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보트
에쿠니 가오리 지음, 이정환 옮김 / 자유문학사 / 200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아팠던 기억...생각해 보면 너무 많은데 그 상처들의 위치는 금새 잊어버린다. 아픔은 그저 기억할 뿐이다.

에쿠니 가오리의 매력....내가 느낀 매력은 상실의 아픔을 그려내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사랑이란 것이 하고 있는 사람보다는 끝나고 난 사람들이 훨씬 많은 것들을 사랑에 대해 생각해 내듯이..

하느님의 보트를 탄 것처럼 한 곳에 멈추어 설 수 없는 그 마음이 와 닿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서 제일 견디기 어려운 것이 자신이 있는 그 곳에 아무렇지 않은 듯이 살아가야 하는 자신의 모습이기에...드라마에서 처럼 유학을 가거나 전근을 갈 수 도 없으니까 말이다.

소설속의 엄마가 진작 두려워 한것은 그것이 아니였을까?...헤어진 그 도시에서 기다려고 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그 두려움 때문에 애써 피해다니며 적당한 운과 시간의 흐름에 자신을 맡기며 그것에 만족해 보려고 했던 그 마음..소설의 마지막에 그 사람을 만나는 설정은 해피앤딩의 식상한 이야기처럼 만들어 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사랑을 잃어본 사람들의 소망을 그려낸 것은 아닐까..

사랑하는 이를 다시 만나는 아름다운 환상을 충족시켜 주기 위해...그래서 글을 읽는 사람이 더 슬프도록..내가 잃은 사랑의 크기를 다시 한 번 비교해 보는데서 오는 아픔...

엄마에게 딸이란 존재는 그것일것이다. 매일 딸을 보며 사랑의 아픔을 상기시켜야 하는 엄마..그것이 도리어 깊은 사랑을 하게 하는...그러나 그런 여리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아픈 엄마를 보며 너무나 일찍 철이 들어버리는 딸...엄마에게 딸은 아픔이고 사랑의 결과이고 사랑의 실패를 알려주는 의미였을 것이다. 딸이 자신에게서 독립하고 누군가에게 자신의 인생을 건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도박인지를 온 마음으로 느꼈을때 그 힘이 엄마를 집으로 돌아오게 하지는 않는 것인지...

나는 생각한다. 정말 두려운 것은 사랑을 잃는 것도, 아픈것도 아니다. 다시 사랑하지 않아도 된다고 믿는 마음이다. 그 마음을 버리면 또 다른 사랑이 시작된다는 것...그래도 엄마는 그 사람을 다시 만난 것일테고...딸은 엄마의 곁을 떠나 엄마를 더 많이 사랑하게 되는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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