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농민전쟁 원인론
구양근 / 아세아문화사 / 199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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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오농민 전쟁 발발 100년이 지나 오면서 그 명칭이 무수히 변해 왔을 뿐 아니라, 지금도 커다란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주로 참여 계층과 주도 세력을 어떻게 보느냐에 대한 논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갑오농민전쟁의 제일 요인을 토지 제도를 둘러싼 국가의 제도적 운영의 모순에서 들고 있다. '토지는 조선의 통치 기구를 유지하는 기반이며, 조선 농민의 기본적 생산 수단으로서, 그 직접적인 이해관계야말로 농민으로 하여금 반봉건 투쟁에로 일어서게 하는 요인'이라면서 토지 제도의 고질적인 허점으로 국결(國結:국가부세의 대상이 되는 토지)의 감소로 국가 재정이 파산지경에 이르렀다고 1편을 서술하고 있다. 또한 지방 행정의 난맥상이 관리들의 수탈을 방조함으로써 農漁村의 궁핍화를 지적한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5세기나 지속되어 온 왕조의 운영 방식이 시대 변화에 대처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2편에서는 월등히 앞선 기술과 자본을 앞세운 일본 상인들의 침투까지 겹쳐서 생존마저 위태로워진 농민들로서는 돌파구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한다. 그런 상황에서 반일 의식이 고조되어 반봉건과 함께 반제(反封建反帝)의 기치를 들게 되었다.

서양 문물의 도래로 경제적 위기 못지 않게 전통적 사고 구조도 위기를 맞게 되었다. 몰락 양반으로 소외된 지식인이었던 최제우가 서양의 사고 구조인 西學에 맞설 사고 구조를 세우기 위해 在來 사상들에서 취합해서 신흥 종교를 창설하게 되었다고 3편을 전개하고 있다. 변혁 사상이 강한 정감록에 큰 비중을 두게 되자, 역시 농어민 등 소외된 계층들의 심성에 큰 호소력을 갖게 되어 급격히 확산되어 갈 수 있었다고 강조한다. 동학이 제시하는 변혁 이념에 모여드는 민중과 그들을 이끌어 줄 수 있는 지도자(엘리트) 집단이 동학이란 조직으로 집결할 있었기 때문에 대규모의 농민 전쟁으로 발전할 수 있었을 것이다.

통치력을 상실한 정부는 이미 침투하기 시작한 외세에 의존해 진압할 수밖에 없었다. 저자는 특히 일본 쪽의 자료를 검토함으로서 일본군이 진압에 주동적으로 나섰다고 4편에서 밝히고 있다. 무기의 열세에다, 지휘 체계를 통합시키지 못함으로서 각개 격파되는 운명을 지니고 싸울 수밖에 없었다. 거듭되는 패전으로 엘리트들을 잃게 되고 전세가 불리해져 갈수록 민중이라는 기회주의적 속성이 오히려 혁명 단축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민중이란 엘리트의 지도력이 자신들의 욕구를 실현시켜 줄 수 있다고 믿을 때만 결속력을 지속할 수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민중론자들은 그 점을 항상 간과하는 것 같다.

어느 사회에서도 가장 직접적으로 압박 당하는 최하층 민중의 힘만으로 혁명을 일으키거나 전쟁을 수행할 수 없는 것이다. 사회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상승 욕구가 좌절된 민중이 주력 부대가 되고, 그들의 욕구를 대변해서 혁명을 일으킬 이념을 정립해 주고 혁명으로 이끌어 줄 엘리트들의 역할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저자도 다음과 같이 요약하고 있다. '갑오농민전쟁의 패인은 일군과 관군의 공격이 주원인인 것은 물론이지만 거기에 못지 않게 내부의 문제나 한계성도 많았다. 농민군은 '동학'의 조직망을 거점으로 하였고 마지막까지 동학 교단의 지지를 필요로 했기 때문에 본격적인 전쟁의 대열을 갖추지 못하고 말았다. 농민들은 애국충열의 의지는 충만하나 군사적인 지식이 부족하며, 아무런 훈련도 없는 순박한 농민이기 때문에 대세에 무척 약했다. 때문에 대세가 기울어질 성싶으면 최후까지 싸울 사기가 급속도로 저하되고 통솔이 곤란해진다.'

內外의 위기에 직면해 통치력을 상실한 조선 왕조이지만, 5세기나 지속시켜 올 수 있었던 이데올로기에 대항할 새로운 이념을 동학이란 이념 집단을 중심으로 모인 엘리트에 의해서 만들어 졌던 것이다. 농민 전쟁에 동학의 교리가 직접적으로 작용을 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가능하도록 엘리트와 민중이 결합할 수 있는 조직과 이념을 제공해 주었다.

따라서 <갑오 동학+농민 전쟁>이라고 해야 보다 적적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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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근현대 지성사 ㅣ 현대지성신서 12
프랭클린 보머 지음, 조호연 옮김 / 현대지성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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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0년부터 1950년대까지 유럽의 사상사를 총체적으로 조망한 백과전서적 大著다. 존재에서 생성으로 변모하는 서양 사상사의 흐름을 일관성 있게 고찰했다.

