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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칭 - 자연의 패턴 속으로 떠나는 여행 승산의 대칭 시리즈 4
마커스 드 사토이 지음, 안기연 옮김 / 승산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지난 주 부터 내가 얼마나 심한 편두통과 싸웠는지, 그리고 지금도 악전고투하고 있는지, 그러니까 나는 지금도 오른쪽 목을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심한 두통을 간신히 참고 있는 중이다. 대칭적이지 못한 나의 편두통은, 환자와 대칭관계라고 믿었던, 그래서 내 통증을 이해하거나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던 의사에게 느낀 짜증과 거의 비슷하게 어마어마한 짜증을 일으킨다. 비대칭적인 통증이 엄습한 순간 삶은 저질이 된다. 그럼 대칭적 통증에는 어떻게 될까? 아마 흥분상태로 죽지 않을까? 이런 쓸데없는 상상을 하며 나는 '마커스 드 사토이'가 쓴 <대칭>이라는 책을 읽는다. 패턴을 탐색하는 수학자들의 이야기를, 더 나아가 패턴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자연을 설명하는 놀라운 책, 미친게 틀림없다.

이 책은 순서와 관계없이 읽어도 무방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순서를 따라간다고 다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우선 관심이 있었던 음악과 수학의 관계를 엮은 부분부터 먼저 읽는다. 음악에서 수학적 상상력을 찾아내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32개의 악장 속 대'에서 잘 소개된 바흐의 곡들이 그렇다. 바흐의 곡을 들으면 느낄 수 있는 긴장과 이완, 우아한 멜로디와 변주, 시작과 만나는 끝은 듣는 이로 하여금 음악을 따라 오르고 내리는 부드러운 미끄럼틀을 탄 듯한 효과를 준다. 특히 카논(돌림 노래라고 생각하면 쉽다)의 경우 대칭이 주는 재미를 독특하게 느낄 수 있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카논은 '병진 대칭'의 예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은 원래 형태를 미끌어뜨리면서 만들어지는 대칭의 종류다. 항아리 입구 둘레의 띠모양 장식을 연상하라고 책은 말하지만 그게 쉽지 않을 수 도 있다. 좀 더 쉽게 생각하면 '상승하는 나선형 연결고리'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까 다음에 시작하는 카논의 경우 한 음씩 높게 시작하여 곡조와 곡조의 사이를 띄우고 음감을 더욱 확장시키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물론, 바흐는 그런 음악의 구조 속에서 정확한 지점을 찾아 대칭을 깨뜨리고 이는 클라이막스를 연출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변주 역시 대칭으로 이루어진 음악 구조를 더 잘 인식하게 하는 장치로서 이해될 수 있겠다.
물론 바흐가 사용한 '대칭'은 단순히 음조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리듬에도 적용되고 심지어 음이 교차하는 지점에서도 적용된다. 그의 음악이 내게 주는 감동의 절 반 이상은 그가 상상할 수 있는 '수학'의 영역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놀랍다. 그것에 반응하는 내 자신이 말이다.  

음악의 이야기를 먼저 들여다 본 이유는 '대칭'이 갖는 의미를 내 나름대로 이해하고 해석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소수 대칭' 소개된'갈루아의 연구'에서처럼 대칭이 갖는 의미를 좀 더 능동적으로 이해하고 싶었다. 적어도 음악은 전체와 부분이 능동적으로 대칭을 이루고 있는 장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상 하나가 지닌 '하나의' 대칭은 어떤 작용을 가하기 전과 후 그 대상의 형태를 본질적으로 똑같이 만드는 작용을 말한다" (p.274) 즉, 대칭은 그 대칭들을 모아 놓은 집합인 '군'으로, 다시 말해 개별적 특성보다는 전체적인 측면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의 우주가 100만년 전의 폭발을 경험하고 팽창하는 과정도 '대칭'이라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우주가 지금도 팽창하는 이유 역시 그러할 것이고. 우주 안에 초록별 지구와 같은 고립되고 외로운 별이 또 있을 것 같으니, 알 수 없는 위로가 음악처럼 밀려온다. 물론, 이렇게 나는 또 '갈루아의 정의'를 오독하는 즐거움과 미련함을 경험하게 되지만 말이다.   

