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전기요금 인상인가'(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303060300035)를 봤다. 

'에너지 요금 인상, 정말로 필요한가'(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303080300035)도 봤다. 


전기요금을 올려봤자 많이 쓰는 놈들은 압력을 안 받을 테고, 적게 쓰는 사람들만 고통받는다. 전기요금을 올려봤자, 기업의 이익은 주주들에게 간다,고 말하는 첫번째 글을 본 답답함이 채 가시기도 전에, 에너지는 공공재고 가치재니 비필수 분야의 절약과 국가의 세금 투입으로 요금은 올리지 말아야 한다, 는 두 번째 글을 봤다. 


많이 쓰는 사람들이 압력을 받는 누진요금이 있었는데, 폭염이 두 번쯤 지나고 없어졌다. 누진요금이 없어지고 나니, 생활가전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누진요금이 사라질 때, 에어컨이 필수,라고 했었지. 지금은 건조기와 식기세척기와 로봇청소기가 필수 가전으로 들어오고 있다. 사람의 삶이 거기 맞춰지고 나면 필수가 되겠지. 전기 없던 삶을 아예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냉장고나 세탁기 없이 살던 두 세대 쯤 전이 아득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다. 

필수,라는 말은 가져다 붙이기 나름이고, 많이 쓴다와 적게 쓴다,는 상대적인 개념이고, 우리 나라는 지금도 전기를 충분히 많이 쓰고 있다. 


요금을 올리지 말자는데, 어쩌자는 것일까.

에너지요금은 에너지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전기요금이 싸면, 전기를 쓰는 방식으로 삶을 바꾼다. 집에 콘센트만으로 존재하는 것들을 만들기 위해 자원이 들어간다는 걸 왜 모르는 체 할까.  

도대체, 필수적인 에너지 사용은 어떻게 정의하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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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행선,을 좋아했다. 기꺼이 책임지는 사람인 남행선이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최치열,은 그저 그랬다.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라고 해도, 일타강사,라는 직업은 입시지옥 없이 존재하기 어려운 일이고, 입시지옥에 대해 묘사하는 드라마의 끝 어딘가에서 다른 직업을 갖게 되기를 바랬다. 

남해이,는 나쁘지만 어리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엄마는, 엄마가 아니라 이모예요. 미혼이구요'라고 그래도 문제를 바로잡았기 때문에 되었다고 생각했다. 

애들도 재밌다고 같이 봐서 좋았다. 10화 즈음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다음 로맨스가 동력을 잃고, 스릴러로 점프했다. 

학부모와의 스캔들 따위로 일타강사가 저렇게까지 굴러떨어질 일은 없다고, 고딩인 큰 애는 대한민국수험생을 너무 모르네,라고 했었다. 대한민국 수험생은 라이벌강사에게 명예훼손성 댓글로 실형을 살게 된 일타강사에게, 인강 찍어놓고 감옥가라고 한다고 했지. 

이상한 스릴러가 범인의 자살로 스리슬쩍 마무리되고, 뻔뻔한 엄마가 반성하고 떠나고, 딸을 채찍질하며 허영심을 채우던 엄마는 여전히 딸을 앞세우고, 학원 상담실장을 하고 있고, 여전히 일타강사는 일타강사인 26년의 미래는 싫었다. 

아이들에게는 말하지 못한 나의 불만은, 로맨스의 끝으로 택한 결혼을 대하는 행선이었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좋은 감정을 나누면서도, 이런 저런 문제들로 진전없던 둘이 다시 뜬 스캔들로 서로에게 청혼한다. 그 스캔들은 그저 오해라고 달려온 최치열앞에, 행선도 자신이 준비한 반지를 끼워주면서 청혼한다. 그런데!!!! 치열의 청혼까지 받은 다음, 결혼은 해이가 수능치르고, 자신이 스포츠지도자 합격한 다음에 하겠다고 한다. 에???? 내일 죽어도 이상할 게 없다고 생각하는 나의 어떤 태도는 저게 청혼에 대한 답으로 합당한가, 생각하는 거다. 뭐 사정이야 그럴 수 있지만, 청혼 순간의 대답은 언제나 빠르고 신속한 '그래!!'여야 한다고, 이런 저런 사정설명은 다음 장면에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데다가, 수능이나 스포츠 지도자 합격이 왜 결혼의 전제조건?따위가 되어야 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 

사내맞선,의 신하리,가 청혼에 하는 대답-봐서,라고 했지-도 정말 싫었는데 이건 뭐지, 싶다. 나의 불만을 들은 친구는, 요즘 세태가 남자는 결혼을 하고, 여자는 결혼을 해주는 거라면서 참 싫다고 했다. 

