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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경희 - 꼭 읽어야 할 한국 대표 소설 8 ㅣ 꼭 읽어야 할 한국 대표 소설 8
나혜석 지음 / 더플래닛 / 2015년 3월
평점 :
어렸을 때 티비에서 잠깐 나온 영화의 한 장면을 기억한다. 그 화면 속에서 임신한 젊은 여자는 불러오는 배를 보면서 스스로가 동물이라는 자각을 무언가 혐오의 감정으로 읊는다.
어린 나도, 그 감각을 어렴풋이 공감한 것도 같다.
충분히 좋은 엄마,에서 저자가 "사실 아이의 타고난 도덕성은 날것의 공포로부터 발달하기 시작하기 때문에 엄마나 아빠의 도덕성보다 훨씬 더 강렬합니다. 아이에게는 오로지 진실되고 진짜인 것만이 중요합니다. -p187~188 "라고 말하는 부분을 옮겨 적었다.
아이가 가지는 청결의 감각이 결벽적이라는 인상을 받는 순간들이 있다. 어른이 되는 것이, 그런 결벽적인 감각들을 무디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도 되었다.
알라딘에서 주는 적립금으로 옛날의 단편소설들을 100원주고 빌려보고 있다. 이 소설은 최초의 서양화가, 떠들썩한 스캔들의 주인공, 결국 행려병자로 죽은, 인생이 소설만큼 드라마틱한 나혜석이 쓴 짧은 소설이다. 일본에 유학하고 있는 여학생인 경희가 유학 중에 짧게 집에 돌아와 주변 사람들, 의 평판을 듣고, 종국에는 결혼하라는 부모의 독촉을 받으며 고민하는 이야기다.
지난 시대의 이야기지만, 그 고민의 내용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환경은 달라졌지만, 사람들의 생각은 다르지 않다. 여자도 인간인데, 축첩하는 남편에게 고통받은 어머니는, 왜 나에게 결혼하라고 하시는 거냐,고 생각하는 경희에게 지금과는 다른 묘한 종류의 울분을 본다. 여자도 인간인데,라는 말에 인간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따라온다. 인간은 무엇인가? 인간의 삶은 어때야 하는가? 같은 질문들 가운데, 여성의 삶은 어때야 스스로에게 만족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까지. 공부하는 이유는 뭘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 질문들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결국 자신이 해야 하는 답이다.
임신과 출산을 몸으로 겪는 스스로가 동물이라는 감각을 느끼는 여자라서,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아마도 더 절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