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의 탄생 - 50인의 증언으로 새롭게 밝히는 박원순 사건의 진상
손병관 지음 / 왕의서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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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 나의 말들을 의심하는 날들이다. 그 때 그 말들은 정말 그대로 옳았던 걸까. 돌이켜 생각한다. 그저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을 '내가 왜! 해야 하냐'는 억울함의 토로 같은 건 아니었는지 생각한다. 

미묘한 희롱을 오래 당한 적이 있다. 걸으면서 그 말은 무슨 뜻이었을까,를 복기해야 하는 순간들이었다. 그런데, 직접 말하지는 못했다. 내가 그런 연결을 하고, 심난해 했다는 것에 상대가 기뻐할 거 같았거든. 이미 늙은 남자가, 이런 저런 말들로 찔러보는데, 내가 반응하는 걸까봐 악착같이 못 알아듣는 사람 연기를 했다. 못 알아듣고 눈치없는 사람 연기를 하는 중에, '00님이 00씨를 예뻐하신다며?!'라는 말을 들으면 또 덜컥하고 겁이 났다. 그게 희롱이 아니었다고, 그 분이 나쁘지 않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나를 무섭게 한 건 나에 대한 어떤 행위라기 보다, 내 안에서 부풀린 상상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적절한 처벌을 생각해낼 수 없었다. 그래서 그냥 지나가게 뒀다. 


책은 돌아가신 분이 나에게 변명할 수 있게 하려고 샀다. 읽는 것은 너무 잡다해서 재미있지는 않았다.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오해에 대한 이야기처럼 보인다. 오해들이 쌓이고, 폭발해버리는 이야기. 

조직에 처음 들어온 여자가 선망하던 사람의 비서가 된다. 좋아하는 마음을 마음껏 표현하고, 기쁘게 일한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좋은 유대를 맺었고, 능력을 인정받으면서 기쁘다. 그런데, 어느 날 동료로서 돈독하다고 생각한 사람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내가 존경한, 나를 아꼈던 나의 상사는 충분히 상대를 벌 주지 않는다. 복수심과 배신감이 뒤엉킨 채로 만난 사람들은 상사의 정치적 적대자다. 믿었던 사람들은 나를 배신했고, 지금 나를 둘러싼 사람들은 나를 절대적으로 지지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꼬인 거라고, 읽었다. 


조직에 오래 속한 사람이라서, 조직 밖의 요구들이 기이한 순간이 많다. 권력자라고 해도, 심지어 대통령이라고 해도, 지금은 법에 없는 벌을 줄 수 없다. 조금만 감정적인 거리를 두고 생각했다면, 상황이 이렇게까지 치닫지는 않았을 것이다. 애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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