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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카프카 (상)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춘미 옮김 / 문학사상사 / 200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절대로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인물들..그러나 그 한 단면씩은 내가 가진 모습이었다. 그것은 거부할 수 없는 묘한 슬픔을 일으킨다. 15살 소년이 너무 많은 부분을 알아버렸고 또 아무것도 모르는채 그저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 그러나 그는 이제 처음의 모습은 아니리라.
나도 사에키상처럼 어느 한 지점에 나를 멈추어 두고 그저 껍데기만 살아간다. 또 적당히 나카타 상처럼 아무것도 모르기도 하고 모든 것을 다 알고 있기도 하다. 이 소설의 인물들은 이처럼 양면을 다 가지고 있다. 오시마상의 여자이면서도 철저하게 남자이듯이...사람들은 모두 적당한 한 면이 다른 면에 맞닿아 있다. 절대로 없는 것은 없는 것이 있는 것과 맞닿아 있듯이 말이다.
수많은 메타포로 이루어진 이 소설을 읽으면서 아직도 마음으로도 알아낼 수 없는 것들이 잔뜩 존재한다. 그래서 나는 카프카처럼 나의 세계로 돌아가 다시 그곳에 익숙해져야 하며 끝까지 그것들을 찾아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괜찮다. 그것을 모두 발견할 수는 없을테니 말이다. 다만 그것을 찾아내면 찾아내는 대로 나는 이전의 내가 아니라 다른 모습이 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도 도서관을 마음에 두고 그림을 살피며 그렇게 살아야 한다. 이것이 이 책을 읽는 내가 주어진 메타포이자 숙명이자 저주이자 은총일 것이다.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그래서 결국 아무도 그 깊이까지 갈 수 없고 또 결국 아무 깊이도 없는 이상한 이야기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