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원리 - 개정판
차동엽 지음 / 동이(위즈앤비즈) / 200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퇴근하자마자 몇 페이지 남지 않은 분량을 마무리 지었다. 개인적으로 한 권의 책을 읽는 데 시간을 나누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이유인 즉, 책 한권 자체가 마음의 양식 한 덩어리인데 시간을 나누게되면 양식 덩어리도 덩달아 나눠지기 때문에 독서의 집중성과 통일성에 영향을 끼친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평일보다는 주말에 시간을 내서 몰아쳐서 읽는 독서를 즐겨한다. 상대적으로 읽기를 갈망했던 욕구도가 높은 책일수록 아껴서 주말에 미뤄 한번에 읽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독서경향이니 각설하고,, 

 언제나 개인개발이나 처세를 다루는 도서를 만날 때에는 두가지 생각이 머리속에 공존한다. 하나는 강한 도전을 얻기 위한 기대감이며, 다른 하나는 비슷한 내용의 교집합에 기인하는 다 거기서 거기가 아닌 내용이 아닐까 하는 우려감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새로운 신간이 나올 때마다 반드시 구독하며 도전 받고 고개를 끄덕이며 형광펜으로 밑줄을 긋는 내 자신을 목도할 때면 역시나 내 자신의 끊임없는 인격 수양의 부족함을 동시에 발견하게 된다. 

 차동엽신부님의 『무지개 원리』를 만났다. 책을 읽기 전 카톨릭신부가 저자이기 때문에 범기독도서일 것이라는 기초정서가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책의 내용이 범기독교인(개신교인과 천주교인을 모두 포함한다는 의미) 뿐만 아니라 자기를 개발하고 인격을 수양키 원하는 수많은 세인들에게 무리 없이 읽힐 수 있다는 것을 처음 몇 장만 넘겨봐도 알 수 있다.  

 저자는 성경으로부터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끌어내고 있다. 서두에 유대민족의 우수성을 웅변한다. 세계에서 제일 우수한 석학, 비범한 예술가, 엄청난 부호들 중에는 유대인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20세기를 주도한 최고의 지성 21명 중 15명이 유대인이고 헐리우드의 걸출한 영화감독들과 스타들의 대부분이 유대인이며 미국 내 최고 부자 40명 중 절반 이상 또한 유대인이라고 설명한다. 더욱이 1901년에서 1990년까지 90년간 자연과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받은 사람 404명의 종교 실태까지 조사하여 유대민족의 우수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유대인이 우수한 민족이 될 수 밖에 없는 세 가지 이유(개척정신, 민족의 연대감, 정신적 자산)를 제시하며 유대인의 경전인 구약성경의 신명기 한 구절로 이야기의 바톤을 넘기고 있다. 
너는 마음을 다하고 성품을 다하고 을 다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를 사랑하라
<신명기 6장 5절>
 

 기독교인들이 가장 즐겨 암송하며 고백하는 위의 성경말씀을 기초하여 저자가 얘기하고자 하는 일곱가지 성공의 원리를 도출하고 있다. 을 다한다는 것은 지성을 계발한다는 것이고 마음을 다한다는 것은 감성을 계발한다는 것이며 성품(책에서는 카톨릭의 공동번역을 사용해 '목숨'으로 번역)을 다한다는 것은 의지를 계발한다는 것이어서 이 세가지 계발에 거듭거듭의 인격화를 접목하면 아래와 같은 무지개 원리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무지개 원리 1 :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무지개 원리 2 : 지혜의 씨앗을 뿌리라
무지개 원리 3 : 꿈을 품으라
무지개 원리 4 : 성취를 믿으라
무지개 원리 5 : 말을 다스리라
무지개 원리 6 : 습관을 길들이라
무지개 원리 7 :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

