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시선 298
김기택 지음 / 창비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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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집 [껌]에서 김기택의 언어와 시선은 물질 문명을 비판할 때는 더욱 단단해졌고, 폭력을 목격하는 장면에서는 더욱 친절해졌다. 또한 그의 친절한 시선이 안내하는 세계는 별거 없을 것 같은 일상적인 풍경을 단번에 '헉'소리와 '움찔'거림이 존재하는 풍경으로 바꾸어 놓는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일상에 늘상 존재하는 가리워진 폭력이다.  

가령 그의 시「고양이 죽이기」를 보면 "야생동물을 잡아먹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호랑이나 사자의 이빨과 발톱이 아니라/잇몸처럼 부드러운 타이어라는 걸 알 리 없는 어린 고양이었다./승차감 좋은 승용차 타이어의 완충장치는/물컹거리는 뭉개짐을 표나지 않게 삼켜버린 것이다./씹지 않아도 혀에서 살살 녹는다는/어느 소문난 고깃집의 생갈비처럼 부드러운 육질의 느낌이/잠깐 타이어를 통해 내 몸으로 올라왔다./부드럽게 터진 죽음을 뚫고/그 느낌은 내 몸 구석구석을 핥으며/쫄깃쫄깃한 맛을 오랫동안 음미하고 있었다./음각무늬 속에 낀 핏자국으로 입맛을 다시며/타이어는 식욕을 마저 채우려는 듯 속도를 더 내었다" 라던가 다른 시「껌」에서 "이빨들이 잊고 있던 먼 살육의 기억을 깨워/그 피와 살과 비린내와 늘 함께 놀던 껌/지구의 일생 동안 이빨에 각인된 살의와 적의를/ 제 한몸에 고스란히 받고 있던 껌/마음껏 뭉개고 갈고 짓누르다/이빨이 먼저 지쳐/마지못해 놓아준 껌" 이라고 묘사하고 있는 작가의 시들은 이미 문명의 폭력에 익숙해진 독자들 앞에 폭력의 풍경을 친절하게 전시한다. 이 때 작가의 의도된 친절함은 독자로 하여금 '헉'소리를 유발하게 하는 계산된 장치이며, 거기서 더 나아가 독자를 '움찔'거리게 만드는 기괴함으로 다가온다.  이렇듯 작가의 집요한 친절함이 독자를 '헉'에서 머무르지 않고, '움찔'거리게 만드는 것은 고통의 반대편에 놓인 고통을 즐기는 자들의 무의식적인 즐거움까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타자의 고통을 통해 허기를 채워야 하는 모든 것들의 태생적인 비극을 바라보는 일은 제 스스로 생명을 가진 존재라는 것 자체를 고통스럽게 하는 일일 것이다.    

살의를 드러내지 않고 식탁을 차릴 수 있는, 그래서 적당히 세탁되어진 죽은 생명들을 섭취하며 사는, 타자의 고통을 단순히 지폐 몇 장으로 교환하며 눈 가리고 살아온 내게 그는 「코뚜레」에서 "코는/소의 몸에서 가장 예민하고 부드러운 곳/붉은 혀만이 수시로 들락거리는 깊은 구멍일 뿐인데/저렇게 단단하게 잠가둔 걸 보니 수상해./그 구멍에서 가끔 뜨거운 공기가 나오고/신음소리도 나오고/희고 걸쭉한 분비물도 나오는 걸 보니 더욱 수상해./근질근질질해서 견딜 수 없는 열쇠/열쇠구멍 없는 자물쇠를 열 유일한 열쇠,도끼가/어느날 저 자물통을 부술 거야/허나 도끼가 범할 일을 자세히 열거하고 싶진 않네,/저렇게 일평생 순결을 감금당하고도/도끼에 겁탕당할 이마/겁탈당할 피 겁탈당할 죽음을,/겁탈당한 후에 다시 발가벗겨질 가죽과/그 속에 든 발갛고 축축하고 말랑말랑한 순결을." 이라고 도살의 현장을 비밀스럽게 들려준다. 그리고 겁탈당한 죽음과 말랑말랑한 순결이 내 이빨의 살기와 내 혀의 황홀한 미각에게 묻는다. 아직도 수염에서 슬픔과 두려움이 자라고 있는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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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실로 올라오세요, 창문을 통해
마이라 산토스 페브레스 외 14인 지음, 클라우디아 마시아스 엮음, 우석균 외 6인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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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자유롭고 대담하게 그려낸 이 책은 라틴 아메리카 열다섯 명의 작가의 작품을 담고 있다. 그 중 마이라 산토스 페브레스, 에드문드 파스 솔단, 앙헬 산티에스테반 프라츠,크리스티나 리베라 가르사, 페드로 앙헬 팔로우의 단편은 읽는 도중에도, 읽기가 끝난 후에도 도통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다. 아마 내가 절대 흉내낼 수 없는 글쓰기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리라. 아름다워서 약오르고, 대담해서 기죽고, 황홀해서 씁쓸한. 

