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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2 (양장) - 제2부 개미의 날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1부의 마지막에서 아이들의 불장난으로 인한 재앙으로
개미들의 도시 '벨로캉'은 완전히 파괴되고 여왕개미마저 죽게된다.
그 재앙의 현장을 생생히 목격한 새로운 여왕개미 '벨로푸니'는
'손가락들(인간들)'을 적으로 간주하고 손가락들을 없애기 위한
대규모의 원정군을 조직하고 '세상의 끝'에 다녀온 병정개미 103683호를
원정군의 수장으로 임명하고 손가락들과의 전쟁을 선포한다.
벨로캉 내부에 있는 반체제 개미와 접촉한 103683호(줄여서 103)호는
원정군을 이끄는 동시에 손가락들이 요청한 '메르니쿠스' 임무도 수행하기 위해
멀고도 험난한 원정의 길에 나서게 된다.
지하사원에 갇힌 채 개미들과의 교류를 수행하던 조나탄 웰즈의 일행은
'벨로키우키우니'의 죽음과 새로운 여왕 '벨로푸니'의 적대적 대처로 인해
개미들로 부터 더이상의 음식을 제공받지 못하게 되면서 위기에 직면한다.
최악의 상황에 몰린 그들은 급기야 폭력으로 한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그 피의 대가로 처절한 깨달음을 얻게 된다.
새로운 공통체의 생성속에 개미들과 같은 삶의 방식을 채택하게 된다.
지상의 세계에서는 화학자들이 연달아 의문의 죽음을 당하게 된다.
천재적 수사로 명성이 자자한 멜리에스는 화학자들의 죽음을 자살로 규정하지만
에드몽 웰즈의 딸이자 신문기자인 레티샤의 기사를 보고 자신의 실수를 깨닫게 된다.
레티샤와의 협력을 통해 그들의 죽음이 개미와 연관된 것을 알게 된 멜리에스는
레티샤와 함께 미궁에 빠진 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나서게 된다.
개미문명과 인간문명의 충돌
소설을 3개의 축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손가락들과의 전쟁을 위해 원정을 떠난 103호를 위시한 개미원정군의 모험과
증거도 목격자도 없는 완벽한 밀실살인의 미스테리를 풀어가는 멜리에스와 레티샤의 이야기와
이야기 사이사이에서 그 모든 이야기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그러나 각각이 별개의 것처럼 느껴지는 3개의 이야기는 단 하나의 이야기로 요약될 수 있다.
바로 '개미문명과 인간문명의 충돌'이다.
1부에서 에드몽웰즈와 벨로키우키우니의 첫번째 만남은
서로의 문명에 대한 이해를 높히고 서로의 문명을 배우고자 하는 긍정적인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1부 마지막에 등장한 장난꾸러기 아이들의 아무 생각없는 행동으로 인해
그들의 평화는 깨어지고 '벨로푸니' 여왕의 적대적 태도로 인해 개미들은 인간과의 전쟁을 선포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고도화 된 두 문명의 적대적 충돌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적대적이라는 것은 개미의 입장이고 인간들에게는 전혀 관심도 없는 일이다.
그러나 화학자들이 살해되고 지하에 갇힌 사람들이 죽음에 위기에 처하는 등
하찮은 개미들의 작은 투쟁은 인간의 세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추리소설 + 과학소설 + 철학소설
이 소설은 추리소설이며 과학소설이며 동시에 철학소설이다.
완벽한 밀실살인인 화학자들의 죽음의 미스테리를 풀어나가는 추리소설이며
개미들의 세게에 대한 지독하리만치 철저한 관찰과 과학적 연구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 과학소설이며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과 병정개미 103호의 의식의 성장을 통해
생각과 시각의 전환과 신의 개념과 인간세계에 대한 자아성찰을 이야기하는 철학소설이다.
1부를 읽고나면 2부의 밀실살인의 범인을 대번에 알 수 있기 때문에 추리소설로 매력이 없을 수 있지만
1부의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하는 멜리에스와 레티샤가 살인사건의 미스테리를 푸는 과정은 어떤 추리소설보다 재미있다.
1부에서도 그 방대함과 세밀함에 놀라움을 금하지 못했던 개미에 대한 관찰과
전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개미사회와 개미문명에 대한 놀라운 사실들.
작가가 후기에서도 말했듯 대부분의 묘사들이 실제로 개미사회에 나타나는 것이라는 사실이라는 점에서
이 책을 읽고 나서는 개미집을 허무는 일이 쉽지 않다는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
수십권의 과학잡지로도 해낼 수 없었던 개미문명에 대한 이해를 이끌어 준 과학소설이다.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에서 논하는 수많은 사상들과 수많은 전설들과 수많은 실험들,
103호가 원정군을 이끄는 과정에서 의식의 성장을 이루고 인간세계를 접하면서 인간에 대해 논하는 말들,
이런 것들을 통해 작가는 인간이라는 동물의 자기파괴적 본능에 대한 철자한 비판과
의식과 시각의 전환을 통해 지구의 한 구성원으로서의 인간의 역할에 대해 논하고 있다.
어렵고 복잡한 말들의 나열이 아니라 재미있는 소설의 형태로 환경과 자연과 지구를 논하는 철학 소설이다.
개미를 통해 전하는 인간에 대한 충고
병정개미 103호가 인간을 도와야 하는지에 대해 판단하기 위해 TV를 통해 접하는 인간의 문명은
전쟁으로 자신의 종족들을 죽이고 배가 고프지 않아도 먹을 것을 찾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자연의 다른 구성원들을 하찮게 여기고
자신들의 문명이 지구상에서 가장 우월하다는 자만심으로 가득 차 있는 한심한 문명이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효율성과는 별개인 예술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으며
다른 종족(인종)에 대해서도 의술을 베풀 줄 하는 사랑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손으로 쉽게 눌러 죽일 수 있는 하찮은 개미의 눈으로 바라본 인간문명에 대한 비판은
결국 작가가 이 책을 통해서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이다.
마지막에 103호가 언급하는 암에 대한 이야기와
과학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이야기 하는 부분은
개인적으로 사족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든다. 조금의 아쉬움.
그러나 결론적으로 이 책은 지금까지 우리가 하찮게 생각하며 무시했던
우리 주의의 수많은 지구의 구성원들에 대해 한번쯤 눈을 돌리게 하는
의식의 전환을 가져다 주는 정말로 고마운 책이다. 주저없이 강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