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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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가 컸던 것일까?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에 이렇게 실망하기도 힘든데...

 

최고의 코미디언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을 추적하는 이 소설은

[아버지들의 아버지], [뇌]를 통해서 접했던 레퀴레스와 이지도르 콤비가 등장하는

스릴러와 액션과 추리가 특유의 상상력과 만난 멋진 소설이 될 뻔 했다.

그런데 뭔가 부족하다. 맹숭맹숭 하다. 이건 아닌데... 정말 아닌데...

 

일단 베르베르 작품의 가장 큰 주축돌이 되는 상상력이 기대보다 약하다.

'웃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을까?'

'성배를 찾고 성배기사단 처럼 유머를 찾고 지키는 유머기사단이 있다면?'

'인류의 역사에 유머를 지켜내기 위한 유머기사단의 개임이 있었다면?'

언뜻보면 나름 재미있는 상상이 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그 상상들이 소설속에 녹아 들어가는 과정에서 너무 밋밋해졌다.

그러다 보니 베르베르의 가장 큰 매력이 없는 소설은 실망일 수 밖에...

 

중간 중간에 나오는 유머들이 개인적인 취향에 맞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다.

긴 유머도 있고 짧은 유머도 있는데 전체적으로 재미가 별로 없다.

어떤 것을 기대했는지 모르지만 나에게서 나온 반응은 피식거리는 웃음 정도이다.

심지어 기억해 두었다가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은 유머는 하나도 없다.

유머의 역사를 작가의 상상력으로 펼쳐놓은 부분도 개연성이 너무 떨어진다.

그러다 보니 다른 소설에서 매력적으로 보이던 이런 구성이 오히려 독이 되어버렸다.

 

물론 베르베르 소설의 기본적인 재미은 여전히 살아있다.

액션 영화를 빰치게 만드는 추격신과 상상보다 충격적인 장면들이 이어지고

레퀴레스와 이지도르라는 콤비의 활약은 전작들 보다 훨씬 더 매력적이다.

베르베르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실력도 여전히 대단하고 이야기도 재미있다.

책을 읽어내기 어려운 것도 아니고 내용이 심오한 것도 아니다. 재미있는 소설이다.

어쩌면 내가 느끼는 실망이라는 것이 베르베르에 너무 익숙해졌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큰 기대없이 읽어보기를 권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가볍게 읽는다면 그리 재미없는 소설은 아닐 것이다.

차마 추천을 날릴 수 없음은 나의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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