 위의 원리를 먼저 제시한 뒤 각 원리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형식으로 책의 내용이 구성되어 있다. 더욱이 저자는 각 챕터 별로 수많은 예화 및 위인들의 명언으로 양념을 치고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무지개 원리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저자가 정리한 일곱가지 원리는 사실 우리가 모르는 것이 아니며 수없이 들은 무료한 얘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저자는 각 원리들이 어떤 중요성을 갖고 어떻게 조합하여야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누릴 수 있는지 자신의 경험과 옛 역사 속에서의 교훈, 성경말씀을 제시하여 자상하고 구체적으로, 무엇보다 열정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옳고 좋고 도전이 담긴 이야기는 아무리 강조하고 반복해도 나쁠 것이 없는 법이다. 우리 뇌는 사실 관계와 주어를 구분하지 못하고 우리가 하는 말에 반응하는 특성이 있다고 저자는 얘기하고 있지 않은가? 좋은 말이든 나쁜 말이든 평범한 말이든 우리가 자쭈 쓰는 말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위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를 이 책을 평가하는 잣대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원론적이고 수없이 반복되었고 많이 소개된 무료한 성공원리라 할지라도 그것을 자주 의식하고 사용하며 도전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훈훈한 예화와 도전되는 글귀, 흙 속의 진주같은 내용들이 풍성하다. 어렵지 않게 쉽게 읽히는 부담 없는 책이니 만큼 세상이 주는 무거운 압박감 가운데 자기 자신을 돌아보며 강한 도전이 필요할 때 한번쯤 읽어볼만한 리드미컬한 책이라 평하고 싶다. 
 

"눈을 감은 사람은 손이 미치는 곳까지가 그의 세계요, 무지한 사람은 그가 아는 것까지가 그의 세계요, 위대한 사람은 그의 비전이 미치는 곳까지가 그의 세계다."   <책 내용 중, 77p, 폴 하비(Payl Harvery)> 

우리의 뇌는 실제로 일어난 일과 머릿속에 그린 이미지를 잘 구별하지 못한다. 즉 실제는 없는데도 뇌가 있다고 느끼면 그 사람한테는 있는 것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머릿속에 이미지를 선명하게 그릴수록 그 이미지가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마련이다.   <책 내용 중, 128p> 

열등감과 우월감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해결책은 동전 그 자체가 가짜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진실은 이것이다. 우리는 '열등'하지 않다. 그렇다고 우리는 '우월'하지도 않다. 우리는 그저 자기 자신일뿐이다. 신은 표준적인 인간을 창조하지 않았다. 신은 모든 눈송이를 제각각 독특하게 만든 것처럼 모든 인간을 개인적으로 독특하게 만들었다. 키 작은 사람, 키 큰 사람, 체구가 작은 사람, 체구가 큰 사람 그리고 아주 마른 사람, 뚱뚱한 사람, 흑인, 황인, 백인 등을 창조했다. 하지만 크기, 형태 또는 색깔에 편애를 두지 않았다.   <책 내용 중, 220p> 

필자는 2만 불 소득은 경쟁의 논리로써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3만 불의 시대는 공생의 논리, 축하의 논리가 아니면 절대 불가능하다고 본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와 같은 속담이 없어질 때, 국가의 미래는 한층 높은 수준으로 도약할 것이다.   <책 내용 중, 34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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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50가지 비밀 서돌 직장인 멘토 시리즈
신시야 샤피로 지음, 공혜진 옮김 / 서돌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예전부터 읽고 싶은 책이었다. 먼저 구입한 책을 읽느라 순위에서 밀려있다가 이번 주말에 기대감을 갖고 후다닥~ 읽게 되었다. 제목부터 특별나다. '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50가지 비밀'이라는 튀는 제목은 주관심독자층으로 예상되는 직장인들에게 큰 호기심을 발동케 하는데 충분하다. 

 이 책은 저자가 미국 대기업에서 인력개발팀장과 부사장직을 역임하며 회사의 비밀 규범과 전략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아오면서 알게된 회사의 비밀스러운 내용들을 정리하여 조언하고 있다. 더욱이 일반직원에게뿐아니라 뒷부분에서는 당신이 승진했다는 가정하에 관리자가 조직과 직원들을 이끄는데 필요한 내용들을 언급하고 있다. 

