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이 아름답다 - 인간 중심의 경제를 위하여
E.F. 슈마허 지음, 이상호 옮김 / 문예출판사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역을 3개월 앞둔 쯤에 동생이 보낸 책이었다. 초판의 발행은 1980년 8월 중순으로 '5.18의 발포 책임' 공방이 연일 계속되고 있을 때였다. 8월 하순이 되어도 학교의 휴교령은 해제될 기미가 없었다. 초판 발행이후 약 4년의 세월을 떠돌다 인문대학생이던 동생을 통해 내게로 왔다. 고교때는 정치경제와 대학때는 경제학개론 정도였던 나에게 '슈마허'의 '메타경제학(meta-economics)'은 생소했다.


  세상에는 많은 문제가 있지만 원인은 유한과 무한의 갈등이다. 서구 경제학은 '인간의 욕망은 무한한데 주어진 자원은 유한하다'는 전제로 시작한다. 이여 1970년대는 경제학의 전통에 반기를 둔 새로운 이론이 등장한다. 바로 '메타-경제학'을 주장한 'Schumacher'이다. 그는 지속가능한 경제구조를 위해 욕망보다는 한정된 자원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슈마허의 사상이 '불교의 경제학' 이론을 기반을 두고 있다는 의미이다. 법정의 '무소유'도 부처의 '팔정도'의 하나로 불교 경제학의 기조다.


  현대경제에서의 이윤과 성장의 추구가 거대한 조직과 전문화를 가속화시켜, 결과적으로 거대 경제체제의 비능률과 환경오염, 노동 조건의 비인간화를 낳았다고 비판한다. 생산이 아니라 인간에다 역점을 두고 있는 저자는 인간이 자본의 노예로 전락하고 있는 현대경제의 현실을 거부하고, 자본은 어디까지나 인간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인간 중시의 경제를 추구하고 있다. 


  기존 경제학은 '자연자원'을 '소득'이라고 보지만 메타경제학은 '자본'으로 여긴다. 자본적 사고는 무분별한 소비의 대상이 아니라 절약하고 아끼는 대상으로 본다. '재화'라고 여기는 제조품과 서비스는 '2차 재화'로, 원유 등 자연이 만들어 내는 재화를 '1차 재화'로 보았다. 우리가 휴일이면 즐기는 신선한 공기•물•토지 등 자연 전부를 경제의 영역으로 포함할 때, 좀 더 통찰력 있는 경제학적 시각을 갖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착한 소비' 무감각한 소비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물건을 그것이 친환경적인 공정으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만들어졌는지, 오랫동안 사용할 있는지, 자신이 사는 지역에 도움이 되는지 등을 고려한 '휴일 쇼핑' 'Small is beautiful' 주장하는 '슈마허' 생각과 동일한 경제 행위이다.  13061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이지 않는 도시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8
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현경 옮김 / 민음사 / 200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타도시나 고향에 갈때 버스 여행을 즐긴다. 이동중에 책을 볼 수 있어 좋다. 평소 읽다 말았거나, 읽었지만 다시 음미하고 싶은 책을 챙겨 든다. 그리고 곧 졸리기 시작한다. 보던 책을 덮고 차창밖 풍경을 보면 새롭다. 차안에서 독서를 권장하고 싶지않다. 흔들리는 공간에서 작은 글씨에 촛점을 맞추다 보면 더 졸린다.


  최근 부산과 대구의 인구는 감소 추세지만 울산과 광주광역시의 인구는 증가하고 있다. 도시의 일자리가 증가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울산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산업도시로 부의 도시다. 울산에서 '부자'라는 소릴 들으려면 600억 정도의 재산은 있어야 한다고 한다. 또한 빈부의 격차가 큰 도시이기도 하다.

 

  '이탈로 칼비노'가 그리는 '보이지 않는 도시들'은 환상적인 가상의 도시들이다. 이 도시들은 비연속적인 시공간 속에 존재한다. 도시는 기억, 욕망, 기호 등 수많은 것들의 총체이다. 도시는 경제학 서적에서 설명하듯 교환의 장소이다. 교환의 대상이 물질적인 것만이 아니다. 언어, 욕망, 추억들도 교환된다.