     
 

별안간, 그를 우리 삶의 한가운데에 데려다놓은 바로 그 우연에 의해 날카롭게 베인 상처 같은 그런 존재. - 코끼리에 관한 우화, 페드로 앙헬 팔로우

 
     
     
  그것이 코끼리를 본 마지막 오후였다. 하지만 자신을 삼킨 진흙탕에 자신의 열정을 수장시키면서 부르짖던 그의 사랑의 절규는 지금도 들린다. 그렇지 않아,수사나? - 코끼리에 관한 우화, 페드로 앙헬 팔로우  
     
     
 

나는 순진하지 않아. 그리고 아마 너도 그럴 거고. 하지만 확실한 건 우리는 우리가 만든 이미지, 되고자 하나 될 수 없는 이미지의 덫에 걸려 있다는 점이야. 그래서 어떤 일은 말 못 하고, 어떤 의혹은 인정하지 못하고, 의심은 가도 듣고는 싶지 않은 그 모든 일을 서로 크게 떠벌리니 않는 한 우리 둘 사이는 좋아. 계속 관계를 유지하려면, 기를 쓰고 각자의 비밀을 지켜야만 해. 누군가 입을 열면 마법은 깨지고 말 테니. - 원격사랑, 에드문드 파스 솔단

 
     
     
  예전에, 이 모든 것 이전에, 중국 여인을 잃어버렸다고 주장했을지도 모르는 남자는 회오리바람 앞에 멈추어 섰을 것이다. 처음에는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다(일종의 현기증)(끝도 없이 추락하듯이)(끊기듯이 이어지는 고통). 그리고 곧 어린 시절 이런 종류의 회오리바람-작지만 급작스럽게 수직으로 불어닥치는-은 악마가 나타나서 무언가를 훔쳐 가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을 떠올렸을 것이다. 그때 한눈에 모든 것이 들어왔다. 악마, 악마의 몸, 한 여인의 허리를 감아올리는 악마의 두 팔, 왈츠. 날카로운 바이올린 선율. 지상으로부터 떠오른 발. - 마지막 기호, 크리스티나 리베르 가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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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
라우라 레스트레포 지음, 유혜경 옮김 / 레드박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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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집단이 개인에게 강제하는 고통의 양이 증가할수록 정신적.육체적 통증을 경험하는 사람들도 늘어난다. 고통을 경감하는 양태는 개인에 따라 다르겠으나, 누구에게나 고통스러운 현실, 고통받지 않는 자 없을 터이니 작가가 책 머리에 언급한 것 처럼 [이 미친 세상에서 미치지 않는 자, 과연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부터 고개 돌릴 수 있는 독자도 많지 않을 터이다. 그렇게 소설은 꼼짝할 수 없음을 전제로 시작된다. 

소설은 여주인공 아구스티나의 광기와 욕망을 쫓는다. 그녀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고통받는 연인 아길라르의 헌신적인 사랑과 그녀의 광기를 담담하게 받아내는 소피 이모의 증언을 통해 광기로 감염된 아길라르의 가족사와 콜롬비아가 안고 있는 정치.사회적 문제들을 고백한다. 또한, 이미 초과해 버린 욕망을 대변하는 어머니 에우헤니아와 오빠 호아코, 그 욕망을 추격하며 뒤틀려 버린 미다스와 주변 인물들, 왜곡된 현실의 희생양 막내 동생 비치는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위험한 욕망, 욕망을 조장하는 집단의 가치관, 욕망이 만들어 낸 거짓 앞에서 좌절한 인간들의 광기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따라서 욕망, 거짓, 고통, 광기는 이 소설 안에서 동의어가 된다. 

