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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의 일기 (보급판 문고본) -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사단법인 한국교육지원회 선정 아침독서 10분 운동 필독서
안네 프랑크 지음, 최미영 옮김 / 느낌이있는책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훈훈한 3월에 나는 큰 건물들이 즐비한 사거리를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유명한 빵집 안을 우둑허니 들여다 보거나 행단보도 앞에 서서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봤다. 그렇게 “안네의 일기”를 만났다. 서점에서 간단히 요약된 “권투입문서”를 찾았지만 마음에 든 책을 찾지 못했다. 40분 이상을 그렇게 뒤지다가 서점 주인에게 미안하여 싸고 작은 책을 손에 넣었다.
“안네”는 우리네 중학생이다. 나는 중학생들이 등교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편하다. 보조가방을 흔들고 땅바닥을 보거나 우유를 마시며 걷는 그 모습은 순수해 보인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난 “안네”는 독일에 히틀러 정권이 들어서자 유재인 탄압을 피해 가족을 따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옮긴다. 1941년 독일군이 네덜란드를 점령하자 1942년 “은신처”로 피신한다.
1944년 8월 게슈타포에 의해 은신처가 발각되어 유대인 수용소에서 1945년 3월초 16세의 나이로 죽음을 맞이한다. 1947년 가족 가운데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버지 오토 프랑크가 안네의 일기를 “어린 소녀의 일기”로 출판한다. 이 책은 청소년을 둔 부모들이 읽어 볼만하다. 물론 우리의 자녀들이 읽고서 자신의 감정과 특수 상황을 극복해가는 유대인 소녀의 의식을 체험할 수 있다. 특히 전쟁 중에 10대 소녀에게 사랑의 감정이 어떻게 싹튼 가를 보여주는 대목은 나의 중학시절을 떠오르게 했다.
인간의 사랑은 어떤 상황에서도 피여 난다. 둘째 딸인 “안네”가 처음 일기 날짜는 1942년 6월 14일 생일 때부터였다. 선물로 책을 많이 받았다고 씌워져 있었다. 우리네 아이들은 생일 때 얼마나 책을 선물로 받는지 생각했다. 힐데브란트의 <요지경>, 요제프 코헨의 <네덜란드의 신화와 전설>, 데이지가 쓴 <산의 휴일> 그리고 <그리스·로마 신화> 등을 생일 선물로 받은 “안네”는 “은신처”에 피신해 있으면서도 독서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안네”가 일기를 쓰게 된 목적을 이렇게 고백한다. “나는 쓰고 싶어. 가슴속에 있는 것을 몽땅 털어놓고 싶어.” 누가 열세 살 여학생의 고백에 흥미를 가질 사람이 누가 있겠어? 하지만 그런 일은 문제가 안 돼. “종이는 인간보다 끈질기다”라는 말이 있어. 조금 우울했던 어느 날, 밖으로 나깔까 집 안에 있을까 결정하는 것조차 귀찮아서 턱을 괴고 가만히 앉아 있을 때면 이 말이 생각나.
“안네”에게 일기를 쓰게 된 더 근본적인 이유는 자신에게 진실한 친구가 없기 때문이라고 고백한다. 아무리 친구가 많아도 그들과는 단지 장난을 치거나 농담을 주고받을 따름으로 다른 사람을 믿을 마음이 없는 것에 아쉬워하고 있다. 일기를 쓰기로 했다고 고백한다. 자신의 일기장을 “키티”라 부르게 된다. “안네”가 “키티”에게 자신의 가족을 소개하는 대목은 귀엽고 순수한 모습이다.
안네의 “은신처”에서 국가 상황과는 다르게 개인의사랑을 만들어 간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 사랑도 잠시 국가의 권력이나 전체적인 힘에 의해 연기처럼 사라짐으로 어처구니없는 아니면 처참한 죽음을, 또는 개죽음을 당하게 된다는 사실에 안타까웠다.
“안네”의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과 그리고 소녀 마음의 조림 그리고 불안과 설렘은 지금에 우리들이 느끼는 감정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어느 시대나 어떤 상황에서도 남녀간에 사랑의 시작과 끝은 흐르는 강물 같아 정지하거나 머물지 않는다. 항상 내·외적 요인에 의해 변화하게 된다.
“페터”는 “안네”와 함께 은신처에 숨어 살던 “판단”씨 일가의 외아들이었다. “안네”보다 두 살 많은 소년으로 처음에 “안네”는 “페터”를 보고, 게으르고 멍청하며 어리석기 짝이 없다고 썼다. “페터”는 “은신처”에서 하루하루를 의미 없게 보내며, 늘 잠만 잔다고 썼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뒤, “페터”에 대한 “안네”의 태도는 달라진다. 사춘기가 되어 성에 눈을 뜬 “안네”와 “페터”사이는 연인으로 발전하게 된다.
