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입니다. 올 한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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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1-01-01 23: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별족님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페미니즘은 어떻게 괴물이 되었나
오세라비.김소연.나연준 지음 / 글통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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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회실에서 후배와 이야기했던 기억이 났다. 그 때는 518 공소시효 때문에 마음이 분주할 때였는데, 그 후배가 나한테 이 문제가 해결이 안 되면 좋겠다고 말해서 너무 놀랐다. 나는, 그런 마음으로 운동하고 있지 않았거든. 그 후배는 자신이 운동에 진입한 계기였기 때문에, 이 문제가 해소되면 다음은 없는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나는 A를 원한다면 A를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B를 원하면서 A를 말하고 있다는 걸 들으니까 너무 생경했다. B를 원하면서 A를 말하는 사람과 대화하는 법을 나는 알지 못한다. 그 후배의 이유가 또 너무 이상해서도 나는 놀랐다. 운동을 계속 할 수 있는 게, 이 운동에 사람들이 계속 합류하는 게 왜 중요하지? 문제를 풀겠다고 하는 운동인데,라는 생각을 했던 것도 같다. 나도 알고는 있다. B를 원하면서 A를 말하는 사람은 아주 많다. 자신의 바람을 다른 사람을 앞세워 말하는 것도 만나봤다. 뭔가 억울한 아들에게 말했던 것처럼, 사람이 완전히 100프로인 마음은 없지 않은가. 만약 누군가를 만난다고 해도 만나고 싶은 마음이 80이래도, 만나기 싫은 마음 20은 있고, 선택하는 순간 20은 결코 이뤄지지 못하는 거니까. 운동을 하면서 문제가 해결되었으면 하는 마음 80에, 함께 할 사람들이 늘어났으면 하는 마음 20이면, 20은 버려져야 한다고 나는 생각하는 거다. 20을 선택하면, 지지부진하게 80을 버려야 하는 거지. 그러면 사람들은 알아챈다. 말은 A를 원한다지만, 실상은 아니구나, 라고 등을 돌리게 되는 거다. 나조차도 모호한 마음들이 항상 내 안에서 부딪치고 있다는 걸 안다. 그런 가운데, 결국 어떤 말을 선택하고는 그 말에 책임지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니까, 말은 말. 만은 아니다. 

알라딘 서재가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온 나는, 페미니즘에 있어서 그러한가, 회의하고 있다. 오래된 페미니즘 서적들에 대한 감상평에 달린 응원의 말들과 좋아요,에 비하면 나의 말들은 언제나 덜 전해진다는 느낌이 든다. 좋아요,가 나의 좋아요,에 대한 응답이고, 친절한 말들을 하기 때문에 친절한 말들을 듣는다는 것도 알고 있다. 나는 좋아요,도 하지 않고, 친절한 말도 하지 않으니 나의 댓 상황이나 좋아요,가 나에게 적당한 거라는 걸 알고는 있다.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좋아요,가 좋아요,가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친절한 말이 그냥 친절한 말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나는 더 쉽게 아무 말이나 할 수 있다. 동조와 공감의 말들이 환영받는 세태라는 것도 알고 있다. 상관없는데, 왜? 그걸 안 하겠어?라고 생각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렇지만, 나는 말과 삶이 너무 멀어지면 병든다고 생각하는 축이라서 조금 악착같이 좋아요,도 공감의 댓도 달지 않는다. 말은 너무 쉬우니까. 오래된 1세계 페미니스트의 책들과 새로운 1세계 페미니즘 책들에 더 이상 관심이 없는 것도 어쩌면, 서양인의 어떤 태도, 말과 삶이 분리된 태도에 민감해져서인지도 모르겠다. '도대체 뭔 말이래?' 싶은 아무 말들을 꼭꼭 씹어 소화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는지도 모르겠다. 그 삶이 내가 살고 싶은 삶이 아닌데, 그 삶을 산 철학자의 멋진 말들이 무슨 소용인가,라고 생각하는 거다. 버지니아 울프의 가족사를 버지니아 울프의 저작과 떼어놓을 수 없고, 한나 아렌트의 연애사를, 보부아르의 연애사를 그들의 말들과 떼어놓을 수 없게 되어 버린 거다. 


