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봉을 찾아라! - 제8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작은도서관 32
김선정 지음, 이영림 그림 / 푸른책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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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아무에게도 따뜻한 사랑을 받아보지 못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아무 것도 주지도 않고, 받지도 않겠다고 생각하던 최기봉 선생님.
몇 년 전 나의 모습을 보는 듯 했다. 아이들에게 상처를 받기 싫어서 항상 내 앞에 벽을 겹겹이 쌓곤 했다. 아이들이 좀 더 다가올 것 같으면 내 약한 마음이 들킬까봐 미리 피해버리곤 했다. 나의 마음을 여는 게 너무 힘들었다. 내 마음을 여는 순간 아이들이 나의 여린 마음에 마구 상처를 낼 것만 같았다.
그런데 그건 아니었다. 사랑을 받아본 사람이 베풀줄 안다고 조금씩 아이들에게 사랑을 나눠줘야 한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 아이들에게 힘들고 괴롭고 때로는 외로운 교사의 모습도 솔직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뒤부터 교사로서 나의 모습이 훨씬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마지막 2월 아이들과 헤어지면서 늘 후련하다고 생각하던 최기봉 선생님이 이번에는 빈 교실을 보며, 몹시 아쉬워하는 장면이 계속 생각난다.
아이들이 없는 교실은 너무나 쓸쓸하다. 가끔 혼자 교실을 정리하고 교실문을 잠글 때면 마음이 텅 빈 것만 같을 때가 있다. 아이들이 앉았던 의자에도 눈길을 줘 보고, 책 상 속에 아무렇게 넣어둔 과자 봉지, 사탕 껍질을 꺼내서 버려주면서 아이가 생글생글 웃던 예쁜 얼굴을 떠올리기도 한다. 이 녀석들이 없으면 이렇게 보고 싶은 것을.
다행인지는 몰라도 2월에는 늘 헤어진 아이들 생각으로 아쉽고 쓸쓸하고 그랬던 것 같다. 아이들이 보고 싶어서. 후련하다는 생각은 거의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 그리 나쁜 교사는 아니었다고 위안을 삼아 본다. 매년 2월에는 한해 살이 교사 생활이 서글프기조차 했다. 1년 동안 정들었던 녀석들과 헤어져 다른 아이들과 또 정붙이고 산다는 것이 힘들어서 매년 3월이 더욱 힘들었는지도 모른다.

지지고 볶고 싸워도 학교에는 아이들이 있어야 하고, 그들의 웃음 소리로 가득차야 한다.
물론 쉽지는 않다. 아이들이 쉬는 시간에 교실이나 복도에서 어찌나 소리를 질러대는지 조금만 남들을 배려하면 좋을텐데 싶다가도  아이들을 말리는 것도 힘들 즈음이면 힘이 쫙 빠지기도 한다.

그래도 아이들과 함께 떡볶이도 먹고, 수다도 떨고, 같이 하하호호 웃다보면 이런 것이 '선생'을 하는 진정한 재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마치 최기봉 선생님이 아이들과 친해지면서 학교 생활이 즐거워지듯이.  

하지만 오늘도 교실에서 버젓이 거울을 보며 예쁘게 화장을 하는 여학생과 실랑이를 한참이나 했고, 지각한 놈이 남아서 청소를 하지 않겠다고 어찌나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는지 달래서 청소 시키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결국 나는 남아 있는 지각한 다른 아이와 함께 빗자루를 들고 교실을 같이 쓸면서 정리를 하고 말았다.  

 그저 조금씩 아이들이 좋아지려니 하는 마음으로 하루 하루를 살아가지만 쉽지는 않다. 누군가 말했듯이 아이들이 스스로 배워가도록 지치지 않고 기다려주어야하는데 쉽지는 않은 일이다. 

이 책을 읽으며, 아이들을 가르칠 때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하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아이들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또한 교사로서 아이들과 오래 가기 위해서는 절대 빨리 지쳐서는 안 된다는 것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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