 경제경영도서들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문체는 매우 건조하다. 끈적끈적하고 감성적인 문체로 독자의 감정과 도전의식에 기름칠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하며 반드시 해야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에 대해 직접적이고 단호하게 어필하고 있다. 직장생활에서의 처세술을 50가지의 소제목으로 정리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감있고 강력한 문체로 독자에게 난사하고 있는 것이다. 읽는 내내 저자가 인력개발팀과 부사장으로 근무하면서 정리된 경험과 노하우에 기초된 강력한 조언에 지루할 틈이 없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 있다. 우선 저자는 미국에서의 경험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선진국 미국의 기업문화와 풍토를 중심으로 얘기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기업문화와는 거리감이 적지 않다. 예를들어 직원이 회사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다는 것은 대한민국에서 거의 발생할 수 없는, 이름하여 막나가자고 생각지 않는 한(회사를 그만두겠다는 것은 물론!) 불가한 일이다. 또 한가지는 성급한 일반화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많은 기업이 존재하고 각 기업마다의 기업특성과 CEO의 기질이 다른 법인데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가 마치 모든 기업에서 적용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너무 팽배해 있다. 또 한가지를 지적하자면 직장생활 1~2년차면 자연스럽게 경험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내용들이 많다는 점이다. 조직의 관리자나 입사 2~3년이 넘는 직원보다는 신입사원이나 1년차 직원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아쉬운 부분은 각설하고 책의 강점을 언급하자면,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주장하는 논지가 있다. 그것은 바로 '상사에게 잘하라!'는 것이다. 인사고과를, 연봉을, 정리해고를, 평판을 결정하는 자가 바로 상사라는 점을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당신이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고 문제는 상사가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는가가 중요하다며 강력한 논지로 일관한다. 직장생활의 핵심은 당신을 바라보는 상사의 시각을 관리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핵심이며 그것이 전부라는 것이다. 전적으로 동감하는 부분이다. 문에 문지기를 제대로 섬기고 관리하지 못하면 아무리 능력있고 똑똑한 개인이라 할지라도 살아남을 수 없음은 자명하다. 이는 비단 회사뿐만아니라 어느 조직에서나 마찬가지로 통용될 수 있는 인간사의 진리리라. 

 비용청구서, 휴가, 평판, 옷차림, 사무실책상정리까지 매우 구체적인 직장생활에서의 지침들을 자세하게 언급하고 있는 자상한 책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을 때에 도전받는 글귀를 형광펜으로 밑줄을 긋거나 책장을 접어놓는 습관이 있는데 각 페이지 위쪽마다 세로로 줄선이 그어져 있어 책장을 접어 관리하기에 수월한 점도 매우 좋은 부분이다. 

 여하튼 제목에서 언급한대로 50가지 비밀에 대해 전부 동의, 전부 도전받을 수는 없지만 전체적으로 직장생활에서의 중요한 부분들이 무언지를 훑을 수 있는 좋은 책이며 직장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상사한테 잘하기!'라는 핵심을 일관되게 강조해준다는 점에서 명쾌한 책이라 생각된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에게, 좀더 좁혀서 얘기하면 신입사원이나 1~2년차 직장인들이 읽어보면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책이며 이에 추천한다. 
 

성취의 세계는 늘 낙천주의자들의 것이다. 혁신을 저해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듣자마자 "불가능한 일이야."라고 말하는 것이다.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 준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일을 성취한 사람들이 몽상가들이며 이상주의자들이고 낙천주의자들이었다는 것이다. 피라미드를 짓거나, 미지의 세계로 항해를 떠나거나, 독재정치를 뒤엎거나, 마이크로칩을 발명하는 등의 일들을 해낸 사람들은 이상주의자들이었다.   - 책 내용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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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소장님 2007-10-18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사한테 잘하라는 말, 절대 동감합니다.

서돌출판사 2008-09-12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서돌출판사입니다.
우선 갑작스런 방문에 놀라셨다면 사과드립니다.

온라인서점에 서평을 작성해주신
『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50가지 비밀』의 저자 신시아 샤피로가
오는 9월 23일에 『회사가 당신을 채용하지 않는 44가지 이유』라는
신간을 출간하게 됨을 알려드립니다.

전작은 회사에서 승진하는 방법에 대한 시각을 다뤘다면
신간은 회사에서 채용하는 방법에 대한, 특히 이직자의 전직, 시각을
날카롭고 신랄하게 드러낸 책입니다.
아래 웹 페이지를 방문하시면 도서에 관한 자세한 사항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eodole.co.kr/bbs/board.php?bo_table=sub03_01&wr_id=784 (컨텐츠 첨부 페이지)



출간 전에 일부 네티즌께 샘플도서(비매품, 한정판)를 보내드리고자 합니다.
혹시 관심있으시다면 9월 16일 까지
sungkwon@seodole.co.kr 로 배송정보(이름, 주소, 전화번호)를 회신으로 부탁드립니다.
즐거운 명절 보내시고, 건강하세요.