영주처럼, 혼인신고 먼저 하고 애부터 가졌어야지. 

답없는 남행선!!!!! 


사람많은 데서 키스하는 걸로 마치다니, 무슨, 궁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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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경희 - 꼭 읽어야 할 한국 대표 소설 8 꼭 읽어야 할 한국 대표 소설 8
나혜석 지음 / 더플래닛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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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티비에서 잠깐 나온 영화의 한 장면을 기억한다. 그 화면 속에서 임신한 젊은 여자는 불러오는 배를 보면서 스스로가 동물이라는 자각을 무언가 혐오의 감정으로 읊는다. 

어린 나도, 그 감각을 어렴풋이 공감한 것도 같다. 

충분히 좋은 엄마,에서 저자가 "사실 아이의 타고난 도덕성은 날것의 공포로부터 발달하기 시작하기 때문에 엄마나 아빠의 도덕성보다 훨씬 더 강렬합니다. 아이에게는 오로지 진실되고 진짜인 것만이 중요합니다. -p187~188 "라고 말하는 부분을 옮겨 적었다. 

아이가 가지는 청결의 감각이 결벽적이라는 인상을 받는 순간들이 있다. 어른이 되는 것이, 그런 결벽적인 감각들을 무디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도 되었다. 


알라딘에서 주는 적립금으로 옛날의 단편소설들을 100원주고 빌려보고 있다. 이 소설은 최초의 서양화가, 떠들썩한 스캔들의 주인공, 결국 행려병자로 죽은, 인생이 소설만큼 드라마틱한 나혜석이 쓴 짧은 소설이다. 일본에 유학하고 있는 여학생인 경희가 유학 중에 짧게 집에 돌아와 주변 사람들, 의 평판을 듣고, 종국에는 결혼하라는 부모의 독촉을 받으며 고민하는 이야기다. 

지난 시대의 이야기지만, 그 고민의 내용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환경은 달라졌지만, 사람들의 생각은 다르지 않다. 여자도 인간인데, 축첩하는 남편에게 고통받은 어머니는, 왜 나에게 결혼하라고 하시는 거냐,고 생각하는 경희에게 지금과는 다른 묘한 종류의 울분을 본다. 여자도 인간인데,라는 말에 인간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따라온다. 인간은 무엇인가? 인간의 삶은 어때야 하는가? 같은 질문들 가운데, 여성의 삶은 어때야 스스로에게 만족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까지. 공부하는 이유는 뭘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 질문들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결국 자신이 해야 하는 답이다. 

임신과 출산을 몸으로 겪는 스스로가 동물이라는 감각을 느끼는 여자라서,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아마도 더 절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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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힐부득과 달달박박은 친구다. 인생의 의미와 살아가는 이치를 깨닫기 위해 불교를 배운다. 

두 친구는 멀지도 그렇다고 너무 가깝지도 않게 산 중에 따로 암자를 지어 수행정진을 하고 있다. 

어느 추운 밤 박박의 작은 암자에 여인이 하룻밤 묵기를 청한다. 

수행하는 수행자로 여인을 들인다는 것에, 박박은 청을 거절한다. 

여인은 멀지도 그렇다고 너무 가깝지도 않은 부득의 암자에 가서 묵기를 청한다. 

부득은 여인을 들여 묵을 수 있게 한다. 

만삭의 여인은 해산을 하고, 몸을 씻고는, 그 물에 부득도 씻기를 권한다. 그 물에 몸을 씻은 부득은 부처가 된다. 

박박은 아마도 거절하지 못하고 여인을 들였을 부득을 비웃어주기 위해 찾아와서 황금빛의 부처가 된 친구를 본다. 부처를 알아보지 못한 자신이 부끄러워서, 늦었지만 도움을 청하고 부득은 박박이 목욕물에 들어가기를 권한다. 박박도 목욕물에 들어가 부처가 된다. 


http://www.ibulgyo.com/news/articleView.html?idxno=90240


https://www.gunwi.go.kr/fun/samguk/page.htm?mnu_uid=1354&msg_no=36886&md=4&v_no=61&se_key=0&se_text=&msg_ca_no=0&wztp=


나는 이 이야기를 아이를 봐 주시던 아주머니가 주신 책으로 봤다. 삼국유사에 실려있었다는 이야기니, 내가 참으로 늦게 안 거네, 싶다. 아이들의 그림책으로까지 만들어졌으니, 많이들 좋아하는 이야기일 텐데. 

나는 박박이 부처가 되는 대목을 좋아한다. 

