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1 (무선) 해리 포터 시리즈
조앤 K. 롤링 지음, 김혜원 옮김 / 문학수첩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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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해리포터를 읽으면서, 처음 느낀 불편함이었다. 아즈카반의 죄수를 읽을 때, 해리의 아버지의 네 친구들에 대한 묘사를 읽을 때 너무 불편하여 안절부절하였다. 애니무스가 되는 네 명의 친구들이 어떤 성품이었고, 누가 배신했는지, '약하기 때문에 유혹에 쉽게 흔들렸다'란 대목에서는 속이 상했다. 뛰어나지 못한 것에 더하여, 믿음을 저버릴 가능성까지 더 큰 나약한 존재, 라는 묘사가 내 자신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단지, 노력할 뿐이라서 항상이라고는 장담할 수 없는 약속들을 계속 품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가 읽도록 쓴 책이 아니다, 라는 작가의 말이 이것이 사회를 반영하고 있었다,고 연상시키고, 이전에 읽던 어느 대목-강한 자가 강하기 때문에 더 신뢰할 만하다,란 감성을 드러낸 대목-을 내가 그저 지나친 것이 아닐까, 하고 되돌이키게 하였다. 모험에 동참하며 함께 적을 바라보던 때가 아니라면, 언제라도 가능한 이런 불편함은 익숙한 것이기도 하다. 헐리웃 영화의 영웅이 모든 적들을 무찌른 다음 순간, 내가 묘사된 적에 더 가까운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 때도 이런 느낌이었다.

책속에 푹 파묻혀 함께 뛰지만은 않을 거라고 결심하였다. 해리, 아마도 난 널 응원하겠지만, 그 속의 모든 악인에 대한 묘사를 불편함 없이 수용할 수는 없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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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
아이작 아시모프 외 지음, 박준형 옮김 / 나라사랑 / 199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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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은 간결해서 좋다. 간결하지 않다면, 그 속에 완결된 이야기가 들어있는 것은 구겨넣은 자루처럼 울퉁불퉁할 거다. 장르특집이 '추리'일 때, 그리고 그 중에 '단편집'이 있을 때, 난 그걸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간결한 단편, 그것도 추리소설이라면, 이 얼마나 매혹적일 것인가. 추리소설단편걸작선을 읽고 매혹되었던 기억이 스멀스멀 기어나와서는 피할 수가 없었고, 읽게 되어 기뻤다.

네명의 작가가 선보이는 짜릿한 반전이 있는 추리소설 단편들. 아시모프는 과학적 상상력에 재치가 있고, 크리스티아나 브랜드는 섬뜩하리만치 냉정하고, 포사이스는 상황설정에 관심있어 보이고, 제프리 아처는 일상 속에 어떤 집착을 드러내고 싶어한다. 작가들의 개성이 드러나 더욱 즐겁고, 한 꺼번에 네명이라서 또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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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마타의 붉은 바다 쑥쑥문고 5
하라다 마사즈미 지음, 오애영 옮김 / 우리교육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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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이던 사촌동생의 방에 납작 엎드려 이 책을 읽으면서, 지금의 아이들이 몹시도 부러웠습니다. '공장굴뚝의 검은 연기를 보며, 선진국이 될 꿈을 꾼' 대통령에 대해 배운 내가, '환경을 훼손해서 안 된다'는 간결한 명제를 받아들이는 것은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되겠지만, 지금 아이들에게는 다를 듯 했기 때문입니다.

부자나라가 되어야 해, 와 아름다운 환경을 가지고 싶어, 사이의 갈등은 그래서 내게는 무척이나 격렬한 것입니다. 양립할 수 없어 보이는 욕망 사이를 갈팡질팡하는 내 자신에 대한 감정때문에 이런 책을 보면 좀 덜하지 않을까,하는 지나치게 단순한 마음이 되었습니다.

지금의 선진국이 그 부를 이루기 위해 희생시킨 것이 자기 나라의 작은 어촌마을 만이 아님을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이 자라면서 깨닫기를 바라는 것은 조금은 지나친 욕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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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르 사전 - 여성판
밀로라드 파비치 / 랜덤하우스코리아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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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서평을 보고 '읽어야겠다' 결심했으니, 지혜님께 감사의 말부터 해야겠는데요. 먼 어떤 나라에 발을 딛고 짐을 푸는 것만큼, 책을 통해서도 참 멀리 여행할 수 있구나, 생각합니다. 익숙치 않은 감수성이나, 신기한 비유들, 무슨 상상으로 두려움을 느끼는지, 어떤 상상들로 악마를 묘사하는지 보면서 말입니다. 읽으면서 '동유럽에 대해서, 아는 것이 하나도 없구나, 나는'하고 생각했습니다. 남미의 문학을 처음 접했을 때처럼, 여전히 놀라움으로 달떠서 만날 무언가가 무궁무진하다는 걸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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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김남주 번역시집 2
하이네, 브레히트, 아라공, 마야코프스키 지음 | 김남주 옮김 / 푸른숲 / 199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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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지 않으면, 시가 아니라고. 그래서, 서정주의 삶과 무관하게 그의 시에 소름이 돋는 걸 어쩌지 못하면서도, 난 아름답고도 간절하게 정의로운 시들과 시인의 삶을 안다.
사랑하는 사람으로서의 책임때문에 포기하지 못하는 것들을, 눈을 부릅뜨고 살얼음판을 걷듯 노래하던 시인들을 보면서 난 또 소름이 돋고, 눈물이 나고, 목소리가 떨린다.

경찰 곤봉에 맞아 죽은 시위대를 보면서, 다시 그 비장함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인가, 질문받으면서 생각한다. '죽임을 당한데도 할 수 있겠어?'라고 묻는 게 아니라, '이게 소중하다'는 확인만을 요구해야 하는 거라고. 폭력으로 무언가를 잠재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야만을 규정한 채로 답변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목숨을 건 비장함으로 움직인 게 아니라, 눈돌려 못 본 척 할 수 없는 애정때문에 간신히 살아내는 삶의 일부였던 거라고.

아름다움을 같이 누리려고, 당신의 부도덕을 불성실을 이상한 상식?을 조롱하려고 쓰여진 시들을 보면서, 아름답고도 정의로울 수 있는 거라고 그래야 하는 거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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