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조형 Thinking 형상 + 사유 시리즈 1
문찬 지음 / 안그라픽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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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이 고향인 산 할머니는 굽은 허리를 세우며 광의 구석에 꼽아둔 오래된 검정 노트를 꺼내 내 앞에 툭 던졌다. 그것은 할머니가 시집와 지금까지 또박또박 적은 가계부였다. '죽고 싶어도 죽을 시간이 없데이'. 할머니는 흙위에 앉아 있을 때 가장 편하다고 했다. 사람 사이에 장벽은 많지만 모두는 연결될 수 있다. 사랑이 없는 지식이란 허사다.


  시지각은 모든 감각과 기억까지 포함한다. 우리가 보는 것의 경험은 많은 다른 것과 상호 연결된다. 분별적 시각 요소의 수에 관계없이 요소들은 자동적으로 조합되어 친밀한 글자로 지각된다. 할머니의 가계부의 작은 글씨들은 가난한 시대에 서로의 친밀성이 구룹핑되어 삶의 통찰을 내준다. 전체라는 것은 부분의 합과는 다르다. 


  시각 요소들을 하나의 형상으로 구룹핑하는 것이 게쉬탈트(Gestalt)이다. 시야계가 완전히 동질적이라면 대상을 식별할 수 없다. 시각적 분별이 이루어지기 위해서 시각 세계는 이질적이 되어야만 한다. 우리가 사는 이질적 시각 세계에서 자기가 생각한 형상이 무엇인가를 선택하는 것은 자유이다. 


  스마트시대에 누구든 눈앞에 형상들을 자신의 이미지로 담는다. 나 또한 즐겨하는 생활 습관이다. 사진속의 '형상'과 '배경'의 관계에서 몇 가지를 관측된다. 형상과 배경이 물리적 평면에 있다 해도 형상은 관찰자에게 더 가까이 나타난다. 


  둘은 동시에 보여지지 않고 종속적으로 보여진다. 형상은 배경이 좁은 면적에서 윤곽선을 갖은 것처럼 보인다. 형태는 속성을 갖는다. 책꽃이에 꼽혀 있는 신혼 생활비 내역이 적힌 가계부를 보면서 어설펐던 시절을 떠울린다. '조형과 사진 심리' 우리의 안목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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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
이문열 지음 / 맑은소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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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등단 직후 소설로 40~50대의 유년에서 청년기의 고향 이야기이다. 가끔 '카스'에서도 고향의 향수를 얘기하는 글들이 있다. 작품에는 시대착오적 의고주의와 음울함이 스며있다. 우리가 진정으로 사랑했던 고향에로의 통로는 기억에만 존재할 뿐이다. 해외동포나 한국의 대도시에서 살던간에 세상의 지도로는 돌아갈 수 없다. 고향 문중의 해체와 산업사회의 발달은 쓸 만한 젊은이를 고향에 두지 않았다. 

 

  아무도 사라져 아름다운 시간 속으로, 자랑스러우면서도 음울한 전설과 장려한 낙일도 없이 무너져 내린 영광 속으로 돌아갈 없다. 현란하여 몽롱한 유년과 구름처럼 허망히 흘러가 버린 젊은 날의 꿈속으로 둘아갈 없다. 한때는 열병 같은 희비의 원인이었으되


  이제는 똑같은 빛깔로만 떠오르는 지난날의 애증과 낭비된 열정으로는 누구도 돌아갈 없다. 강풍에 실이 끊겨 가뭇없이 날려가 버린 연처럼 그리운 날의 노래도 다시 찾을 없다. 우리가 늙어 죽기도 전에 고향은 사라지고 있지만 저마다의 가슴에 이야기로 남아 있다.  13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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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1백년 1 - 개화기 이후 광주의 삶과 풍속
박선홍 지음 / 심미안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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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판에 흩어져 살던 시대에 뒤이어 시민이 도시에 모여 사는 시대가 왔다. 도시란 인간 이하 상태의 집이나 둥지를 초월한 초대형 집이며 가정보다 더 추상적이고 고차원적인 실체다. 즉 단순한 인간에 불과했던 자들이 최상의 에너지를 발휘하는 시민으로 탄생한 최고의 유기체이다 현대의 도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도시의 근대를 참고•연구하여 창조적인 문화•생태•역사•경제적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성해야만 도시의 생명력을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 따라서 두 가지를 잊지 말아야 한다.하나는 도시라는 땅을 알아야 하고, 다음은 도시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

 

  1996년에 전라도에서 전남이 나뉘고 광주가 도청 소재지가 된 지 1주년을 맞이 했었다. 그동안 광주는 서남권의 거점도시로 발전해오기까지 숱한 여정을 겪어왔다. 우리 나라의 곡창으로서뿐만 아니라 섬유공업의 원료공급기지로서 일제 식민지 수탈의 거점이 되었으며 이에 항거하는 우리나라의 의병항쟁과 학생독립운동의 본거지다. 우리 선인들은 내 것을 지키고 가꾸면서 신문화를 받아들이고 급격한 개화의 물결 속에서도 향토 정신의 맥을 지켜왔다.

