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준 선물 - 쉼표와 느낌표 1
유모토 가즈미 지음, 이선희 옮김 / 푸른숲 / 2002년 9월
평점 :
절판


내가 좋아하는 최시한 님의 "모두 아름다운 아이들"과 좀 비슷한 느낌을 받은 책이다. 특히 '류'의 시선이 그런 느낌이 많이 들게 했다. 결국 어른들은 보지 못하는 소중한 것들을 찾아내는 아이들의 따뜻한 시선. 작가가 드라마작가였다는 이력과 책의 겉표지가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한 1년을 처박어두었던 책인데 이번 여름을 맞이해서 한 번 읽어 보았는데 나의 지나간 학창시절이 많이 떠올랐다.

  그냥 이상하게 잊고 지내던 기억들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떠올랐다.

  고3 때. 서태지가 "됐어, 됐어, 이런 가르침은 됐어." 노래를 하며 대다수의 10대들을 열광시킬 때도 별 감흥없이 보내던 나는 어쩌면 닿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갖고 멀리 있는 "S대"를 향해 오로지 공부만 하려고 노력을 했다. 그런데 아마도 가을의 문턱이었나 보다. 2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한 아이가 자살을 했다는 아주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 날 밤 12시까지 야자를 하던 우리 학교는 아주 이례적으로 보충이 끝난 직후 아이들을 모두 집으로 돌려보냈다. 참 예민하던 그 시기, 난 이렇게 죽자사자 공부를 하는 이유조차 모른채 한 친구의 죽음을 맞이했다는 충격으로 학교에서 집까지 거의 1시간을 하염없이 걸었다. 끝모를 생각을 하면서... 물론 그 친구의 죽음은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뿐만은 아니었지만. 2학년 때 수학여행으로 대전엑스포에 가서 컴퓨터점을 본 뒤, 그 친구는 몇 가지 질병으로 죽을 것이라는 말을 하며 유쾌하게 웃었던 기억이 갑자기 난다. 이런 기억들도 나를 키워준 것 중에 하나겠지.

  이 친구가 어려울 때도 여기에 나온 할아버지 같은 분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냥 나도 이 책에 나온 할아버지와 같은 존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울 때마다 어떠한 지침을 보여 주는 그런 존재. 그냥 가끔 사는 게 너무 힘들 때 들려 수박이나 같이 먹으며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그런 곳. 그런 의미에서 류, 모리, 하라는 정말 운이 좋은 녀석들이다.

  살다보면 이런 저런 힘든 사연을 갖고 그 안에 갖혀버릴 때가 있다. 그런 사람들한테 권하면 좋을 것 같다. 여름이 끝나기 전에 읽어서 참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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