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에게 인사하는 법 - 제5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43
김이윤 지음 / 창비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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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 향기가 은은하게 퍼지는 밤, 창밖으로 농구공 튕기는 소리가 시원스럽게 들려온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조차 마음 놓고 나눌 수 없어 안타까운 아이들이 온몸으로 살아 있음을 알리는 것만 같다.

소설의 주인공 여여는 늘 씩씩하고 당찬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이다. 여여의 엄마는 미혼모이면서 여권 신문의 사진작가로 사회적 약자인 가난한 사람, 장애인, 여성을 배려하면서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이처럼 결혼도 하지 않은 채 아이를 키우며 악착같이 일하던 여여의 엄마는 자궁암에 걸려 말기암 선고를 받고 시골로 요양을 간다.
엄마의 투병으로 인해 여여는 자신에게 닥친 두려움과 맞서 살아가는 방법을 조금씩 익힌다. 요양차 간 시골에서 만난 무 할머니가 알려준 민간요법으로 엄마의 병을 떨쳐내려고 애쓰고, 아빠 없이 사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투정부리며 엄마를 가슴 아프게 했던 것을 진심으로 후회하고 용서를 빌기도 한다. 자신의 삶 중에서 5년이라도 엄마에게 줄 수 있게 해달라고 절실한 기도를 드리기도 하고, 부엌 바닥에 엎드려 티베트 승려처럼 무릎이 얼얼할 정도로 오체투지를 해서라도 엄마의 병을 낫게 하고 싶다. 하지만 여여의 엄마는 결국 돌아가시고, 슬프고 어렵지만 여여는 차차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이게 된다.

문화센터 드럼반에서 만난 학교 선배 시리우스는 여여에게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인다. 여여는 시리우스를 좋아하는 마음조차 두렵지만 자신의 감정을 피하지 않고 솔직하게 행동한다. 시리우스와 함께 드럼을 연습하는 시간을 기다리고, 시리우스가 공원에서 주었던 하트 모양의 계수나무 잎을 소중히 간직하기도 한다. 혼자서는 절대 탈 수 없던 외발자전거도 시리우스의 도움으로 제법 탈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시리우스가 항상 여여의 외발자전거를 잡아줄 수는 없는 법. 시리우스와의 풋풋한 사랑도 끝이 나고, 여여는 시리우스가 준 계수나무 잎뿐만 아니라 다른 식물의 잎도 하트 모양이라는 진실을 깨닫는다. 시리우스와의 만남은 여여의 삶 속에서 아름다운 순간 중 하나였고, 이를 통해 여여는 한 뼘 더 자라게 된다.

17년 동안 잊고 지냈던 여여 삶의 한 축, 아빠를 만나는 일은 설레면서 두렵기도 했을 것이다. 왼손잡이인 아버지를 닮고 싶어 왼손으로 젓가락질 연습을 하고, 우연히라도 아빠와 마주치고 싶은 마음에 아빠가 사는 동네까지 버스를 타고 간 적도 몇 번이다. 여여는 단짝 친구인 세미와 함께 청소년 경제 강좌에서 대기업 이사인 아빠를 만나고 멘토가 되어달라고 부탁한다. 엄마의 죽음으로 힘들어하던 여여는 아빠와 함께 두려움을 이겨내는 방법을 조금씩 터득해 간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 엄마에 대한 원망이나 미안함은 강 위에 종이배를 띄워 보내듯 조금씩 시간에 흘려보내야 한다는 것을 점차 깨닫는다. 외발자전거를 탈 때 휘청거리다가 뚝 떨어져도 자전거를 끝까지 놓지 않은 것처럼 여여는 아무리 세게 넘어지더라도 자신의 삶을 절대 놓지 않을 것이다.

농구공이 골 망 사이로 힘겹게 빠져나오듯 아이들도 자신만의 두려움을 각자 온몸으로 이겨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힘들겠지만 그 과정을 통해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봄 향기에 취하는 밤, 농구장을 경쾌하게 뛰어다니는 그들의 거친 숨소리에는 어떤 상황에서도 물러서지 않는 당당함이 담겨 있는 듯하다. (중2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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