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몽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2
김만중 지음, 송성욱 옮김 / 민음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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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쯤 완판 본 춘향전을 읽어보고는 우리 고전 소설이 가지고 있는 운문성과 중국 고전에서 비롯된 풍부하고도 다채로운 고사와 해학이 어우러져 녹은 감칠맛 나는 표현에 상당한 충격을 받은 기억이 새롭다.


  그 때 구운몽을 읽어보려고 빈 주머니를 털어 원전에서 한자어를 노출시키고 주석을 단 책을 도서관에서 복사해 두었었는데 세사에 쫒기다 보니 읽을 기회를 좀체로 잡지 못하였다. 우연히 한 대학에 들렀다가 이 책을 발견하고 휴가 기간동안 한 번 읽어보았는데 원전 그대로의 맛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풍취는 느낄만했다.


  중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무대의 크기, 저자의 풍부한 고전 교양, 그리고 상당한 수준의 시를 지어서 적절히 써먹는 솜씨, 등이 놀랍기 그지없다. 당시 소설문학이 그리 풍성하지 않던 시기에 이 정도의 구성을 짜고 줄거리를 전개시키는 것은 보통 이상의 솜씨임을 입증한다.


  세부 제목은 중국의 삼국지나 수호지의 영향을 받은 듯하고 양소유의 입공과 부귀 영화는 당시 사대들의 보편적 바람이 아니었나 싶다. 불도에 회의를 품고 방황하다 스승의 꿈을 통해 보여준 가르침을 통해 깨닳음을 얻는다는 액자 형태의 내용은 굳이 이 소설이 인생무상이라는 주제를 어필하려고 한 것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소설적 완성을 이루기 위한 단순한 장치가 아닐까 한다. 사람들은 이 소설에서 인생무상이라는 불교적 깨닳음을 이야기 하는데 내가 보기론 이 소설은 16살에 집을 떠나 공명을 세우고 승상이 되어 8명의 여자와 함께 인생을 즐기는 낭만적인 환상 그 자체에 무게를 두어야 할 것이라고 본다. 다음에 기회를 내어 한자를 노출한 원전 자체를 한 번 감상해 보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민음사에서 나온 이 시리즈가 선정한 책들은 보면 세계 문학을 공정하게 집대성했다고 전혀 생각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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