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선거이야기 - 1948 제헌선거에서 2007 대선까지
서중석 지음 / 역사비평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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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진진.

5회에 걸처 이루어진 강의가 책으로 묶인 거라서, 쉽게 읽힌다. 재미있다. 이야기로 들으면 건너뛰게 되는 부분이 책에도 있으니, 그런 궁금증은 그렇게 남는 수밖에 없다. 게다가 선거만으로 우리나라 현대사를 모두 알 수는 없는 거니까. 빈틈은 어쩌면 당연한 거다. 누구도 예측할 수 없고, 그래서 흥미진진한 선거가 책 속에 있다.

역사란 재미있다. 지금과 다른 풍경이 책 속에 펼쳐진다. 이승만은 자기가 당선되기 위해 '간접선거'를 '직접선거'로 바꾸고, 박정희는 영구 집권을 위해 직접선거를 간접선거로 바꾼다. 지금 약한 자를 위한 정치인들을 정치공간 밖으로 내모는 '빨갱이'란 공격은 처음 출마한 선거공간 속 박정희에게 오히려 득이 된다.

선거의 순간 순간, 만약 그 때 이랬더라면, 하는 마음이 생긴다. 그 출렁출렁하는 마음의 흐름들이 그래도 점점 더 나은 순간을 만들어왔음을 목격한다.

이십대인 동료로부터 '쇠고기 그거 안 먹으면 그만 아닌가요'라는 말을 듣고, 사십대의 직장 선배로부터는 '노무현 vs 이명박'이라는 인터넷 글을 포워딩받는다. 열심히 생각하지 않는다면, 나이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지금의 촛불정치가 '정치에 대한 혐오' 대신, 진짜 '생활정치의 시대'를 여는 신호탄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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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마음 - 썩어빠진 교육 현실을 유쾌하고 신랄하게 풀어낸 성장소설
호우원용 지음, 한정은 옮김 / 바우하우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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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에 읽은 책인데 이제사 쓰게 된다. 오늘 신문기사를 보니, 이 책이 떠올랐다. 오늘의 신문기사는 '심한 체벌로 자살을 시도한 여고생에게 학교운영위원회에서 '학교명예실추'로 처벌을 주문했다'는 내용이었다.

아, 슬프다.

다르지 않다. 대만의 현실과 우리의 현실이.

우리 주변의 어떤 학교 내 사건에 대해 '밀착취재'란 걸 한다면 딱 이렇게 진행될 것이다. 이 책이 베스트 셀러가 되고 이야깃거리가 되는 것은 문학적 완성도 때문이 아니라, 현실에 바짝 붙어 있는 그 생생함, 분노, 아픈 마음, 그리고, 바꾸려는 그 마음, 그래서 '위험한 마음', 그 때문이다.

0교시 부활, 방과후 학교의 학원진출 허용, 좋은 대학에 가는 것 말고, 십대가 자신의 가치를 보여줄 수 없는 지금 대한민국의 학교 풍경이 펼쳐진다.

지금 십대들에게 이 '위험한 마음'이 들끓고 있다는 걸 느낀다. 십대 뿐 아니라, 전 국민이, 바꾸고 싶어서, 이 현실을 바꾸고 싶은 '위험한 마음'이 가득하다. 그래 바꿀 수 있다!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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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다시 읽었다
    from 뒤죽박죽 뒹굴뒹굴 2016-09-01 13:02 
    교육이 문제,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그건, 노동조합이 들고 선 피켓 때문이다. 성과연봉제,를 반대하는 조합 간부가 정부청사 앞에 들고 선 피켓에는 여덟살 쯤 되어보이는 아이가 뚱한 표정으로 '성과연봉제? 그럼 엄마, 아빠는 몇 점이고 몇 등이야?'라고 묻고 있었다. 투쟁소식을 알리는 메일에서 그 피켓을 보는 순간, 나는 죄스러운 마음이 되었다. 지금 내가 반대하는, 절대로 안 된다고 말하는 그걸, 나의 아이는 학교에 들어선 순간 매일, 매일 받고 있구
 
 
 
민주주의, 약자들의 희망이 될 수 있을까? - 민주주의 Democracy 아주 특별한 상식 NN 7
리처드 스위프트 지음, 서복경 옮김 / 이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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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정치의 계절. 이 책을 읽는다.

환멸이 떠도는 '민주주의'라는 단어 뒤에 '약자에게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제목이 확 당겨서. 바람구두님의 페이퍼를 따라 열권을 모두 지르고 겨우 시작한 첫 책이다. NN시리즈의.

