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마마무 팬이라 퀸덤을 보고 있다. 너무 늦게 시작하고 너무 늦게 끝나서 그래도 겨우 무대를 보고,  딸이 추천한 짤들을 유튜브로 검색해서 봤다. 그러고도 낮에 재방을 하고 있길래 무대도 평가하는 장면도 보았다. 

어지러운 편집, 지저분한 단절들-그렇다, 나는 무대영상만 보고 싶다!- 을 꾹 꾹 참고, 2차 경연의 세 팀 무대를 봤다. 데스티니를 부르는 오마이걸, 파이어를 부르는 (여자)아이들, 식스센스를 부르는 러블리즈,를 보았다. 딸은 1차 경연에서 6위한 러블리즈가 이번에도 6위면 탈락이라고 퀸덤,구조 안의 경쟁 자체에 분개한다. 그게 아니더라도 충분히 재밌을 텐데,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유튜브 영상으로 1차 경연 영상은 왜 러블리즈가 6위였을까, 궁금해서 봤다. 이슈가 많이 된 멋진 영상도 궁금해서 봤는데, 기본적으로 원본이 없어서 뭔가 의미있는 말은 할 수가 없다. 나는 노래를 보기보다 듣는 사람이고, 아이들이 채널권을 독점한 이래로 음악방송들을 볼 수도 없었다. 음악방송에서 노래 가사를 아래쪽으로 읽으면서, 춤추는 모습을 보는 거 사실 좋아하는데, 못 보고 있다. 남편은 내가 그런 방송을 좋아하는 걸 이해 못 했고, 유튜브를 찾아보는 데 익숙한 아이들은 무작위로 배열되는 노래들을-그러니까 좋아할 수도 싫어할 수도 있는- 보는 것보다 만화를 보고 싶어했다. 그래서 아츄,는 노래는 좋지만 퍼포먼스는 모르고, 원본과 얼마나 달라졌는지 알아차릴 만한 사람이 아닌 거다. 1차 경연 영상에서 러블리즈,는 노래와 겉도는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사랑하게 되어서 요리를 배우고 있는 그런 노래를 걸크러시한 까만 옷을 입고, 뒤돌아서서 자켓을 내려 어깨를 드러내는 식으로 춤을 췄다. 6등이 두 번이면 탈락인 구조도 경쟁도 물론 나도 좋아하지 않지만, 사람의 보는 눈이란 다 거기서 거기라서 왜 6등인지는 알 것 같았다. 그 영상에 달린 댓글들도 대부분 그렇다. 재방에서 본 서로가 서로를 평하는 자리에서 러블리즈를 자신보다 못한 퍼포먼스를 보여준 팀으로 지목한 박봄도 '팀의 본 모습을 보고 싶었다. 1차 경연처럼 걸 크러시를 해서 골랐다'라고 말했다. 


나에게 잘 어울리는 옷이 있고, 내가 입고 싶은 옷이 있다면, 무얼 입어야 할까?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고, 내가 잘 하는 일이 있다면 무얼 해야 할까? 살아가면서 언제나 맞닥뜨리게 되는 질문이다. 하고 싶은 일을 잘하면 좋고, 입고 싶은 옷이 잘 어울리면 좋지만 쉽지 않다. 내게 없는 걸 알기 때문에 선망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입고 싶은 옷을 입고, 하고 싶은 일을 한다고 해도 마음이 편하고 좋은 것도 아니다. 좋아보였던 옷이고 일이지, 입어/해 보기 전에 정말 좋을지는 알 수가 없다.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가면서 어울리는 옷을 찾아 입고, 잘 하는 일에 정붙이면서 살아가야 하는 게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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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영리한 아이가 위험하다
에일린 케네디 무어 외 지음, 박미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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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도 안 한 친구가 권했던가, 옛날 단정한 소년이 응시하는 파란 표지의 이북을 가지고 있었다. 다시 생각나서 봤는데, 이북 표지가 바뀌어 있다. 어떤 시스템인 거지. 궁금하네. 

처음 읽었을 때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다시 읽으면서 왜 좋지 않았을까, 생각했는데, 모든 육아서가 가지는 함정, 서양이라고 해도 아이를 좋은 대학에 보내고 싶어서 학습을 도와주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들이 한가득이라서 그랬나보다. 아니면, 나에게도 없는 능력을 키워주기 위해 아이에게 어떻게 하라는 그 조언들이 내 자신에 대해 반문하게 만들어서 껄끄러웠던 건지도 모르겠다. 사춘기 전에 필요하다는 그 모든 태도들,이 나에게 있는지 계속 반문하게 만든다. 결국 나에게 없다는 걸 깨닫고, 나에게 없는 걸 어찌 가르쳐야 하나, 싶었던 거다. 