   
  아들은 진실을 까발려 아버지 앞에 들이댔고, 어머니는 그 진실을 거부하며 아들을 무너뜨리고 아버지를 구한 거죠. 자네 말도 맞네만, 그게 다는 아니네, 소피 이모가 나선다, 왜냐하면 비치는 마지막 진실을 비장의 무기로 숨겨두고 있었는데, 바로 자기 자신의 자유였거든, 모두가 정신을 잃고 거짓말의 늪에 빠진 것을 보자, 비치는 입고 있는 차림 그대로, 그러니까 스웨터에 파자마에 양말에 부츠를 신은 채로 집을 나가 아랫길로 걸어갔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네.(p.375)  
   

아길라르와 소피 이모의 대화를 통해 아구스티나의 뒤틀린 가족사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막내 아들 비치가 까발린 진실은 아버지와 소피 이모의 은밀한 사랑이었다. 그러나 아버지를 엄단해야 할 어머니는 도리어 아버지의 외도를 부정한다. 남편의 패륜을 부정함으로써 폭로 이후에 몰아닥칠,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을 폭로 이전으로 돌려놓아 자신이 포기해야 할 욕망을 지킨다. 또한 아버지의 외도를 이미 알고 있던 오빠 호아코도, 아버지를 누구보다 사랑했던 아구스티나도 거짓이 지탱해 주는 달콤한 현실, 즉 자신들의 욕망을 실현할 수 있는 현실을 붙든다. 이 추악한 현실에서 막내 동생 비치는 현실을 도피함으로써 자신이 꿈 꾸는 자유를 얻는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그 순간 그들이 은폐하고 도주하면 극복할 수 있다고 믿었던 거짓 현실은 극복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들의 욕망이 만들어 낸 거짓 현실은 한 번 빠지면 빠져 나올 수 없는 덫으로 돌아온다.  

욕망은 거짓을, 거짓은 또 다른 거짓을 처녀생식한다. 생식의 속도와 양은 감지할 수 없을 만큼 빠르고 막대하다. 이렇게 점점 불어난 개체(거짓)를 감당할 수 없을 때 주체(인간)는 고통에 처한다. 고통은 슬픔과 두려움을 배양하고, 잘 자란 슬픔과 두려움은 분노로 성숙한다. 이렇게 뭉뚱그려진 분노 덩어리가 어느 날 삶 전체를 짓눌러 더 이상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삶의 달콤함을 스스로 거세할 수 없는 인간은 무언가 새롭게 대응 할 의지 조차 갖을 수 없게 되고, 고통 너머의 고요 속으로 빠져들어 숨고 싶어한다. 이 때 인간의 고통 너머에 존재하는 낯익은 고요함이 바로 광기다. 허니 부조리한 현실에 처한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많지 않다. 죽거나 미치거나. 

마지막으로 이 소설 [광기]에서 작가 라우라 레스트레포의 불편한 글쓰기 방식은 단지 형식을 파괴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광기에 사로잡힌 인간 군상을 보게 하고 불편하게 질문하는 방식, 내키지 않는 질문을 받고 불편해 질 수 밖에 없는 독자, 그것이 라우라 레스트레포 소설 [광기]의 본질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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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9-11-02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제가 1대1 선물용은 쫌 잘골라요 그죠? ㅋㅋㅋㅋㅋ
책 선물한 덕분에 언니 리뷰도 읽고, 좋네요. 흐흣.

굿바이 2009-11-05 14:53   좋아요 0 | URL
그대의 탁월함을 인정하오!!!!!!
고맙고 또 고마워요^^

후니마미 2009-11-05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려운 책인 것 같아요
이 책을 웬디 양이 선물한 것이라는 눈치를 좀 보면서 ㅎㅎ
웬디양(님을 붙이기가어색해서)은 요기서 만나는데
요새 마니마니 바빴어요?

독후감이 안 보여요 ㅎㅎ

눈나라에선 만날 수 있지요?

굿바이 2009-11-05 14:55   좋아요 0 | URL
형식이 독특한 책이고, 인간의 욕망에 대해 작가가 오래 고민한 흔적이 보여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요즘 제가 라틴 아메리카 작품에 빠져있답니다. 신비롭고 날카롭고...

2009-11-05 1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05 14: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05 1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09 1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만과 편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8
제인 오스틴 지음 / 민음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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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나를 이해하느니 차라리 MB를 이해하고 말겠다고, 지난 세기 많은 여류 작가들이 다룬 '전근대적 심성'을 어떻게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 있겠냐고 나는 매우 과장되게 절망했다.   