1944.1.5일에 “안네”는 두 가지를 고백한다. 하나는 자신의 엄마가 친구처럼 보다는 존경스러운 엄마이기를 원하며, 다른 하나는 자신이 사춘기 증후를 보이고 있다고 썼다. 월경을 세 번 했지만 무엇인가 달콤한 비밀을 간직한 느낌이며 마음속으로 이 비밀을 즐길 때를 기다린다는 마음을 고백했다. “안네”의 소녀 친구와 가슴을 서로 만져보면서 우정을 나누자는 제안하지만 거절당한다. 그리고 고백한다. “나는 비너스와 같은 여체를 볼 때면 마음이 황홀해져, 진정한 여자 친구가 있으면.”
1944.1.6일의 일기장에 쓴다. “누구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을 생각한다. 그 상대로 “은신처” 함께 사는 “페터”가 있음을 고백한다. 그리고 “페터”에 대한 자신의 감정이 커져 가면서 “페터”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확증을 찾을 때에야 비로소 “페터”에게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겠다는 마음을 일기에 드러낸다.
나는 여기서 자신의 사랑이 상대에게 전달되어 비로소 일체화 되었을 때 두 사람은 연인으로 발전하게 되고, 결국은 남녀사이가 믿음과 신뢰가 존재할 때야 비로소 서로의 마음을 열게 됨을 확인하였다. “안네”와 “페터”가 “은신처”에서 첫 키스를 나눈 날은 1944. 4. 28(금) 아침 8시30분경이었다. 일기 상에는 약 널 달 만에 이야기 상대에서 첫 키스를 나누는 연인으로 발전하였다. 하지만 다른 때와 달리 둘은 거리를 함께 다니지 못했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는 오직 페터 때문이며, 그는 내 전부이다.", "내가 그를 좋아하는 것만큼 그도 나를 사랑하는지 알고 싶다.", "함께 있어도 “페터”를 보고 싶다. 그를 사랑한다" 라는 등 “페터”에 대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페터 대신 내가 아프고 싶다"고 말한다. “은신처” 가족들은 두 사람이 지나치게 친밀한 관계를 갖지 못하게 막았다. 그런 와중에 안타깝게도 어느 네덜란드인의 밀고로 “은신처”에 숨어 있던 유대인 전원이 수용소로 끌려간다.
그곳에서 가장 먼저 “판단”씨가 건강이 나빠져 가스실로 끌려갔고, “판단”씨의 부인이 죽었으며, “안네의 어머니”는 수용소에서 독일군이 안네의 언니 “마르고트”에게 음란한 짓을 하려던 것을 막으려다가 좀 밉보이게 되고, 결국 죽었다. 그 뒤 “안네의 언니”와 “안네”는 다른 수용소로 옮겨졌으며, “뒤셀”씨, “페터”, “프랑크” 씨도 다른 수용소로 옮겨진다. 그 곳에서 “뒤셀”씨가 가장 먼저 죽는다. 그 뒤 몇 천 명의 유대인들이 대량으로 학살된다.
다행히 그 때 “페터”와 “프랑크”씨는 살아남았지만 그 뒤 8명 정도의 유대인을 다시 뽑아 가스 실로 보냈는데 그 8명인가에 “페터”가 속해 있었다. 그리고 4일 뒤, 그 수용소의 유대인들이 모두 풀려난다. “안네”가 그토록 사랑했던 “페터”가 4일이라는 짧은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가스실로 끌려가 죽어버림을 읽는 나를 안타갑게 했다.
“안네”와 “안네의 언니”는 옮겨진 수용소의 시설이 너무나 형편없고 열악한 환경이었기 때문에 둘 다 “티푸스”에 걸리게 된다. 쇠약해진 “마르고트”는 사망하고 언니의 죽음에 모든 기력을 잃은 “안네”도 따라 죽는다. “안네”는 “티푸스”에 감염된 상태에서 절망과 쇠약으로 죽고, “페터”는 수용소에서 모두가 풀린 4일전에 뽑혀서 죽고 마는 전쟁에 희생된 연인이었다.
“안네”의 만년필은 어디에서 뒹굴다 없어졌을까 싶었다. “안네”가 아홉 살 때 할머니가 가죽상자에 넣어 소포로 보내준 것으로 열세 살이 되자 “은신처”로 함께 와서 일기와 작문을 쓰는데 그 만년필을 사용했었다. “안네”의 꿈은 저널리스트나 작가였다. 09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