부모의 열망에 부응하기 위한 저자의 어떤 태도,을 보아넘기기로 하고 다시 읽으니 저자가 하고 싶은 말들이 조금 더 와 닿았다. 많은 육아서가 그러하듯이, 부모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추천의 말처럼 부모의 일은 '기다리는 일'이고,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는 일'이다. 

아이의 성취-대개는 학업적인-에 불만을 참을 수 없을 때라면, 동창회라도 나가 보라는 조언은 귀엽다. '보세요, 부모님, 학교에서 성적이 별로였던 당신의 친구가 저기 활짝 웃는 얼굴로 멋지게 나이들었잖아요. 지금 시험문제 몇 개 틀렸다고 그렇게 아이를 쥐잡듯 잡을 일이 아니예요.' 읽고 있는 독자에게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말들을 전하기 위해 애쓰는 저자의 마음이 그러면서 독자의 바보같은 바람을 자신의 책이 들어줄 것처럼 묘사하는 태도가 책 속에 가득하다. 

아이가 자신의 흥미를 따라 걸어갈 수 있도록, 부모는 조금 멀찍이 서서 보아줄 수 있다. 말이 아니라, 부모가 보여주는 행동과 태도로 원하는 바를 설명할 수 있다. 그 가운데, 아이는 자신의 삶을 살아낼 수 있다. 해야만 하는 일을 좀 더 우호적인 태도로 감당하는 부모의 모습이 필요하다는 말은, 숙제를 대하는 아이와, 청소와 빨래와 식사준비를 대하는 내가 얼마나 가까운지 깨닫게 한다. 살아가는 중에 싫어도 어쩔 수 없이 하게 될 일,들을 아이가 어떻게 대하길 바라는지, 나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는 있는지 모르겠다. 

기쁨을 찾으려면 먼저 마음을 열어야 한다. 100퍼센트 완벽하게 긍정적인 경험은 거의 없다. 모든 게 완벽해야 행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확실히 불행하게 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즐겁게 살려면 삶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냉담하게 트집만 잡고 남을 책망해서는 절대로 즐겁게 살 수 없다. - P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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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스타,를 12년째 지켰다는 윤종신,이 이방인프로젝트를 하겠다고 떠나게 되면서 하는 방송을 잠깐 재방채널을 돌리다가 만났다. 방송과 함께 자라 열두살이 된 아들과 아내가 영상편지를 보내고, 함께 자리를 지킨 다른 엠씨들이 인사를 하는데, 김구라의 말이 인상적이라 적어두고 싶다. 

"잘 지내고, 영화같은 일이 안 생기길 바란다, 지루하고 심심한 14개월을 보내길 바란다",는 말. 

아내도 있고, 아이도 있고, 여전히 하고 싶은 도전들이 있어서 떠나는 윤종신에게 김구라가 하는 말은 좋은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남편도 있고, 아이도 있는 내가 너무 그 말이 공감이 되었다. 영화같은 일, 이 생기는 것은 그게 어떤 영화라도 반갑지 않다. 호러나 스릴러는 그 자체로 끔찍하고, 멜로라고 해도 환영할 수 없고, 코미디영화라고 해도 다른 사람이나 우습지 내가 주인공인 코미디 영화는 반갑지가 않다. 

삼백이에서 겁없는 젊은이를 겁주기 위해 도깨비가 기다린 그 십수년처럼, 이미 가진 게 많아 두려움이 많은 나는 윤종신에게 하는 김구라의 말이 그대로 덕담으로 들렸다. 영화같은 일 따위 벌어지지 않는 채로 한결같아 보이는 지루한 일상 가운데에서 드라마틱한 영화를 꿈꾸는 젊은이들 뒤에서 배경처럼 있어도 괜찮다,는 마음이다. 나의 일상,들이 그대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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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 - 명작동화 속에 숨어 있는 반전의 세계사
박신영 지음 / 바틀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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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재미있게 읽었다. 그렇지만, 동양인 여성인 내가 서양인으로 동기화되어야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이야기 속에 드러나는 서양 중세와 근세 배경들을 설명하면서, 저자도 인식하고 있는 그 한계들을 매번 상기시킬 수 없어서 중간 중간 계속 버퍼링이 생긴다. 늑대에게 먹히는 빨간모자 이야기에서 달과 늑대인간, 마녀로 추방당한 노파에 대한 이야기는, 동양의 문화적 배경가운데 생소하기 때문에 들어야만 하는 이야기지만, 그걸 그대로 '문화'였다고 받아들이는 것은 서구 편향되는 것이다. 토막토막 주워들은 이야기도 많아서 처음부터 끝까지 후닥닥 읽었다고는 못한다. 기독교라는 편협한 종교로 봉합된 전쟁의 역사,인 서구문명의 이야기들은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이야기같아서 경계하는 마음도 생긴다. 양과 음의 위계적 우열이 없는 동양인들이 이해할 수 없던 서양 이야기 속의 서양사, 심정적 배경들이 드러난다. 

