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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남자
칼요한 발그렌 지음, 최세진 옮김 / 현대문학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사람들은 이상한 걸 보면 이상하게 반응하는 법이야. 그렇지 않니? (본문 중에서)
<인어남자>는 열다섯 살 소녀 넬라의 조금은 특별한 성장담을 그린다. 복지수당으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는 빈민층 소녀 넬라와 동생 로베르트는 끔찍한 학교 폭력에 시달린다. 잔혹한 악행을 일삼는 예라르드 일행은 번번이 트집을 잡으면서 이들 남매를 고문한다. 칼요한 발그렌은 예라르드 일행이 저지르는 악행을 사실적이고 적나라하게 묘사하면서 인간 안에 도사린 악의 정체를 끌어낸다. 아이들에게 모래와 낙엽을 먹이고 늙은 장애인의 집에 불을 지르고 새끼고양이를 불태우는 예라르드 일행은 악의 화신처럼 보인다. 가난하고 늙고 무력하고 냄새나고 멍청한 것들, 사회적 약자들이 악마의 표적이 된다. 이 '냄새 나는 것들'과 같은 세계에 있다는 사실이 악마를 발광하게 만든다. 악마의 눈에 그들은 이 세계에 속할 수 없는 이상하고 미천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소설에는 진짜 인어가 등장한다. 하지만 동화 속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인어는 아니다. 남자 성기가 달리고 온몸이 갑옷 같은 비늘로 뒤덮인 그것은 흉측한 "바다 유인원", 즉 괴물 같은 인상이다. 칼요한 발그렌은 물고기도 사람도 아닌 인어 남자의 이상한 존재감에 사회적 약자의 정체성을 입혔다. 바다와 육지 어디에서도 국외자 신세를 면할 수 없는 인어 남자의 존재는 무관심으로 방치되는 사회적 약자의 환상적인 상징체인 것이다. 뭍에 끌려와 학대 당하는 인어 남자와 왕따 소녀 넬라가 특별한 방식으로 소통하면서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과정이 눈물겹다.
인어라는 이질적 존재를 위화감 없이 소설에 잘 녹여냈다. 억지스럽다는 느낌 없이 매끄럽게 읽힌다. 여러 각도에서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인어의 상징성도 좋다. 전형적인 성장소설의 틀에 인어라는 환상적 요소를 가미해 인간의 폭력성이 발현하는 구조를 효과적으로 풀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