우리의 플라톤은 <향연>에서 대칭이 물질의 구조에 관한 비밀을 담고 있을 뿐 아니라, 사랑의 기원에 대해서도 설명한다고 말한다. 그리하여 놀라운 말발의 소유자들이 모여 사랑의 기원에 대해 입심을 겨루는데, 아리스토파네스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사람은 본래 다리가 네 개이고, 두 얼굴이 머리 양쪽에 달린 구형의 괴물이었다. 어느 날, 인간의 오만함에 화가 난 제우스 신은 그들의 높은 콧대를 꺾을 방법을 생각해냈다. '인간은 계속해서 존재할 것이나, 나는 그들을 반으로 나누어 그 힘을 줄이고 수를 증가시키겠다. 이렇게 하면 그들은 우리들에게 좀 더 유용한 존재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는 모든 인간을 반으로 나누었다"(p.86) 고 한다. 결과적으로 제우스에게 인간이 유용한 존재가 되었는지, 몇 명의 아름다운 여인들만 유용한 존재가 되었는지 모르겠으나, '맛있는 정사면체와 유독한 피라미드' 소개된 것처럼, 대칭은 자연에게 에너지를 최소화하는 배열을 알려준다,라고 가정했을 때, 인간은 이미 태어날 때 부터 그 반쪽을 찾기 위해 최대한의 에너지를 써야 하는 존재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내 이럴 줄 알았다. 인간이 폭력적으로 변한 것은 다 '대칭'이 깨졌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도 주사위 놀이가 주는 신비로움에 빠지곤 한다. 학교에서 배운 수학적 지식을 이용하면 주사위를 던져서 나올 숫자들의 확률을 계산할 수는 있겠으나, 그럼에도 나는 그 주사위라는 형태에 놀라곤 한다. 8개의 꼭지점으로 이루어진 정육면체의 구조는 어떻게 보아도 완전하고 안전해 보인다. 대칭이 갖는 아름다움이다. 구를 보았을 때 느끼는 역동감이나 원뿔을 보았을 때 느끼는 에너지와는 분명 다르다. 그것은 완전하고 안전해 보이지만 또 한 편 온전히 부서질 수 있는 구조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사위를 던질 때 마다, 하나의 주사위가 6개의 주사위로 분할하여 떨어질 것 같은 착각을 하곤 한다. 따라서 '대칭'은 완벽한 아름다움이자 파괴를 부르는 혹은 죽음을 부르는 암호인지도 모르겠다. 모든 자연의 패턴, 대칭 속에 삶과 죽음이 다 들어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튼 이런 모든 쓸데없는 생각은 다 편두통에서 시작되었다. 책에 대한 내 리뷰가 한심해서 그렇지 이 책은 편두통을 잠시 잊고 집중하게 할 만큼 유익하고 재미있는 정보들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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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도둑 2011-03-29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편두통에서 비대칭을 발견하시고 대칭이 되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하셨다니..ㅎㅎㅎ
아주 지대로~ 아파주겠는데요?... 그러고 보면 대칭은 균형이자 조화일진대...따따블로 아프면 어쩔려고 그러는건지.... 에휴~ 잘 판단 해야 할 것 같은데요.
굿바이님도 오늘로 리뷰 마무리 되셨네요. 홀가분 하시죠?.

굿바이 2011-04-01 13:31   좋아요 0 | URL
매우, 홀가분한 기분이랍니다 :)
신간평가단을 하면서 좋은 책과 좋은 분들을 알게 되서 참 좋았습니다.

편두통은 조금 가라앉았습니다. 꽃도둑님도 건강관리 잘 하세요~

에디 2011-03-30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지르려 했으나 가격 때문에 1년을 기다리고 있는 책이군요.....

GEB(괴델, 에셔, 바흐)를 보셔도 바흐 음악의 수학적/논리학적 해석의 안드로메다 관광열차를 타실 수 있습니다. '상승하는 나선형 연결고리' 라는 단어를 여기에서도 보는군요. 어려운 책은 아닌가요? 어려운 내용을 받아들일 만한 형편이 아니라ㅠㅠ

굿바이 2011-04-01 14:23   좋아요 0 | URL
GEB는 어렵다는 분들이 많아서 아직 읽어보지 않았습니다. 뭔가 좀 여유가 생기면 꼭 챙겨보도록 하겠습니다~

에디님에게 이 책 <균형>은 전혀 무리가 없을 듯 한데, 음....그렇게 깨끗한 건 아니지만 혹여 괜찮으시면 비밀글로 주소를 남겨주세요. 저야 다 읽었으니 보내드려도 될 것 같습니다. 여튼, 불편하지 않으시면 언제든 비밀글 남겨주세요 :)

cyrus 2011-03-30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픈 상황 속에서도 머리 아픈 책을 읽으셨다니,, 대단하세요, 지금은 두통은
나으셨는지요?

굿바이 2011-04-01 13:36   좋아요 0 | URL
걱정해주신 덕분에 많이 좋아졌습니다.

CYRUS님은 복학하셨으니 한참 바쁘시겠군요. 지나가면 오지 않는 계절입니다.뭐든 즐겁게 뭐든 뜨겁게 그리고 건강하게 생활하셨으면 좋겠어요.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