책은 쉽게 읽힌다. 그건 현학적인 스무살의 나에게는 단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말과 삶을 어떻게든 가깝게 하려는 지금의 나에게는 장점이 된다. 합리적인 게 힘을 발휘하는 공간이나 조직에서의 삶을 살다가 감정이 힘을 발휘하는 공간이나 사람을 대하는 당혹감이 2장에서 드러난다. 공대를 졸업한 내가 여자들만의 모임에 갔을 때, 느끼는 그런 감정이라 공감이 많이 되었다. 3장에는 드러난 목표와 추구하는 목표가 점점 벌어져버린 운동단체의 모습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문제해결을 원하지 않게 되어버린 운동단체나, 앞세웠으나 그저 앞세워졌을 뿐인 피해자에 대한 말들이다. 1장은 가장 마지막에 읽었는데, 페미니즘 교육이나 공격으로 변질된 미투운동에 대한 말들이 아프다. 적개심이 부글부글 끓어넘치는 세태에 대한 안타까움이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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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함께 하는 밴드에 한 친구가 '낙태죄 완전폐지를 위한 국민청원'에 서명을 해달라고 했다.  (https://petitions.assembly.go.kr/status/onGoing/AE67727ABE9934EDE054A0369F40E84E

1. 낙태죄를 전면 폐지하고 법의 관점을 여성의 성, 재생산권으로 전환하라.

- 모자보건법 제14조와 임신중단 여성 및 의료인에 대한 처벌을 전면 폐지하라.

- 모자보건법을 여성아동건강법으로 법률의 관점을 전환하라.

- 모자보건법 제1조 ‘모성’을 ‘여성’으로 변경하라.

- 법률과 공식 문건에서 부정적 인식을 조장하는 ‘낙태’ 대신 ‘임신중단’ 혹은 ‘임신중지’로 용어를 변경하라.  

2. 인공임신중단 의료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보장하라. 

- 가짜 피임약 판매자 처벌 강화를 위해 경찰의 함정수사를 허용하고 가짜 약 판매 적발 시 생명 위협과 동일한 수준의 처벌을 받는 법안을 제정하라.

- 임신중단 유도약(미프진) 수입허가를 위한 식약처 안전성 검사를 시행하여 국내에 미프진을 도입하고 국내 피임약 가격 수준으로 보급하라. 

- 국민건강보험 보장 범위에 인공 임신중단 수술을 10% 자부담 항목으로 포함하라. 

- 소파법 이외의 안전하고 비용 부담이 적은 임신중단 수술 방법의 연구개발을 지원하라. 

- 인공 임신중단 의료 시 안전성 관련 상세 내용에 대한 고지 의무를 법제화하라.)


나는 그 청원에 동의하는 부분과 동의하지 않는 부분(가운뎃줄로 지운 부분이다)이 있고, '임신중단 가능' 주수를 법에 명시하는 것은 필요하지 않은가 생각하고 있어서 서명하지 못하겠다고 댓을 달았다. 법의 관점은 '여성'의 관점이 아닌 '인간'의 관점이어야 하고, 용어를 '임신중단'으로 바꾸려면, '임신중단'의 정의에 그 '가능 주수'가 명시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10주에 하는 행위나 32주에 하는 행위를 동일하게 '낙태'라고 부르는 건 나도 동의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저 청원의 주장처럼 모자보건법에서 아이를 모두 지우는 것은 찬성하지 않는다. 그게 과연 여성에게 좋은 것인가도 의문이다. 청원이 가지는 단순성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겠지만, 나에게는 동의할 수 있는 부분보다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더 많은 청원이다. 서명하지도 않았고 또 더 많이 이야기하고 싶지만 이야기할 데가 없었다. 그래서 공연히 일없는 책을 하나 걸고는 이렇게. 