- 서돌출판사 드림
 
샘에게 보내는 편지
대니얼 고틀립 지음, 이문재.김명희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나에겐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빈약하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친할아버지는 내가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셨고 외할아버지는 내가 어렸을 때 돌아가셨다. 외할아버지의 인상착의 정도가 할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한 기억의 전부다. 주변에 친구들이나 직장동료, 선후배들이 할아버지와의 생활이나 추억담을 얘기할 때면 상대성에서 오는 강한 부러움이 발생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리라.

  나이가 들어가는 것과 지혜를 터득해간다는 것은 어림 동의어로 간주할 만하다. 나 또한 29년의 인생을 살았지만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가면서 몰랐던 인생의 깊이와 넓이를 배워가고 있음을 많이 느끼고 있다. 이 세상 그 어떤 교과서나 전공서적이 줄 수 없는 <삶>과 <경험>에서 오는 높은 차원의 <지혜>라는 것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연세가 지긋하신 어르신들을 공경하며 그들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순종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샘에게 보내는 편지』는 할아버지가 자신의 손자에게 쓴 편지형식의 지혜담으로, 공고히 다듬어진 노년의 혜안을 두 세대를 넘어 전달하는 <삶>과 <지혜>의 목소리다. 여느 아이들과는 심히 다른 아이(저자의 손자는 자폐증 아이임)인 손자 샘에게 저자 자신이 겪은 사랑과 상실과 아픔이라는 인생의 깊이 있는 주제를 얘기해 주고 있다. 어린 샘은 세상 어느 누구한테도 쉽게 얻을 수 없는 노년의 혜안에서 오는 득도된 자의 지혜 덩어리를 자신의 할아버지로부터 얻고 있는 것이다. 

  시간의 흐름이라는 것은 참으로 미묘한 특성이 있다. 세상 많은 사람들이 시간과 관련된 착각을 하며 살아가는 경우가 적잖다. <스쳐 지나가는 것>과 <영원히 지속되는 것>의 차이를 혼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 또한 지금보다 더욱 젊은 날에 삶의 혜안이 부족하여 <잠시>와 <영원>의 차이를 인식하지 못한채 <현재>라는 시간을 얼마나 무의미하게 소비했던가? 어른이 되어가면서 시간의 특질과 그에 대한 소중함을 더욱 깊이 알아가게 된다는 공식은 인생사 불변의 불문율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네 엄마 아빠는 과거의 고통을 미래에까지 가져가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샘, 너도 자라면 그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알게 될 거야. 과거에 매인 사람은 미래를 향해 한 발짝도 내디딜 수 없단다.   <p20>

  66억의 인류가 지구라는 곳에 공존하고 있다. 다양하다는 얘기다. 우리는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서로간의 다름을 인정하고 그 다름 안에서 개인의 달란트를 극대화할 때에 그 사회는 진보하고 행복한 공동체가 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다른(different) 것>과 <틀린(incorrect) 것>을 혼동한다. 나와 다르다고 해서 그것이 틀린 것으로 간주하는 편견을 가진다. 더욱이 비판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런 편견과 비판이야말로 정말 틀린 것이다. <나>만 있는 것이 아닌, 그렇다고 <너>만 있는 것이 아닌, <우리>가 있다는 것. 나와 너, 우리가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그것을 존중하며 살아갈 때에 지구라는 집의 평수는 더욱 넓어질 수 있을 것이다.
  샘,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그건 그냥 다른 것일 뿐이다. 그렇지만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은 문제다. 명심해라. 네가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하면, 그 생각이 네가 세상을 보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어놓을 수 있다는 것을.   <p33>

  인간은 많은 두려움을 갖고 살아간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 내 본모습을 들키는 것에 대한 두려움, 존재감을 상실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자기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자신을 인정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주위의 기대를 버리고 본래의 자기답게 사는 것에 대한 두려움 등. 사람들은 이런 두려움과 싸운다. 정작 중요한 것은 이러한 두려움들이 우리의 내면과 영혼을 파괴시킨다는 것이다. 절대악인 두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은 두려움의 내포적 반의어인 <사랑>이란 단어에서 찾을 수 있다. 우주적이고 신성하며 자연스러운 존재에 대한 믿음과 사랑. 그것이 신이든, 친구든, 부모든, 아님 사랑하는 이성이든, <사랑>은 반드시 <두려움>의 농도를 희석시킨다.
  나는 물속에 가라앉는 사람과 물에 뜨는 사람의 차이에 대해 생각했다. 가라앉지 않고 물에 뜨려면 물과 싸우기를 멈추고 물을 믿으면 된다. 몸에 힘을 빼고 누워서 물에 몸을 밭기면 되는 것이다.   <p67>