민주주의,에 대해 쉽게 그러니까 '민주적으로 썼다'고 표현되어 있다. '민주적인 글쓰기'란 표현은 인민이 주인이라면서, 접근이 어려운 표현들로 정작 주인을 내치는 현상들에 대해 묘사한 표현인 거다.

지금의 우리 세계가 '민주주의'라면서, 왜 이 속의 주인인 '민'들은 행복하지 않은지, 쉽고 간결하게 설명해준다.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고, 경제는 시장에, 정치는 약한 민주주의에 의존하는 한, 이 상태-낮은 참여, 냉소, 그래서 결국 '정치를 환멸하며 중요한 위치에 악당들을 집어던지는'-는 바뀌지 않을 거라고 말한다.

선명하고 분명하다. 경제적 약자에게 정치에 참여할 공간이 너무 없는 것이다. 사업장 민주주의, 일정 수준의 경제적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한, 무직의 이십대가 투표소에 들어가지 않거나, 명바기를 찍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집했던 마음은 시장경제에 휘둘려 결국 자신의 지지를 배신한 정치가를 목격하게 되는 것이다. 하고 많은 정치적 의사결정의 순간에 배제되고, 오직 4년마다, 혹은 5년마다 돌아오는 선거의 순간에만 행사되는 '민주주의'란 세계 어디에나 마찬가지가 된다.

진정한 '민주주의'란 '직접'이 강화된 방식이어야 한다,는 주장을 분명하게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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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띠에 - 한불수교 120주년 기념 만화단편집
최규석 외 지음 / 길찾기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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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불수교 120주년을 기념하여 출판된 만화다. 동생의 방에서 '습지생태보고서'를 재미나게 읽고는 그 만화가의 다른 만화책들을 몽창 장바구니에 넣어 함께 온 책이다. 우리나라와 프랑스의 만화가들이 한꼭지씩을 잡아 그렸다. 한국작가들의 만화를 우수수 보고, 프랑스작가의 만화는 뒤집어서 읽게 되는 구조다.

만화책은 나쁘지 않다. 그런데, 나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한불수교 120주년 기념만화,라는 주제가 주어졌을 때, 우리나라 작가는 우리나라에 대해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프랑스 작가는 또 한국에 대해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구나. 이유가 뭘까, 프랑스는 문화적으로 보편이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기 때문인가. 그런 것인가. 하는.

프랑스작가들이 프랑스에 대해 그리는 것은 불필요한 행위이기 때문에, 대신 프랑스가 한국과 관계맞는 방식에 대해 말하고-프랑스 만화가의 한국방문기라던지, 한국인 아버지를 가진 프랑스인의 한국방문기라던지, 하는, 아니면 아예 다른 방식의 프랑스 쥐씨의 십이지신 식탁이라던지하는-, 한국의 작가들은 한국에 대하여만 말하는구나. 하는.

'한불수교 120주년 기념만화를 출간할 계획입니다, 만화를 그려주세요'가 아니라, '한불수교 120주년 기념 만화를 출간할 계획입니다, '한국'에 대한 만화를 그려주세요'였을 수 있겠지.

그래도, 역시 드는 생각은 문화에 대한 무의미한 높낮이 따위, 까끌까끌하다.

(책소개를 다시 읽어보니 오해가 있다, 주제는 '한국'이다.그렇지만, 역시 모르는 채로 본 것이니까, 부끄럽지만, 내버려 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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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에서 생긴 일 - SBS 드라마스페셜
하지원 외 출연 / SBS프로덕션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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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비디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드라마에 대해 쓰기 위해서 펼친다. 디비디에는 디비디 구매자에게 적합한 말들을 남겨야 하는 거라고 자중해 왔지만. 이 드라마에 대하여 말하고 싶어져서는 하지 않던 일을 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 드라마에는 요새는 아주 희박한 무시무시한 현실적 날카로움이 존재한다.

'믿는 만큼 이루어진다'는 성공의 담론들이 넘쳐나는 지금, 이 드라마는 '그 믿음'이란 것을 내팽개치게 만드는 절망의 현실을 보여준다. 정권을 장악한 '성공?한 부자들'은 죽을때까지 모를,  누구도 행복하지 못한 계급의 끝과 끝의 이야기가 폭주한다.  

아무도 그런 불행 믿지도 바라지도 않았지만, 그렇게 생겨먹은 현실 때문에 사랑도 사랑이 아니고, 이별도 이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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