계에 대한 사유의 단초를 제공해 주기는 한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이 책에는 저자의 인간에 대한 고뇌가 안 보인다. 글을 저 심연에서 떠받치고 있어야 할 인품의 향기와 지성의 빛이 스며 있지 않다. 말하자면 잔재주를 부려 만든 흥미거리 얘기이지 우리의 정신을 한동안 사로잡는 마력이 없다는 것이다. 요컨대 이 책은 도(道)가 결여된 가벼운 괴기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문학적 향취를 기대한 독자라면 그다지 만족을 얻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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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시.서.화 풍류담
최종세 엮음 / 책이있는마을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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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는다 해서 다 공부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나는 직업 성격상 늘 책을 대하고 있다. 밤 9 시 무렵 퇴근해서 차도 마시고 과일도 먹고  좀 쉬는 시간을 갖는데 가급적이면 마음 편히 취미 생활을 하려고 한다. 일주일에 대개 네다섯 번 정도는 텔레비전을 한 두 시간 정도 시청하게 된다.
  그 이외의 시간은 대개 취미로 독서를 하며 피로도 풀고 마음을 안정시키는데, 책을 읽는 간간히 내 나름의 인생 설계도 하고 그런다.
  그러다 보니 책을 구입하기도 많이 하는 편인데 그 중 사올 때 한 번 대면하고 마는 책도 있지만 대개는 살 때 나름대로 안목을 가지고 산 것이므로 당장 읽지는 안 한다 하더라도 한달 뒤 혹은 몇 달, 일년 뒤에라도 결국 읽을 기회를 만나게 된다. 그런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아마도 책을 즐겨 읽는 사람은 다 공감하리라.

 이 책도 최근 구입한 몇 권의 책 속에 묻혀 있다가 직장에서 점심을 들고나서 마침 여유도 있고 해서 읽어 본 것인데  상당한 흥미를 지니고 몇 십 페이지를 단 숨에 보게 되었고 어제, 오늘밤에 시간을 내어 다 보게 되었다.

  생각건대 이 책에 수록된 이야기는 아마도 거의 대부분이 중국책에 소개가 되어 있었던 것 같다. 문채가 번역투가 엿보이고 중국인 특유의 표현과 번역하기 곤란한 관명 같은 것이 보이기 때문이다. 뒤쪽의 몇 편은 대단찮은 것이 끼어든 듯한 것도 보인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아 한 편 한편이 흥미롭고도 재미가 있다. 수록된 시인이나 서예가, 화가들이 대부분 당대의 거장이다 보니 더욱 더.

  文史哲 방면으로 공부하는 사람들은 좀 따분하가나 피로할 때 이런 책을 읽으면 좋을 것 같고 다른 분야의 사람들도 교양이나 흥미 유발 측면에서 한 번 일어 볼 만하다. 무엇보다도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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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운몽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2
김만중 지음, 송성욱 옮김 / 민음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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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쯤 완판 본 춘향전을 읽어보고는 우리 고전 소설이 가지고 있는 운문성과 중국 고전에서 비롯된 풍부하고도 다채로운 고사와 해학이 어우러져 녹은 감칠맛 나는 표현에 상당한 충격을 받은 기억이 새롭다.


  그 때 구운몽을 읽어보려고 빈 주머니를 털어 원전에서 한자어를 노출시키고 주석을 단 책을 도서관에서 복사해 두었었는데 세사에 쫒기다 보니 읽을 기회를 좀체로 잡지 못하였다. 우연히 한 대학에 들렀다가 이 책을 발견하고 휴가 기간동안 한 번 읽어보았는데 원전 그대로의 맛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풍취는 느낄만했다.


  중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무대의 크기, 저자의 풍부한 고전 교양, 그리고 상당한 수준의 시를 지어서 적절히 써먹는 솜씨, 등이 놀랍기 그지없다. 당시 소설문학이 그리 풍성하지 않던 시기에 이 정도의 구성을 짜고 줄거리를 전개시키는 것은 보통 이상의 솜씨임을 입증한다.


  세부 제목은 중국의 삼국지나 수호지의 영향을 받은 듯하고 양소유의 입공과 부귀 영화는 당시 사대들의 보편적 바람이 아니었나 싶다. 불도에 회의를 품고 방황하다 스승의 꿈을 통해 보여준 가르침을 통해 깨닳음을 얻는다는 액자 형태의 내용은 굳이 이 소설이 인생무상이라는 주제를 어필하려고 한 것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소설적 완성을 이루기 위한 단순한 장치가 아닐까 한다. 사람들은 이 소설에서 인생무상이라는 불교적 깨닳음을 이야기 하는데 내가 보기론 이 소설은 16살에 집을 떠나 공명을 세우고 승상이 되어 8명의 여자와 함께 인생을 즐기는 낭만적인 환상 그 자체에 무게를 두어야 할 것이라고 본다. 다음에 기회를 내어 한자를 노출한 원전 자체를 한 번 감상해 보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민음사에서 나온 이 시리즈가 선정한 책들은 보면 세계 문학을 공정하게 집대성했다고 전혀 생각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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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의 우리 나무
박상진 지음 / 눌와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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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소 나무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새로운 나무를 보면 이것 저것 물어보기도 하고 책도 보기도 하고 그랬다.
  그런데 나에게는 늘 하나의 불만이 있다. 공원이나 산에 가면 나무를 소개한 팻말을 만나게 되는데 거기에는 항상, ~~과, 나무의 잎은~~ 용도는, 이런 식이었다. 이것은 문화재를 소개하는 안내판에 그 문화재의 건축에 대해서만 서술해 놓은 것과 마찬가지로 내가 늘 불만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었다. 그래서 언젠가는 나무나 문화재에 대해 인문학적인 접근을 바탕으로 하는 팻말이나  안내판을 한 번 만들어 보아야겠다고 생각해 왔다. 이 책은 나의 그런 시각에 자신감을 불러일으킨 책이다. 
  이 책의 표제어로 제시한 대부분의 나무들을 나는 직접 보면 구별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나무들에 얽힌 이야기들도 많이 알고 있다. 이 책을 아주 재미나게 읽었다. 읽어나가면서 나는 저자가 머리말에서 말한 것처럼 자연과학도인데 이렇게 풍부한 인문적 교양을 가지고 있으며, 또 그런 지식을 활용하고 정리해내는 능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학문 분야가 다른 사람끼리 서로 협조하여 무언가 우리 삶에 실질적 도움을 주는 그런 연구와 저술을 해야 한다는 걸 다시 느끼게 된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그 나무에 얽힌 저자 자신의 생생한 경험담이 없다는 것이다. 책 내용을 잘 읽다보면 문헌 연구나 자료 수집, 그리고 타인의 경험 청취는 풍부하지만 정작 본인의 체험이 빠진 것은 아쉬운 점이다. 저자가 어려서부터 공부만 해서 그런 경험이 없는 것일까.  그리고 또 하나는 나무 종류를 굳이 순우리말로 풀려고 하는데 좀 생경하여 거부감이 든다. 한자말을 이용하면 조어력도 풍부하고 단어도 짧은 것을 꼭 그렇게 해야 하는지, 저자의 노력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여튼 이 책은 나무를 정서 대상이나 역사성을 가진 존재로 바라본 시선이 돋보이는 것은 물론, 궁궐에 있는 나무를 정리하여 실제 답사하며 확인할 수 있으니 그 기획도 매우 뛰어나다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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