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 입문
지그문트 프로이트 지음, 우리글발전소 옮김 / 오늘의책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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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이트가 1915년부터 1917년에 걸쳐 빈 대학에서 비전공 의사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강의록이다. 당시 정신분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저항적이고 비판적이었다. 일반인은 물론 정신과 의사나 과학자들도 정신분석 이론이나 분석 기법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취했다. 프로이트 이론을 신봉하던 몇몇 계승자들도 범성욕설(汎性慾設) 같은 일부 개념에 반대하고 나서면서 최초의 정신분석 학파는 분열되기에 이르렀다. 두 학기에 걸쳐 진행된 이 강의는 당시 상황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이 강의()에서 프로이트는 정신분석을 향한 대중의 불신과 비판의 목소리에 반박하거나 해명한다. 일부 개념에 대해서는 확신에 찬 어조를 유지하는 한편 인간 정신의 복잡성과 분석 기법의 한계 역시 가감 없이 보여준다.

 

    우리는 환자의 내부 저항을 각오하고 있다. 내부 저항은 부득이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외부 저항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 분석가로서 어떤 불화에 의해 가정이 파괴되었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환자의 가족들이 흔히 환자가 건강해지는 것보다 그대로 병들어 있는 쪽에 관심을 나타낸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도 놀라지 않는다. 노이로제가 가족들과의 갈등과 관계되어 있는 경우는 매우 흔한데, 이때 건강한 사람은 자신의 이익과 환자의 회복 가운데서 즉각 자신의 이익을 택한다. 남편이 자기의 옛 잘못들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는 치료를 좋아하지 않는 것은 놀라운 일도 아니다. (본문 중에서)

 

    <실수 행위> <> <노이로제 총론> 3부로 나뉜 이 책은 개념적 설명은 물론 실제 분석 사례, 정신분석 이론의 발자취와 업적까지 살펴볼 수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개념들 - 무의식, 리비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퇴행, 억압, 감정전이(...) -을 통해 정신분석의 의의를 밝히고 있는 이 책은 인간 정신의 무한성과 연극적 요소이에 대한 프로이트의 놀라운 통찰이 돋보인다.“프로이트는 작가이고 정신분석은 문학이라는 해롤드 블룸의 평가에 수긍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이 책의 미덕은 매끄러운 문장에 있다장황하다 싶은 개념 설명 부분도 비교적 수월하게 읽힌다. 난삽한 번역문에 막혀 내용에 온전히 집중하기 어려웠던 독자가 있다면 이 책에서 어느 정도 만족을 얻을 수 있겠다. 

 

  과거의 사건에 대한 감정적인 고착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슬픔이다. 슬픔은 현재와 미래에서 완전히 멀어지는 하나의 방법이 된다. 그러나 비전문가의 눈으로 봐서도 슬픔과 노이로제는 분명 다른 것이다. 하지만 슬픔의 병적인 형식이라 불러도 좋을 만한 노이로제도 존재한다. (본문 중에서)

 

   프로이트는 이 책에서 정신분석의 본질과 가치를 역설하는 데 주력한다. 책에서 다루는 개념과 분석 사례들은 바로 그 목적에 부합하는 한에서만 소개된다. 특정 개념이나 신경병증에 대해 깊게 파고들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제목에 충실한 책이라고 보면 된다. 다양한 상징과 비유적 표현들로 가득한 이 책은 경이로운 인간 정신 세계로 이끄는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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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으로 읽는 아이들 마음 - 소아정신과 의사 서천석의
서천석 지음 / 창비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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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에 아이 기르는 엄마들을 보면 그야말로 나날이 전쟁이다. 엄마와 아이가 아니라 똑같이 자기 고집만 부리는 아이 대 아이의 기싸움을 보는 것 같을 때도 많다. 부모가 안 돼봐서 그런가. 나는 아이들 편이다. 아이를 심하게 다그치는 상황을 지켜보다 아이 편에서 한마디 거들면 항상 같은 말이 돌아온다. 너도 아이 키워봐. 얼마 전에 동생과 카톡을 주고 받다 조카 얘기가 나왔다. 동생은 아이가 책 안 읽는다고 걱정, 영어공부 안한다고 걱정, 수학 성적이 떨어졌다고 걱정. 걱정을 달고 산다. 누가 들으면 고3 수험생 엄마의 고민인 줄 알겠다. 아이는 고작 열살 꼬마인데 벌써부터 성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내가 엄마가 아니라서 흥야항야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그래도 너무 극성이다 싶어 한마디했다. 어릴 때 너도 공부 안했잖아. 