법은 모순 위에 올라간 탑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태아와 여성을 같은 저울에 올려놓고 태아가 중요하니 여성이 권리를 포기하라고 물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기술은 나아지고 있고, 사회는 더 엄격해지고 있고,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정의할 필요는 없다. 자가 호흡을 할 수 없는 상태라서, 여성에게 완전히 종속된 존재인 주수와 아닌 주수를 알 수 있다면, 그걸 기준으로 '임신중지'가능 주수를 말하는 게 뭐가 문제지?라고 생각한다. 만약, 기술이 미진하고, 사회가 좀 더 난폭할 때, 엄마 몸 안에 있을 때는 독자성이 없어서 권리도 없는 존재라는 정의를 그대로 적용해서 10주나 32주나 동일하게 낙태라고 부를 필요는 없는 거니까. 불가피한 상황은 법이 있을 때에도 암묵적으로 용인되어 왔고, 지금 명문화시키려고 할 때는 지금의 법 수준에서 인공임신중지가 가능한 주수를 당연히 말해야 하지 않나. 

스스로 생존할 수 없는 존재기 때문에 법적으로 생명권이 없는 존재라는 태아,라는 말은 일면 맞고 또 틀린데, 그럼 막 태어난 아이를 엎어놓는 건 뭔가요? 모순들이 삶에 얼마나 많은데, 아직 엄마 뱃속에 있어도, 살아남을 수 있는 주수가 있다니까. 산부인과 의사들의 의견(https://www.youtube.com/watch?v=tuFRGarPT0w)도 찾아서 본다. 

성적 자기 결정권에 대해 말하고, 낙태죄가 불합치 판정을 받기 전에 나는 불합치 판정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때도 나는 동일한 사안을 죄로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는 인도나 중국의 여성운동에 대해 듣고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합리의 언어가 아닌 언어로, 친구들에게 말하고 싶었던 건 뭐였을까, 생각했다. 

물론 나도 법이 죄책감을 덜어준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렇지만, 법이 어느 정도의 가이드이고, 그게 바로 공동체가 가지는 합의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법에서 죄가 아니라고 해도, 죄라고 생각할 수 있고, 죄라고 해도 그럴 수 있지 라고 생각할 수 있다. 사문화되었던 법이 명문화되려 하면서 지금 기술 수준에서 재정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계속 생각하면서 만약 지금이라면 나는 태어날 수 없는 아이였을 거라고 생각했다. 

외할머니는 엄마를 마흔아홉에 가지고는 아이를 지우려고 안 한 일이 없다고 하셨었거든. 

그리고 나는 딸 셋에 막내가 아들인 집에 둘째 딸이니까. 

정말 여성인 나에게 저렇게까지 법을 고치는 게 좋은가, 생각하는 거지. 

인공임신중지가 피임보다 좋은 선택지가 아닌데, 왜 이렇게까지? 

남자에게 아이를 가졌으니, 나를 책임져,라고 말할 수도 없는 거잖아? 

여성이 누리는 많은 특혜는 임신을 하고 아이를 기르기 때문에 주어지는 건데 왜?

살아가는 모순 가운데 법이라는 공동체의 규율이 어디까지 얼마나 나를 통제하는 걸 수용할 것인가? 통제가 있기 때문에 누리는 혜택은 또 어디까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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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andante 2021-01-31 09: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법만능주의는 국가가 개인에 간섭할수 있는 영역을 확장시키고, 갈등을 조정하는 정치의 영역을 축소시킨다는 점에서 매우, 매우 위험하지요(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그리고 겉으로 나타나는 소위 진보적 레토릭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는다는 점에서도 그렇습니다. 사실상 신-신보수주의가 아닐까 합니다.

별족 2021-02-01 05:34   좋아요 1 | URL
그걸 자각하지 못하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면 음 무섭습니다.

Comandante 2021-02-07 09: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별족님께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낙태죄 폐지 주장 이면에 법적 책임을 면하면 사회적 책임, 나아가 인간이 가져야할 책임까지 면한다는 생각이 있는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eBook] 지구에서 한아뿐
정세랑 지음 / 난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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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프티피플,을 재미나게 읽고 선물도 했다. 보건교사 안은영을 읽었고, 재인,재훈, 재욱 도 가지고 있다. 이건 이북으로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었다. 로맨스가 나랑 안 맞는 거라고 결론을 내려야 하나 싶다. 