  적을 만들지 말라, 는 말이 있다. 대인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일게다. 분명 좋은 말일테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이 말에 100%의 지지를 보내지 않는다. 싸울만한 가치가 있을 때에는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불관용, 거짓, 비정의, 비인권, 차별, 편견 등. 이런 것들과는 싸워야 한다. 인류 보편적 가치를 훼손하는 것들에 대해 묵과하고 비굴해하는 이들은 역겨울 정도로 싫다. 신께서 인간에게 <용기>라는 내면적 힘을 주신 이유는 반드시 써먹을 사용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용기가 없는 자들은 자기 자신과도 싸우지 못한다. 하지만 명심하자. 인류의 역사를 다시 썼던 수많은 위인들의 공통점은 바로 자기자신은 물론, 잘못된 것에 대항해 싸우는 자들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로 인해 싸울만한 가치가 있는 적을 적잖게 만들었다는 것을.
  샘, 개인적으로 정당한 대우를 받기 위해 싸우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난 네가 너 자신을 위해서도 싸울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하지만 네 분노를 잘 다스려서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한 분노로,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 싸우는 에너지로 승화시켰으면 더욱 좋겠다. 그럴 수 있다면 훗날 네가 할아버지가 되었을 때, 네 손자 손녀들이 훨씬 더 따뜻하고 아름다운 세상에서 자라날 수 있을 테니까.   <p199>

  마음에 넓은 그릇을 소유한 사람은 좁은 그릇을 소유한 사람에 비해 인생에서 성공할 확률이 높다. 미국 부의 51.7%를 차지하고 있는 유태인들을 연구하는 석학들은 동일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유태민족 중에는 다분히 마음의 그릇이 큰 인물들이 많다는 것을. 넓은 마음에 나와 너와 우리를 품고, 더 나아가 이 세상의 모든 것과 우주까지 품으며 전진할 때에 역사는 다시 쓰여지는 것이다. 정치력, 경제력, 명예, 노벨상 등의 유태인들의 표상은 바로 그들의 유난히 <넓은 마음의 그릇>에서 연유했다는 것을 나는 심히 믿는다. 

  저자 고틀립 박사는 수많은 지혜의 이야기를 샘에게 전달한다. 아직 글을 읽을 수 있는 아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언젠가 읽게될 샘을 기대하며 사랑의 마음으로 샘과 소통하려는 의지를 느낄 수 있다. 사랑으로 점철된 할아버지의 정신적 지혜의 유산은 두 세대의 기나긴 세월의 벽을 넘어 샘에게 반드시 빛을 발하며 전해질 것이다. 

  비록 자폐증으로 남들과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샘은 행복한 아이다. 자신을 사랑하는 할아버지로부터 매우 소중한 지혜담을 매우 특별한 방식으로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 샘이 자라서 이 책을 읽게될 때면 자기뿐만 아니라 세상 많은 사람들이 할아버지가 자신을 향해 보낸 특별한 편지를 읽었다는 사실에 대한 가치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자신에게 보낸 할아버지의 편지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도전을 얻고 감동을 받았다는 것. 그리고 샘을 한 번 기억했다는 것. 비록 남들보다 언어가 더디고 움직임이 부자연스럽다 하더라도 그런 특별한 행복을 자기 인생의 조각으로 채우고 있는 샘은 분명 행복한 아이임이 틀림없다. 
 

내가 어두운 터널에 있을 때, 난 나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고 싶다. 터널 밖에서 어서 나오라고 외치며 출구를 알려주는 사람이 아니라, 기꺼이 내 곁에 다가와 나와 함께 어둠 속에 앉아 있어줄 사람. 우리 모두에겐 그럼 사람이 필요하다.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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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실의 바다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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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리쿠와의 첫 만남은 충분히 즐거운 것이었다. 소위 <위기>로 대변되는 작금의 한국문단의 현주소에서 일본문학은 쓰나미처럼 한국 도서계를 강타하고 있다. 특히 <온다 리쿠>라는 아줌마 작가의 존재감은 쓰나미의 선봉장격이라 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하다. 관심 밖이었던 일본소설에 눈을 뜬 이후 가장 강렬하게 내 눈과 귀와 마음을 사로잡은 작가가 온다 리쿠다. 『유지니아』라는 추리소설을 통해 만난 첫인상은 지극히 강렬했고, 심히 흥미로웠으며, 다분히 만족스러웠다. 블로그에 [온다 리쿠] 메뉴를 따로 만들고 싶은 충동을 강하게 발산할 만큼 그녀는 뜨거운 감자다.