    부모들은 아이의 울음을 견디기 어려워한다. 아이는 그저 자기 감정에 충실하게 행동할 뿐인데 부모는 불편하다. (...) 산타 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겐 선물을 안 준다, 자꾸 울면 꼼쥐가 잡아간다고도 한다. 울음을 멈추게 하려는 협박이다. 알고 보면 아이의 감정까지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부모의 욕심이다. 감정은 인간의 가장 깊은 곳, 순수하게 자기 것인데 아이의 감정은 편하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아이가 울면 내 마음의 가장 깊은 곳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본문 중에서)



   아이를 향한 어른의 왜곡된 관심과 애정으로 아이는 물론 부모도 상처 입는 상황들이 많은 것 같다. 모든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성장의 역사도 그런 것 같다. 어른들은 몰라요! 아이들이 항거하면 부모들은 세상 다 산 것 같은 얼굴로 대답한다. 너도 이담에 부모 돼봐라. 유사 이래 변함 없는 에피소드 아닐까. 아이는 아이 나름의 불만이 있고 부모는 또 부모 대로 입장이 있는 것이다. 그때 그 아이들이 부모가 되고 그 부모의 아이들이 또 부모가 되어 독선과 몰이해의 세계는 한없이 이어... 지도록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예나 지금이나 부모와 아이의 소통이 큰 문제 같다. 아이들은 다양한 표현을 통해 '내 마음을 알아달라' 호소하지만 부모들에게 그 표현 방식은 문제 행동으로 비춰진다. 예전에 비해 육아와 아이들 심리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것이 그나마 고무적이다. 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육아비법서나 아동심리서적들이 시중에 많이 나와 있다. 지금 소개하는 책도 그런 책들 가운데 하나이다. 이론적 조언만 늘어놓는 책들이 부담스럽고 지루하게 느껴졌다면 조금 다른 방식에서 접근하는 이 책이 좋은 지침서가 되어줄 것이다. 


    두더지에게 똥은 자기를 더럽히는 존재인 동시에 자기가 누군지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다. 남의 똥은 남의 똥이다. 남의 똥을 머리에 이고 다닐 수는 없다. 나도 보잘것없지만 내 똥을 쌀 수 있다. 무언가를 만들고 보여줄 수 있다. 이렇게 똥은 자기를, 자기가 만든 것을 상징한다. 내 머리에 똥을 싸고 달아난 사람의 머리에 나도 내 똥을 남기고 싶다. 그래서 나도 똑같은 사람임을 보여주고 싶다. (본문 중에서)


    소아정신과 의사 서천석은 이 책에서 그림책에 담긴 아이들 심리를 풀어낸다. 단순한 구성이나 색채, 의성어, 의태어, 그림책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들을 통해 아이의 본능과 욕구를 집어낸다. 어른들에게는 유치하고 엉뚱해 보이는 소재나 이야기에 이토록 풍부한 메시지와 심리학적 의의가 숨어 있다는 사실이 경이롭다. 이 경이감은 잃어버린 세계에 대한 향수로 이어진다. 마치 처음부터 어른이었다는 듯이 살아가는 우리의 망각에 새삼 놀라게 된다. 그러니까 이 책은 우리 안에 잠들어 있는 아이를 가만히 일깨운다. 어른의 독선과 몰이해로 상처받고 불안한 (내면)아이를 어루만져준다. 그림책 읽는 행위에 깃든 놀라운 치유력을 확인하게 된다. 아이에게는 세계를 지각하고 탐색하는 놀이 도구가 되어주는 한편 어른에게는 아이의 세계로 입장하는 통로가 되어주기도 하는 그림책의 놀라운 재발견. 그동안 어른의 입장에서 의무적으로 그림책을 읽어주던 부모라면 아차 싶어질 것이다. 괜찮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이 그림책을 덮고 아이와 함께 서로의 눈을 보자. 아이의 눈 속에 비치는 나를 보고, 나를 보는 아이를 보자. 눈은 예로부터 영혼의 창이라고 했다. 영혼을 물끄러미 들여다본다는 것은 현대를 사는 우리에겐 어쩌면 지극히 사치스러운 행위이다. 우리는 그저 상대가 필요한 것을 해주고 내가 필요한 것을 얻는 정도의 관계를 맺고 산다. 서로를 깊게 느끼고 그 영혼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진짜 필요한 것은 서로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 그렇게 서로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본문 중에서) 



    책을 읽어 보면 아이와 부모의 소통에 걸림돌이 되는 것이 무언지 알 수 있다. 아이의 본능과 정상적인 욕구를 인정하지 않는 부모의 독선이다. 아니, 고쳐 말하고 싶다. 아이의 본능과 정상적인 욕구에 대한 부모의 무지라고. 내 아이를 괴롭히고 상처입히고 싶은 부모는 없을 테니까. 무지 대신 망각이라는 단어를 대입해도 무리 없겠다. 우리 모두 한때는 아이였으니까. 지금 이 순간에도 아이와 씨름하고 있을 수많은 부모들, 어른의 몰이해로 욕구불만에 시달린, 한때 아이였던 모든 어른들에게도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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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글쓰기 - 공지영, 정유정, 정이현 외 11명 대표작가 창작코멘터리
이명랑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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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써도 될까요? 그런 건 점쟁이한테나 가서 물어라. 쓰면 문학이고 소설이지, 누가 소설이다 아니다 말할 수 있는가.    