물론 이 책이 주는 재미를 무시하고 싶은 마음도 없고, 영향력을 의심하고 싶은 생각은 더더군다나 없으며, 시절이 이렇게 변했음에도 공감을 일으키는 부분이 있다는 사실도 부인하고 싶지 않다. 허나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식, 남녀 관계를 정색하고 설명하려 드는 자세를 어찌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어디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다섯 자매의 캐릭터에 덤으로 등장하는 '자체 짜증' 남자 주인공들을 이토록 정교하게 확대 재생산 할 수 있는지 작가의 참을성에 넋을 잃을 지경이었다. 물론 제인과 엘리자베스의 입을 통해 서로의 문제 의식을 공유하기도 하고 가끔은 가뭄에 단비 같은 댓구 놀이를 하기도 하지만 뭐랄까 그 설명 또한 너무 작위적이어서 눈에 거슬리니 나는 책을 읽는 자체가 고문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흥미로운 것은 내 불쾌의 원인이 단순히 작가의 설정과 해설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시대를 뛰어 넘어 오만과 편견 패밀리들과 유사한 인간 군상들이 내 주위에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 그래서 각기 주인공의 대사와 겹쳐지는 현존하는 그들의 모습이 떠오르자 나는 더 불편했던 모양이다. 공포스럽지만 실로 현존하는 '베넷 부인'을 비롯해 '리디아'까지 나는 알고 있다.

시절이 변하였다고는 하나 씁쓸하고 뻔한 인간의 내면이 그리 빨리 변화하고 진화할 수 있겠는가. 사랑이, 결혼이, 신데렐라 언니 만큼의 쇼킹 이벤트는 아니더라도 대충 감정과 현실을 물 타보려는 속셈이 어디 그들 뿐이겠는가, 나 역시 자유롭지 못했고, 그럴 수 밖에 없는 현실, 비틀거려야만 꿈틀이라도 할 수 있는 현실을 모르지 않는다. 그렇지만 뭐 그렇게 너도 나도 아는 일이니까, 대충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면 그만이지, 이것 저것 홀딱 벗겨 멀리 끌고 나와 이것도 저것도 목숨도 연명하기 힘들 때까지 들여다 보고 파헤치지 말자고 슬쩍 사랑 타령에 물 타보려는 것은 매우 불편한 일이다. 그런 것이 사랑이라니!

마지막으로, 어째서 기발한 뚝심에 자유로운 영혼, 미학적 완성도를 갖춘 사랑은 그리 드문 것이더냐고 묻는다. 질문을 접한 몇 몇 친구들이 말한다. "밥은 먹고 다니냐?"  

"아아~ 밥은 먹고 다니지만 서도 여전히 황홀하고 불안한 사랑이여! 어디 있긴 있소! 아~ 신종 인플루엔자 시대의 사랑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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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0 15: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0-21 1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동우 2009-10-20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런 것이 사랑이라니!"
아, 굿바이님. 어느 사회 어느 시대에나 사랑은 사랑이지요.

나는 반쯤 읽었습니다.
그러함에도 굿바이님의 이른 답안에 고개를 주억거립니다.

19세기 무렵.
특히 영국이라는 사회.
그 어디 '콜레라 시대의 사랑' 꿈꿀수 있으리오.

쟁님 넙치를 멸치로 패러디하였듯, 나는 제국의 오만과 변방의 편견이라는 패러디가 어떨까 싶기도 합니다.

영국 안방마님의 편견은 아직 이문구나 이보 안드리치를 방해합니다그려.
아직 열흘 남았지요? 하하

굿바이 2009-10-21 11:17   좋아요 0 | URL
동우님! 동우님의 패러디가 완전 기대되는 되요^^

'어느 사회 어느 시대에나 사랑은 사랑이지요'라는 말씀이 여러 번 읽힙니다. 그렇지만 막 이건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 어리석음이 쓰나미처럼 밀려 옵니다. 사람되기는 틀린 것 같습니다^^

도치 2009-10-20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넙치에 비하면 쉽게 읽혀지는 책인데 게을러져서 진도가 잘 안나가네요.
아직 세상물정 모르고 사람대하기도 낯설고 나를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이
불편하기까지 합니다. 삼분의 일쯤 읽었는데 저는 그냥 그시대의 사랑이
요즘의 사랑과 큰 차이가 없는듯 합니다.

