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왜 병에 걸리는가 - 다윈 의학의 새로운 세계
랜덜프 네스.조지 윌리엄즈 지음, 최재천 옮김 / 사이언스북스 / 199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의 의학의 한 학파로 등장한 다윈 의학의 창시자인 저자들도 '가끔 치료하고, 자주 도와주고, 언제나 위로한다.'라고 의학의 목표는 언제나 그랬듯이 (그리고 우리가 믿는 것처럼 앞으로 그래야 하듯이) 환자를 돕는데 있다고 하고 있다.

우리를 노쇠로부터 구원해 줄 약이나 운동 또는 식이요법을 찾으려고 추구하기보다는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어떤 나이에서든 활기차게 생활하려고 노력하는 편이 낫다. 언젠가는 영생에 대한 집착이 가능한 한 충만한 삶을 누리려는 희망으로 대체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신체는 손상되기 쉬우면서도 강인하다. 다른 모든 진화의 산물과 마찬가지로 우리 몸도 때로는 이롭고 때로는 질병에 취약성을 보여주는 수많은 타협들의 결과물이다. 이러한 취약성은 자연 선택이 오래 지속된다 하더라도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연 선택이 바로 만들어 낸 힘이기 때문이다.

진화적 가설들 역시 지질학적 가설과 마찬가지로 현존하는 기록에 나타난 이용 가능한 증거들을 설명하고 미처 발견하지 못한 기록들에 대한 새로운 발견을 예견함으로써 검증된다.

질병은 궁극적으로 과거의 자연 선택에 의해 생겨났다. 역설적으로 우리를 질병에 취약하게 하는 메커니즘이 때로는 우리에게 이득을 주기도 한다. 고통을 겪는 일도 유용한 방어 작용일 수 있다. 자가면역 질환은 인체가 외부 침입자를 공격하는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는 것에 대한 대가이다... 노쇠나 죽음조차도 그저 어쩌다 생겨난 것이 아니라 유전자를 최대한 후세에 전파시키기 위한 목적에 맞도록 자연 선택에 의해 타협된 결과이다.

인체와 끊임없이 변이를 하며 인체를 공격하는 미생물의 끝없는 군비 경쟁이었다고 진화의학은 말하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게놈 - 23장에 담긴 인간의 자서전
매트 리들리 지음, 하영미 외 옮김 / 김영사 / 2001년 1월
평점 :
절판


게놈이란 새로운 연구 결과를 인류 문화 전체에 대입해 23개 염색체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자유의지에 대한 유전자가 다른 사람이 닿을 수 없는 우리 내부에 있어 우리 행동의 원천이 되기에 그렇게 모순적인 원인이 아니다. 물론 한 개의 유전자가 아니라 훨씬 더 고차원적이고 장엄한 것인 인간 본성으로 유연하게 우리 염색체 속에 미리 정해져 있으며 각자마다 특유하게 존재한다. 모든 사람들은 특이하고 상이하며 내적인 본성이 있다. 그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p375

5번 염색체 [환경]에서 알레르기에 대해 다룬다. 초등학생인 조카를 고생시키고 있는 알레르기 천식은 환경이 너무 청결해져서 심해졌다는 것이다. 기생충이 있는 사람은 알레르기 천식이 없다는 것.

어렸을 때 기생충 약을 먹기 위해 아침을 굶는 일이 연중행사였다. 그렇게 박멸하기 위해 범국가적 노력으로 이제는 기생충이란 것이 박멸되었는데, 그 반작용으로 그 때는 희귀한 노인성 질환이었던 알레르기 질환이 흔해져 어린이들이 괴롭힘을 받고 있다.

유전자 지도의 완성으로 모든 질병의 원인을 발견해 치료할 수 있게 되어 무병장수의 꿈을 실현할 수 있을 것 같이 떠들고 있지만 저자는 회의적이다. 하나의 질병을 치료하면 그로 인해 또 다른 질병을 유발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혜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할 때 지혜롭다는 것은 다만 슬픔일 뿐이다”라고 까지 말하고 있다.

이와 같이 문명이란 작용과 반작용이 일어나기 마련인가 보다. 한 문제를 고생 끝에 해결해 놓았다 싶으면 히드라의 목처럼 새로운 문제가 돋아나서 끊임없이 문제에 직면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토인비는 새롭게 제기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는 도전과 응전을 통해서 문명은 성장과 쇠퇴를 겪는다고 했던 것 같다.