과거는 우리가 필연적으로 중요한 관심을 유지하고 있는 '신, 자연, 인간, 사회, 역사', 이런 질문들에 대하여 우리자신의 대답과는 미묘한, 혹은 심지어 근본적으로 다른 대답을 제시한다. 비록 많은 분야에서 우리가 고도의 지식을 갖고 있다고 할지라도, 우리자신과 세계 를 우리자신의 시각으로부터 이런 시각은 필연적으로 다소 특수하고, 부분적이며, 제한적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른 시대와 다른 장소에 살았던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며 사고했는지 배울 필요가 있다. 우리보다 앞서 살며 생각한 사람들은 우리에게 엄청나게 가치있는 무언가를 말해 줄 수 있다. 특히 그들이 살던 세계의 구조 때문에 특별한 감수성과 특별한 기술을 발달시켰던 분야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사상사는 우리에게 그들의 통찰력과 해답에 접근 할 수 있도록 해준다.

우리가 원래 사상을 가능하게 만든 경험 속으로 들어가고자 한다면 그 사상이 의미하는 바대로 그것을 볼 수 있게 한다. 그렇게 되면 사상은 마치 원래 사상을 만들어 낸 사람들에게 마찬가지 정도로 우리에게도 생생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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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1-08-19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소개글입니다~
 
슈뢰딩거의 삶
월터 무어 지음, 전대호 옮김 / 사이언스북스 / 199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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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딩거란 인물을 알게 되었던 건 오래 전에 나왔던 <현대의 과학사상>이란 책에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뿐이었다. 이 책을 사게 된 건 전기로서 훌륭하다는 신문 서평에 끌러서였다.

역시 역자가 전기 작가는 그 전기의 주인공을 독자가 사랑하도록 만들면 큰 성취를 이룬 것이라고 말했듯이 생소한 인물이었던 그를 친숙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에 대한 장점과 단점을 그대로 드러내어 모두 그의 전부를 사랑할 수 있도록 만들었으니 한 편의 전기로서 성공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물리학의 위대한 연구 과정과 함께 그의 여성 편력이 잘 짜여져 슈뢰딩거란 삶의 파노라마를 보여 주었다. 우리 상식으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여성 편력에도 불구하고 조강지처와 동반자로 끝까지 평화롭게 살았다는 것이 신기한 만큼 그의 삶이 매력적인 것이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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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인 고고학 산책
C. W. 세람 지음, 안경숙 옮김 / 대원사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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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금 사는 생활의 대부분은 과거에 살았던 사람들의 생활 방식과 직접 간접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우리 자신을 이해하려면 먼 과거에 살았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나를 이해해야 한다. 그를 다루는 학문인 역사학은 과거에 살았던 사람들이 문자로 남긴 문서들이 있는 시점을 중심으로 역사시대와 선사시대로 구분하고 있다.

선사시대를 연구하는 고고학은 과거에 살았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알기 위해 그들이 남긴 유물을 수집해 가능한 원형에 가깝게 복구해 그들이 살았던 생활을 이해하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유물이 많이 보존되어 있는 곳이 무덤이다. 무덤이 생명의 종말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소박한 관념이 먼 과거일수록 지배적이어서 죽은 사람을 매장할 때 그가 사용하던 물건들을 죽은 뒤에도 사용하도록 함께 묻어 주었다.

어느 시대나 당시의 유력자의 무덤일수록 사용하던 물건들을 많이 넣었고 무덤을 견고하게 만드는 덕에 그런 무덤들은 시간을 뛰어넘어 한 시대의 모습을 간직해 두었다가 발굴자에게 고스란히 보여 준다. 그래서 우리나라 어느 고고학 교수가 고고학의 매력을 무덤을 발굴할 때 무덤 밖은 20세기인데 무덤 속에 들어가면 수 백년, 수 천년전의 세계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쎄람의 이 책의 원제는 <제신과 무덤과 학자들>이다. 신문 기자 출신인 저자는 수많은 관련 서적들을 들추느라 도서관이나 박물관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했지만, 그의 이야기는 발굴 사실의 진부한 보고서 형식을 탈피하여 살아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다시 말해 발굴 작업을 직접 계획하고 참여하였던 정열적인 사람들의 불굴의 활동과 업적에 대한 생생한 기술과 전체 역사 속에서의 의미파악과 해설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래서 비전문가를 위한 저술이지만 세계 여러 대학에서 부교재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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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어 성립 사정
야나부 아키라 지음, 서혜영 옮김 / 일빛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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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개인, 근대, 미, 연애, 존재, 권리, 자유, 그, 그녀 등과 같이 우리가 일상어로 당연시하며 쓰고 있는 낱말들은 일본에서 번역해 놓은 번역어를 차용해 쓰는 것들이다. 이런 번역어가 만들어진 역사를 밝히기 위해 그 낱말들을 단서로 삼아 추적하는 과정이 수사 드라마를 보는 듯했다.

당시 일본에서는 이러한 용어들이 없어서 별 관계없는 한자를 차용했기 때문에 번역어들은 원어의 의미와 맞지 않아 번역자들은 무척 고심했었다는 것이 흥미롭다. 결국은 좋지 않는 번역어가 살아 남는 법이라고.....

그런데 우린 아무 생각없이 흔하게 쓰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일본의 번역자들이 해야 했던 고심들을 새롭게 발견하면서 우리가 직접 해야 할 번역을 위해 참고로 삼았으면 한다. 앞으론 남의 나라의 한자 번역어를 도용하지 않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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