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생물학자 루이 볼크가 구상한 유형성숙(幼形成熟) 이론이 있다.

유형성숙이란 무엇인가? 멕시코의 어떤 호수들에서는 굉장히 기이한 올챙이 종류가 있다. 그 올챙이들은 어떤 성숙의 단계에서 개구리로 변하는 대신에 형태를 바꾸지 않은 채 계속해서 성장한다. 그런 경우에 개구리 단계는 쓸모없는 단계가 되어버리고, 심지어는 노화에서 기인히는 일종의 재앙과도 같은 것이 된다. 성숙은 무한히 연기될 수 있다. 루이 볼크는 인생에서 유년기와 청년기가 점점 더 길어지는 것은 인간적 현상의 특징이며 동물에 대한 인간의 우월성을 설명하기에 충분하다고 가정한다. 모글리부터 타잔까지 계속된 진화를 보장하고, 모든 창조물에 대한 어린이 - 어른 - 슈퍼맨의 왕권을 보장하는 것은 바로 이 유형성숙(幼形成熟)일 것이다.       

- 「흡혈귀의 비상」中, 미셸 투르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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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지금도 불현듯 생각나는 일이 있다. 이학년도 다 돼서였다.
하루는 무슨 일인가로 담임선생의 호출을 받아 교무실에 갔더니, 입학하고부터 줄곧 생물과 미술을 담당하여 일주일에도 너더뎃 시간씩이나 교실에 들어왔던 백모 선생이 내 얼굴과 명찰을 번갈아 가며 쳐다보고 나서, 암만 봐도 처음 보는 아이란 듯이 이러고 묻는 것이다.

 "야, 너는 워느 반 애냐?"

 "일반인디유."

 "니가 왜 일반여?"

 "기유."

 "일반에 너 같은 애가 워딧어?"

 "있슈."

 "원재 전학 왔는디?"

 "입학허구버터 여태 댕겼는디유."

 "집이 워딘디?"

 "대천유."

 "그럼 대천국민핵교 댕겼개?"

 "그렇지유."

 "그려? 그런디 왜 그렇게 통 존재가 웂어?"                 

  

- 유자소전 中, 이문구

 

주인공 아이의 골난 얼굴과 선생님의 무안한 표정을 상상하며 한참을 웃다 갑자기 서늘해졌다.
정말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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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9-06-30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일반인이어서 존재가 없는...

굿바이 2009-07-01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방인이어서 존재가 없는...
 

양부모는 어머니를 만났을 때의 일을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녀의 눈 속에 있는 음울하고 격렬한 신비로움하며, 그 눈 속에 있는 매서운 빛, 중단된 소녀 시절의 심술'에 마음이 움직였다고. 여자는 소녀시대를 행복하게 통과해 갈 수 있는 타입과 중단된 타입의 두 종류로 나눠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물론 후자다. 

- 창이 있는 서점에서, 유미리

나도 ........, 물론 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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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의 기생 명옥明玉은 음률에 밝고 제법 자색도 있었다. 내가 남원에 있을 때 날마다 만났는데, 어느날 밤에는 비바람이 크게 일어 밖에 나서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미 약속을 했으므로 반드시 가야만 했다. - 「금옥총부」98

평양의 혜란蕙蘭은 색태만 뛰어난 것이 아니라 난을 잘 치고 노래와 가야금도 잘해 소문이 성내에 자자하였다. 나는 연호蓮湖 박사준朴士浚이 막부에 있을 때 일이 있어 내려갔다가, 혜란과 7개월을 서로 따르며 정을 두텁게 하였다. 작별할 때에 혜란이 긴 숲 북편에서 나를 전송했는데, 떠나고 머무는 서글픔을 정말 스스로 억제하기가 어려웠다. - 「금옥총부」119

내가 남원 출신의 아내와 서로 따로 지낸 지 40년 되었다. 금슬처럼 벗하며 함께 돌아가고자 하였지만, 신이 돕지 않아 경진년(1880) 7월23일에 숙병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이때의 슬픔이 과연 어떠하였으랴. - 「금옥총부」105

 
- 안민영, 「금옥총부」
 
안민영의 개인가집인「금옥총부」는 사료가 부족한 조선 가객들의 기록이 다수 실려있다.
안민영은 성품이 호방하여 구름처럼 떠돌기를 좋아하였으며 음률에 정통하였다고 한다.
나의 이상형이 조선에 있었구나!
그래도 딴지를 걸지 않을 수 없는 나는 잡념이 한가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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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신으로부터 필요없는 것을 제거하는 일은 곧 행복의 비결이다. 그리고 필요없는 것 가운데 가장 으뜸가는 것은 혹 우리가 의지의 노력을 발동하면 잊어버릴 수 있는, 많은 사물의 외양이다. 중요한 것은 마음과 의지를 중시하고 '외양'을 제거하고 우리의 지각속에서 우연의 운명이나 변화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보다 크고 보다 단순하고 불변하는 요소 안에서 사는 것이다.  

- 존 쿠퍼 포우어스, 「고독의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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