  책의 이야기들은 계속적인 형태를 취했다가 사라지는, 불행한 도시 속에 숨어 있는 행복한 도시들의 이미지 위에서 펼쳐진다. 어떨 때는 슬픈 도시들만이, 어떨 때는 행복한 도시들만이 그의 머리에 떠올랐다. '칼비노' 하늘에 별과 황도 십이궁을 도시와 비교해 보는 시기도 있었고, 매일 자신의 공간을 넓혀가는 도시의 쓰레기들을 이야기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만약에 미래의 도시 역시 현재와 같다면, 삶의 무게에 짓눌린 사바를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각자의 현실에 몰입하는 것이다.  13062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찰스와 엠마 - 다윈의 러브 스토리
데보라 하일리그먼 지음, 이승민 옮김 / 정은문고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찰스에게 개가 사람보다 더 편하게 느껴졌다. 어릴 때부터 개들을 좋아했고 개들도 그를 좋아했다. 항해에서 막 돌아 왔을 때만 해도 아버지와 누이들과 떠나기 전처럼 잘 지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는 전과 달라졌는데 가족들은 그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뜰에 나가 휘파람을 불면 그의 개는 자신의 옆으로 달려와 나란히 걸었다. 개는 다른 사람에게는 무뚝뚝하면서도 찰스만은 잘 따랐다. 

 

  1809년 2월 12일 찰스는 마운트 저택에서 태어났다. 아기때는 '바비'라고 불렸다. 다윈 박사의 여섯 아이 중 다섯째였다. 아들은 찰스와 에라스무스, 둘뿐이고 딸은 네 명이었다. 어머니 수잔나는 찰스가 어릴 때 세상을 떠났으므로 집안의 중심은 아버지인 로버트 다윈 박사였다. 찰스는 몇 시간이고 혼자 생각을 하거나 새를 관찰하거나 시냇물에 떠내려가는 나뭇잎과 나뭇가지를 바라보곤 했다. 

 

  찰스 다윈은 과학사에서 유례가 없는 유산을 남겼다. 그는 후대 과학자들에게 '연구에 준거가 될 이론'을 제공했다. 다원의 천재성과 다윈의 생각이 어떻게 세상을 바꾸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 작가들은 수백 명이다. 다윈이 젊은 박물학자로 비글호에 승선하여 세계를 항해한 일이 첫 번째이고, 낯설고 광대한 지식의 신대륙을 발견하여 대표작 '종의 기원'에 펼쳐놓은 일이 두 번째 모험 이야기이다. 


  이는 서구문명에서 가장 손꼽히는 유레카의 순간들 중 하나였다. 다윈이 항해에서 돌아와 가정을 꾸리는 것에 대해 자칫 우습기도 하지만, 기발하고도 솔직한 찬반 목록을 적어내려 가면서부터 그에게는 또 다른 모형이 시작되었다. 다윈의 러스토리이다.

 

  결혼의 상대를 찾던 찰스에게 사촌 엠마가 좋은 짝이 되었다. 엠마는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다. 찰스와 엠마가 과학과 종교의 성공적인 결혼을 이끌어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이 책은 들려준다. 생명을 바라보는 과학적 관점과 종교적인 관점은 두 사람의 차이를 넘어서 그것에 굴하지 않고 서로를 사랑했다. 


  찰스와 엠마 부부는 자식을 열을 낳았고 셋을 잃었다. 아이의 죽음은 너무나 가혹하고 애통해서 부부는 남은 평생 일을 입에 올리기조차 힘들어했다.  1307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이 이야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끝임없이 공간이동을 꿈꾸며 산다. 새로운 스토리를 찾는다. 'Story'가 세상에서 가장 큰 광맥이요, 오아시스다. 부커상(The Booker Prize)은 매년 지난 1년간 영국 연방 국가에서 영어로 씌어진 소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품을 쓴 작가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노벨문학상•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이다. 'Life of Pi'는 2002년 부커상을 수상했다. 색계•브로크백 아카데미 수상한 '이안' 감독의 3D영화(라이프 오브 파이)로 올 1월에 개봉된 바있다. 책은 1부 토론토와 폰디체리, 2부 태평양, 3부 멕시코 토마틀란의 베니토 후아레스 병원으로 구성되었다.

 

  주인공 '파이'는 인도 폰디체리에 동물원을 운영하는 집안의 아들이다. 동물원에 살면서 가톨릭계 학교에 다니는 파이는 동물에게도, 사람에게도 마음이 열린 소년이다. 힌두교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이슬람교와 기독교를 접한다. 힌두 사원과 이슬람 회당과 천주교 성당의 예배에 모두 참여하며 신과 풍요로운 관계를 맺는다. 그러던 중 가족은 동물원을 처분하고 캐나다로 이민을 떠난다. 정부의 지원이 끊겨 동물 운영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파이'는 화물선을 타고 태평양을 건너 캐나다로 항해한다. 하지만 태평양 한가운데서 폭풍우로 배가 난파된다. 배는 바닷속으로 가라앉고 열여섯 살 인도 파이와 다리가 부러진 얼룩말, 하이에나, 오랑무탄, 벵갈호랑이(리처드 파커), 파이의 엄마, 프랑스 요리사, 청년 선원 한 명이 구명보트에 살아 남았지만 사람과 사람끼리, 동물과 동물끼리 싸움이 일어나 호랑이 '리처드 파커'와 '파이'만 살아 남는다. 

