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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

- 양정자

정권이 바뀔 때마다 몇번인가
있어졌다 없어졌다 또 있어진
옆구리 찔러 절 받기
참 낯간지러운 스승의 날
꽃 한송이 달아주고 아이들이 불러주는
스승의 노래
너무나 어색해서
죄인처럼 저절로 고개가 떨궈지네
삭막한 교무실에도 이 날만은 꽃이 넘쳐나
값비싼 카네이션꽃들
꽃 꽂을 꽃병도 컵도 더이상 없어
책상 위에 그대로 말라비틀리던가
플라스틱 쓰레기통을 비우고 물 담아
듬뿍듬뿍 꽂아두기도 하네

아이들이 코묻은 제 용돈을 모아 사오는
어른에게는 별로 소용 닿지도 않는
장난감 인형들, 거울, 지갑, 손수건 같은 눈곱 같은 선물들
살가운 계집애들이 예쁜 편지지에 적어 보낸
선생님 은혜 어쩌구 달콤한 몇마디에
잠깐 눈시울 붉히고 가슴까지 젖어드는 선생님들
고등학교 갓 입학한 애들이
떠들썩 떼지어 찾아오면
짜장면을 시켜주고
식성좋게 먹어대는 아이들
대견한 듯 물끄러미 바라보네
오늘 교내 식당에서 특별 점심으로 먹은
우리 봉급에서 제해야 하는 수입 소고기국
교장선생님이 자비로 내셨다는
500원짜리 바나나 한 개씩의 간식
온통 하루뿐인
한없이 허전하고 쓸쓸한 이 북새통

* 스승의 날이다.

'느티나무' 님의 서재에서 퍼온 양정자님의 시이다.

 

새로 옮긴 학교에서 맞는 첫번째 스승의 날이다.정말 양정자님의 말이 딱 들어맞는 너무나도 허전하고 쓸쓸한 '스승의 날'이다.

그나마 아이들에게 학교에서 스승의 날 교내 백일장을 열었는데 글감이 너무 형식적이어서 마음에 안 들었다. 다양한 글감으로 다시 바꿔줘서 아이들이 진지하게 열심히 쓰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뿌듯했다. 그걸 올 연말에 부지런히 작업해서 어엿한 문집으로 꼭 만들어주고 싶다!!

그러면 우리가 다시 만나는 그 어느 날, 더 가까워진걸 반드시 확인할 수 있겠지. ^^;;

아이들이 날 좀더 가깝게 생각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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