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목마의 데드 히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창해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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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집은 이 번이 두번째이다.

결국 느끼는 것은 무라카미 하루키는 천생 소설가라는 것이다. 이야기를 이끌어 내는 재주가 그러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이 그러하다.

이 소설집에서 내가 가장 재미 있게 그리고 의미심상하게 읽은 것은 <풀 사이드>와 <구토 1979>이지만 나머지의 소설들도 나름대로 재미있다. 내가 생각해 낸 이 소설들의 공통점이라면 모두 양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결혼의 양면성, 겉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평범하고 완벽한 모습의 뒷면에 감추어진 어그러진 모습, 사랑들....주인공들은 누군가에게 더러는 소설가에게 이야기를 해준다. 자신이 겪거나 경험한 이야기들을 말이다. 결국 그 모습은 변하지 않는다. 그 경험들이 자신들의 삶에 영향을 미쳤고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일들이지만 그들의 삶은 변함이 없이 흘러간다. 그래서 제목이 <회전목마의 데드 히트>인가? dead heat 동시 도착....둥글게 돌기만 해야 하는 회전목마가 동시 도착이라...이것은 아마도 멈추어 섬을 의미하는 것일까?... 

인생을 살다보면 사소한 일이 자신의 삶을 통째로 바꾸어 놓을 때가 있는 것같다. 처음엔 사소한 일로 시작되어 전혀 자신의 의도와 다른 것들이 되어 버리는 것. 그것이 인생이다. 아마도 하루키는 빙빙 돌아가는 회전목마와 같은 삶에서 바꿀 수 없지만 그러나 늘 항상 사소한 것들에 의해 조금씩 달라져가는 인생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라고 믿는다. 늘 외로움과 허무감을 갖고 사는 주인공들을 보며 나는 생각한다. 나는 과연 어떤 일에 나 자신을 내 던지며 살고 있는지...어떤 일이 나를 달라지게 하며 삶에서 나 외로워하고 있지는 않는지 말이다.

시간이 좀 흐른다음 한 번쯤 다시 읽어 봐야 할 것 같은 생각...그러나 혹 모른다. 내 삶이 다시는 그런 기회를 주지 않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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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카프카 (상)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춘미 옮김 / 문학사상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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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인물들..그러나 그 한 단면씩은 내가 가진 모습이었다. 그것은 거부할 수 없는 묘한 슬픔을 일으킨다. 15살 소년이 너무 많은 부분을 알아버렸고 또 아무것도 모르는채 그저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 그러나 그는 이제 처음의 모습은 아니리라.

나도 사에키상처럼 어느 한 지점에 나를 멈추어 두고 그저 껍데기만 살아간다. 또 적당히 나카타 상처럼 아무것도 모르기도 하고 모든 것을 다 알고 있기도 하다. 이 소설의 인물들은 이처럼 양면을 다 가지고 있다. 오시마상의 여자이면서도 철저하게 남자이듯이...사람들은 모두 적당한 한 면이 다른 면에 맞닿아 있다. 절대로 없는 것은 없는 것이 있는 것과 맞닿아 있듯이 말이다.

수많은 메타포로 이루어진 이 소설을 읽으면서 아직도 마음으로도 알아낼 수 없는 것들이 잔뜩 존재한다. 그래서 나는 카프카처럼 나의 세계로 돌아가 다시 그곳에 익숙해져야 하며 끝까지 그것들을 찾아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괜찮다. 그것을 모두 발견할 수는 없을테니 말이다. 다만 그것을 찾아내면 찾아내는 대로 나는 이전의 내가 아니라 다른 모습이 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도 도서관을 마음에 두고 그림을 살피며 그렇게 살아야 한다. 이것이 이 책을 읽는 내가 주어진 메타포이자 숙명이자 저주이자 은총일 것이다.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그래서 결국 아무도 그 깊이까지 갈 수 없고 또 결국 아무 깊이도 없는 이상한 이야기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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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벌레, 헛간을 태우다, 그 밖의 단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창해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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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중 제일 처음 읽었던 작품이 <노르웨이의 숲>이였다.

세상을 향해 잔뜩 움추려 있던 사춘기시절...그 충격과 몽환과 알 수 없는 슬픔이 둘려져 있었다.

우연히 읽게 된 이 단편집에서 <개똥벌레>를 통해 그 때의 느낌과 내 추억과 생각들을 다시 한 번 읽어 보았다.

나는 <노르웨이의 숲>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개똥벌레>에서는 좀더 간결하면서 날카로운 아픔을 느껴본다. 친구의 죽음에 대한 죄의식과 아픔..그 크기만큼 동등한 그의 여자친구에 대한 사랑...이런 모습은 <장님 버드나무와 잠자는 여자>에서도 나타난다. 묘한 죄의식과 환상적 사랑...

