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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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는 내가 '천재'라고 인정하는 작가이다.

그의 초창기 작품들인 [용의자 X의 헌신], [붉은 손가락] 등을 읽으면서

'추리소설에 눈물을 녹여내는 작가'라고 블로그에 포스트를 쓴 적이 있다.

그 후 수많은 그의 작품에서 점점 더 교묘해지는 트릭과 눈을 뗄 수 없는 이야기들로

'이 작가, 정말 못하는 게 없는 작가이구나'라는 감탄을 자아내게 했던 천재작가.

그의 데뷔작이라고 할 수 있는 [마구]를 서점에서 보고는 바로 주문해 버렸다.

그리고 내가 처음 그를 접했을 때 느꼈던 '눈물이 흐르는 추리소설'을 다시 만났다.

 

약체인 가이요 고등학교를 고시엔 1차전에 진출시킨 천재투수 '다케시'

고시엔 1회전 마지막 위기에서 어이없는 폭투로 승리를 헌납하고 난 후

그와 배터리를 이루었던 포수 키타오카가 살해된 채로 발견되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천재투수의 화려함 뒤에 넘겨진 어두움을 찾아낸다.

그 어둠에서 벗어나기 위해 오로지 야구에만 매달리는 천재투수의 안타까운 투쟁기.

사람들의 찬사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 가린 채 오롯이 혼자 버텨야 했던 고독.

그리고 그의 가슴아픈 선택이 소설을 다 읽고 나서도 한참 동안 멍하니 있게 만들었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사회체육이 발전되어 있고 고교야구의 인기도 상상을 초월한다고 한다.

일반인들도 야구를 생활체육으로 즐기고 야구에 강한 애정을 가지고 있기에 가능한 소설이다.

작가가 말하고 있는 것은 불운했던 자신의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든 걸 불살랐던

천재투수의 화렴함 뒤에 숨겨진 고독과 아픔과 외로움과 분노일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스스로에게 풀수밖에 없었던 천재의 선택에 눈물을 섞어 넣었다.

그래서 책을 다 읽고나서 가슴이 아프고 코 끝이 찡해지는 안타까움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가족을 위해 그가 가야만 했던 그 길이 너무도 안타까워 아무말도 할 수 없다.

 

초반에 그냥 흘러보냈던 작은 에피소드가 마지막에 사건의 전말을 밝히는 결정적인 근거가 되고

뭔가 모이지 않고 뿔뿔이 흩어져 있던 작은 조각들이 하나로 뭉쳐서 마지막에 반전으로 뒤통수를 친다.

언제나 그랬듯 나는 게이고의 추리게임에 초대받은 방청객으로 만족해야 했고 반전을 예상도 못했다.

초창기 작품이라 다소 산만한 부분도 있고 결말도 너무 착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지만

[용의자 X의 헌신]이나 [붉은 손가락]에서 느꼈던 코 끝 징한 이야기의 묘미를 다시 느낄 수 있었다.

 

게이고의 팬이라면 반드시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소설이다.

그의 팬이 아니라 하더라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특히나 야구를 좋아하는 야구팬이라면 이 소설, 정말 매력적이지 않을까? 강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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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4 - 고국원왕, 사유와 무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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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져 있던 우리의 영웅 을불과 창조리를 다시 살려낸 김진명 작가.

이제 그의 고구려 이야기는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서막을 열고 있다.

[고구려 4 - 사유와 무]는 미천왕 을불과 선비족 영웅 모용외의 아들의 이야기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고국원왕은 아버지 미천왕이 만든 고구려를 지키지 못한 왕이다.

연나라-前연- 모용황의 침공을 받아 국도를 잃고 미천왕의 시신과 어머니와 왕비까지 빼앗기고

백제를 침공하였다가 패퇴했고 결국 근초고왕의 기습공격을 받아 전장에서 죽은 왕.

좋게 말해서 비운의 왕이고 나쁘게 말하면 아버지의 업적을 모두 무너뜨린 왕이었다.

그럼 과연 왜 미천왕 을불은 자신을 닮은 아들인 무를 버리고 사유를 태자로 세웠는가?

미천왕이 사유에게 넘겨주고 싶었던 고구려는 어떤 나라였으며

그가 생각했던 군주의 자질, 백성을 위한 군주의 자리는 어떤 것이었는가?

왜 사유는 고국원왕이 되었고 굴욕적인 외교를 해야만 했는가?

과연 고국원왕이 역사의 기록처럼 힘 한번 써보지 못한 '찌질한' 왕이었을까?

작가는 미천왕과 고국원왕의 대조적인 제왕의 길을 비교하며 고국원왕을 되살려 낸다.

사유와 무라는 완전히 상반된 성격의 왕자들을 통해 진정한 제왕의 길을 묻고 있다.

 

선비족으로 넘어가 보면 모용외의 뒤를 잇는 모용황의 등장이 극적이다.