 

  1980년, 광주에서 일어난 5.18민주화 운동은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한 대한민국 현대사의 일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광주 5.18민주화 운동은 당시 신군부의 무자비한 탄압에 의해 좌절되었지만 거대한 잠재에너지를 응축하면서 이후 사회 변혁의 힘찬 원동력이 되었다. '5.18민주 화운동기록물'이 2011년 5월 25일 자로 유네스코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광주가 세계속으로 들어가는 발판이 되었다.

 

  33주기를 맞은 망월동에는 망월역이 있었다. 1922 12월에 송정~광주 철도가 담양까지 36km 연장되었다. 망월역은 현재 망월동 국립묘지 입구인 장운동 복바위(속칭 복다구) 뒤쪽에 있었다. 1944 2월까지 운행되었으나 군수물자로 쓰기 위해 레일을 철거해버린 오늘에 이르고 있다. 노선은 경북 포항에서 전남 법성포까지 한반도 남부를 횡단하여 동해안과 서해안을 잇는 철도망을 전제로한 것이었다. 2009년부터는 대구 달구벌과 광주 빛고을의 글자를 '달빛동맹' 맺어 도시의 정치경제문화의 전반에 공동 관심사를 선정하여 교류하고 있다. 도시는 생명의 공간이다. 광주 공동체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품고 진화발전한다. 13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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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살의 흔적 - 죽음과 의혹에 현직 법의학자들의 현장 리포트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법의관들.강신몽 지음 / 시공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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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말 오후 늦께 작은 아이와 강변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한 통의 전화를 받았는데, 남자의 목소리는 작았고 조금은 우울해 정확히 알아 들을 수 없었다 '여보세요?' 다시 한 번 듣고자 했다. 


  대부분은 자신이 애지중지한 개가 의료사고로 진료중에 죽게되면 사인을 밝히고자 애쓴다. 사람의 경우는 사건 사고나 일반인도 가족의 사인의  밝히기 위해 부검을 '국과수'에 의뢰한다. '검시의학'이라한다. 동물는 '병성감정'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검시의학이 임상의료와 다른 점은 변사자의 주관적 호소가 없다. 시체는 스스로 말하지 않으며 스스로 어떠한 표정도 짓지 않는다. 산 사람이 시체의 이야기를 듣고 표정을 읽기도 하지만 상황정보와 시체정보를 찾아 내야 한다.

 

   책의 '부검에 대한 단상' 200810월에 대한 '최진실 사망 사건' 부검 경위를 얘기하고 있다. 이유는 번째, 우리 나라는 자살이 분명하면 부검하지 않는다 것이다. 번째, 부검은 사망하거나 시신으로 발견된 그다음 또는 하루건너 오전에 시행한다. 저자의 평소 생각은 단순하다. 자살로 보이는 사건이라도 모두가 수긍할 만큼 명명백백하지 않다면 부검까지 마치기를 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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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생
파스칼 키냐르 지음, 송의경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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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어머니들로부터 절대로 멀어지지 못한다. 시간, 유아기 언어, 그때 맛본 음식물, 우리들 안에 있는 원초적 순간에 얻어진 얼굴 표정과 신체 형태들, 이런 치마폭에 머물러 있다. 

 

 사랑(독서•음악)은 과거이며, '심지어 현재 실행 중인 사랑도 과거의 황홀경에 대한 추억이다.' '키냐르'에게는 미래 시제가 없다. 과거만이 어떤 것에서 어떤 것이 흘러나오는 인과의 고리로 현재에 연결되어 사슬의 한쪽을 건드리면 다른 한쪽도 흔들리고 있을 뿐이다. 현재의 여인안에서 과거의 여인이 떠돌고 있다. 

 

 비교적 성공적으로 퍼즐을 맞추려면 소통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사랑'이라는 열쇠를 사용하되, 세 가지를 금기해야 한다. 잠들지 말 것, 말하지 말 것, 보지 말 것. 13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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