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 울다
마루야마 겐지 / 예문 / 199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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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눈앞에 선명하게 그려지는 내면의 서술만으로 스토리를 잡아 나가는 묘한 서술방법.

금기시된 사람과의 사랑,

자신을 절대 이해해 주지 못하는 사람들과, 광기.

결국 미치지 않는 그 언저리 쯤에서 자신을 살아도 산 목숨이 아닌 절망 그 끝으로 내모는 모습들.

마루야마 겐지의 작품을 읽을 때 느껴지는 묘한 그 고독감은 늘 한동안 나를 세상에서 부유하게 한다.

정말 고독하다는 것은 남으로부터 이해받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남을 이해하지 않으려는 완고함일지 모른다.

주위로 부터 자신을 고립시키는 것..그러나 그 사람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 수 없기 때문에 죽을 수 없다는 그 처절함때문에 자신들을 죽이곤 한다.

목숨이 붙어 있다고 살아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안다.

어쩌면 숨만 붙은 채 위태롭게 사는 그 모습이 어쩌면 죽는 것보다 더 위험할런지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알려하지 않기에 달을 향해 달에 기대어 울고싶은 그 심정.

그러나 결국 그는 울지 못한다.

절대 안주할 수 없고, 살아갈 수 없다.

과연 이 모습들을 허구라고만 치부할 수 있는가.

어쩌면 우리 모두는 언제나 과거의 자신을 죽이며 살고 있지는 않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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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하루
다이라 아즈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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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뒤돌아 생각해 보면 내게 특별하게 멋진 날이 있었을까 싶었다.

나름의 내 삶이 그렇게 부유하고 적당히 흑백 영화 같이 느껴진 그때 이 책을 만났다.

사실...행복해 지지는 않았지만 불현듯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나는 이들보다는 나을지 모른다고 말이다.

이해할 수 없거나, 너무 가공적이기도 했다.

일본적이고 너무나 일본적인 색깔도 느껴졌다.

그러니 나의 멋진 하루는 이 소설책을 끝낸 날일지도...

나도 무엇인가를 다 잃었다고 믿었던 적이 있다.

적당히 절망하고 답답해하고 포기도 하고...

그렇지만 인생은 늘 그렇듯이 끝을 보이지는 않았다.

무엇인가를 남겨놓았거나, 옆에 있던 하찮은 것이 대단한 것이 되고,

누군가 무심코 던진 말이나 기회가 일으켜 주기도 한다.

여기에 있는 이야기들은 아마도 그런 경험이 있어 본 사람에게 그것을 다시 생각나게 해주는 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웃음이 날만큼 유쾌하지는 않아도 뒤돌아 보면 내게도 멋진 날들이 있었을 것이라고...

그것이 위로가 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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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의 음악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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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째 이번에 새로 나온 신곡의 한 부분만을 듣게 된다.

버스를 타도, 거리를 걷다가도 유독 시작 부분은 듣지 못하고 중간 어디쯤을 반복해서 듣게 되는 그 묘한 안타까움.

결국 그 노래를 찾아 처음부터 들어보면 너무나 낯설다.

그 낯설음에 귀를 한껏 기울이다 보면 귀에 익은 그 구절이 나온다.

그렇게 나는 그 신곡을 내 머리속에서 옛것으로 만든다.

폴오스터는 만만한 대상이 아니다.

스토리가 그렇고 문체가 그러하며 쓰여진 양이 압도한다.

물론 주제는 더할 것 없이 묘하다.

그러나 내가 그럼에도 폴오스터를 놓지 못하는 이유는 그 근원에 있는 혀를 찌르는 번뜩임과 인생을 단칼에 배반하는 그 맛이 아닐까 싶다.

안타까움과 안쓰러움으로 읽어 내려간 나쉬의 이야기.

나는 나쉬의 삶이 자신의 의지와 결의와 상관없이 흘러가버리는 것이 못내 너무 안타까웠다.

우연의 연속. 그 속에서 그 우연을 극복해 갈 쯤에는 또다른 우연.

그래서 결국 나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리 많지 않은 것은 아니였을까.

