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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즐거움의 발견 - 우울한 현대인이 되찾아야 할 행복의 조건
스튜어트 브라운 & 크리스토퍼 본 지음, 윤미나 옮김, 황상민 감수 / 흐름출판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얼마 전, 몇 몇 기업들이 놀이시설을 사옥에 마련하고, 직원들이 일정시간 그곳을 이용하도록 한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었다. 소개된 기업들의 경우, 놀이가 창의력과 생산력에 기여한다는 확신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시도와 배려는 칭찬할 만한 일이었지만, 이용자의 기호를 제대로 반영한 것인지, 혹여 이것 마저 얼마나 즐겁게, 잘 노는지 평가하는 분위기는 아닌지 미리 걱정스러웠다. 내 경험을 돌이켜보면, 어떤 이들에게는 즐거운 산행이나 피구가 내게는 고행이었다. 특히, 정상을 올라가야 한다는 압박, 포상을 받기 위해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은 공포스럽기까지 했었다.  

그럼에도, 개인적인 호불호를 떠나, 단체로 경합하는 경기가 되었건, 무언가 따라하는 놀이가 되었건, 뭐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잘 해내는 동료들이 일도 잘하는 이들이었던 것은 분명했다. 물론, 전부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들의 대부분은 활기차고,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동료들이었다. 

그런 맥락에서 이 책 <플레이, 즐거움의 발견>이 전하려는 메세지도 내 경험의 일부와 동일한 연장선에 있었다. 즉, [놀이]는 [일]과 상충하는 개념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관계라는 것, 놀이의 반대는 일이 아니라 [우울함]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훌륭한 보완제가 내게는 공포였던 이유가 뭘까, 나는 이 책에서 [놀이 인격play personality]이라는 해답을 얻었다. 즉, 개인별로 놀이의 유형에 따라 흥미를 느끼는 정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8가지 유형을 소개하는데, 익살꾼, 활동가, 탐험가, 경쟁자, 감독, 수집가, 예술가 혹은 창조자, 스토리텔러 등이 그것이었다. 나도 해당되는 것들이 있었는데, 적어도 활동가나 경쟁자는 아닌 듯 싶었다. 따라서, 어떤 놀이가 아이들의 두뇌 활성에 도움이 된다고 하면, 전국의 어머니들이 유행처럼 한 가지 놀이 기구를 아이에게 선물하고, 그것을 갖고 놀도록 하는 것은 우울한 일이다. 아이든 성인이든 본인이 즐거운 놀이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제 어떤 놀이가 자신의 놀이 인격에 맞고, 지속하고 싶은 느낌을 갖게 하는 지를 찾아내는 것만 남았다. 이 책에서는 그런 놀이를 <하트 플레이heart play>라고 부른다. 아이들의 경우라면 하트 플레이를 찾는 일이 더 쉬울 것이다. 성인이라면 유년기의 경험을 떠올려 보라고 권한다. 가장 즐거웠던 기억을 떠올리고, 그때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기억해 내면 자신이 어떤 놀이에 즐거움을 느끼는지 쉽게 포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다양한 예와 실험을 통해 놀이의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동의하고 동감한다. 그럼에도, 놀이,라는 말이 갖는 부정적인 연상 역시 존재함을 인정한다. 경쟁이 심화된 사회라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근면, 성실, 극기 이런 가치들이 칭찬받는 시절을 살았고, 또 그리하면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진다는 판타지를 교육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다 틀린 것은 아니지만, 다 옳지도 않다. 그 증거는 도처에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우울함을 호소하고, 삶의 무상함을 말하는지 말이다. 성공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부러울 정도의 성공을 이룬 사람들이 자살하는 일도 허다하다.  

여행의 묘미는 견고한 일상이 존재함을 전제로 한다. 사랑의 묘미도 인간의 태생적인 외로움을 전제로 한다. 놀이의 묘미도 그러할 것이다. 또한, 여행도, 사랑도 정해진 방식이 있는 것은 아니다. 놀이도 그러할 것이다. 그러니,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 동안,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놀이를 허락하는 일만 남았다. 물론, 일탈은 알아서들 자제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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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16 18: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16 2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16 2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16 2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17 0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風流男兒 2010-06-17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 그렇군요 책보다도 명쾌한 누나의 서평에 역시 노나 공부하나 마찬가지다라는 말이 왜 떠오르지.. 여튼, 저는 노는게 더 좋은 것 같아요. ㅎㅎ

굿바이 2010-06-17 12:09   좋아요 0 | URL
푸하하!!! 노나 공부하나 마찬가지다, 완전 좋다!!!!
나도 노는게 젤 좋아~ 그나저나 진환씨는 완전 모범생 스타일인데 말이야 :)

동우 2010-06-18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호모 루덴스라던가, 유희하는 인간이라는 말도 있지 않아요?
푸하하 웃으시지만, 나는 굿바이님.
영리한 사람들, 성공하는 사람들은 필경 이 능력의 방법론을 재빨리 터득하는 사람들이라는....

공부가 즐거운 사람들(공부벌레라고 손가락질하지만 공부하는게 즐거운걸 어쩌리오), 일이 즐거운 사람들(워커 홀릭이라고 불쌍해 하지만 그 일이 미치게 좋으걸), 호승심이 즐거운 사람들(누가 무어래도 이기는게 좋은걸 어쩌랴).
어떤 조화로움과는 별개로 '어떤게 즐거우면 즐거운만큼 어떤건 그만큼 성공한다'라고 나는 강력하게 주장합니다!

군대에서 '피할수 없으면 즐겨라'류의 격언을 나는 존중합니다.
이거 아무나 할수 있는게 아니라지요?
하하 굿바이님.
좌우지간 닥치는 것들, 즐거워 합시다.
정신건강 뿐 아니라, 오래 오래 장수한답니다. ㅎㅎㅎ

굿바이 2010-06-18 12:23   좋아요 0 | URL
어떤 것은 즐거운만큼 성공한다,는 말 완전 공감이예요^^

그런데, 참, 뭘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나마 즐기는 일이라고는, 먹고, 놀고, 책 읽고, 음악 듣고.....
한때, 일벌레라는 오해를 받은 적이 있는데, 일이 즐거워서 그런게 아니고 불안해서 그랬던 것 같아요, 뭔가 자리를 벗어나면 잘못 될 것 같고, 남에게 맡겨도 잘 못 될 것 같고.
그래도 지금은 많이 좋아졌어요! 고난과 시련이 절 키웠다는...ㅋㅋㅋㅋ

되도록이면, 피할 수 없는 것들 즐기려고 해요. 동우님의 즐거움들은 어떤 것들인지 궁금해졌어요. 뭐, 좋은 거 있음 좀 알려주시와요:)

동우 2010-06-20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행복함이란 어떤 상태인지? 순간인지 지속적인건지.
즐거움이란 행복함이 거느리는 부스러기 반짝임인듯.ㅎㅎㅎ

책부족 이번달 과제, 제인 에어.
거기서 행복의 어떤 편린을 봅니다.
블론테 자매의 글들, 세익스피어에 버금간다는 느낌...
그 상상력 통찰력 묘사력.

굿바이님.
내 즐거웠던 것들, 뒤죽박죽 쓰려합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