여성과 남성의 서로간에 대한 연구는 쉽지 않은가 봅니다. ^^

굿바이 2009-10-21 11:14   좋아요 0 | URL
일단 저를 제외한 독자들이 여전히 호응하고 있다고 볼 때,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요소가 이 소설의 개연성이라면, 개연성이라는 것이 소설에 구현된 세계와 경험세계의 밀착 정도라고 볼 때 그 시대의 사랑이나 요즘의 사랑이나 다를 바 없다는 것이 증명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인정하기 싫어라 하고 있습니다^^ 미련하죠?

토깽이민정 2009-10-30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의 목소리가 귓가에 쟁쟁하게 들리는 것 같은 서평이네요!
혼자 와하하 하고 웃었어요.

ㅋㅋㅋ

이런 가식과 허영속에 사는 사람들이 넘치는 것도 사실인데,
또 실제로 옆에서 봤으면
뒤에서 엄청 씹어주었을 법한 인물상이죠?ㅎㅎㅎㅎ


굿바이 2009-11-02 10:38   좋아요 0 | URL
민정이가 서울에 있었으면, 요즘 아주 화제거리 많은데 아쉽다^^
주위에 비슷한 군상이 널려있거든~

후니마미 2009-10-31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읽어놓고도 여전히 딴 책 읽다가 놀러 다니다가
정작 오늘이 10월 마지막 날이군요
휘리릭 우리 부족 마실 다니면서 올린 거 노획하고 있사옴, ㅎㅎ
벌써 쓰셨는데도 얼렁얼렁 건져 올리지 못한 책 배 선장의 게으름 인정하옴.

제가 제 것을 아직 낚아 올리지 못하고 있던 바람에 말이에요.

이 책의 주인공들 중 마음에 안 드는 사람 무지기 많지요?
버르장머리 없는 뇬들 하고
밥맛인 남자들 하고...
일하는 사람은 하나도 안 보이는 구조..

그런데 말이어요. 저는 이 걸 이 나이에 읽게 됨을 감사하혀요
스무살 때 읽었으면,
결혼 그 후를 말해주지 않는 사랑과 결혼의 드라마처럼
인생은 행복한 결혼으로 모두 다 되는 줄로
이 책의 글을 교과서처럼 알고 말았을 거에요
아니 그 책 안 읽어도 그렇게 생각하는 바람에
고달픈 인생 오래 겪었세요
ㅎㅎ
오늘 저녁 독후감을 올리려고 하겠지만
지금부터 나가서 10 시간쯤 놀다 올 거에요

수업을 나가는데요 그 곳이 홍상수 감독의 최근 영화
잘 알지도 못하면서의 배경이 되었던 집
수영장 있는 팬션이랍니다.
주강현 선생님 모시고 하는 수업요 ㅎㅎ
그래서 아이구 독후감 보다 거기에 정신이 다 팔려 버렸어요

굿바이 2009-11-02 10:40   좋아요 0 | URL
주강현 선생님 수업은 재미있으셨나요? 왠지 기대됩니다.

고달픈 인생 겪으셨다는 말씀에 한참 웃었습니다. 언제 한 번 뵙게되면 고달픈 인생에 대해 배틀이라고 한 번 해야겠습니다.

hohoya 2009-10-31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젠 나이가 들어서인지 모든 것을 덮어주고 이해할 수 있게 되었나봐요.
오만과 편견을 다시 읽으면서 제인 오스틴이라는 여성에 대해 품었던 날카로운 반감이 둥글둥글 다른 모양을 잡기 시작했어요.
그런 반감은 오히려 동우님이 비교하신 김수현 작가에게 보내고 있답니다.
모처럼,책부족 덕에 재미있는 시간이었어요.
이제는 돌이키려해도 돌이킬 수 없는 사춘기 시절로 시간여행을 하고 돌아와
문득 부엌 가스렌지 앞에서 뒤집개를 쥐고 서 있는 저 자신을 발견합니다. ^^;;

굿바이 2009-11-02 10:42   좋아요 0 | URL
저는 아직 멀었나 봅니다. 뭐 좀 거슬린다 싶으면 여전히 부글부글합니다.
그나저나 김수현 작가에 대해 이야기해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어찌나 하고 싶은 말이 많은지요.
날씨가 추워집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후니마미 2009-11-02 14:38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부엌에서 뒤집개 쥐고 계시다하니
저는 다음 포스트에 부침개가 올라올 것이라고 기대 만땅하는..
ㅎㅎ

2009-11-04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사실 독후감은 한번 읽고 갔는데, 다시 오니 그새 달린 쪽글이 또 다른 재미네요 ㅎㅎㅎ 그전 책들보다 소화가 좀 쉽다는 관계로 전 좀 후하게 썼나봐요.