실제 역사가 그러하지는 않았겠지만 [고구려] 시리즈를 읽고있는 독자들은

모용외-모용황으로 이어지는 부자의 기구한 인연이 드라마틱하다는 느낌이 들게 마련이다.

모용외의 둘도 없는 충신인 원목중걸의 충심과 뛰어난 지략은 놀랍기만 하다.

드디어 황제국을 칭하면 연나라를 세우게 되는 선비족의 기세가 무서워진다.

 

1편에서 3편까지 이야기를 이어가던 영웅들이 하나 둘 씩 사라지면서 새로운 시대가 다가온다.

미천왕의 군사였던 창조리를 비롯하여 여노, 최비, 원목중걸, 모용외, 반강, 번나발 등의 인물들이 죽고

모용황, 한수, 사유, 무, 조불, 평강 등의 인물들이 새롭게 등장하면서 새로운 시대의 흐름을 만들어 낸다.

현재 KBS에서 방영중인 [광개토태왕]에 등장하는 고무대장군을 소설에서 만나는 것도 반가운 일이다.

이제 모용황과 사유의 대결로 이어질 다음 편이 더욱 더 기대가 된다.

 

김진명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인 강력한 몰입도와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이야기들.

삼국지 보다 훨씬 재미있는 우리 영웅들의 이야기가 또 한번 나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었다. 강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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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문, 그리고 하늘에 이르는 계단 시친의 지구연대기 2
제카리아 시친 지음, 이근영 옮김 / AK(이른아침)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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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친의 지구연대기 2탄인 이 책은 이집트 문명에 방점을 찍고 있다.

[수메르, 혹은 신들의 고향]에서 대홍수 이전의 문명에 대해 다뤘다면

이 책에서는 대홍수 이후의 다시 세워진 문명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수메르...]에서 이미 12번째 행성의 우주비행사들이 인간을 창조하고

신으로 추앙받았지만 대홍수로 인해 모두가 휩쓸려버린 이야기를 했다.

이 책에서는 대홍수 이후 다시 돌아온 신들(우주인들)이 살아남은 인간들과

다시 세운 우주선 착륙장과 통제센터 등의 문명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생을 얻고자 했던 알렌산더 대왕의 신비한 여정이나

고대의 영웅이라 알려진 [갈가메시 서사시]의 주인공 갈가메시의 여정,

[사자의 서]에 기록된 이집트 파라오가 사후에 경험하게 되는 여정까지.

세가지 여정에서 공통된 것을 찾아내고 그것을 바탕으로 논리적 추론을 더해

구약 성서에 기록된 에덴 동산의 위치가 어디이고 출애굽의 경로가 어디인지

수메르 문명에 대한 시친의 놀랍만한 전문적인 지식들과 연구과 노력이

아주 작은(?) 상상력을 만나서 만들어낸 이론은 믿을 수 없지만 믿지 않을 수 없다.

 

도저히 그 시대의 문명이라고 인정할 수 없는 피라미드를 둘러싼 의혹들.

지금도 풀리지 않는 그 많은 의혹들을 왜 우리는 모르고 살아가고 있을까?

파라오의 무덤이라는 피라미드에서 실제 파라오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다.

기자의 대피라미드에서 발견된 결정적인 증거들에는 조작의 의혹이 강하게 남아있다.

과연 피라미드는 누가 만들었는가? 왜 우리는 그 의혹에 대한 대답을 아직도 찾지 못하는가?

 

상식을 조금 벗어나는 용기만 있다면 그 모든 의혹들이 쉽게 풀린다.

시친은 그런 의혹들을 푸는 열쇠를 제시하고 실제로 풀어내고 있다.

그의 말이 말같지 않은 장난이라고 느껴지는가? 이 책을 한번 읽어보라.

그리고 그의 이론에 반박할 수 있는 논리를 제시해 보라. 난 그에게 이미 손을 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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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부름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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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욤뮈소의 책은 남자들 보다 여자들에게 더 인기가 많은 작가이다.

남자인 나도 그의 소설들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마눌님 보다 열광하지 않는다.

처음에 그의 소설에 열광했다가 반복되는 비슷한 설정에 질리기도 했다.

그러다 전작인 [종이여자]에서부터 서서히 변화의 모습을 보이더니

이 소설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설정으로 새로운 이야기로 돌아왔다.

기대했던 것 보다 훨씬 재미있고 남자들에게 좀 더 어필할 수 있는 이야기로.

 

기욤뮈소를 떠오르면 생각나는 비슷한 설정들이 많이 사라졌다.

주인공이 정신과 의사 혹은 변호사였던 부분은 플로리스트와 요리사로 바뀌었다.

꼭 한번씩 등장해 운명론적 사랑을 이야기하던 초자연적인 인물도 없어졌다.

초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라 우연들이 겹쳐서 운명론적인 만남을 이야기 한다.

주인공 남녀의 사랑이 중심으로 벌어지던 사건들이 스릴러에 보다 충실해진다.

