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고향 같은 푸른숲 출판사에서 신간이 나오면 곧바로 보내주신곤 했는데, "여름이 준 선물"을 쓴 유모토 가즈미의 소설이어서 금방 읽어 보았다. "여름이 준 선물"의 느낌보다 강렬하진 않았지만, 엄마보다 다른 여자를 더욱 사랑했던, 이유를 알 수 없는 자살을 한 아빠의 존재를 어른이 되어서야 알게 해준 엄마의 배려가 따뜻하게 다가왔다.  

 

 

 

 '문장'에서 추천한 글을 보자마자 너무 읽고 싶은 책이었다. 책에 수록된 그림이 단아하고 수수하면서도 따뜻해서 책을 몇 번이고 쓰다듬어보았다. 복숭아꽃과 배꽃이 핀 따뜻한 마당에 사람들이 모여 강독사가 읽어주는 책을 듣는 모습... 계속해서 쓰다듬어 보았다.  

   주인공 장이가 목숨을 걸고 홍문관 교리를 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천주학 책을 찾아내려고 애쓰는 정성스러운 마음과 급박함이 고스란히 나에게 전해지는 듯했다. 

  수능 감독이라는 어수선한 틈에, 수험생 1명만이 앉아있는 수험실, 그것도 그 학생이 응시하지 않은 과목이어서 정감독 선생님과 나는 온풍기가 따뜻하게 나오는 교실에서 이 책을 조용히 차분하게 읽을 수 있었다. 올해 내가 얻은 가장 큰 행운이었다. ^^ 

  

  어릴 적 사극을 무척이나 좋아했는데, '이재은'이 혜경궁 홍씨 아역을 했고, '사도세자' 역에 정보석이 열연했던 그 드라마(왜 이름이 생각 안날까?)를 아빠 몰래 봤던 기억이 난다. 들킬까봐 불을 다 꺼 놓고, 몰래몰래 보았던 그 드라마. ^^  

  그 뒤로 교실의 반도 안 되는 한 쪽 구석에 초라하게 있던 중학교 도서관에 처음 가서, 정말 재미없어 보이는 한중록 첫부분을 열심히 읽었던 기억도 난다.  

  사도세자의 그 비참한 삶 때문인지, 드라마에서도 많이도 사용되었다. 나도 어린 나이에 꽤나 관심이 많았던 걸 보면...  

   배유안 선생님을 작가 초청으로 만나 뵙게 되었는데, 아이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서 배유안 선생님의 신작인 이 책을 5권 정도 사서 질문을 한 아이들에게 선물로 주었다. 물론 2명밖에 되지는 않았지만... ^^ 그 덕에 나도 계발활동 시간에 이 책을 다 읽게 되었다. 정후겸의 시선에 비친 정조와 사도세자... 여전히 나의 관심은 사도세자에게 많았다. '사도세자에게 저토록 따뜻한 아비의 모습이 있었던가'하는 생각도 들었고, 사도세자가 좀더 인간적으로 다가오게 되었던 계기가 되었다. 물론 소설이지만... 자신의 아들을 그토록 잔인하게 죽인 영조도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것이 틀림없다. 뒤주 안에서 사람이 굶어 죽어가고 있는데 그 옆에서 술을 마시고 안주를 먹으며 농담을 건네던 군졸들...  사도세자에 대한 애뜻한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그런 동화였다.     

  책따세 추천 도서 중에서 읽고 싶었던 책이었는데, 환경미화비 20000원이 나왔길래 청소용품을 사는 건 좀 짜증나서 책 3권을 샀다. 목요일 사이프러스에서, 히틀러의 딸, 트루먼 스쿨 악플 사건.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환경미화 우수학급 2등을 해서 상품권을 또 받았다.(6반 중에서 2등이다. 뭐, 그리 내세울 것은 아니지만...) 책을 구입했다는 사실은 거의 대부분의 샘은 모르는 일이고, 아마 우리반 서재가 맘에 들으셨든가, 아님 스승의 날 받은 어떤 학부모님이 곱게 접어주신 종이 장미 꽃바구니가 너무 돋보였던가 그랬을 것 같다.  

  내 앞에서 항상 열심히 청소를 하는 너무나 예쁘고 귀여운 후배샘한테 가장 미안했지만, 기분은 좋았다.  

  나름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다. 가짜 유서를 써서 누군가의 마음을 돌리고 싶어하는 세 명의 주인공 아이들의 마음에 너무나 공감이 갔다. 매일 학교 일로 정신없이 7시가 다 되어 퇴근하는 나를 절대로 이해 못하는 같이 살고 있는 부모님. 내 자식은 팽개치고 일을 못해서 느려터져서 늘 늦는다고 타박하는 부모님 때문에 서른의 중반을 바라보는 나도 가끔은 '내가 확 죽어버려야지, 나를 구박했던 부모님이 그 때서야 후회하시겠지.' 하는 아이같은 생각을 하곤 한다. (부모로부터 혼나는 건 애나 어른이나 다 짜증나는 일인가 보다. ㅋㅋ) 그러고는 헛웃음을 웃곤 한다. 내가 뭐하는 짓인가 싶어서.  하지만 거짓 유서라도 써서 '나도 나름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데 잘 안 된다는 것을, 아이 둘을 맡기고 직장에 나가면서 친정 엄마한테 항상 미안함을 느끼면서 살고 있다는 것'을 알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굴뚝같이 들고는 한다. 직장맘들의 한결 같은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누군들 항상 인생이 즐겁겠는가? 더군다나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서 재미없는 공부만 해야하는 중고등학생들에게는...  그들이 이 책을 읽으며 나처럼 조금이라도 위안을 받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뒷 부분에 선주의 언니가 죽는 부분은 잘 이해가 안 가기도 했다. 자살이 아니었다면 실족사였을까? 내가 책을 집중해서 안 읽은 건지... 계속 의문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싶었는데...  

 

   여름방학 때 작가 초청을 준비하면서 열심히 읽었던 책. 

   '완득이' 류의 책에서 비속어가 난무하는 가운데, 청소년들에게 할 말을 정확히 전달하면서도 단정한 느낌이 나서 참 좋았다. '초정리 편지'도 그렇고 작가의 우리말(훈민정음)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서 좋았다.  

  우리 아리들의 날언어를 그대로 적어 놓은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가끔은 그들의 언어를 정화해줄 수 있는 문학작품이 더 많이 나왔음 하는 것이 현직 국어교사인 나의 꿈이자 희망사항이다. ^^ 

 

   우리반 모범생 재영이에게 권했더니, 엄청 열심히 읽고 재미있어서 2번씩 읽으면서도 그 느낌을 물어보니  

  "이거 야설이에요. ㅋㅋ" 하면서 나를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듯했다. 나는 야한 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 ㅋㅋ 

  아이들은 이 책을 대부분 즐겁게 읽는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을 읽고 너무나 속상했다. 이 책의 주인공과 같은 처지에 있는 아이들이 많을 거라는 걸 생각하니...  

  아이들과 이 책을 읽으며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 나중에라도 좀더 깊은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사온 날 앉은 자리에서 읽기 시작해서 2~3시간만에 완독했다. 내가 어렸을 적에 읽었다면 무척이나 충격을 받았을 것 같다.

   '문장'에서 주최한 독후감대회에 글을 쓰긴 했는데, 욕심이 너무 과해서 그런가 글이 깔끔하지 못했던 것 같다. 난잡한 느낌의 글을 올려놓고 며칠 동안 부끄러워 혼났다. 상에 대한 욕심이 너무 과하면 안 되는데... 아니, 도서상품권으로 사고 싶은 책에 대한 욕심이 과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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