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박석무 엮음 / 창비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천지간에 외롭게 서있는 내가 운명적으로 의지할 것이라곤 오로지 책과 붓이 있을 뿐이다', 다산은 40세되던 1801년 2월9일 새벽에 체포되어 옥에 갇힌다. 그해 11월에 강진으로 유배되어 12월 22일자 두 아들에게 보내 편지글의 한 대목이다. 그것은 사회적으로 무너진 학자의 절망을 단적으로 보여준 문장이다. 젊은 '법정'이 학업을 포기하고 출가했던 심정과는 견줄 수는 없겠지만 빈처지로 책과 부처를 바라봤을 것이다.


  유신정권 이후에도 옥살이를 하면서 책을 읽은 저명한 인물들이 우리 사회에는 꽤 많다. 2012년 10월에 정식 개소한 '광주트라우마센터'의 '강용주'센터장도 정다산과는 다르지만 나라의 형벌(정다산:18년, 강용구:14년)로 개인의 자유가 막혔던 인물이다. 그들의 양심은 자유로워 어디에서고 책을 놓지 않았다.

 

  역자는 70년대말 내 고등학교 은사시다. 이 책은 그때의 초판(시인사, 1978년, 조태일 교수)이다. 창비사의 초판은 1991년에 발행되었다. 역자는 국회의원을 마치고 한국고전번역원장을 지나 현재는 다산연구소의 이사장이다. '다산학의 시대적 배경소고'(1975, 전남대 호남문화연구소)에서 '다산학의 선 자리는 반주자학, 반성리학, 반봉건, 반부패의 일관된 이론으로 봉건 사회에 대한 비판적 주장이다'하였다.


  다산이야말로 칠흑같이 어두운 봉건시대에 실날같은 한 줄기 민중적 의지로 75년동안 살다가 쓸쓸하게 사라져간 역사적 인물이다. 좌절할 줄 모르던 봉건시대의 진짜 민중이었다고 역설한다. 여기서 '민중'은 사회계급측면에 백성이며 '대중'은 문화측면을 강조한 정치•경제성을 지닌 백성, 즉 국민이다.

 

  200여년 전 훌륭한 지성이자 아버지였던 다산이 자기 아들을 포함한 친지들에게 주는 간절한 내용인 다산 편지를 통해 우리의 전통적 가치나 사상의 합리성을 배우게 된다. 다산은 둘째 아들 '학유'에게 양계를 해도 책읽은 사람답게 닭을 기르는 법, 계경 같은 책을 하나 만들어 보라고 권유한다. 


  다산은 '어린 딸을 생각하며' 읇는다. 어린 딸이 단오날에, 같은 살결 깨끗이 씻고 새롭게 분장했네, 치마는 붉은 모시베로 만들었고머리위에는 푸른 창포잎을 꽂았구려 절하는 연습하다 예쁜 모습 보여 주고. 13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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