  그녀의 첫 단편집이 출간된 것을 알자마자 그 어떤 머리속 활동을 하지 않은 채 바로 구독했다. 더욱이 아직 한 권 밖에 읽지 않은 그녀의 작품세계에 대한 <입문서>라고 한 홍보문구는 내 전두엽에서 엔도르핀과 다이도르핀을 동시에 분출하는 지극히 흥분되는 것이었다. 이러한 흥분과 기대감이 점철되어 주말을 맞이하여 한달음에 달릴 수 있었다. 

  그녀의 첫 소설집 『도서실의 바다』는 10개의 독립된 세계를 보여준다. 온다 리쿠를 만나는 <입문서>라고는 하지만 그녀가 그간 출간했던 작품의 예고편격인 단편이 적잖다. 「피크닉 준비」의 경우 『밤의 피크닉』의 프롤로그라 할 수 있는 단편이다. 또한 강한 인상을 남긴 단편, 「이사오 오설리번을 찾아서」는 그녀의 미래를 장식하게 될 SF장편소설 『그린 슬라브스』의 예고편격이라 할 수 있다. 그 외에도 대부분의 단편들이 그녀의 다른 작품들의 연장선상에 있어 <입문서>라는 성격보다 <참고서>라는 색채가 더 자연스러울 듯 싶다. 아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입문서이기도 하고 참고서이기도 한, 그녀의 색채를 명확하게 정리한 <컬렉션>이라고 하는게 정답일 것이다. 

  온다 리쿠는 소설가로서 꽤 훌륭한 <기술력>을 가진 작가다. 극작술 기초의 양대산맥이라 할 수 있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플롯>과 프로이트의 <무의식>을 그녀는 매우 능수능란하게 다룬다. 플롯 이론이 <시간>을, 무의식 개념이 <기억>을 극대화하면서 작품 속에서 독자에게 강렬한 카타르시스와 페이소스를 제공하는 동기가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노련한 감각으로 <시간>과 <기억>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온다 리쿠의 능력은 심히 압도될 만하다. 

  이번 단편집도 이러한 <온다 리쿠 브랜드>의 특질을 여실히 보여준다 하겠다. 미스테리, SF, 호러,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고 있다. 전면에 배치한 「봄이여 오라」는 주인공과 친구와 엄마의 시간이 꼬이며 반복되는 서사적 캐논변주곡의 구조를 갖고 있는 인상적인 단편이다. 「오디세이아」는 더욱 훌륭한 단편이다. 놀라운 상상력으로 거대한 대서사시를 몇 장으로 압축하여 묘사한 듯한 느낌이 압권이다. 「수련」과 표제작인 「도서실의 바다」는 다른 작품에 종속된 단편이지만 독립적으로 읽어도 무방한 완전한 단편이기도 하다. 그 외의 단편들 모두 비슷한 수준의 완성도와 몰입감으로 온다표 브랜드를 오롯이 보여주고 있다. 

  현실과 환상의 교차,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넘나드는 시간적 역동성, 퍼즐을 맞추는 듯한 스토리 라인, 서사의 흐름에 따라 좁혀지지만 종국엔 함구로 정리되는 해석의 다양성 등.. 그녀 특유의 색깔이 충분히 드러나고 있는 소설집이다. 온다 리쿠 세계에 대한 <시작>으로, 또는 <중간>으로, 또는 <말미>로, 그 어떤 위치에 놓아도 부자연스럽지 않은 작품, 『도서실의 바다』는 작가 자신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아우를 수 있는 교과서다. 

  매번 일본소설을 접하면서 느끼는 것은 그저 <활자> 자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영상>까지 아우를 수 있는 폭과 넓이에 대한 부러움이다. 온다 리쿠를 위시한 대부분의 일본작가들은 마치 드라마나 영화의 제작을 염두하고 집필한 것인양 소설 그대로를 극본이나 시나리오로 전환해도 무방할 정도로 경쟁력있는 작품을 생산한다. 더욱이 일본소설 특유의 대중성과 소재적 다양성은 더더욱 부러운 부분이기도 하다. 한국 문단의 위기라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무게감 있게 들리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서 일본문학이 차지하고 있는 존재감은 그들의 문학적 현주소의 나침반의 방향을 확연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벤트로 동봉된 『밤의 피크닉』을 비롯하여 적지 않은 온다 리쿠의 세계들이 책장에서 읽힐 순서를 대기하고 있다. 나는 조심스럽게 예언한다. 온다 리쿠. 그녀의 세계가 주는 만족감을. 