 

   227일간, 소년은 태평양 한가운데 고아가 되어 홀로 떠 있다. 앞은 커다란 호랑이, 밑은 상어가다니고, 폭풍우가 쏟아진다. 태평양이 더 두렵지만 파이는 절망하지 않는다. 이 소설은 '로빈슨 크루소', '걸리버 여행기', '백경'을 잇는 최고의 모험 소설이다. 토끼는 용궁에서 지혜롭게 살아 온 우리의 고전도 있지만 육지의 맹수와 바다 가운데에서 있다면 사람을 혼절시키기에 충분하다. 파이는 먹을 게 생기면 호랑이부터 먹이고 보살피며 조련시킨다. 소년은 끝없이 이어지는 시간속에서도 생활을 만든다. 지나가는 배보다는 진정한 구원을 기다린다.

 

  '28'(정유정 ), 사람과 개는 유기적인 연대의식을 공유한다. 파이와 파커는 불신속의 굶주림 상황에서도 서로를 의지하기  시작한다. '동물원을 샀어요'(벤저민 ), 쓰러져가는 동물원을 살리기 위해 3대에 걸친 가족이 총출동하여 열정과 전재산을 쏟아붓는다. 하지만 파이네는 야생동물과 항해 중에 난파된다. 표류중에 '식충 '에서의 '미어캣' '식인 과일' 대한 경험을 듣는 일본 운수성 직원은 '콘텍트'( 세이건 ) '엘리 에로웨이' '직녀성' 우주 광경을 토로할때 처럼 믿덥지 않게 생각한다. 병실의 파이는 흐느낀다. 멕시코 해안에서 '리처드 파커' 아무 인사도 없이 자신을 떠났기 때문이다. 15050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박석무 엮음 / 창비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천지간에 외롭게 서있는 내가 운명적으로 의지할 것이라곤 오로지 책과 붓이 있을 뿐이다', 다산은 40세되던 1801년 2월9일 새벽에 체포되어 옥에 갇힌다. 그해 11월에 강진으로 유배되어 12월 22일자 두 아들에게 보내 편지글의 한 대목이다. 그것은 사회적으로 무너진 학자의 절망을 단적으로 보여준 문장이다. 젊은 '법정'이 학업을 포기하고 출가했던 심정과는 견줄 수는 없겠지만 빈처지로 책과 부처를 바라봤을 것이다.


  유신정권 이후에도 옥살이를 하면서 책을 읽은 저명한 인물들이 우리 사회에는 꽤 많다. 2012년 10월에 정식 개소한 '광주트라우마센터'의 '강용주'센터장도 정다산과는 다르지만 나라의 형벌(정다산:18년, 강용구:14년)로 개인의 자유가 막혔던 인물이다. 그들의 양심은 자유로워 어디에서고 책을 놓지 않았다.

 

  역자는 70년대말 내 고등학교 은사시다. 이 책은 그때의 초판(시인사, 1978년, 조태일 교수)이다. 창비사의 초판은 1991년에 발행되었다. 역자는 국회의원을 마치고 한국고전번역원장을 지나 현재는 다산연구소의 이사장이다. '다산학의 시대적 배경소고'(1975, 전남대 호남문화연구소)에서 '다산학의 선 자리는 반주자학, 반성리학, 반봉건, 반부패의 일관된 이론으로 봉건 사회에 대한 비판적 주장이다'하였다.


  다산이야말로 칠흑같이 어두운 봉건시대에 실날같은 한 줄기 민중적 의지로 75년동안 살다가 쓸쓸하게 사라져간 역사적 인물이다. 좌절할 줄 모르던 봉건시대의 진짜 민중이었다고 역설한다. 여기서 '민중'은 사회계급측면에 백성이며 '대중'은 문화측면을 강조한 정치•경제성을 지닌 백성, 즉 국민이다.

 

  200여년 전 훌륭한 지성이자 아버지였던 다산이 자기 아들을 포함한 친지들에게 주는 간절한 내용인 다산 편지를 통해 우리의 전통적 가치나 사상의 합리성을 배우게 된다. 다산은 둘째 아들 '학유'에게 양계를 해도 책읽은 사람답게 닭을 기르는 법, 계경 같은 책을 하나 만들어 보라고 권유한다. 


  다산은 '어린 딸을 생각하며' 읇는다. 어린 딸이 단오날에, 같은 살결 깨끗이 씻고 새롭게 분장했네, 치마는 붉은 모시베로 만들었고머리위에는 푸른 창포잎을 꽂았구려 절하는 연습하다 예쁜 모습 보여 주고. 13080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