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지금도 불현듯 생각나는 일이 있다. 이학년도 다 돼서였다.
하루는 무슨 일인가로 담임선생의 호출을 받아 교무실에 갔더니, 입학하고부터 줄곧 생물과 미술을 담당하여 일주일에도 너더뎃 시간씩이나 교실에 들어왔던 백모 선생이 내 얼굴과 명찰을 번갈아 가며 쳐다보고 나서, 암만 봐도 처음 보는 아이란 듯이 이러고 묻는 것이다.
"야, 너는 워느 반 애냐?"
"일반인디유."
"니가 왜 일반여?"
"기유."
"일반에 너 같은 애가 워딧어?"
"있슈."
"원재 전학 왔는디?"
"입학허구버터 여태 댕겼는디유."
"집이 워딘디?"
"대천유."
"그럼 대천국민핵교 댕겼개?"
"그렇지유."
"그려? 그런디 왜 그렇게 통 존재가 웂어?"
- 유자소전 中, 이문구
주인공 아이의 골난 얼굴과 선생님의 무안한 표정을 상상하며 한참을 웃다 갑자기 서늘해졌다.
정말 갑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