상처를 가진 주인공들이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것은 전작들과 같지만

그들의 가진 상처를 드러내는 방식은 추리소설과 비슷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래서 로맨스 소설임이 분명하지만 한 편의 추리소설을 읽고 난 기분이 든다.

헐리웃 영화에 가장 적합한 소설을 쓰는 작가답게 한 편의 액션영화 같은 소설이다.

 

어느새 우리의 삶 속에 깊숙히 파고든 스마트폰을 소재로 삼은 것도 신선하다.

원래 시대적 트렌드를 잘 타고가는 작가이기는 하지만 스마트폰은 정말 의외였다.

나 또한 스마트폰을 사용한지 2년이 넘었고 중독되지 않으려 나름의 노력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스마트폰이 없으면 뭔가 허전함을 느끼게 마련이다.

현대의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에 자신의 개인정보를 상당부분 담아두고 있는데

만약 누군가의 스마트폰과 바뀐다면 그 많은 개인정보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작가가 소설적 설정을 위해 다소 과장한 면이 있기는 하지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사건이다.

기욤뮈소의 능력은 그런 작은 상상에 수많은 살을 붙여서 사랑을 이야기 한다는 것이다.

그의 소설은 무척이나 재미가 있으면서도 언제나 사랑이라는 따뜻한 주제를 다루고 있어서

푹~ 빠져서 읽고나면 입가에 작은 미소와 가슴속에 따뜻한 사랑을 채울 수 있어서 좋다.

이 소설 역시 그의 그런 매력을 충분히 느끼에 하고도 남음이 있다.

 

물론 소설적 설정을 위해 과장된 부분이도 있고 우연이 너무 많이 겹치기도 한다.

그의 소설답지 않게 논리적인 설명이 없이 짐작만 가능한 등장인물의 죽음도 있다.

타인의 휴대폰으로 타인의 삶을 엿보는 관음증적 호기심이 과도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이전의 기욤뮈소였다면 그 모든 부분을 초자연적인 인물을 통해 해결했을 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새로운 시도를 위한 사소한 거북함이 보이기는 하지만 소설의 재미를 줄이지는 못한다.

 

기욤뮈소의 소설들은 대부분 내 책장에 꽂혀있다.

나름 그의 열렬한 팬이라고 자부하는 내게도 이 소설은 그의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기욤뮈소의 팬이라면 강추 !!! 그의 소설에 다소 질려있다면 강추 !!!

아직 기욤뮈소를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소설에서 그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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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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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가 컸던 것일까?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에 이렇게 실망하기도 힘든데...

 

최고의 코미디언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을 추적하는 이 소설은

[아버지들의 아버지], [뇌]를 통해서 접했던 레퀴레스와 이지도르 콤비가 등장하는

스릴러와 액션과 추리가 특유의 상상력과 만난 멋진 소설이 될 뻔 했다.

그런데 뭔가 부족하다. 맹숭맹숭 하다. 이건 아닌데... 정말 아닌데...

 

일단 베르베르 작품의 가장 큰 주축돌이 되는 상상력이 기대보다 약하다.

'웃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을까?'

'성배를 찾고 성배기사단 처럼 유머를 찾고 지키는 유머기사단이 있다면?'

'인류의 역사에 유머를 지켜내기 위한 유머기사단의 개임이 있었다면?'

언뜻보면 나름 재미있는 상상이 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그 상상들이 소설속에 녹아 들어가는 과정에서 너무 밋밋해졌다.

그러다 보니 베르베르의 가장 큰 매력이 없는 소설은 실망일 수 밖에...

 

중간 중간에 나오는 유머들이 개인적인 취향에 맞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다.

긴 유머도 있고 짧은 유머도 있는데 전체적으로 재미가 별로 없다.

어떤 것을 기대했는지 모르지만 나에게서 나온 반응은 피식거리는 웃음 정도이다.

심지어 기억해 두었다가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은 유머는 하나도 없다.

유머의 역사를 작가의 상상력으로 펼쳐놓은 부분도 개연성이 너무 떨어진다.

그러다 보니 다른 소설에서 매력적으로 보이던 이런 구성이 오히려 독이 되어버렸다.

 

물론 베르베르 소설의 기본적인 재미은 여전히 살아있다.

액션 영화를 빰치게 만드는 추격신과 상상보다 충격적인 장면들이 이어지고

레퀴레스와 이지도르라는 콤비의 활약은 전작들 보다 훨씬 더 매력적이다.

베르베르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실력도 여전히 대단하고 이야기도 재미있다.

책을 읽어내기 어려운 것도 아니고 내용이 심오한 것도 아니다. 재미있는 소설이다.

어쩌면 내가 느끼는 실망이라는 것이 베르베르에 너무 익숙해졌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큰 기대없이 읽어보기를 권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가볍게 읽는다면 그리 재미없는 소설은 아닐 것이다.

차마 추천을 날릴 수 없음은 나의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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