                 ㅡ  소설가 구효서 






     나 소설 써그런 얘기를 하다 창조라는 말이 나온 모양이다창조일순 친구의 낯빛이 변하는 것을 나는 놓치지 않았다그 친구 역시 당혹해하는 나를 알아보았을 것이다. 감히네가농담이라는 듯이 눙쳐 말하던 친구 얼굴과 음성이 영화의 정지 화면처럼 선명하게 남아있다.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던 그 친구는 '창조'는 신의 영역 아니냐고 묻고 있었던 것 같다. 그만큼 어렵고 외롭고, 불가능한 일 아니냐고. 글 쓰는 일이 막막해질 때면 그때 그 친구의 말이 무슨 신의 계시처럼 귓전을 맴돈다창조감히네가?

 

     소설 작업은 두려움을 무릅쓰고 하나의 세계에 온전히 몸을 내던지는 일이다공간을 설정하거나 인물에 성격을 입히는 것 같은 창작 형식은 그 자체로 신성神性하다감히하나의 세계를인물을운명을 이끌어가는 일인 것이다만만한 작업이 아니다딱히 정해진 매뉴얼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실패하고 또 실패하면서 자기만의 세계를 밝혀나가야 하는 고독한 싸움이다끝없이 이어지는 대화이거나 침묵이거나.

 

      쓰면 쓸수록 무서워진다내가 지금 어디쯤 있나어디로 가고 있나방향감각을 잃고 헤매는 순간이 온다글 쓰는 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특히 소설 작업은 정말로 답이 없다. <작가의 글쓰기>는 답이 없는’ 소설가 지망생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책이다현역 작가들이 육성으로 들려주는 소설 창작 비법서랄까소설가 이명랑이 열 명의 작가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싣고 있다. 입말 그대로 살아 있어서 수월하게 읽힌다. 무엇보다 이 책의 매력은 작가들 저마다의 고유한 창작 과정을 밝히고 있다는 점이다첫문장 쓰는 법부터 인물공간사건을 다루는 법소설론, 창작 에피소드, 슬럼프 극복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이고 솔직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어떤 사람은 좌절할지도 모른다.정말 답이 없네 답이 없어. 그러면서 막막해질 수도 있겠다이 책의 내용을 극단적으로 요약해보면 이렇다소설 쓰기에는 답이 없습니다알아서들 열심히그저 열심히 쓰세요무섭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희망적이지 않은가. 자기만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그게 바로 글쓰기라는 것당신도 감히’ 쓸 수 있다는 것그러니까 힘내라힘내서 써라. 어깨를 도닥여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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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일드 44 - 1 - 차일드 44
톰 롭 스미스 지음, 박산호 옮김 / 노블마인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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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개봉한 동명 영화 《차일드 44》의 원작이다. 1950년대 스탈린 치하의 구소련을 배경으로 잔혹한 아동 연쇄살인 사건을 추적해 나가는 이 작품은 일단 재미있게 읽힌다불신과 공포로 얼룩진 냉전기의 암울한 분위기와 엽기적인 살인 행각이 자아내는 전율과 긴장감이 잘 살아있다정교한 구성력현실적인 인물 묘사가 단연 돋보인다복잡하고 가변적인 인간 심리를 다루는 솜씨가 탁월하다주인공 레오와 그의 아내 라이사의 감정 흐름레오와 직장동료 바실리와의 대립 구도네스테로브 대장과의 협력 관계 등에서 드러나는 섬세한 심리 묘사는 인간 본성의 대향연이라 할 만하다.

 

    바실리는 아주 천천히 머리를 들어올렸다그의 턱은 떨리고 있었다이 남자다른 사람의 죽음은 그렇게 사소하게 여기는 남자가 자신의 죽음은 두려워하고 있었다레오의 손가락이 방아쇠를 만졌다하지만 도저히 냉혈한처럼 쏠 수가 없었다이자의 사형집행관이 될 필요는 없었다국각에서 벌을 내리도록 하자국가를 믿자레오는 총을 다시 권총집에 집어넣었다. (본문 중에서)


    의문의 연쇄 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을 기본축으로 하는 이 소설은 레오의 내면 갈등을 또 다른 중요한 축으로 삼아 전개된다반역자로 몰린 무고한 시민의 죽음을 통해 사회주의 체제의 모순을 직시한 전직 비밀경찰 레오가 연쇄 살인범을 쫓는 과정에서 겪는 갈등과 복잡한 심리 변화는 사회주의 체제의 허상을 폭로하는 한편 인간 윤리와 삶의 의미를 진지하게 성찰한다.