인간의 진보란 항상 허점이 숨겨져 있다가 진보에 과신해 도취할 때 운명처럼 터져 나오기 마련인가 보다.

“과학 발전의 원동력은 무지함이다. 과학은 우리 주변의 무지라는 숲에서 장작을 공급받아야만 하는 화로와 같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지식이라고 부르는 공터는 넓어지지만, 그와 더불어 경계선이 더 늘어날수록 우리의 무지함은 더 많이 드러나게 된다... 진정한 과학자는 지식에 대해 지겨움을 느끼며 그 전의 발전으로 드러난 무지에 대한 공략을 새로운 동기로 삼는다.” p323.

이 책을 읽고 나서 “겸손할지어다, 인간이여....”라고 외치고 싶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갑오농민전쟁 원인론
구양근 / 아세아문화사 / 1993년 5월
평점 :
절판


갑오농민 전쟁 발발 100년이 지나 오면서 그 명칭이 무수히 변해 왔을 뿐 아니라, 지금도 커다란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주로 참여 계층과 주도 세력을 어떻게 보느냐에 대한 논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갑오농민전쟁의 제일 요인을 토지 제도를 둘러싼 국가의 제도적 운영의 모순에서 들고 있다. '토지는 조선의 통치 기구를 유지하는 기반이며, 조선 농민의 기본적 생산 수단으로서, 그 직접적인 이해관계야말로 농민으로 하여금 반봉건 투쟁에로 일어서게 하는 요인'이라면서 토지 제도의 고질적인 허점으로 국결(國結:국가부세의 대상이 되는 토지)의 감소로 국가 재정이 파산지경에 이르렀다고 1편을 서술하고 있다. 또한 지방 행정의 난맥상이 관리들의 수탈을 방조함으로써 農漁村의 궁핍화를 지적한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5세기나 지속되어 온 왕조의 운영 방식이 시대 변화에 대처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2편에서는 월등히 앞선 기술과 자본을 앞세운 일본 상인들의 침투까지 겹쳐서 생존마저 위태로워진 농민들로서는 돌파구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한다. 그런 상황에서 반일 의식이 고조되어 반봉건과 함께 반제(反封建反帝)의 기치를 들게 되었다.

서양 문물의 도래로 경제적 위기 못지 않게 전통적 사고 구조도 위기를 맞게 되었다. 몰락 양반으로 소외된 지식인이었던 최제우가 서양의 사고 구조인 西學에 맞설 사고 구조를 세우기 위해 在來 사상들에서 취합해서 신흥 종교를 창설하게 되었다고 3편을 전개하고 있다. 변혁 사상이 강한 정감록에 큰 비중을 두게 되자, 역시 농어민 등 소외된 계층들의 심성에 큰 호소력을 갖게 되어 급격히 확산되어 갈 수 있었다고 강조한다. 동학이 제시하는 변혁 이념에 모여드는 민중과 그들을 이끌어 줄 수 있는 지도자(엘리트) 집단이 동학이란 조직으로 집결할 있었기 때문에 대규모의 농민 전쟁으로 발전할 수 있었을 것이다.

통치력을 상실한 정부는 이미 침투하기 시작한 외세에 의존해 진압할 수밖에 없었다. 저자는 특히 일본 쪽의 자료를 검토함으로서 일본군이 진압에 주동적으로 나섰다고 4편에서 밝히고 있다. 무기의 열세에다, 지휘 체계를 통합시키지 못함으로서 각개 격파되는 운명을 지니고 싸울 수밖에 없었다. 거듭되는 패전으로 엘리트들을 잃게 되고 전세가 불리해져 갈수록 민중이라는 기회주의적 속성이 오히려 혁명 단축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민중이란 엘리트의 지도력이 자신들의 욕구를 실현시켜 줄 수 있다고 믿을 때만 결속력을 지속할 수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민중론자들은 그 점을 항상 간과하는 것 같다.