부모님께 쓴 감사인사 말고는 다 너무 끔찍했다. 외계인이 한아를 사랑하는 이유가 너무 터무니없어서, 사랑에 이유가 없는데, 굳이 있어야 했을까 생각했다. 그런데도, 그런 이유를 붙인 것이 너무 자만하고 있는 듯 해서 짜증이 났다. 

트렌드라는 걸 알고는 있지만, 에너지를 만드는 회사에 다니는 나는 현대문명의 이기를 누리는 사람들이 SNS에 올리는 친환경라이프에 코웃음을 친다. 비건이라고 해서, 재활용옷가게를 한다고 해서, 분리수거를 열심히 한다고 해서, 아마존에 사는 원주민 여성보다 탈탄소적이라고 할 수 있냐고? 도시의 삶이 기본적으로 가지는 그 무지의 태도. 결국 도시 밖에서 매립될 쓰레기, 도시 밖에서 들여오는 많은 자원들, 이국의 열대과일들, 트렌드에 민감한 마음. 다 한심하다. 그러면서도, 꽤나 깨인 사람인 양 하는 모든 말들이 다 치기어린 자만이라 어디서부터 문제인지 모르겠더라.

타인의 위성이 되는 삶, 지구 쯤은 가볍게 떠날 수 있는 젊은 삶, 나를 알아봐주고 우주를 가로질러 오는 사랑, 죽을 때까지 함께 하고도, 죽음 이후에 다시 업로드 되는 삶이라니, 나는 다 싫었다. 댓가없는 고통없는 사랑을 원한다는 게 한심했다. 위험이 없다면 여행을 왜 하겠어? 죽음이 없다면 이 삶이 반짝일 이유가 어디 있겠어? 라고 생각하는 나는 돌덩이 외계인과 평화로운 사랑을 한다는 한아가 죽음 뒤에 다시 업로드되는 것이 어린 마음이나 치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주적 자본주의도 짜증이 나고, 평화로운 문명이라는 묘사에는 내가 평화를 안다,는 자만이 느껴졌다. 평화를 우리는 알 수가 없지 않나? 싶어서. 나의 평화가 너의 평화와 같을까? 왜 네가 그걸 안다고 생각하지? 평화로운 문명별에 제공되는 우주자유여행권,은 다시 우주적 절대권위를 상정하고 있어서, 또 짜증이 나지. 소설에 깔린 많은 전제들이 다 너무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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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국어 뿌리 공부법 - 흔들리지 않는 공부 실력을 지닌 아이들의 비밀
민성원 지음 / 다산에듀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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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2인 아이는 학원에서 이상한 소리를 듣고-자존감을 갉아먹는 말을 들으면서 불안을 키우고, 선행의 중요성을 모르는 무지한 엄마라고도 생각하겠지- 학교 도서관에서 이런 책을 빌려왔더라. 엄마도 읽어보래서, 읽었다. 

나는 기본적으로 사기꾼이라고 생각하는 류의 책이다. 좋은 대학을 나온 저자가 학습법을 코칭한다. 책을 읽는 나는, 어차피 상대평가인데, 누구나 내가 안내하는 대로 공부한다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습니다,라니. 참 나. 그래, 이런 식이어야 돈이 벌리겠지. 

좋은 대학을 나왔다고, 그래서 당신은 이러고 있습니까?라고 질문하고 싶달까. 당신은 학부모의 불안을 부추겨서 치부하고 있습니까? 공부의 신이나, 다 나쁜 놈들이다. 

살다 보면 삶은 그보다 길다. 격렬한 학령기의 삶들보다 더 긴 삶들이 인생에 있다. 좋은 대학을 갔다고 해서 그 다음이, 좋은 회사를 갔다고 해서 그 다음이 당연한 듯 펼쳐지지는 않는다. 나는 시험을 더 잘 보는 게 자랑이 아니면 좋겠다. 그냥 내가 시험이 보기 싫은 걸 수도 있겠다. 


아이들은 경쟁을 싫어하지 않는다. 

국어공부가 중요하다. 정도면 충분한 이야기. 하나쯤 보태자면 시를 외우면 좋아요,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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