 

    대의대의대의대의현재의 정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것도 정당화될 수 있다이런 가혹 행위가 존재하지 않는 시대모든 것이 풍요로우며 가난은 추억에 지나지 않게 될 황금시대가 도래할 거라는 약속은 모든 것을 정당화했다. (본문 중에서)

 

    "믿는 이들을 조사하라" "가장 가까운 사람을 의심하라"는 강령이 지배하는 시대적 배경은 인간성을 실험하는 장이 된다불온한 서적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의심스러운 눈짓 하나로도 반역자가 되는 시대오늘의 이웃이 내일의 적이 되는 시대가 바로 1950년대 구소련의 냉전 시대였다. 1970년대 말부터 1990년대 구소련에서 실제로 벌어진 연쇄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삼고 있는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을 교묘하게 스탈린 독재시대로 설정한 작가의 의도를 간과할 수 없다정의를 추구하는 주인공 레오와 인간성이 결여된 엽기적인 살인마 안드레이를 형제로 설정한 부분도 의미심장하다극단적으로 대립하는 레오와 안드레이는 1950년대 구소련의 냉전 시대를 모태로 하는 샴쌍둥이라는 암시적 장치는 아니었을까. 진실과 정의를 대변하는 레오와, 1950년대 사회주의 체제의 '이상한' 이상과 신념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는 괴물 안드레이의 대결 구도를 중심에 놓고 읽을 수도 있겠다는 말이다.


   "난 한 번도 형이 죽었다고 믿지 않았지항상 형이 살아 있다는 걸 알고 있었어그리고 내겐 오직 하나의 욕망하나의 야망이 있었지형을...... 되찾는 것!" 안드레이의 목소리에서 들리는 건 분노일까아니면 애정일까아니면 둘 모두일까그의 유일한 야망은 레오를 되찾는 것이었을까아니면 레오에게 복수하는 것이었을까안드레이는 싱긋 웃었다따뜻하고 크고 정직한 미소로 마치 방금 카드게임에서 이긴 것 같은 그런 미소였다. (본문 중에서)

 

   여러 측면에서 해석이 가능한 소설이다소설의 재미는 물론 인간성에 대한 성찰묵직한 주제의식까지 잘 녹여냈다. 1979년생인 작가가 스물아홉 살 때 쓴 데뷔작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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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남자
칼요한 발그렌 지음, 최세진 옮김 / 현대문학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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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람들은 이상한 걸 보면 이상하게 반응하는 법이야. 그렇지 않니? (본문 중에서) 








     <인어남자>는 열다섯 살 소녀 넬라의 조금은 특별한 성장담을 그린다. 복지수당으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는 빈민층 소녀 넬라와 동생 로베르트는 끔찍한 학교 폭력에 시달린다. 잔혹한 악행을 일삼는 예라르드 일행은 번번이 트집을 잡으면서 이들 남매를 고문한다. 칼요한 발그렌은 예라르드 일행이 저지르는 악행을 사실적이고 적나라하게 묘사하면서 인간 안에 도사린 악의 정체를 끌어낸다. 아이들에게 모래와 낙엽을 먹이고 늙은 장애인의 집에 불을 지르고 새끼고양이를 불태우는 예라르드 일행은 악의 화신처럼 보인다. 가난하고 늙고 무력하고 냄새나고 멍청한 것들, 사회적 약자들이 악마의 표적이 된다. 이 '냄새 나는 것들'과 같은 세계에 있다는 사실이 악마를 발광하게 만든다. 악마의 눈에 그들은 이 세계에 속할 수 없는 이상하고 미천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소설에는 진짜 인어가 등장한다. 하지만 동화 속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인어는 아니다. 남자 성기가 달리고 온몸이 갑옷 같은 비늘로 뒤덮인 그것은 흉측한 "바다 유인원", 즉 괴물 같은 인상이다. 칼요한 발그렌은 물고기도 사람도 아닌 인어 남자의 이상한 존재감에 사회적 약자의 정체성을 입혔다. 바다와 육지 어디에서도 국외자 신세를 면할 수 없는 인어 남자의 존재는 무관심으로 방치되는 사회적 약자의 환상적인 상징체인 것이다. 뭍에 끌려와 학대 당하는 인어 남자와 왕따 소녀 넬라가 특별한 방식으로 소통하면서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과정이 눈물겹다. 
 

     인어라는 이질적 존재를 위화감 없이 소설에 잘 녹여냈다. 억지스럽다는 느낌 없이 매끄럽게 읽힌다. 여러 각도에서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인어의 상징성도 좋다. 전형적인 성장소설의 틀에 인어라는 환상적 요소를 가미해 인간의 폭력성이 발현하는 구조를 효과적으로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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