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는 잊혀진 인물들이 많습니다. 역사에는 승자에 의해 어울하게 죄인으로 몰린 인물들도 많습니다. 그렇기에 요즘의 역사 드라마를 보면 잊혀진 인물들을 재발견하거나 억울하게 낙인이 찍힌 인물들을 재조명하는 드라마가 많이 나옵니다. 물론 그 역사드라마의 재조명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지요. 이 모든 이들과 달리 역사 속에 숨어 세상에서 잊혀진 인물들이 있습니다. 이 책은 역사에 절대로 용서받지 못할 죄를 지었으면서도 그렇게 역사속에 숨은 역사의 죄인이자 한 시대의 최고의 악인들을 다시 불러내 고발하는 책입니다. 어릴 때 부터 역사교육을 받으며 우리는 자랑스러운 조상의 역사를 배웠지만 한 번도 부끄러운 역사를 배우지도 못했고 역사의 죄인들을 알지도 못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 책의 시도 자체는 참으로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형제간의 왕위 싸움에 한나라를 불러들인 고구려의 왕족 '발기'로 부터 백제를 멸망의 길로 몰고갔던 백제 최고의 악인 '임자' 고구려를 멸망의 길로 몰고갔던 고구려 최고의 악인 '연남생,남건' 형제 등등. 이 책에 나오는 15명의 악인들은 비록 모두가 악인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작가의 판단과 독자의 저의 판단이 같을 수는 없겠지요) 한 번도 역사의 심판대에 오르지 않았던 인물임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그 중에서 '발기'나 '임자', '홍복원', '홍다구', '충혜왕', '사화동', '국경인', '김경징' 등은 모두 역사 속에 숨은 채 유구한 세월동안 모두의 기억에서 잊혀진 인물들입니다. 그들이 저지른 수많은 악행을 생각하면 그들의 후손들이 떳떳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지만 역사란 언제나 우리가 말하는 정의의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인 지금의 현실입니다. 특히 동학혁명의 불씨가 되었고 조선말기 탐관오리의 대명사였던 '조병갑'의 이야기는 충격이었습니다. 우리의 역사에서는 그가 관군에 끌려가 유배를 간 이야기까지는 나오지만 그 뒤는 나오지 않습니다. 그가 수많은 뇌물을 통해 불과 몇년 뒤 복직하고 죽을 때 까지 똑같은 탐학을 했으며 일제 시대와 현대에 이르기까지 그의 후손들이 떳떳하고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은 너무도 충격적이고 우리가 말하는 정의라는 것과는 거리가 먼 것이기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물론 그들의 처지도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기에 그들이 처한 상황에서 자신의 판단에 따른 것이지요. 그러나 그 판단의 기준이 국가나 백성들이 아니라 개인의 사리사욕에 의한 것이란 것이 문제지요. 그들이 일개 개인의 입장이었다면 그런 판단에 그 누구도 뭐라고 할 수 없겠지만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은 작게는 한 고을의 관리에서 부터 크게는 왕에게까지 된다는 것이 문제지요. 그들이 용케 역사의 심판은 피했을지는 몰라도 그렇다고 그들의 행위가 정당화 되지는 못하지요. 누구도 신경쓰지 않았지만 누구에게도 떳떳하지 못했던 그들의 이야기를 읽어보세요. 추천할 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