이 단편들의 공통점은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진정한 나의 사람이 아닌 사람에 대한 사랑과 죄의식 그리고 환상들....하나같이 속내를 알 수 없는 주인공들의 마음...사실 본인들이 모르는 것이기에...그래서 묘한 아픔과 방황과 그리움을 자아내는 사람들과 부딪치는 사람들...그리고 내 마음의 감정들...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찾고 있는 것은 자신들이 아닐지...

내가 보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보이는 나의 모습...그리고 그 모습에서 오는 두려움과 놀라움, 찔림...

하루키를 읽는 키워드는 바로 나 자신이 아닐런지....

언젠가는 그 베일에 가린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찾아내리라 믿으며 오늘 또 다른 하루키의 작품을 손에 잡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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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보트
에쿠니 가오리 지음, 이정환 옮김 / 자유문학사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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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팠던 기억...생각해 보면 너무 많은데 그 상처들의 위치는 금새 잊어버린다. 아픔은 그저 기억할 뿐이다.

에쿠니 가오리의 매력....내가 느낀 매력은 상실의 아픔을 그려내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사랑이란 것이 하고 있는 사람보다는 끝나고 난 사람들이 훨씬 많은 것들을 사랑에 대해 생각해 내듯이..

하느님의 보트를 탄 것처럼 한 곳에 멈추어 설 수 없는 그 마음이 와 닿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서 제일 견디기 어려운 것이 자신이 있는 그 곳에 아무렇지 않은 듯이 살아가야 하는 자신의 모습이기에...드라마에서 처럼 유학을 가거나 전근을 갈 수 도 없으니까 말이다.

소설속의 엄마가 진작 두려워 한것은 그것이 아니였을까?...헤어진 그 도시에서 기다려고 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그 두려움 때문에 애써 피해다니며 적당한 운과 시간의 흐름에 자신을 맡기며 그것에 만족해 보려고 했던 그 마음..소설의 마지막에 그 사람을 만나는 설정은 해피앤딩의 식상한 이야기처럼 만들어 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사랑을 잃어본 사람들의 소망을 그려낸 것은 아닐까..

사랑하는 이를 다시 만나는 아름다운 환상을 충족시켜 주기 위해...그래서 글을 읽는 사람이 더 슬프도록..내가 잃은 사랑의 크기를 다시 한 번 비교해 보는데서 오는 아픔...

엄마에게 딸이란 존재는 그것일것이다. 매일 딸을 보며 사랑의 아픔을 상기시켜야 하는 엄마..그것이 도리어 깊은 사랑을 하게 하는...그러나 그런 여리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아픈 엄마를 보며 너무나 일찍 철이 들어버리는 딸...엄마에게 딸은 아픔이고 사랑의 결과이고 사랑의 실패를 알려주는 의미였을 것이다. 딸이 자신에게서 독립하고 누군가에게 자신의 인생을 건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도박인지를 온 마음으로 느꼈을때 그 힘이 엄마를 집으로 돌아오게 하지는 않는 것인지...

나는 생각한다. 정말 두려운 것은 사랑을 잃는 것도, 아픈것도 아니다. 다시 사랑하지 않아도 된다고 믿는 마음이다. 그 마음을 버리면 또 다른 사랑이 시작된다는 것...그래도 엄마는 그 사람을 다시 만난 것일테고...딸은 엄마의 곁을 떠나 엄마를 더 많이 사랑하게 되는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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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주세요
쓰지 히토나리 지음, 양윤옥 옮김 / 북하우스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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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주세요....

주인공 리리카는 육아원에서 살며 자살을 꿈꾸던 소녀였다.

어느 날 그녀에게 온 편지 한통...

영혼의 친구, 키다리 아저씨처럼 그렇게 시작하자는 한 사람 모토지로...

그 둘의 편지를 읽어 가며 뻔한 스토리와 리리카의 절망에 끝을 미리 알고 있는 냥 읽었다.

그러나 편지들이 계속되는 동안 두 사람의 끈끈한 사랑에 부러웠고...

결국....모든 것을 밝혀진 순간...뻔한 스토리라 우긴 그 크기만큼의 아픔이 마음을 스쳤다.

죽음을 앞둔 오빠가 죽으려는 동생에게 해줄 수 있는 일...

죽음을 빠져나오게 하기 위해 온힘을 다해 사랑을 보여주는 것뿐..

리리카가 죽음에서 벗어나 편안해 졌을 때 오빠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다시 시작된 오빠의 새어머니와의 편지...아들을 잃은 어머니에게 리리카는 사랑을 보낸다.

어쩌면 사람들 사이엔 유통기한 있는 사랑이 있는가 보다.

사랑을 받으면 받은 사람에게 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게 되는...

죽음을 앞둔 그러나 자신이 친오빠임을 밝힐 수 없는 오빠의 마음으로 한번 쯤 다시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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