 

Written by Dav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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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데기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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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표 인터넷서점이라는 YES24는 1년 365일 다양한 이벤트를 시행한다. 현재 진행중에 있는 이벤트중에서 다소 감질맛나는 것이 하나 있는데 '제 4회 네티즌 추천 한국의 작가'라는 코너가 그것이다. 이 코너는 각기 세 가지 항목으로 나눠 네티즌투표를 하고 있다. '우리시대 대표작가', '차세대 우리작가', '다시 만나는 작고작가'. 이렇게 세 가지 항목으로 네티즌들의 투표를 유도하고 있는 코너다. 뒤의 두개의 항목은 차치하자. 첫 번째 '우리 시대 대표작가'에 대한 네티즌 관심도와 투표율이 단연 높기 때문이다. 특히 이의 경우 '노벨문학상 후보감'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어 네티즌들로부터 상당한 관심을 이끌어내고 있기도 하다. 현재 투표가 진행중이어서 아직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의 투표집계로 보아 1위가 바뀔 것 같지는 않다. 1위에는 단연 황석영이라는 이름 석자가 올라 있다. 대한민국 현직 대통령보다 높은 지지율인 24%를 획득하여 그 유명한 조세희나 그 위대한 이문열을 멀찌감치 앞서고 있다. 왜 네티즌들은 황석영에게 '우리 시대의 대표작가'이자 '노벨문학상 후보감'이라는 영광의 몰아주기를 감행하고 있는 걸까? 다시말해서 황석영은 왜 네티즌과 독서매니아들로부터 이 시대의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손꼽히는데 주저되지 않는걸까? 그 의문점과 황석영의 현재가 만나는 곳에 『바리데기』라는 작품이 있다. 

  황석영의 신작 『바리데기』를 만났다. 이미 제목에서부터 짐작할 수 있듯이 한 여인의 청춘을 설화 '바리공주'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아 20세기말에서 21세기로 넘어가는 대략 20여년의 시간동안 북한과 중국과 영국이라는 공간에 녹여놓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엔 소설 내의 모든 것을 설명하는 1인칭주인공시점의 화자, 바리가 있다. 

  바리는 태어날 때부터 기구한 운명이었다. 아들을 몹시 갈망하는 집안에 일곱 번째 딸로 태어나 출생하자마자 어머니로부터 산속에 버려진다. 다행히 기르는 개 흰둥이가 산속에 버려진 바리를 물고 집으로 돌아와 구사일생한다. 
  바리는 어렸을 때 가족들이 모두 함께 모여 살 때에는 여느 집안 부럽지 않은 평범한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점점 심해져 가는 기근과 고약한 북한의 정치체제로 인해 가족은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이때 바리는 바로 윗언니인 현이언니와 할머니, 그리고 자신의 생명의 은인인 흰둥이의 일곱번째 새끼인 칠성이와 함께 두만강을 건넌다. 
  중국땅에서도 고난은 연속이다. 불법체류자라는 신분때문에 산속에 기거하여 살다가 아버지가 떠나가고, 할머니와 현이의 죽음, 그리고 자신의 마지막 의지처였던 강아지 칠성이까지 죽음을 맞이한다. 배려심이 많은 미꾸리 아저씨를 만나 발맛사지업소에 취직하여 마사지도 배우고 샹언니를 만나 나름대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하지만 이도 잠시, 역시나 불행은 바리의 삶을 덮쳐온다. 
  샹언니와 함께 먼 이국땅으로 향하는 배에 몸을 옮기게 되고 그곳에서 인권말살의 잔혹함을 겪으며 간신히 살아서 영국에 도착한다. 어린 나이여서 몸이 팔리지 않은 채 중국집에서 일하게 되고 마음씨 좋은 사장의 소개로 다시 발마사지업소에 취직하게 된다. 그곳에서 여태까지 경험했던 것과 전혀 다른 삶을 살게되는 바리.. 같이 일하는 루나언니의 집에 동거하게 되고 파키스탄 남자 알리를 만나 결혼을 한다. 결혼의 행복도 잠시, 전쟁이 터져 알리는 사라지고 알리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는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다. 시간이 지나 알리와 다시 조우하게 되고 그와의 사이에서 두 번째 아이가 생긴다. 
  알리와 함께 런던시내를 거닐던 어느날 폭탄테러를 목격하면서 소설은 종료된다. 

