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어제 문득 너하고 상담을 해야하는데 7교시까지 하다보니 일에 쫓겨 제대로 말도 못하고 보내버린 게 퇴근 무렵에야 생각이 났어. 미안하다.
사실 선생님은 네가 학교에 말도 없이 결석을 해서 벌을 주어야 할까, 아님 요즘 너의 생각을 글로 쓰라고 할까, 부모님께 다시 전화 상담을 드려야 할까, OO이를 데려와서 차분하게 다시 이야기를 해 볼까 등 별 생각이 다 들었어. 그런데 내 예상대로 넌 오늘도 별 얘기도 없고, 나와 이야기하는 것을 꽤나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아. 아무래도 네 얘기를 한다는 것이 익숙하지 않겠지.
선생님이 여유가 된다면 갈매동에 있는 너의 집을 꼭 한 번 가보고 싶지만, 이번 2학기 중간고사 기간이 될 때 까지는 갈 수가 없을 것 같아. 전화로 이야기하는 것이 한계가 있고, OO이가 아무 연락도 없이 이렇게 덜컥 결석을 하면 선생님은 마음이 너무 불안해진단다.
1학기 초에 너에게 자세히 이야기 한 적은 없지만, 선생님 나름대로 OO이를 도와주고 싶어서 이리저리 노력을 많이 했어. 장학생 추천도 하고, 급식 지원 신청도 하고. 그랬는데 일들이 잘 안 되더라고. 그래서 미안해서 이야기도 못 꺼낸 거란다. 그러다가 문득 네가 학기 초에 사진이 없다고 못 내던 게 생각나서 그저께 부랴부랴 사진관에 전화해서 사진 추가 신청해서 어제 사진이 나온 거란다. 뭐, 선생님이 이렇게 노력하는 걸 알아달라는 건 아니고, 적어도 선생님이 OO이를 이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 좀 알았으면 해서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쓰는 거란다.
OO이가 무엇 때문에 힘들어하는지 알 수도 없고, 선생님이 안다 해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이런 식으로 학교에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좀 늦어도 학교에 꼭 나와 주었으면 좋겠다. 네가 안 나온 날, 내가 얼마나 불안했는지 모를 거다. 후!!! 그리고 가능하면 네가 생각하는 것들을 편하게, 몇 자 안 되더라도 써서 나에게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선생님은 OO이가 좋은 점이 많은 학생이라고 믿고 있단다. 마음만 먹으면 열심히 할 텐데, OO이가 왜 이렇게 의욕이 없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든단다. 중간고사 기간에 가정 방문을 하면 너무 늦을 것 같아, 이렇게 편지라도 쓰는 거니까 선생님 말을 잘 새겨 듣고 수행평가, 시험 준비 최선을 다하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았으면 좋겠다. 물론 지금처럼 밝은 모습으로 학교 생활하는 OO이의 모습 참 보기 좋단다. 참, 그리고 장래희망에 대해 쓴 글(말하기 수행평가 원고)이 정말로 없어졌다 해도 너무 낙심하지 말고 이번 주말에 차분히 다시 써 보렴. 할 수 있지? 너무 화 내거나 짜증내지 말고. 잘 할 수 있을 거야.
더 나은 OO이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라며 이만 줄일게.
20050909 담임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