어느 사회에서도 가장 직접적으로 압박 당하는 최하층 민중의 힘만으로 혁명을 일으키거나 전쟁을 수행할 수 없는 것이다. 사회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상승 욕구가 좌절된 민중이 주력 부대가 되고, 그들의 욕구를 대변해서 혁명을 일으킬 이념을 정립해 주고 혁명으로 이끌어 줄 엘리트들의 역할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저자도 다음과 같이 요약하고 있다. '갑오농민전쟁의 패인은 일군과 관군의 공격이 주원인인 것은 물론이지만 거기에 못지 않게 내부의 문제나 한계성도 많았다. 농민군은 '동학'의 조직망을 거점으로 하였고 마지막까지 동학 교단의 지지를 필요로 했기 때문에 본격적인 전쟁의 대열을 갖추지 못하고 말았다. 농민들은 애국충열의 의지는 충만하나 군사적인 지식이 부족하며, 아무런 훈련도 없는 순박한 농민이기 때문에 대세에 무척 약했다. 때문에 대세가 기울어질 성싶으면 최후까지 싸울 사기가 급속도로 저하되고 통솔이 곤란해진다.'

內外의 위기에 직면해 통치력을 상실한 조선 왕조이지만, 5세기나 지속시켜 올 수 있었던 이데올로기에 대항할 새로운 이념을 동학이란 이념 집단을 중심으로 모인 엘리트에 의해서 만들어 졌던 것이다. 농민 전쟁에 동학의 교리가 직접적으로 작용을 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가능하도록 엘리트와 민중이 결합할 수 있는 조직과 이념을 제공해 주었다.

따라서 <갑오 동학+농민 전쟁>이라고 해야 보다 적적하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럽 근현대 지성사 현대지성신서 12
프랭클린 보머 지음, 조호연 옮김 / 현대지성사 / 199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600년부터 1950년대까지 유럽의 사상사를 총체적으로 조망한 백과전서적 大著다. 존재에서 생성으로 변모하는 서양 사상사의 흐름을 일관성 있게 고찰했다.

과거는 우리가 필연적으로 중요한 관심을 유지하고 있는 '신, 자연, 인간, 사회, 역사', 이런 질문들에 대하여 우리자신의 대답과는 미묘한, 혹은 심지어 근본적으로 다른 대답을 제시한다. 비록 많은 분야에서 우리가 고도의 지식을 갖고 있다고 할지라도, 우리자신과 세계 를 우리자신의 시각으로부터 이런 시각은 필연적으로 다소 특수하고, 부분적이며, 제한적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른 시대와 다른 장소에 살았던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며 사고했는지 배울 필요가 있다. 우리보다 앞서 살며 생각한 사람들은 우리에게 엄청나게 가치있는 무언가를 말해 줄 수 있다. 특히 그들이 살던 세계의 구조 때문에 특별한 감수성과 특별한 기술을 발달시켰던 분야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사상사는 우리에게 그들의 통찰력과 해답에 접근 할 수 있도록 해준다.

우리가 원래 사상을 가능하게 만든 경험 속으로 들어가고자 한다면 그 사상이 의미하는 바대로 그것을 볼 수 있게 한다. 그렇게 되면 사상은 마치 원래 사상을 만들어 낸 사람들에게 마찬가지 정도로 우리에게도 생생하게 다가온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yamoo 2011-08-19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소개글입니다~
 
슈뢰딩거의 삶
월터 무어 지음, 전대호 옮김 / 사이언스북스 / 1997년 6월
평점 :
절판


슈뢰딩거란 인물을 알게 되었던 건 오래 전에 나왔던 <현대의 과학사상>이란 책에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뿐이었다. 이 책을 사게 된 건 전기로서 훌륭하다는 신문 서평에 끌러서였다.

역시 역자가 전기 작가는 그 전기의 주인공을 독자가 사랑하도록 만들면 큰 성취를 이룬 것이라고 말했듯이 생소한 인물이었던 그를 친숙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에 대한 장점과 단점을 그대로 드러내어 모두 그의 전부를 사랑할 수 있도록 만들었으니 한 편의 전기로서 성공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물리학의 위대한 연구 과정과 함께 그의 여성 편력이 잘 짜여져 슈뢰딩거란 삶의 파노라마를 보여 주었다. 우리 상식으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여성 편력에도 불구하고 조강지처와 동반자로 끝까지 평화롭게 살았다는 것이 신기한 만큼 그의 삶이 매력적인 것이었는지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