예전에 지인이랑 드라마의 현실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드랬어요. 저는 요즘 드라마가 너무 비현실적이고 온통 사모님들 투성이라 짜증이 난다. 좀 더 서울의 달 스러운 드라마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투덜거렸어요. 그랬더니 친구 왈, 현실에서도 안그래도 복닥거려서 죽겠는데 텔레비전 앞에 앉아서 자기는 안 그러고 싶다. 그나마 눈이라도 편하게 해서 보고 싶다. 눈이 즐거운데 뭐 어때..드라마잖아. 이러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나눌때만해도 난 친구 이야기가 당췌 귀에 들어 오지가 않았어요. 시간이 지나고 나서 이런 사랑이야기를 읽고 나니, 그래 소설이잖아..귀여운 것들.. 그래도 요정도는 나와지네요.

굿바이님 글 잘 읽었습니다.
 
바람 부는 쪽으로 가라 김소진 문학전집 5
김소진 지음 / 문학동네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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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불호가 분명해지는 일이 내심 거림칙하였으나 그 수위를 조절할 사이도 없이 그렇게 정말 나는 호불호가 명확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유연한 외피를 갖고 있어야만 '삶'이던 '앎'이던 확장이 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면서 어찌 이렇게 딱딱해져 버렸을까. 위기임에 틀림없다. 그렇게 위기에 몰린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라는 생경한 구호만큼 극적으로 선을 그었던 몇 몇의 작가들을 다시 읽기로 했고 그 처음을'김소진'과 함께 하기로 했다. 그가 나의 첫 손님이 된 이유는 무담시 쳐놓은 멍청한 경계에 그가 가장 가깝게 걸쳐져 있었기 때문이리라. 

그의 소설[바람 부는 쪽으로 가라]는 짧은 소설들의 모음집이다. 인물과 배경 그리고 이야기를 통해 작가의 일부를 짐작할 수 있건데 그는 [좋은 사람]이었을 것 같다. 좋은 사람!이라고 내가 그를 평가하는 이유는 왠지 그는 '앎'과 '삶'이 크게 어긋나지 않았을 것 같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리 살고 그리 글 쓰는 일이 결단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수없이 지켜 봤기에 작가의 의지와 노력이 고왔다.  

사는 일이 예상치 못한 위기를 만나는 일이자 고통을 견디는 일이 되어 버린, 그래서 버티기를 잘 하기 위해 세속적인 위로들과 쉽게 결탁해 버린 오늘, 작가의 위로는 세속적인 위로들에 맞서기에는 힘이 없어 보이고, 세속적인 위로의 '대안'이 될 수도 없을 것 같지만, 그것과는 또 다른 작동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엿보이기도 한다. 그것이 아마 '좋은 사람'이 옮기고 증폭시킬 수 있는 '두근두근 에너지'가 아닐까 싶다.  

바람 부는 쪽이 어디인지 알아 버린 그래서 미련하게 덧문을 닫은 내게 잠시나마 어렴풋이 덧문이 없던 시절을 사유하게 만든 작가의 책 한 권. 고마운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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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9-10-13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엔 KSO? ㅋㅋㅋ

굿바이 2009-10-13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은 KYS라오. ㅋㅋㅋ

웽스북스 2009-10-14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하 ㅋㅋㅋㅋㅋㅋㅋ

굿바이 2009-10-15 21:46   좋아요 0 | URL
푸하하하!!!

민정 2009-10-14 0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아 김소진.
고등학교때 정말 열심히 좋아했던 작가였는데 말이죠.
자취집을 몇번 이사하면서 이리저리 잃어버린 책들중에 이 작가의 책이 여러권인듯.
정신을 차려보니 한권도 안남아있는걸요.
요즘들어 김소진의 글이 막 그리워라 하고 있었는데
언니는 내마음을 어찌 아셨을까~

굿바이 2009-10-15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구나, 우리 민정이가 열심히 좋아했던 작가였구나.
정신을 차려보면 잃어버린 것들이 너무 많더라. 요즘 절감하고 있단다.
아~ 정신줄 놓고 싶은 이 참담함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