계를 어겼을 친구를 비웃어주러 왔는데, 계를 어기고도 성불한 부득을 미워할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스스로의 어리석음을 한탄하고, 도움을 구하고, 목욕물에 몸을 씻고 자신도 성불한다. 그런 기회가 있다는 게 좋았다. 알아보지 못하고 놓칠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되돌릴 수 있는 기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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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가치 있는 삶
마리 루티 지음, 이현경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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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겨우 읽었다. 

1세계 여성의 글은 혼돈으로 부글거린다. 예전에 '행복의 경고'(https://blog.aladin.co.kr/hahayo/9118347) 를 읽을 때 느꼈던 '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네'라는 느낌이 이 이 책에도 있다. 자아가 있어야겠는데 없는 거 같고, 욕망을 추구해야 하는데 욕망이 무언가 싶고, 어지러운 자아상을 받아들이라고 말하면서도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한다. 그런 충돌하는 마음 때문에 읽었다고 말하기 부끄러운 지경으로 넘기면서 겨우 겨우 읽었다.

이런 나의 어지러운 심정이, 이 책 자체가 아닌, 이 책을 옹호하는 많은 여성주의자들 때문인가도 한참을 생각했다. 불투명한 경계와 유연한 자아상을 말하면서 사안에 대해서 단정적이고 단호하고 결벽적인 언사를 하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나서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책에도 그런 뉘앙스가 있다. 마음 깊이 이미 위계나 옳고 그름이 있고 스스로의 우월함을 의심하지 않는다. 추상적인 영역에서는 이렇게 말하면서, 현실의 영역에서는 다르게 말할 거 같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러니까, 기질의 부름을 따라 사는 삶이 평범할 수 있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기질의 부름을 받는다면, 격정적인 사랑을 하면서 무언가를 창조하면서 사회적인 성취를 해낼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닌가?라는 인상이 생긴다. 


추상적이기만 한 어지러운 말들,에 호감이 생기지 않는다. 


가장 "발달된" 자아는 고도로 구조화된 자아가 아니라 가장 덜 구조화된 자아로, 다양한 정체성의 차원을 유연하게 이동할 수 있다. - 22%


반면, 어떤 목표와 야망은 진부하기만 해 삶을 지루할 정도로 지극히 평범하게 만든다. - 24%


성평등에 관한 나의 주장은 다른 문화의 전통에 어긋나며, 내가 단지 서구적 가치관을 강요함으로써 서구 식민주의의 유산을 재생산하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러한 반대는 성평등이 특히 서구의 발명품이며, 사실도 아니지만 서구 여성은 차별을 받지 않는다고 시사함으로써 서구 사회에 지나친 공신력을 부여한다. - 25%


이것이 상황적 결핍은 우리가 맹신하도록 학습된 좋은 삶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인정하면서도, 근본적인 결핍은 우리 삶에 엄청난 가치를 가져다준다고 주장할 수 있는 이유다. - 29%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그 정도 수준까지 어떤 변화를 이루어 내지 못한다. 그리고 정말 변화를 이루어 내는 사람들조차도 일반적으로 자신은 무엇이든 이루어 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중 상당히 비범한 사람들조차도 무엇을 하든 항상 자신에게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으로 인해 잘 만족하지 못한다. - 30%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이 유독 세상을 가능성의 공간으로 바라보지 못한다는 것을 나 또한 인정하며, 번복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는 흔히 과장되어 있다. 우리는 고통으로 가득 찬 삶을 살아온 사람들을 잘못 이해한다(또는 깔본다). - 46%


결과적으로 극단적인 이상화는 연인의 진실된 모습을 해칠 수 있지만, 반대로 연인을 그저 진부하기만 한 존재로 전락시키면 모든 것을 초월하는 사랑의 가치를 부정하게 된다. - 56%


실제로, 사건과 마찬가지로 편협한 마음 또한 열정을 먹고 자라기 때문에 둘은 혼동되기 쉽다. -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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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2-16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책 샀는데 아직 안 읽었네요. 읽을 때 별족님의 생각도 유념하면서 읽어보겠습니다.

별족 2023-02-17 09:02   좋아요 1 | URL
책을 읽을 때 같이 읽고 있는 책들, 블로그 글들, 기사들, 얽혀서 생각이 이렇게까지 튀었어요. 링크는 고쳐뒀는데, 행복의 경고, 읽을 때는 격몽요결, 읽고 있었고, 블로그를 통해서 동아시아 유전자분석 기사 본 것도 연결되면서 계속 서구의 사고방식에 경계심을 갖게 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