  여기까지의 스토리는 『바리데기』의 이야기 분량의 딱 절반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바리데기』는 오직 주인공 바리의 관점에만 의지하여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야기의 축은 두개다. 하나는 바리의 하루하루 일상이고, 또 하나는 바리의 영험한 능력이 빚어내는 꿈과 환상의 몽환적 경험이다. 이 이야기의 양대 축이 끊임없이 교차되면서 소설의 흐름을 진행하고 있다. 바리는 죽은 자와 소통하며 동물의 마음과 교통할 수 있는 영험한 능력을 갖고 있다. 그 능력에 의지하여 현실에서 직면하는 의문과 번뇌를 꿈과 환상에서 풀어놓는 동시에 과거와 미래를 관찰하기도 한다. 더불어 이미 죽은 칠성이와 할머니의 혼을 만나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기도 하고 할머니로부터 '바리공주'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무엇보다 꿈과 환상에서 끊임없이 찾아 질주하는 '생명수'에 대한 존재의식과 모험심이 바리 자신의 의지를 점점 불태우고 있다. 작가 황석영은 북한에서 태어나서 중국을 거쳐 영국에 이르기까지의 바리의 20여년간의 인생여정을 일상적인 일기체로 말하는 동시에 바리의 영험한 능력에 기인하는 꿈과 환상을 매개체로 현실에 대한 해석과 그 소중한 '생명수'에 대한 갈급함을 교차하여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사실 『바리데기』는 매우 우울한 소설이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바리의 관점은 이성적이면서 건조한 문체로 불행으로 점철된 자신의 삶을 관찰하고 있다. 바리의 시선이 닿는 곳은 전부 암울하다. 바리의 시선은 자신의 기구한 삶에서부터 주변 사람들의 다양한 불행함에까지 관조한다. 더나아가 남북분단, 북한의 기근, 빈부 및 국가적 양극화 현상, 911 테러, 아프카니스탄과 이라크 전쟁, 런던 테러, 쿠바 콴타나모 수용소 등으로 대변되는 20세기말 세계사의 어두운 장면까지 관통하고 있다. 어쩌면 바리가 자신의 꿈과 환상가운데 찾아나선 '생명수'에 대한 갈급함은 현실에서 관찰했던 세상의 어둡고 암울하고 억울한 것에 대한 해결책을 기대하는 갈증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작가는 소설의 뒷부분에 '생명수'를 찾기 위해 서천의 끝까지 여행하는 바리의 여정을 압권의 몽환적 문체로 묘사하면서 생명수의 존재를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과연 바리가 구한 생명수는 어떤 것이었을까? 생명수는 과연 존재하는 것이었을까? 이에 대한 황석영의 대답은 역시나 단호하다!
"숨은그림찾기입니다. 글쎄요, 이 작품에서 생명수는 과연 무엇일까요? 그리고 바리는 그것을 찾기라도 했을까요? 이는 독자들께 던지는 질문이 될 것입니다."   <p301, 작가인터뷰中> 

  작가는 생명수의 존재여부와 생명수의 실체에 대한 답을 독자가 찾아야 할 과제임을 피력하면서 생명수에 대한 폭넓은 해석, 그리고 이 세상의 어둡고 암울함에 대한 책임의식을 독자들에게 은근히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작가 황석영은 '생명수' 자체보다는 '생명수를 알아보고 찾고자 하는 마음'이 본질이며, 바로 그것은 빈부와 국가와 인종과 체제에 초월하여 진행되어야 할 인류의 숙제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표준어와 함경도사투리, 현실세계와 몽환적 꿈과 환상의 세계, 한 여인의 기구한 청춘과 20세기말 현대사의 어두운 사건들이 교차되고 반복되는 이 대서사시는 작가 황석영의 상상력과 고집, 작가의식과 역량을 여실히 보여주는 걸작이라 할 만 하다. 앞서 서두에서 언급한 YES24의 '우리 시대 대표작가' 투표의 황석영 쏠림 현상은 바로 이러한 그의 괴물스러움을 입증하고픈 문학매니아들의 마우스 클릭이 모아진 결과가 아닐까? 

 
Written by Dav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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