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
만날 날은 아득타 기약이 없네
무어라 맘과 맘은 맺지 못하고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랴는고
추측하건대, 이 노래 가사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드물겠지만 이것이 번역시라는 것을 아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어딘지 시조풍과 민요풍이 느껴지는 이 시는 김소월의 스승 김억이 당나라 여류시인 설도의 시를 번역한 것이다.
설도는 스스로 여러 색깔의 물을 들인 종이를 제작하여 편지도 쓰고 시도 썼는데 사람들이 좋아해서 설도箋이라고 불렀다.
이 시의 원문과 나의 번역을 소개해 본다.
春望詞
薛濤
風花日將老로대
佳期猶渺渺라
不結同心人하고
空結同心草라
봄이라 님 그리워
바람에 지는 꽃
해는 저무는데
만날 날은 아득타
마음 허락한 님일랑
함께 하지 못하고
부질없이
동심초만 매었네
이 시는 참 섬세하고 다정다감한 여인의 심리가 잘 표현되어 있는 것 같네요. 첫 구절에 특히. 아련하기도 하고 좀 애상적이기도 하고...이런 사람 한 번 만나 봤으면...그 사람은 내 마음은 알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