나는 이야기의 원형, 시대를 지나서, 지역을 가로질러서 살아남은 것들, 살아남은 이유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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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스플레인 - 모두가 평등하고 행복한 올바른 젠더의식을 위해
이선옥 지음, 김용민.황현희 도움 / 필로소픽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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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그래도 호응이 좋았던 글(https://blog.aladin.co.kr/hahayo/10914180)에서 나는 '애초에 공부가 필요한 사람'이라는 댓을 받았다. 이미 나는 알라딘에서 팍 찍혔고, 이제 점점 페미니즘에서 멀어지는 중이라는 자각도 있고, 외로운 와중에-저기서는 페미니스트,라고 했다가 공격당하고, 여기서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라고 공격당하고- 다들 아니라는데 내가 나를 정의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 라고 이제 더 이상 정의에 연연하지 않을 마음까지 먹은 차에 읽은 책이다.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74920380)가 그저 다 옳은 말이라 반박할 수 없는 것처럼, 우먼스플레인,에서 말하는 것들도 어쩌면 새롭지 않다. 오래 걸려 합의된 근대의 가치들, 국가와 개인의 긴장관계에서 지켜져야 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지금 여기에서 페미니스트,들이 주장하는 많은 것들이 그런 오래된 가치들을 훼손한다고 말한다. 반박할 수가 없다. 

선언적으로 이루어지는 여성주의의 언설들이 제도가 되려고 하고, 그 과정에서 특정 성에 편향하도록 제도화하려는 시도가 된다. 예를 들어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언설은 캠페인으로 각성을 가져오지만, 제도로 들어오면서는 국가가 개인의 사적 생활에 개입하는 범위를 무한정 확장시키는 중이다. 그걸 누가 동의할 수 있을까. 페미니스트라는 그룹을 이미 대표하고 있는 극단적인 페미니스트들의 주장이 동의할 수 있는 공통의 가치들로 반박당한다. 약하기 때문에 권력을 원하고, 그 권력이 자신의 편이기를 주장하는 지금의 페미니스트들이 무섭다고 생각하는, 거부당한 페미니스트인 나도 동의할 수 있다. 


유튜브에는 계속 새로운 이야기들이 올라오는데, 나는 유튜브를 보는 사람이 아니고 책을 보는 사람이라서 책을 읽고 작가의 홈페이지(http://leesunok.com/)에 가서는 구독신청도 한다. 드문드문 찾아보는 유튜브 영상에서 작가는 '자신이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던 때도 있었다'고도 말한다. 작가는 분명히 이제는 아니라고 말한다. 페미니스트 연하는 젊은 여성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반박하고 싸우고 싶은 지금의 나도 '이제는 아니라'고 말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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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9-09-01 08: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남자라서 페미니스트가 될 수 없다고 들은 적이 있고, 페미니즘 이론을 비판하거나 의문을 제기하면 ‘남자‘라서 공부가 부족하다고 들은 적도 있어요.

요즘 제가 교차성 페미니즘을 독서모임 멤버들(페미니스트)과 함께 공부하고 있는데요, 워마드로 보이는 트위터리안이 우리 멤버들을 공개적으로 비난했어요. 그 사람 말로는 우리 멤버들이 교차성 이론을 래디컬 페미니즘 계보에 끼워 넣으려는 시도를 한다네요. 그런 시도를 저도 그렇고, 멤버들은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말이죠. 그 사람이 우리 멤버를 단정적으로 판단하면서 래디컬 페미니즘 계보를 언급하는 발언 형식이 마치 맨스플레인을 보는 것 같았어요.

별족 2019-09-02 06:33   좋아요 2 | URL
페미니즘에는 정말 다양한 것들이 있는데, 지금 공론의 장에서 살아남은 것들이 묘하게 이상한 것들만 남은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