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부쩍 채식을 한다는 사람이 늘었다. 또한 집에 놀러오겠다는 사람도 늘었다.

하여 뭔가 기쁘고 즐겁게 나눠 먹을 채식요리를 연습하려고 하던 중 눈이 번쩍 귀가 쫑긋한 요리책을 발견하였는데 그 녀석은 바로 이놈이다.


 

 

 

 

 

 

 

 

 

 

 

 

 

 

보자마자 주문한 <Plenty : Vibrant Vegetable Recipes From London's Ottolenghi>라는 아름다운 요리책이 도착했다. 혼자 신이 나서 레시피를 훑어보다 이내 좌절했다. 소개된 요리의 70%정도는 오븐이 필요한 요리였다. 아------ 

집에서 쉬는 동안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요리를 좀 해볼 요량이었는데 정작 오븐은 없고, 오븐을 사기 위해 다시 일을 시작해야 하는가. 아-------

우선 오븐이 필요없이도 할 수 있는 요리에 포스트잇을 붙여 놓았는데 뭐랄까 이 수습할 수 없는 기분이란, 김수영시인의 시를 읽고 시는 절대 아무나 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 같은 좌절감과 흡사했다.  

이 책은 야채 종류별로 만들 수 있는 요리가 소개되어 있는데, 아------ 이런 생치즈랑 듣도 보도 못한 허브는 또 왜 이렇게 많은 것일까. 오븐만 있으면 해결될 것처럼 황군에게 말했는데 그것도 아니구나. 아-------  

 

뒤숭숭한 소식을 전하는 뉴스들을 보면서 이 책을 같이 보고 있노라니 참으로 백석의 시가 떠오르는 것이다.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요리책을 만나서 오늘밤은 눈이나 푹푹 내려라, 눈은 푹푹 내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요리를 못하는 것은 요리책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요리 같은 건 식욕이 없어서 버리는 것이다, 그럼에도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요리책은 나를 유혹하고 어데서 진열되어 있는 오븐은 이런 내가 좋아서 후끄후끈 달아오를 것이다, 아-------

 

 

 

 

 

 

 

 

 

 

 

 

 

 

 

 


댓글(22)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Alicia 2011-12-20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하^^ 굿바이님 덕분에 오늘 아침 웃어요 :>
보기만 해도 군침도는 사진이네요 쓰읍~

굿바이 2011-12-20 14:41   좋아요 0 | URL
알리샤님 잘 지내고 계신가요?

책을 열면 미치게 맛있어 보이는 요리들이 쏟아져요 :) 그래서 슬퍼요 ;)

또치 2011-12-20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어, 아름답군요! 저는 오븐이 있습니다 히힛.
혹시 샨티에서 나온 <평화가 깃든 밥상>이라는 책 보신 적 있나요?
이 책만큼 아름답지는 않지만, 채식요리책으로 꽤 좋았거든요.

굿바이 2011-12-20 14:45   좋아요 0 | URL
역시!!!! 오븐이 있으시군요 ㅜㅜ
<평화가 깃든 밥상>은 저희 집에 온 어떤 인간이 집어갔습니다. 엉엉~
오늘부터 이 세상에는 두 부류의 인간이 존재합니다.
오븐이 있는 인간과 오븐이 없는 인간! 아~ 부러워요 ;)

라로 2011-12-20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오늘 하루 좌절하지 않을 수도 있었던 저는 이 페이퍼를 보고 좌절,,,ㅠㅠ
가지요리 표지가 정말 유혹스러워요~.ㅠㅠ

굿바이 2011-12-20 14:46   좋아요 0 | URL
나비님도 가지요리 좋아하세요?
저 요리에는 심지어 석류도 들어가더라구요. 가지에 뿌려진 보석같은 녀석들이 석류알이더라구요. 그럼 뭐합니까???? 구울 수가 없는데...ㅜㅜ

라로 2011-12-21 13:59   좋아요 0 | URL
저는 가지와 모짜렐라 치즈, 그리고 토마토,,,베이즐같은 허브의 환상적인 맛의 앙상블을 좋아해요!! 아~~~~먹고싶다,,,쓰읍
어제에 이어 오늘도 이 페이퍼가 머리 속을 떠나지 않으니 어쩌면 좋으우???ㅠㅠ

치니 2011-12-20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 백석이 살아 있었으면 무척 마음에 들어했을 패러디 같아요.
모두들 쉬면 요리를 해보자, 싶어지나 본데 전 왜 쉬면 더 쉬고만 싶으까요. ㅋ켁.