어쩌면 그가 모든 것을 다 포기해버린 그 때는. 어느 날의 작은 선택이였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는 철저히 그 선택에 모든 것을 맡겨 버렸고, 그 선택의 결과가 책임을 지고 해결될 쯤에는 또다른 어리석은 선택으로 더 나빠지기만 하는 이야기들.

나는 내내 바랬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쉬가 그 굴레와 우연과 선택에서 당당하게 걸어나오게 되는 것을 말이다.

벽을 쌓고, 힘겨움을 넘겨가면서 튼튼해지고 밝아지고 또렷하게 보여진 자신의 육체처럼 말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또 옛것으로 돌린다.

그리고 한 순간 이제 그만 폴오스터를 놓아버리자 생각한다.

하지만 누가 알겠는가..어느 날 그랬던 것처럼 읽었던 이야기의 한 부분이 생각나고 불현듯 다른 폴오스터를 찾아내고 싶어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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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
전경린 지음 / 문학동네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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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힘을 다해 끌어 모은 모든 것이 일순간 사라졌던 그 날을 기억합니다.

세상을 향해 그리고 나를 향해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줄곧 자는 일밖에 없던 그 날..

가끔 나는 그 날을 생각하며 그 날 이후로 달라진 삶을 삽니다.

불륜....사실 이런 주제는 싫어합니다.

보통 불륜을 저지른 사람을 미워하며 상대방을 안타깝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다 안쓰럽고 못내 마음이 쓰이는지...

사랑한다...그 말을 듣고 싶어 했던 여자.

누군가 그저 "괜찮아요"라고 물어주길 바라던 여자.

미흔에게 말하고 싶었습니다.

세상 모든 여자들에게 말하고 싶었습니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아프게 하는 모든 남자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해야 하는 여자들을 향해서...

힘을 내세요. 당신을 최선을 다해 살았을 뿐입니다.

상처 입지 마세요. 더이상 누군가가 당신을 아프게 하지 않도록 사세요.

마음의 문을 닫는다고 상처를 입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마음의 빗장을 걸지 않고 그 문조차 없애야 그때부터 자유로워 질겁니다.

나는 그녀가 이제 아프지 않기를 바라고 바랍니다.

정말 괜찮은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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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수프 - 무라카미 류 걸작선
무라카미 류 지음, 정태원 옮김 / 동방미디어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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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무라카미류는 나를 놀라게 한다.

예전에 읽었던 책들을 찾아 리뷰를 쓰고 있는 요즈음 그 잔상이 오래도록 남아 있되 뭐라 딱 꼬집어 쓰기 어려운 것...그것이 미소수프이다.

잔인하고 소름끼치게 서늘하고 그러면서도 뭔가 팔딱이는 뜨거움 같은 것이 존재하는 것...

내가 미소 된장국을 먹어 본 첫 느낌도 그렇지 않았을까..

맛이 느껴지지 않을만큼 뜨겁게 마셔야 한다. 그러나 결코 그 미소 된장국은 뜨거운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리고 식으면 정말 맛이 없어진다.

겐지와 프랑크의 묘한 서로에 대한 관찰과 애정..

그것은 서양의 눈에 비친 일본의 모습, 일본의 모습에 비친 서양의 모습을 떠나 낯선 사람들 사이에 보여지는 극도의 관계 설정이라고 생각한다.

너무나 맥없이 그러나 안도의 숨을 쉬게 하는 결말...

나는 프랑크가 어찌되었을까 걱정했다. 겐지의 종말을 인지한 순간부터 말이다.

그것은 나도 겐지와 프랑크 사이에 끼어 맟선 극도의 관계 설정에 한 몫을 했다는 것이리라...

결국 나의 결론은...무라카미류의 작품은 꼭꼭씹어야 한다.

꼭 그 끝맛이 묘하게 달라지는 그 묘미가 바로 또 미소 된장국이 갖는 의미가 아닐까...

우리에게 익숙한 된장같아도 끝맛은 단맛이 도는...무엇을 넣지 않아야 되려 제맛이 나는...

그래도 여전히 미소수프는 너무 무섭다....끔찍하다..잔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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