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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가치 있는 삶
마리 루티 지음, 이현경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11월
평점 :
겨우 겨우 읽었다.
1세계 여성의 글은 혼돈으로 부글거린다. 예전에 '행복의 경고'(https://blog.aladin.co.kr/hahayo/9118347) 를 읽을 때 느꼈던 '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네'라는 느낌이 이 이 책에도 있다. 자아가 있어야겠는데 없는 거 같고, 욕망을 추구해야 하는데 욕망이 무언가 싶고, 어지러운 자아상을 받아들이라고 말하면서도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한다. 그런 충돌하는 마음 때문에 읽었다고 말하기 부끄러운 지경으로 넘기면서 겨우 겨우 읽었다.
이런 나의 어지러운 심정이, 이 책 자체가 아닌, 이 책을 옹호하는 많은 여성주의자들 때문인가도 한참을 생각했다. 불투명한 경계와 유연한 자아상을 말하면서 사안에 대해서 단정적이고 단호하고 결벽적인 언사를 하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나서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책에도 그런 뉘앙스가 있다. 마음 깊이 이미 위계나 옳고 그름이 있고 스스로의 우월함을 의심하지 않는다. 추상적인 영역에서는 이렇게 말하면서, 현실의 영역에서는 다르게 말할 거 같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러니까, 기질의 부름을 따라 사는 삶이 평범할 수 있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기질의 부름을 받는다면, 격정적인 사랑을 하면서 무언가를 창조하면서 사회적인 성취를 해낼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닌가?라는 인상이 생긴다.
추상적이기만 한 어지러운 말들,에 호감이 생기지 않는다.
가장 "발달된" 자아는 고도로 구조화된 자아가 아니라 가장 덜 구조화된 자아로, 다양한 정체성의 차원을 유연하게 이동할 수 있다. - 22%
반면, 어떤 목표와 야망은 진부하기만 해 삶을 지루할 정도로 지극히 평범하게 만든다. - 24%
성평등에 관한 나의 주장은 다른 문화의 전통에 어긋나며, 내가 단지 서구적 가치관을 강요함으로써 서구 식민주의의 유산을 재생산하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러한 반대는 성평등이 특히 서구의 발명품이며, 사실도 아니지만 서구 여성은 차별을 받지 않는다고 시사함으로써 서구 사회에 지나친 공신력을 부여한다. - 25%
이것이 상황적 결핍은 우리가 맹신하도록 학습된 좋은 삶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인정하면서도, 근본적인 결핍은 우리 삶에 엄청난 가치를 가져다준다고 주장할 수 있는 이유다. - 29%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그 정도 수준까지 어떤 변화를 이루어 내지 못한다. 그리고 정말 변화를 이루어 내는 사람들조차도 일반적으로 자신은 무엇이든 이루어 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중 상당히 비범한 사람들조차도 무엇을 하든 항상 자신에게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으로 인해 잘 만족하지 못한다. - 30%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이 유독 세상을 가능성의 공간으로 바라보지 못한다는 것을 나 또한 인정하며, 번복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는 흔히 과장되어 있다. 우리는 고통으로 가득 찬 삶을 살아온 사람들을 잘못 이해한다(또는 깔본다). - 46%
결과적으로 극단적인 이상화는 연인의 진실된 모습을 해칠 수 있지만, 반대로 연인을 그저 진부하기만 한 존재로 전락시키면 모든 것을 초월하는 사랑의 가치를 부정하게 된다. - 56%
실제로, 사건과 마찬가지로 편협한 마음 또한 열정을 먹고 자라기 때문에 둘은 혼동되기 쉽다. - 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