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된 CEO - 알고 있는 모든 상식과 편견을 뒤집어라
조한필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최근 범람하고 있는 자기계발서의 내용은 대부분 비슷한 내용으로 정리된다. 많고 많은 자기계발서들이 옳고 바람직한 삶을 제시해주는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거기서 거기인 비슷한 내용의 반복과 충분히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한 외침으로 인해 신선함과 도전을 얻지 못하며 실망하는 독서가들이 많은 것 또한 사실인양 보인다.  

  알고 있는 모든 상식과 편견을 뒤집어라, 는 강렬한 표지문구가 돋보이는 『개가 된 CEO』도 바로 이러한 일반적인 자기계발소설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우리사회에 만연한 <편견>이 갖는 오류를 주제로 한 처세소설이다. 제목부터 흥미롭다. 책을 읽기 전, 설마 CEO가 개가 된다는 내용일까, 하는 호기심으로 갸우뚱했다. 하지만 정말 CEO가 개가 되는 내용이다. 잘 나가는 중견기업의 전도유망한 젊은 CEO가 갑자기 개로 변해서 이런저런 일들을 겪게 되고, 과거 자신의 나쁜 행태를 반성하여 다시 사람이 된다는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다. 허무맹랑한 상황설정과 매끄럽지 못한 이야기 전개, 심심치 않게 발견되는 오탈자 등이 적지않이 눈쌀을 찌푸리게하지만 이 책이 전하는 메세지는 단순명료하다. 편견을 갖지 말라는 것이다. 

  편견은 무서운 것이다. 마치 마법과 같아서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굴절되고 오도되어 비춰지게 한다. 관찰대상이 사람이든, 사물이든, 어떤 것이든 편견은 진실을 왜곡하며 사실을 호도한다. 자기 스스로 이미 단정지은 프레임을 통해 바라보는 세상은 각기 고유의 색상을 갖고 있는 피관찰자의 진정성을 왜곡하기 마련이다. 수많은 편견과 선입견이 잘못됨을 극대화하고, 꼭 봐야할 것을 보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는 것을 깊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은 편견공화국이라 할 만큼 편견이 만연해 있는 사회다. 단일민족의 유구한 역사는 새로운 것과 다른 것에 대해 거리감을 갖는 민족성의 동기가 되었다. 변하기 싫어하는 보수주의적 사고방식과 '우리'보다는 '나'에 익숙한 우리네들의 습속은 우리 사회에 다양성의 부족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더욱이 학연과 지연과 혈연이라는 한국인의 대인관계의 표상은 편견과 선입견으로 개인과 사회를 바라보는 프레임 문화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지 않고는 우리사회가 보다 높은 차원의 진보된 사회로 나아가는 데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는 게 내 소견이다.  

  사실 비슷하고 동일한 것에 대한 공감대를 추구하는 것이 비단 나쁜 것만은 아닐 것이다. 동질성의 추구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범위가 축소될 때, 위험한 흉기가 될 소지가 있다. '인류'에서 '한국인'으로, '한국인'에서 '우리 정당', '우리 지역', '우리 학교'로 범위가 축소될수록 우리의 눈엔 여러겹의 색안경들이 씌워진다. 그 색안경들은 진실을 왜곡하고 우리가 아닌 것엔 흉기를 휘두르게 하기 때문이다.
☞ 여러분은 미술 시간을 기억하실 겁니다. 팔레트에 여러 색을 섞으면 마지막엔 블랙이 되죠, 마찬가지로 여러 겹의 색안경들은 암흑이 되어 결국 우리의 눈을, 우리의 미래를 가리게 됩니다. 여러분은 색안경, 즉 편견의 피해자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가해자입니다. 우리는 편견의 악순환을 끊어야 합니다. 개인의 성공을 위해! 사회의 발전을 위해!   (p. 159) 

  대한민국의 GDP가 2만불을 넘어섰다. 이제 본격적으로 선진국 대열인 3~4만불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서구 선진국들의 3만불 역사가 말해주듯 그 과정속에서 얼마나 많은 사회적 충돌과 대립이 발생하는지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사실 GDP 2만불까지는 경쟁과 효율의 논리만으로도 가능했다. 하지만 3만불의 벽을 넘어 4만불의 사회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보다 높은 차원의 자원이 필요하다. 바로 협력과 공생이라는 비편견적, 비선입견적 공동체 문화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미국을 위시한 부자나라들의 현대사는 그것을 여실히 입증하고 있음이다. 

  무엇이든 내포적 힘이 외연적 겉치레를 압도하는 법이다. 만약 우리가 오만한 편견으로 피관찰자의 내포적 힘을 보지 못하고 외연적 겉치레만을 포착하여 그것이 전부인양 받아들인다면, 그리고 그러한 편견의 오류에 빠진 사람이 많은 사회가 되면 될수록 우리사회는 진보가 더디고 행복이 미지근한 사회가 될 것은 자명하다.  

  식상한 이야기의 흐름과 수준 낮은 완성도의 실망스런 책이지만, 우리사회에 만연한 편견의 오류를 꼬집은 것에 그나마 도전을 얻고 위안을 삼는다. 수박을 수박으로 보고, 고양이를 고양이로 보며, A를 A로 볼 수 있는 개인, 그런 개인이 많은 사회, 그런 사회를 지향하는 문화, 그런 문화가 팽배한 세상. 그런 세상을 열망하는 것은 비단 나 혼자만은 아니리라.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을까요?"
  "좋아요. 그 질문 자체가 벌써 시작했다는 뜻이에요. 고흐는 서른 살이 되어서야 그림을 그렸고, KFC 창업자 샌더스는 65살때 받은 105달러의 사회보장 지급금으로 사업을 시작했어요. 만델라가 감옥에서 나왔을 때는 72세였고요, 드골은 75세에 프랑스 대통령에 당선되었죠."   (p. 102,103)


 

http://blog.naver.com/gilsamo
Written by Dav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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