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지금도 불현듯 생각나는 일이 있다. 이학년도 다 돼서였다.
하루는 무슨 일인가로 담임선생의 호출을 받아 교무실에 갔더니, 입학하고부터 줄곧 생물과 미술을 담당하여 일주일에도 너더뎃 시간씩이나 교실에 들어왔던 백모 선생이 내 얼굴과 명찰을 번갈아 가며 쳐다보고 나서, 암만 봐도 처음 보는 아이란 듯이 이러고 묻는 것이다.

 "야, 너는 워느 반 애냐?"

 "일반인디유."

 "니가 왜 일반여?"

 "기유."

 "일반에 너 같은 애가 워딧어?"

 "있슈."

 "원재 전학 왔는디?"

 "입학허구버터 여태 댕겼는디유."

 "집이 워딘디?"

 "대천유."

 "그럼 대천국민핵교 댕겼개?"

 "그렇지유."

 "그려? 그런디 왜 그렇게 통 존재가 웂어?"                 

  

- 유자소전 中, 이문구

 

주인공 아이의 골난 얼굴과 선생님의 무안한 표정을 상상하며 한참을 웃다 갑자기 서늘해졌다.
정말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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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9-06-30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일반인이어서 존재가 없는...

굿바이 2009-07-01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방인이어서 존재가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