굿바이 2011-12-20 14:52   좋아요 0 | URL
백석이 억울해서 벌떡 일어날 패러디죠? ㅋㅋㅋㅋㅋ

당분간 요리와 요가를 좀 해볼 생각이었는데, 요리는 오븐이 없고, 요가는...말이 안나오네요. 서러워요 ㅜㅜ

웽스북스 2011-12-20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효로 모양은 맛있는 음식을 내놓으라며 응앙응앙 울을것이다~

굿바이 2011-12-20 14:53   좋아요 0 | URL
나타샤야 울음을 멈추어라~~~내 속은 타들어간다~~~~

웽스북스 2011-12-20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저도 파/마늘/양파 없는 요리에 포스트잇 붙이는데 ㅋㅋㅋㅋ

굿바이 2011-12-20 14:5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그대를 위한 레시피를 발견했지 :) 또 다시 문제는 오븐!!!;)

웽스북스 2011-12-20 22:59   좋아요 0 | URL
앗 언니 근데 외국요리도 파랑 마늘 양파가 많이 들어가요? ㅜㅜ 슬픈데요 어쩐지.
원효면옥으로 오세요!! 이제 채식레스토랑으로 바꿔볼까요.
저녁에 야채 볶아먹었어요. (분명 한그릇 만들어서 다먹었는데 배고파요 ㅋㅋ)

쉽싸리 2011-12-20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석의 맛`이란 책 있는데요. 백석시에서 음식 관련된 엮어서 책으로 낸것으로 알고 있어요. 저도 아직 읽어보진 못했어요.
요리하면서 긴긴 겨울밤을 보내는 것도 굉장하죠. 오븐없으면 그냥 두껑 덮고 후라이팬에 굽죠 뭐!

굿바이 2011-12-20 14:57   좋아요 0 | URL
아, 그책 저도 알아요 :)

뭐랄까 겨울이면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만들어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누어 먹는 그런 로망이 있었어요. 물론 대부분 술판으로 번지지만요 ;)
그나저나 후라이팬 뚜껑이라도 덮고 한 번 시도해볼까 합니다!!

페크pek0501 2011-12-20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굿바이님은 요리에 관심이 많으시군요. 그러니 요리도 잘 하실 테죠?
저는 요리 잘하는 사람이 부러워요. 더 부러운 건 요리 만드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이런 사람 앞에 서면 괜히 제가 작아지죠. 그런데 설겆이는 이상하게 재밌어요. 이어폰 끼고 음악 들으며 물로 그릇들을 씻으면 내 마음을 씻어내는 기분이랄까. 더러운 그릇들이 하나씩 줄어드는 것도 재미를 주지요. ㅋㅋ 그래서 설겆이는 누가 해 준다고 해도 양보 안 해요. ㅋㅋ

음식 사진이, 맛있게 보여요.

굿바이 2011-12-20 15:00   좋아요 0 | URL
pek0501님 안녕하세요? :)

저도 요리 잘하는 분들이 제일 부러워요, 거의 마술에 가까운 사람도 봤는데 우와~ 정말 감동이었어요. 저는....못해요. 먹지 못할 수준은 아닌데, 그래도 형편없어요 ㅋㅋㅋ
그나저나 설겆이는 저도 나름 잘해요 :) 평균속도를 넘는 것 같고, 깨끗하게 하는 것 같아요. 그거라도 잘해서 어찌나 다행인지 모르겠어요 ㅜㅜ

風流男兒 2011-12-20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훗. 그래도 뭔가 누나가 하면 엄청 맛있을 거 같은데요!
아-------- 맛있겠다 ㅎㅎㅎㅎ

굿바이 2011-12-21 17:35   좋아요 0 | URL
재료와 오븐만 있으면 누가 만들어도 맛있을 요리들인 것 같아^----^
오늘은 황군의 요청으로 떡볶이를 할 예정이지.
심지어 양지로 육수를 낸 떡볶이!!!!

네꼬 2011-12-22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채식하면서 계란도 먹어도 되는 거예요? (사진 보고 묻는 거예요.) 그렇다면 안심이에요. (저는 채식 안 해요. 육식을 주로 하고 채식은 조금만 해요. 계속 육식을 이어갈 수 있을 만큼만 조금만요.) 채식하는 분들도 계란은 꼭 드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이 댓글 엄청 이상한 거 알아요. 그리고 진심이에요.) 그나저나

요리 같은 건 식욕이 없어서 버리는 것이다,

굿바이님 멋있어.

굿바이 2011-12-22 14:04   좋아요 0 | URL
채식도 단계가 많은 것 같더라구요.
계란이나 우유를 먹는 분도 있고, 전부 다 안 먹는 분도 있구요.
이책을 쓴 쉐프도 모든 육류를 거부하는 분은 아니라고 책에 썼더군요.
이분이 요리칼럼을 썼는데 요리에 달걀이나 치즈 기타 등등의 재료가 들어가서 채식주의자들에게 비난을 받기도 한 모양이에요.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저는 이 요리사가 교조적이지 않아서 좋았어요.

저는 원래 고기를 안 좋아해 자주 먹지 않아요. 그렇다고 채식주의자도 아니구요. 제가 채식한다고 하면 주변 사람들이 비웃죠. 원래 잘 안 먹던 걸 뭐하러 끊는다고 하냐구요 :)

그나저나 식욕이 없다는 건, 거짓말이에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