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9월만 되면 마음이 심란스럽기 짝이 없다.

작년에는 학교도 옮기고, 아이들과도 잘 맞지 않아 힘들어 더 그랬던 것 같다. 확실하게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서울대나 교원대 파견교사로 도망이라도 쳤으면 하는 마음이 너무 간절했다. 점심시간에 지나가던 아이의 급식판의 국물이 옷에 튀어서 점심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집에 갔다 왔을 때는 너무 절망적이었다. 다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현실이 날 가만두지도 않을 테고,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긴 나 자신이 그렇게 내버려두지도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안전이 보장된 길만 왔다고 볼 수 있으니까...

올해도 그렇게 바뀐 것은 없지만, 교감샘이 없는 별실로 왔다는 것이 마음을 훨씬 가볍게 한다.

잠깐 사설이 길었군.

그저께 그러니까 9월 7일 우리반 1번이 결석을 했다.

개척교회 목사의 아들. 늘 성실하고 부끄러움이 많아 양볼이 빨간 아이. 요즘 사춘기의 열병을 앓는 듯 하다. 집안 사정도 그리 넉넉치 않은 녀석이 마음 속에서 부닥끼는 것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 여유가 있으면,
딸린 우리 애들만 없어도 갈매동까지 한 번 가정방문을 꼭 해봤으면 좋겠는데, 하는 생각을 어제 자는 순간까지 했다. 후... 도대체 집에서 어떻게 생활하는 걸까? 내가 이렇게 걱정을 하는 걸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아니면 이렇게 편지라도 써서 줄까, 어쩔까 생각 중이다. 장학생 추천도 못 해주고 여러가지로 미안한 아이라서 그런지 늘 생각이 난다. 나의 아픈 손가락 같은 존재라고나 할까?

아이들은 속마음을 잘 내보이지 않는다. 1년 내내 내가 알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은 겉모습 뿐이다. 그저 나는 알고 있다고 착각할 뿐이다. 그리고 아이들도 내가 자신들에 대해서 알고 싶어하는지 모르고 그냥 1년을 흘려 버린다. 그저 스쳐가는 사람으로... 그러지 않았으면 해서, 기억을 붙들어매려고, 모둠일기도 쓰고, 문집도 만들고, 각종 행사도 하지만 한계가 있다.

그래도 아이들은 너무 천진난만하고 생각보다 명랑하고 잘 웃어서 좋다.

시끄럽다고 장난이 심하다고 혼내키다가도 저 아이들이 없으면 얼마나 삭막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말하기 수행평가에서 장래희망에 대해 말하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어머니는 말씀하셨습니다. 인생을 즐기라고요."라고 말하는 우리반 남학생들. 점수에 팍팍해진 여학생들의 모습보다는 이렇게 여유있는 남학생들의 모습이 더 보기 좋다. 나 역시 점수에 연연하고, 재미없는 하라는대로밖에 할 줄 모르는 모범생이었게 때문에. 내가 하지 못하는 모습이기에. 이 녀석들이 자신의 위치에 맞는 곳을 잘 찾아서 갈 수 있었음 좋겠다.

요즘 자꾸 감상적으로 되는 나를 나도 어떻게 주체할 수가 없다. 하늘이 눈이 시리게 밝은 날도, 이렇게 비가 잠깐 와서 흐릿한 날도, 온 몸이 뻑쩍지근한 날도 그냥 누군가가 그립다. 그리고 그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평소에 못 하던 이야기들...

요즘 하늘을 봤냐고, 이런 가을에는 무슨 영화를 봐야 하는지, 보고 싶은 사람은 없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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